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시작하지 않아서 항상 편견을 깨야겠다는 마음으로 달려왔어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지칠 때도 많았죠. 요즘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데 MBC ‘신과의 약속’에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난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배우 오윤아는 이렇게 말했다.
‘신과의 약속’은 지난 26일 방송된 36회가 15.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종영을 앞둔 현재 송현우(왕석현)의 병이 재발해 극 전개가 더욱 휘몰아치고 있다. 오윤아는 “대본이 나올 때마다 배우들도 긴장하고 있다. 내가 대본을 좀 오래 보고 깊이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다. 촉박한 시간 동안 연기를 보여주는 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오윤아는 계급 상승을 위해 친구 서지영(한채영 분)의 남자와 결혼한 변호사 우나경을 연기한다. 악역이다. SBS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강렬한 악역 캐릭터로 각인된 이후 또 다시 악역으로 나서 부담스럽지 않을까. 오윤아는 “사실 고민이 많아 처음에는 거절도 했지만 나경이라는 인물에 끌렸다”며 “나경이를 단순한 악역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절박함을 봤다”고 설명했다.
“나경이가 단순히 성공만을 위해서 질주하는 여자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시청자들이 보는 것과는 다를 수 있어요. 제가 부족한 거죠. 우나경은 그냥 행복해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행복의 기준이 돈, 아이, 가족일 수밖에 없었고요. 그걸 억지로 쟁취하려고 하다 보니 계속 (행복에) 실패해온 사람 같았어요. 살기 위한 절실함, 절박함. 나경이의 이런 모습을 조금이라도 부각해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신과의 약속’은 서지영이 불치병에 걸린 아들의 치료를 위해 전 남편 김재욱(배수빈)과 둘째 아이 준서(남기원)를 갖는 것을 큰 뼈대로 한다. 우나경은 김재욱의 아내로, 준서를 대신 키운다.
“드라마가 생명을 다루는 부분에 있어 걱정됐어요. 그런데 제가 가장 가슴 아팠던 건 4부에서 나경이가 지영(한채영)의 임신한 배를 만지는 장면이었어요. 나경은 남편의 아이를 갖기 위해 집착하는 인물인데 아이를 유산하고 폐경을 해요. 그런 인물이 지영의 배를 만지면서 ‘얼마나 그 아이를 갖고 싶었을까’ 싶었습니다. 나경이한테 그때부터 준서에 대한 사랑이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하면서 저도 실제로 그런 감정을 느낀 것 같아요다. 악역이지만 주어진 역할 안에서, 단순하지 않게 다양한 면을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열일’하는 걸로 유명한 오윤아는 지난해도 바쁘게 보냈다. MBC ‘진짜사나이300’(이하 ‘진사’)에 출연해 훈련소에 입소했고 곧바로 ‘신과의 약속’ 촬영에 들어갔다. 아직 결말이 공개되지 않은 ‘신과의 약속’을 얘기할 때는 조심스러워하던 오윤아. 하지만 ‘진사’ 얘기가 나오자 폭포수처럼 ‘군대 얘기’를 쏟아냈다.
“‘진사’를 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나약하게 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패기로 여기까지 온 사람인데’ 했죠. 하하. 내 모습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출연) 제의 받은 것도 있고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사실 제3사관학교에 갈 때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있었고, 외줄타기에 성공했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내가 절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을 하게 되면서 자신감이 생겼죠.”
오윤아는 “‘진사’가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특전사 훈련에 들어가면서 ‘멘붕’이 찾아왔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제3사관학교 때까지만 해도 저도 모르는 자신을 발견하며 기뻤어요. 자신감도 많이 생겼고요. 그런데 하필 사관학교 마치고 특전사 훈련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 9월에 제가 정말 바빴습니다. 오지로 봉사활동을 갔고, 해외 촬영도 몰려 있었어요. (오랜 시간) 비행에 시달려 이미 체력이 바닥인 상태로 ‘진사’에 들어갔는데 훈련강도가 정말 세더군요. 뭘 먹으면 다 토해서 빈속에 진통제를 세 알씩 먹으면서 훈련했어요. 악으로 깡으로 버텼습니다. 다른 분들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많이 놀라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오윤아는 ‘진사’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 민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며 고소공포증을 이겨내 주목받기도 했다. 어떤 엄마냐고 묻자 오윤아는 “아픈 아이의 엄마인데, 내가 워낙 바쁘니까 평소에 좋은 엄마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갔는데 한 번은 내 아이를 보고 숙덕숙덕 거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 아이에 대해 모르니까 그냥 놀라셨던 것 같기도 해요. ‘내가 아이를 숨길 거리로 생각하고 있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잡지 인터뷰에서 민이에 대해서 많이 말했는데 말이에요. 방송을 통해 말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그게 ‘진사’가 되었습니다.”
