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김재원: 원래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댓글을 확인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쫑파티가 끝난 후에 댓글을 확인했는데 생각보다 호평이 많았다. 너무 감사했다. 기분 좋게 마무리해서 뿌듯하다.
10. 댓글을 왜 안 보나? 시청자 반응이 궁금하지 않았나?
김재원: 연기에 집중하기 힘들다. 댓글을 보다 보면 다른 쪽으로 감정이 쏠리게 되더라. 한 번 신경 쓰기 시작하면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한다. 욕을 먹더라도 작품을 끝낸 후에 뭇매를 맞는 게 낫다.
10.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김재원: 마지막 회에서 동생 태준이 죽는 장면이다. 태준을 연기한 곽민호의 아버지가 촬영 전날 돌아가셨다.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고, 체력이 바닥 난 상태로 촬영장에 왔더라. 그런데 또 그런 장면을 찍게 돼 너무 마음이 아팠다. 정말 착하고 심성이 좋은 친구다. 오래 만난 사람처럼 편한 동생이다. ‘미안하지만 슬퍼도 조금만 참자. 이제 곧 끝난다. 네가 무너지면 어머니, 가족 다 무너진다’라고 말해줬다. 이번 일과 ‘신의퀴즈:리부트’라는 작품이 곽민호가 큰 배우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10. 악역은 데뷔한 지 17년 만에 처음이다. 늦은 감이 있는데, 왜 진작 하지 않았나?
김재원: 안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김재원’이라는 이름에 ‘선한 이미지’라는 옷이 입혀져 있었다. 계속해서 비슷한 이미지의 역할만 들어왔다. 그게 더 어울릴 거란 선입견이 있지 않았나 싶다.
10. 선한 이미지를 벗는 데 부담은 없었나?
김재원: 악역은 첫 도전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마음이 편했다. 오히려 선한 인물을 연기할 때 부담이 있다. 카메라 밖에서도 ‘난 착해야 해’라며 살아야 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 있다 보면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많다. 이번에는 ‘악역’이라는 단어만 생각했다. ‘내 마음대로 해보자’ ‘내 안에 가둬놨던 걸 폭발시켜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선한 이미지를 벗겨내는 게 어렵진 않았다. 내 안에 있던 불만족, 풀지 못해 답답했던 걸 해소했다. 현상필을 통해 대리만족했다고 할까.
10. 파격적인 헤어스타일도 화제가 됐다. 외형부터 과감하게 변신했는데 자신의 의도였나?
김재원: 처음엔 사람들이 ‘머리 뭐야?’ ‘이상하다’라고 했다. 난 그런 반응이 좋았다. 멋있어 보이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현상필이라는 인물을 보고 ‘쓰레기다’라는 말이 나오길 바랐다. 전작인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에서 너무 착한 역할을 연기 했기 때문에 잘 잘랐다는 마음이 컸다.
10. 데뷔 초에는 지금의 박보검, 정해인 만큼이나 대단한 사랑을 받았다. 어땠나?
김재원: 너무 얼떨결에 큰 사랑을 받았다. SBS ‘인기가요’ MC를 보던 중에 MBC 드라마 ‘로망스’를 찍었다. 1회가 나간 이후 다시 ‘인기가요’ 현장에 갔는데 엄청나게 많은 팬들이 와 있어서 놀랐다. 당시에 H.0.T, god, 신화 등 최고의 아이돌 팬들 사이에 내 팬들이 있었다. ‘이건 뭐지?’ 싶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들떠서 구름 위에 올라간 꼴이다. 적응이 안 됐다. 사실 처음부터 배우가 되겠다고 해서 이 길을 선택한 건 아니다. 우연히 시작했는데 갑자기 빵 터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사랑받는 것이 감사하지만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때 그 인기를 유지하지 못했다.
10. 데뷔한 해에 신인상을 타고, 2010년부터 우수상, 지난해 최우수상까지…배우로서 차근차근 인정받고 있다. 슬럼프가 있었나?
김재원: 2010년 이후 많은 상을 받기 시작하면서 배우로서 변화를 주고 싶었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는 느낌을 받아서 다른 걸 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래서 2014년에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에 출연해 MC겸 내레이션을 4년 정도 했다. 그때 목소리 연기를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내 인격이 뭐지?’ ‘나는 뭘 하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누굴 위해 사는지도 모르겠고, 사람을 만나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공황장애가 온 것이다.
10. 심각했나?
김재원: 사람을 만나는 것도, 대화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 이후에 찍은 작품에선 감독님이나 배우들과 소통을 못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이 ‘오빠는 왜 매번 눈을 감고 있어요?’라고 했다.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면 미치겠더라. 어지럽고 힘들었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늘 선글라스를 끼고 다녔다.
