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첫 회부터 개연성이 떨어지는 흐름으로 시작된 tvN 토일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이하 ‘로별’)’은 최종회까지도 곤혹스럽게 마무리됐다. 2014년작인 로맨스코미디 ‘로맨스가 필요해3’과 ‘연애의 발견’ 이후 로코 소비자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시대의 변화를 민감하게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같은 작가가 썼는데도 ‘로별’은 2014년 센세이션과도 같은 인기를 일으켰던 두 드라마와는 달리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지난 17일 종영한 ‘로별’에서는 강병준 작가(이호재)의 아들이 지서준(위하준)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차은호(이종석)가 지서준을 찾아가 강 작가의 소설 ‘4월 23일’이 지서준의 생일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지서준은 차은호와 강 작가의 임종을 함께 지켰다.
이후 마법처럼 ‘로별’의 모든 일이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서영아 팀장(김선영)은 이혼한 봉지홍(조한철)과 다시 만나 아들과 사이좋게 식사를 했고, 고유선 이사(김유미)는 김재민 대표(김태우)의 애정어린 쪽지를 받고 같이 데이트를 하러 사무실을 나갔다. 송해린 대리(정유진)는 지서준(위하준)의 집까지 직접 반찬을 챙겨와 밥을 먹었다. 강단이(이나영)가 기획한 ‘식물의 속마음’이 출간되지 못하나 싶더니 김 대표가 회식 자리에서 “‘식물의 속마음’ 같은 책 만들려고 다른 책 만들어 돈 버는 거라니까”라며 출간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차은호가 “많이 팔리진 않더라도 세상에 내놓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선 다른 책으로 충분한 매출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라고 말하고, 이사가 “이제부터 겨루는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걸로 하겠다. 학력, 나이, 경력, 전부 안 보는 걸로”라고 덧붙인 신은 마치 공익광고의 한 장면 같았다.
행복이 가득한 파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돼지갈비집에서 회식을 마친 겨루의 직원들은 공원으로 나갔다. 차은호가 강단이의 손을 잡으며 공개적으로 연인 사이임을 밝혔고, 이에 김 대표와 고 이사도 손을 잡았다. 봉지홍이 서 팀장의 손을 잡자 뿌리치는 신이 이 장면에서 가장 현실적이었다. 강단이와 차은호가 달려나가자, 겨루의 직원들은 다함께 달렸다. 강단이와 차은호의 로맨스는 둘만 있는 곳에서 키스를 한 후 같이 손을 잡고 걸어가며 마무리됐다.
이쯤되면 행복과 사랑의 파티가 끝날 법도 하지만, 정현정 작가는 에필로그를 준비했다. 바로 오지율(박규영)과 박훈(강기둥)의 관계다. 선을 보고 있던 오지율이 있는 카페로 박훈이 쳐들어왔다. 박훈은 다짜고짜 “내 여자”라며 오지율의 손을 이끌더니 “목화솜이불을 준비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오지율은 무례한 행동에도 화를 내지 않고 그에게 입을 맞췄다. 박훈이 “오늘부터 1일이냐”고 묻자 오지율은 대답 한 마디 못하고 또 다시 끌려나갔다. 코미디다.
순정만화도 이렇게 성급한 낭만의 향연으로 끝을 맺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로별’이 16회에 걸쳐 경력 단절 여성이 꿈꿀 법한 현실적인 낭만과 삶을 비약적일 만큼 평면적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경력 단절 여성 강단이의 새 출발은 시작부터 기묘했다. 딸을 유학까지 보내놓고도 현실 감각이 없어 파 화분 하나와 옷 한 벌만 들고 집에서 쫓겨났으나 그 고난은 금세 해결됐다. 백마 탄 왕자처럼 차은호가 나타나 옷도, 집도 사주며 그를 구원해준 것이다. 강단이와 차은호의 로맨스가 단순히 현대판 신데렐라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이 둘의 사랑에 가슴으로 납득이 갈 만한 촘촘한 이야기가 필요했다. 딸을 위해선 무엇이든 할 거라며 눈물을 보이던 강단이의 모습과는 다르게 미미하던 딸의 존재감은 최종회에선 아예 없었다. 이와 같은 리얼리티의 부재는 마지막까지 열연을 펼친 모든 배우들에게 건투를 빌게 만들었다.
비단 강단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송 대리의 로맨스도 의문을 많이 남았다. 차은호를 좋아하던 송 대리가 마지막 회에서는 밤새 지서준의 집에 혼자 앉아있고, 아침엔 반찬을 들고 가 그의 식사를 챙겨줬다. 지서준은 “딸들이 엄마 냉장고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연애같은 것을 하는 것이라고 하던데”라고 너스레를 떨며 송 대리가 덜어주는 반찬을 먹는 모습은 로맨틱코미디가 아니라 평일 저녁드라마를 보는 듯이 밋밋했다.
강단이에게는 사랑도, 일도 비교적 쉬웠다. 기존 국내 드라마에서 잘 등장하지 않았던 경력 단절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현실과 부딪히며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나가는 지는 ‘로별’의 주요 관전 포인트였다. 강단이는 경력 단절 여성이었을 뿐만 아니라, 자식이 있는 이혼 여성이기도 했다. 그러나 ‘로별’은 강단이가 맞서야 하는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더 깊게 파고들어 그리지 못했다. 강단이의 뒷편엔 늘 능력있는 연인이 있었고, 출판사 겨루의 직원들은 괴리감이 느껴질 만큼 올곧고 착하고 따뜻함이 넘쳤다. ‘로별’이 ‘낯설다”현실감이 부족하다”설득력이 없다”공감이 안된다’란 평을 계속해서 받은 이유다. 경력 단절 여성이란 이슈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는 것, 이나영과 이종석을 비롯해 출연한 배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만했다.