오윤아는 “사실 힘든 일이 있을 때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그에 대해 말을 많이 하게 되지 않나. 당연히 ‘진사’에 출연하면 민이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될 것 같았다”며 “나는 생각나는 사람이 민이 밖에 없으니까”라며 활짝 웃었다.
오윤아는 2000년 제1회 사이버 레이싱퀸 선발대회에서 1위에 오르며 연예계에 입문했다. 연기를 보여준 건 SBS ‘폭풍 속으로’가 처음이지만 벌써 데뷔 20년 차인 셈이다. 오윤아는 드라마 ‘올드미스다이어리’ ‘연애시대’ ‘외과의사 봉달희’ ‘공부의 신’ ‘아테나: 전쟁의 여신’ ‘당신이 잠든 사이’ ‘앵그리맘’ ‘사임당, 빛의 일기’를 비롯해 김순옥 작가의 ‘언니는 살아있다’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패기와 깡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면서도 “부족함을 정말 많이 느낀다”고 거듭 자신을 낮췄다.
“돌아보면 항상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힘들게 여기까지 오기까진 했지만, 다른 분들에 비해서 더 힘들었냐고 물으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무명시절을 겪지는 않았거든요. 그게 너무 감사해서 그런 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진 한계를 넘어서까지 연기하면서 무리를 해왔던 것 같습니다. 모델 출신이라는 편견을 깨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버티면서 일도 쉴새 없이 해온 것 같고요. 어릴 때는 체력으로 버텼지만 30대를 넘어서면서 연기도, 개인적인 일에서도 많이 지쳤죠. 사실 ‘사임당’을 할 때가 가장 힘들 때였어요. 사람들의 기대는 커지는데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을 못 만난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만난 게 ‘언니는 살아있다’였어요. 은향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제 새롭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오윤아는 ‘언니는 살아있다’ 이후의 변화를 설명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원래 선물을 받거나, 커피차가 오는 경우가 드물었다”며 “드라마 이후에 팬들이 나와 더 소통하고 싶어하고, 다가와준다는 느낌이 들어 기뻤다”고 말했다.
종영을 앞두고 있는 ‘신과의 약속’에서는 “강부자, 박근형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하며 아직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대본을 읽는데 남보다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잘 표현하고 싶어서 계속 읽어보고 감정을 잡아가요. 제가 부족해서 노력하고 있는 거겠죠. 박근형, 강부자 선생님이 단번에 대사를 표현하시는 걸 보면 대단해요. 그런데 그분들도 ‘배우는 국어를 잘해야 한다’며 기본부터 강조하시거든요. 젊을 때는 감정에만 충실하면 어느 정도 해결됐던 것 같아요. 요즘은 하나하나 화술적으로 더 살펴봅니다. 연기는 정말 끊임없는 숙제를 줘요.”
오윤아는 “연기라는 게 늘 새로운 캐릭터와 만나는 일이라서 항상 시작점에 서 있는 기분이다. 앞으로는 편안하게 공감할 수 있는 연기도 보여주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지난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배우 오윤아는 이렇게 말했다.
‘신과의 약속’은 지난 26일 방송된 36회가 15.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종영을 앞둔 현재 송현우(왕석현)의 병이 재발해 극 전개가 더욱 휘몰아치고 있다. 오윤아는 “대본이 나올 때마다 배우들도 긴장하고 있다. 내가 대본을 좀 오래 보고 깊이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다. 촉박한 시간 동안 연기를 보여주는 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오윤아는 계급 상승을 위해 친구 서지영(한채영 분)의 남자와 결혼한 변호사 우나경을 연기한다. 악역이다. SBS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강렬한 악역 캐릭터로 각인된 이후 또 다시 악역으로 나서 부담스럽지 않을까. 오윤아는 “사실 고민이 많아 처음에는 거절도 했지만 나경이라는 인물에 끌렸다”며 “나경이를 단순한 악역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절박함을 봤다”고 설명했다.
‘신과의 약속’은 서지영이 불치병에 걸린 아들의 치료를 위해 전 남편 김재욱(배수빈)과 둘째 아이 준서(남기원)를 갖는 것을 큰 뼈대로 한다. 우나경은 김재욱의 아내로, 준서를 대신 키운다.