10. 얼마나 공황장애를 앓았나? 지금은 괜찮아진 건가?
김재원: 3년 전쯤에 심하게 왔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먹었더니 일상생활이 안 됐다. 졸리고 연기할 때도 내내 멍했다. 그래서 약은 바로 끊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얼마 전 함께 촬영한 배우도 공황장애가 심하게 왔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자꾸 숨겼다. 이게 옳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숨기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내가 이런 상태다’라며 드러내고 이야기하면서 양해를 구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나도 그렇게 하면서 조금씩 소통을 시작했다.
10. 영화 출연에 대한 갈증은 없나? 2004년 개봉작 ‘내 사랑 싸가지’가 처음이자 마지막인데.
김재원: 영화 울렁증이 있었다. ‘내 사랑 싸가지’를 찍을 때만 해도 드라마와는 다른 영화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나는 즉각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순발력 있게 연기를 했는데, 그 부분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오랜 시간 연기를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나의 예술 작품에 캐릭터를 담아내기 위해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훨씬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10. 작품이나 캐릭터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
김재원: 뚜렷하게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이제는 어떤 역할이든 내 색깔에 맞게 바꿔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차가 되니 감독님 눈치를 덜 보고 마음대로 해도 되더라. (웃음)
10. 차기작으로 연기하고 싶은 장르는?
김재원: ‘완벽한 타인’ 같은 코미디를 하고 싶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건 다 상관없다. ‘신의퀴즈: 리부트’로 헐벗었으니 이제는 웃기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작정하고 웃기기보다 계산된 무언가를 하고 싶다.
10. 평소에 재미있는 사람인가?
김재원: 예전에는 내가 말만 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 쓰러졌다. (웃음) 하지만 언젠가부터 진지해졌다. 말도 안 되는 말과 행동으로 웃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풍자적인 작품도 좋지만 아무 생각 안 하고 웃을 수 있는 B급 코미디도 좋다. 현시대는 생각이 너무 많다. 생각이 겹겹이 쌓여서 상념이 많아지고, 그러다 공황장애가 생긴다. 그런 걸 뻥 날릴 수 있는 코미디 작품을 하고 싶다.
10. 2014년에 MBC ‘사남일녀’에 출연했다. 웃음을 줄 수 있는 그런 예능 프로그램을 할 생각은 없나?
김재원: 그때는 ‘사남일녀’의 기획 의도와 형식이 좋아서 했다. 동기부여가 확실했다. 자식들을 다 떠나보내고 타지에서 외롭게 사는 부모님들을 찾아가 아들, 딸과 같은 역할을 하는 프로였다. 그 자체가 선물 같았다. 그분들의 일을 도와 드리고 기쁨조가 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다른 어떤 능력을 보이기는 힘들었다. 정말 일밖에 안 했다. 예능이라서 뭔가 재미있는 걸 끌어내야 하는데 그걸 안 했다. 당시에 서장훈 형이랑 나랑 서로 안 하겠다고 미뤘다. 하하.
10. ‘인기가요’ ‘겟잇뷰티’를 비롯해 시상식 MC 경험도 있다. 진행을 하고 싶은 생각은?
김재원: 언제든 시켜만 주시면 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라디오 DJ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10. 2000년대 초반 안정환과 함께한 CF가 화제였다. 욕심나는 광고는 없나?
김재원: 특별히 욕심을 내진 않는다. 기회가 된다면 머리를 이렇게 자른 김에 탈모 제품 광고? (웃음)
10. 앞서 말했듯 신인상부터 우수상, 최우수상을 다 탔다. 대상 욕심은?
김재원: 대상까지 탈 수 있는 레벨은 아직 아닌 것 같다. (웃음) 어린 나이에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대상까지 받게 되면 내려갈 길밖에 없어 불안하고 초조할 것 같다. 아직 올라갈 여지가 있기 때문에 지금 하는 일이 더 즐겁다. 대상도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오래 일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매번 나와도 질리지 않는 꾸준하게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10. ‘신의퀴즈:리부트’와 김재원의 변신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김재원: 어떻게 보면 욕을 한 바가지 먹을 수 있는 역할이었다. ‘김재원을 재발견했다’라는 말처럼 좋은 평가를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시청자들이 그런 말을 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데뷔 이후 줄곧 착한 역할만 연기해 ‘살인미소’라는 애칭까지 얻은 배우 김재원이 17년 만에 ‘악역’을 맡아 변신에 성공했다. 최근 종영한 OCN 오리지널 ‘신의퀴즈:리부트’에서 홍콩 구룡 최대 조폭의 넘버2 현상필로 분해 살기와 광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김재원의 재발견’이라는 찬사까지 나왔다. 악역인데도 많은 호평을 이끌어낸 김재원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10. ‘신의퀴즈: 리부트’를 마친 소감은?
