평범한 어느 가족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개기월식을 기다리며 환하게 웃던 이들의 입가에 미소는 사라졌고,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앞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지난 5일 처음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의 시작이다.
‘아름다운 세상’은 생사의 벼랑 끝에 선 아들과 그 가족들이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중심 소재는 ‘학교 폭력’. 첫 회는 군더더기 없이 사건의 막을 올리며 파격적인 장면으로 출발했다. 박무진(박희순)과 강인하(추자현)의 아들 박선호(남다름)가 학교 옥상에서 떨어졌다.
인하는 평소와 다르게 귀가가 늦고, 연락도 닿지 않는 아들을 걱정했다. 여유있는 무진과는 달리 인하는 선호의 친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며 불안해했다. 그러던 중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뛰어갔다.
분명 이날 아침만 해도 “개기월식을 꼭 봐야겠다”며 환하게 웃었던 아들이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인하는 오열한다. 무진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동생 박수호(김환희)와 이모 강준하(이청하)도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때 병원에 찾아온 경찰의 한마디가 극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경찰은 선호의 자살 가능성을 언급하고 인하와 무진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선호 가족의 ‘진실찾기’도 출발했다.
JTBC 금토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방송화면.
◆ 빠른 전개와 복선 깐 상징
인하는 누워 있는 아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었던 그날을 떠올렸다. 아들의 말과 행동에서 다른 점이 있었던 것을 찾아내며 자책했다. 선호가 학원에 가기 싫어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면서도 힘을 내 아들 추락에 얽힌 진실을 찾고자 했다.
첫 회는 빠르게 흘렀다. 인물 소개와 관계, 성격 등을 추락 사건 이후 대처하는 방법으로 보여줬다. 불필요한 요소를 걷어내고 선호의 추락과 그로인한 변화로 한 회를 가득 채우며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옥상에서 떨어진 선호를 비춘 장면에서 시선을 빼앗은 뒤 빠른 호흡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극의 방향과 숨은 메시지를 알려주는 상징도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사건 전 선호 가족은 개기월식을 기다렸다. 무진과 인하가 자동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서도 환하게 뜬 달을 비췄고, 천진한 표정으로 달을 바라보는 무진의 얼굴도 클로즈업했다.
무진은 개기월식을 묻는 아이들의 질문에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 보이지 않는 현상”이라고 답했다. 첫 회의 부제도 ‘그림자, 달을 삼키다’였다. ‘그림자’로 인해 진실인 ‘달’이 가려진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호의 추락에는 친구들의 괴롭힘이 있었다. 한 친구의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찍힌 선호가 폭행 당하는 장면. 하지만 이는 아이들은 물론, 사실을 숨기려는 어른들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다. 선호를 괴롭힌 친구들은 경찰에게 “선호가 최근 성적이 떨어져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결국 선호의 추락 사건은 자살 미수로 끝날 조짐을 보였다. 무진과 인하는 분노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학교 폭력’이 원인이라는 명확한 혐의점 없이는 재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경찰의 무미건조한 답변만 메아리처럼 울렸다. 하지만 첫 회 말미, 선호의 추락을 목격한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암시해 궁금증을 높였다.
JTBC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방송화면.
◆ 무지갯빛 열연
‘아름다운 세상’은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의 출연으로 시작부터 이목을 끌었다. 주로 영화에서 활약한 박희순을 비롯해 오만석과 조여정, 국내 드라마에 10년 만에 복귀하는 추자현 등이 극의 중심을 잡는다. 첫 회에서도 각기 다른 개성으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한 이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박희순은 첫 방송에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무진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삼키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첫 회에서 무진은 아들의 추락에 울부짖는 인하와 다르게 눈빛으로만 모든 감정을 토해냈다. 모자라지 않게 감정을 표현하면서 인물의 특징까지 잡아낸 연기는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웃음기를 싹 뺀 채 건조한 모습의 오진표 역을 맡은 오만석도 극에 활력을 더했다. 선호와 자신의 아들 오준석(서동현)이 다니는 학교 이사장인 그는 어떻게든 이번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려고 했다. 선호의 추락으로 경찰과 면담을 앞둔 준석에게도 “형식적인 절차니까 긴장할 것 없다. 미성년이니까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귀띔했다. 준석 역시 이를 친구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며 진실을 덮으려 했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서은주 역을 맡은조여정의 절제된 연기도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가장 이목이 쏠린 추자현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시작부터 감정을 토해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은 그는 누워있는 아들 앞에서 “왜 이러고 있느냐”며 목놓아 울다가도, 다시 힘을 내 진실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까지 극과 극의 면을 오갔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진짜 엄마 같다” “마음을 울리는 연기”라고 호평했고, 일부에서는 “다소 어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