“드라마가 생명을 다루는 부분에 있어 걱정됐어요. 그런데 제가 가장 가슴 아팠던 건 4부에서 나경이가 지영(한채영)의 임신한 배를 만지는 장면이었어요. 나경은 남편의 아이를 갖기 위해 집착하는 인물인데 아이를 유산하고 폐경을 해요. 그런 인물이 지영의 배를 만지면서 ‘얼마나 그 아이를 갖고 싶었을까’ 싶었습니다. 나경이한테 그때부터 준서에 대한 사랑이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하면서 저도 실제로 그런 감정을 느낀 것 같아요다. 악역이지만 주어진 역할 안에서, 단순하지 않게 다양한 면을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열일’하는 걸로 유명한 오윤아는 지난해도 바쁘게 보냈다. MBC ‘진짜사나이300’(이하 ‘진사’)에 출연해 훈련소에 입소했고 곧바로 ‘신과의 약속’ 촬영에 들어갔다. 아직 결말이 공개되지 않은 ‘신과의 약속’을 얘기할 때는 조심스러워하던 오윤아. 하지만 ‘진사’ 얘기가 나오자 폭포수처럼 ‘군대 얘기’를 쏟아냈다.
“‘진사’를 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나약하게 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패기로 여기까지 온 사람인데’ 했죠. 하하. 내 모습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출연) 제의 받은 것도 있고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사실 제3사관학교에 갈 때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있었고, 외줄타기에 성공했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내가 절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을 하게 되면서 자신감이 생겼죠.”
오윤아는 “‘진사’가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특전사 훈련에 들어가면서 ‘멘붕’이 찾아왔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오윤아는 ‘진사’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 민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며 고소공포증을 이겨내 주목받기도 했다. 어떤 엄마냐고 묻자 오윤아는 “아픈 아이의 엄마인데, 내가 워낙 바쁘니까 평소에 좋은 엄마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갔는데 한 번은 내 아이를 보고 숙덕숙덕 거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 아이에 대해 모르니까 그냥 놀라셨던 것 같기도 해요. ‘내가 아이를 숨길 거리로 생각하고 있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잡지 인터뷰에서 민이에 대해서 많이 말했는데 말이에요. 방송을 통해 말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그게 ‘진사’가 되었습니다.”
오윤아는 “사실 힘든 일이 있을 때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그에 대해 말을 많이 하게 되지 않나. 당연히 ‘진사’에 출연하면 민이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될 것 같았다”며 “나는 생각나는 사람이 민이 밖에 없으니까”라며 활짝 웃었다.
오윤아는 2000년 제1회 사이버 레이싱퀸 선발대회에서 1위에 오르며 연예계에 입문했다. 연기를 보여준 건 SBS ‘폭풍 속으로’가 처음이지만 벌써 데뷔 20년 차인 셈이다. 오윤아는 드라마 ‘올드미스다이어리’ ‘연애시대’ ‘외과의사 봉달희’ ‘공부의 신’ ‘아테나: 전쟁의 여신’ ‘당신이 잠든 사이’ ‘앵그리맘’ ‘사임당, 빛의 일기’를 비롯해 김순옥 작가의 ‘언니는 살아있다’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패기와 깡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면서도 “부족함을 정말 많이 느낀다”고 거듭 자신을 낮췄다.
오윤아는 ‘언니는 살아있다’ 이후의 변화를 설명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원래 선물을 받거나, 커피차가 오는 경우가 드물었다”며 “드라마 이후에 팬들이 나와 더 소통하고 싶어하고, 다가와준다는 느낌이 들어 기뻤다”고 말했다.
종영을 앞두고 있는 ‘신과의 약속’에서는 “강부자, 박근형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하며 아직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대본을 읽는데 남보다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잘 표현하고 싶어서 계속 읽어보고 감정을 잡아가요. 제가 부족해서 노력하고 있는 거겠죠. 박근형, 강부자 선생님이 단번에 대사를 표현하시는 걸 보면 대단해요. 그런데 그분들도 ‘배우는 국어를 잘해야 한다’며 기본부터 강조하시거든요. 젊을 때는 감정에만 충실하면 어느 정도 해결됐던 것 같아요. 요즘은 하나하나 화술적으로 더 살펴봅니다. 연기는 정말 끊임없는 숙제를 줘요.”
오윤아는 “연기라는 게 늘 새로운 캐릭터와 만나는 일이라서 항상 시작점에 서 있는 기분이다. 앞으로는 편안하게 공감할 수 있는 연기도 보여주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