김재원: 원래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댓글을 확인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쫑파티가 끝난 후에 댓글을 확인했는데 생각보다 호평이 많았다. 너무 감사했다. 기분 좋게 마무리해서 뿌듯하다.
10. 댓글을 왜 안 보나? 시청자 반응이 궁금하지 않았나?
김재원: 연기에 집중하기 힘들다. 댓글을 보다 보면 다른 쪽으로 감정이 쏠리게 되더라. 한 번 신경 쓰기 시작하면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한다. 욕을 먹더라도 작품을 끝낸 후에 뭇매를 맞는 게 낫다.
10.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김재원: 마지막 회에서 동생 태준이 죽는 장면이다. 태준을 연기한 곽민호의 아버지가 촬영 전날 돌아가셨다.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고, 체력이 바닥 난 상태로 촬영장에 왔더라. 그런데 또 그런 장면을 찍게 돼 너무 마음이 아팠다. 정말 착하고 심성이 좋은 친구다. 오래 만난 사람처럼 편한 동생이다. ‘미안하지만 슬퍼도 조금만 참자. 이제 곧 끝난다. 네가 무너지면 어머니, 가족 다 무너진다’라고 말해줬다. 이번 일과 ‘신의퀴즈:리부트’라는 작품이 곽민호가 큰 배우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10. 악역은 데뷔한 지 17년 만에 처음이다. 늦은 감이 있는데, 왜 진작 하지 않았나?
김재원: 안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김재원’이라는 이름에 ‘선한 이미지’라는 옷이 입혀져 있었다. 계속해서 비슷한 이미지의 역할만 들어왔다. 그게 더 어울릴 거란 선입견이 있지 않았나 싶다.
10. 선한 이미지를 벗는 데 부담은 없었나?
김재원: 악역은 첫 도전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마음이 편했다. 오히려 선한 인물을 연기할 때 부담이 있다. 카메라 밖에서도 ‘난 착해야 해’라며 살아야 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 있다 보면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많다. 이번에는 ‘악역’이라는 단어만 생각했다. ‘내 마음대로 해보자’ ‘내 안에 가둬놨던 걸 폭발시켜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선한 이미지를 벗겨내는 게 어렵진 않았다. 내 안에 있던 불만족, 풀지 못해 답답했던 걸 해소했다. 현상필을 통해 대리만족했다고 할까.
10. 파격적인 헤어스타일도 화제가 됐다. 외형부터 과감하게 변신했는데 자신의 의도였나?
김재원: 처음엔 사람들이 ‘머리 뭐야?’ ‘이상하다’라고 했다. 난 그런 반응이 좋았다. 멋있어 보이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현상필이라는 인물을 보고 ‘쓰레기다’라는 말이 나오길 바랐다. 전작인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에서 너무 착한 역할을 연기 했기 때문에 잘 잘랐다는 마음이 컸다.
김재원: 너무 얼떨결에 큰 사랑을 받았다. SBS ‘인기가요’ MC를 보던 중에 MBC 드라마 ‘로망스’를 찍었다. 1회가 나간 이후 다시 ‘인기가요’ 현장에 갔는데 엄청나게 많은 팬들이 와 있어서 놀랐다. 당시에 H.0.T, god, 신화 등 최고의 아이돌 팬들 사이에 내 팬들이 있었다. ‘이건 뭐지?’ 싶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들떠서 구름 위에 올라간 꼴이다. 적응이 안 됐다. 사실 처음부터 배우가 되겠다고 해서 이 길을 선택한 건 아니다. 우연히 시작했는데 갑자기 빵 터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사랑받는 것이 감사하지만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때 그 인기를 유지하지 못했다.
10. 데뷔한 해에 신인상을 타고, 2010년부터 우수상, 지난해 최우수상까지…배우로서 차근차근 인정받고 있다. 슬럼프가 있었나?
김재원: 2010년 이후 많은 상을 받기 시작하면서 배우로서 변화를 주고 싶었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는 느낌을 받아서 다른 걸 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래서 2014년에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에 출연해 MC겸 내레이션을 4년 정도 했다. 그때 목소리 연기를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내 인격이 뭐지?’ ‘나는 뭘 하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누굴 위해 사는지도 모르겠고, 사람을 만나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공황장애가 온 것이다.