‘로맨스는 별책부록’ 후속으로는 ‘자백’이 오는 23일 밤 9시부터 매주 토, 일요일에 방영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지난 17일 종영한 ‘로별’에서는 강병준 작가(이호재)의 아들이 지서준(위하준)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차은호(이종석)가 지서준을 찾아가 강 작가의 소설 ‘4월 23일’이 지서준의 생일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지서준은 차은호와 강 작가의 임종을 함께 지켰다.
이후 마법처럼 ‘로별’의 모든 일이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서영아 팀장(김선영)은 이혼한 봉지홍(조한철)과 다시 만나 아들과 사이좋게 식사를 했고, 고유선 이사(김유미)는 김재민 대표(김태우)의 애정어린 쪽지를 받고 같이 데이트를 하러 사무실을 나갔다. 송해린 대리(정유진)는 지서준(위하준)의 집까지 직접 반찬을 챙겨와 밥을 먹었다. 강단이(이나영)가 기획한 ‘식물의 속마음’이 출간되지 못하나 싶더니 김 대표가 회식 자리에서 “‘식물의 속마음’ 같은 책 만들려고 다른 책 만들어 돈 버는 거라니까”라며 출간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차은호가 “많이 팔리진 않더라도 세상에 내놓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선 다른 책으로 충분한 매출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라고 말하고, 이사가 “이제부터 겨루는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걸로 하겠다. 학력, 나이, 경력, 전부 안 보는 걸로”라고 덧붙인 신은 마치 공익광고의 한 장면 같았다.
행복이 가득한 파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돼지갈비집에서 회식을 마친 겨루의 직원들은 공원으로 나갔다. 차은호가 강단이의 손을 잡으며 공개적으로 연인 사이임을 밝혔고, 이에 김 대표와 고 이사도 손을 잡았다. 봉지홍이 서 팀장의 손을 잡자 뿌리치는 신이 이 장면에서 가장 현실적이었다. 강단이와 차은호가 달려나가자, 겨루의 직원들은 다함께 달렸다. 강단이와 차은호의 로맨스는 둘만 있는 곳에서 키스를 한 후 같이 손을 잡고 걸어가며 마무리됐다.
이쯤되면 행복과 사랑의 파티가 끝날 법도 하지만, 정현정 작가는 에필로그를 준비했다. 바로 오지율(박규영)과 박훈(강기둥)의 관계다. 선을 보고 있던 오지율이 있는 카페로 박훈이 쳐들어왔다. 박훈은 다짜고짜 “내 여자”라며 오지율의 손을 이끌더니 “목화솜이불을 준비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오지율은 무례한 행동에도 화를 내지 않고 그에게 입을 맞췄다. 박훈이 “오늘부터 1일이냐”고 묻자 오지율은 대답 한 마디 못하고 또 다시 끌려나갔다. 코미디다.
순정만화도 이렇게 성급한 낭만의 향연으로 끝을 맺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로별’이 16회에 걸쳐 경력 단절 여성이 꿈꿀 법한 현실적인 낭만과 삶을 비약적일 만큼 평면적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경력 단절 여성 강단이의 새 출발은 시작부터 기묘했다. 딸을 유학까지 보내놓고도 현실 감각이 없어 파 화분 하나와 옷 한 벌만 들고 집에서 쫓겨났으나 그 고난은 금세 해결됐다. 백마 탄 왕자처럼 차은호가 나타나 옷도, 집도 사주며 그를 구원해준 것이다. 강단이와 차은호의 로맨스가 단순히 현대판 신데렐라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이 둘의 사랑에 가슴으로 납득이 갈 만한 촘촘한 이야기가 필요했다. 딸을 위해선 무엇이든 할 거라며 눈물을 보이던 강단이의 모습과는 다르게 미미하던 딸의 존재감은 최종회에선 아예 없었다. 이와 같은 리얼리티의 부재는 마지막까지 열연을 펼친 모든 배우들에게 건투를 빌게 만들었다.
비단 강단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송 대리의 로맨스도 의문을 많이 남았다. 차은호를 좋아하던 송 대리가 마지막 회에서는 밤새 지서준의 집에 혼자 앉아있고, 아침엔 반찬을 들고 가 그의 식사를 챙겨줬다. 지서준은 “딸들이 엄마 냉장고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연애같은 것을 하는 것이라고 하던데”라고 너스레를 떨며 송 대리가 덜어주는 반찬을 먹는 모습은 로맨틱코미디가 아니라 평일 저녁드라마를 보는 듯이 밋밋했다.
강단이에게는 사랑도, 일도 비교적 쉬웠다. 기존 국내 드라마에서 잘 등장하지 않았던 경력 단절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현실과 부딪히며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나가는 지는 ‘로별’의 주요 관전 포인트였다. 강단이는 경력 단절 여성이었을 뿐만 아니라, 자식이 있는 이혼 여성이기도 했다. 그러나 ‘로별’은 강단이가 맞서야 하는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더 깊게 파고들어 그리지 못했다. 강단이의 뒷편엔 늘 능력있는 연인이 있었고, 출판사 겨루의 직원들은 괴리감이 느껴질 만큼 올곧고 착하고 따뜻함이 넘쳤다. ‘로별’이 ‘낯설다”현실감이 부족하다”설득력이 없다”공감이 안된다’란 평을 계속해서 받은 이유다. 경력 단절 여성이란 이슈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는 것, 이나영과 이종석을 비롯해 출연한 배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만했다.
‘로맨스는 별책부록’ 후속으로는 ‘자백’이 오는 23일 밤 9시부터 매주 토, 일요일에 방영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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