10. 심각했나?
김재원: 사람을 만나는 것도, 대화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 이후에 찍은 작품에선 감독님이나 배우들과 소통을 못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이 ‘오빠는 왜 매번 눈을 감고 있어요?’라고 했다.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면 미치겠더라. 어지럽고 힘들었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늘 선글라스를 끼고 다녔다.
10. 얼마나 공황장애를 앓았나? 지금은 괜찮아진 건가?
김재원: 3년 전쯤에 심하게 왔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먹었더니 일상생활이 안 됐다. 졸리고 연기할 때도 내내 멍했다. 그래서 약은 바로 끊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얼마 전 함께 촬영한 배우도 공황장애가 심하게 왔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자꾸 숨겼다. 이게 옳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숨기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내가 이런 상태다’라며 드러내고 이야기하면서 양해를 구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나도 그렇게 하면서 조금씩 소통을 시작했다.
10. 영화 출연에 대한 갈증은 없나? 2004년 개봉작 ‘내 사랑 싸가지’가 처음이자 마지막인데.
김재원: 영화 울렁증이 있었다. ‘내 사랑 싸가지’를 찍을 때만 해도 드라마와는 다른 영화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나는 즉각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순발력 있게 연기를 했는데, 그 부분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오랜 시간 연기를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나의 예술 작품에 캐릭터를 담아내기 위해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훨씬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10. 작품이나 캐릭터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
김재원: 뚜렷하게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이제는 어떤 역할이든 내 색깔에 맞게 바꿔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차가 되니 감독님 눈치를 덜 보고 마음대로 해도 되더라. (웃음)
김재원: ‘완벽한 타인’ 같은 코미디를 하고 싶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건 다 상관없다. ‘신의퀴즈: 리부트’로 헐벗었으니 이제는 웃기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작정하고 웃기기보다 계산된 무언가를 하고 싶다.
10. 평소에 재미있는 사람인가?
김재원: 예전에는 내가 말만 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 쓰러졌다. (웃음) 하지만 언젠가부터 진지해졌다. 말도 안 되는 말과 행동으로 웃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풍자적인 작품도 좋지만 아무 생각 안 하고 웃을 수 있는 B급 코미디도 좋다. 현시대는 생각이 너무 많다. 생각이 겹겹이 쌓여서 상념이 많아지고, 그러다 공황장애가 생긴다. 그런 걸 뻥 날릴 수 있는 코미디 작품을 하고 싶다.
10. 2014년에 MBC ‘사남일녀’에 출연했다. 웃음을 줄 수 있는 그런 예능 프로그램을 할 생각은 없나?
김재원: 그때는 ‘사남일녀’의 기획 의도와 형식이 좋아서 했다. 동기부여가 확실했다. 자식들을 다 떠나보내고 타지에서 외롭게 사는 부모님들을 찾아가 아들, 딸과 같은 역할을 하는 프로였다. 그 자체가 선물 같았다. 그분들의 일을 도와 드리고 기쁨조가 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다른 어떤 능력을 보이기는 힘들었다. 정말 일밖에 안 했다. 예능이라서 뭔가 재미있는 걸 끌어내야 하는데 그걸 안 했다. 당시에 서장훈 형이랑 나랑 서로 안 하겠다고 미뤘다. 하하.
10. ‘인기가요’ ‘겟잇뷰티’를 비롯해 시상식 MC 경험도 있다. 진행을 하고 싶은 생각은?
김재원: 언제든 시켜만 주시면 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라디오 DJ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10. 2000년대 초반 안정환과 함께한 CF가 화제였다. 욕심나는 광고는 없나?
김재원: 특별히 욕심을 내진 않는다. 기회가 된다면 머리를 이렇게 자른 김에 탈모 제품 광고? (웃음)
10. 앞서 말했듯 신인상부터 우수상, 최우수상을 다 탔다. 대상 욕심은?
김재원: 대상까지 탈 수 있는 레벨은 아직 아닌 것 같다. (웃음) 어린 나이에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대상까지 받게 되면 내려갈 길밖에 없어 불안하고 초조할 것 같다. 아직 올라갈 여지가 있기 때문에 지금 하는 일이 더 즐겁다. 대상도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오래 일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매번 나와도 질리지 않는 꾸준하게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10. ‘신의퀴즈:리부트’와 김재원의 변신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김재원: 어떻게 보면 욕을 한 바가지 먹을 수 있는 역할이었다. ‘김재원을 재발견했다’라는 말처럼 좋은 평가를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시청자들이 그런 말을 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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