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영화는 영화감독이 유년기를 보낸 1970년대 초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감독이 밝혔듯이 영화는 자신의 유년에 관한 이야기이고, 자신을 기른 여성들에 대한 헌사다. 때문에 원주민계의 가정부 클레오와 백인 중산층 가족의 아내인 소피아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클레오는 감독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기반한 인물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유년을 채우고 붙잡은 중력을 만들어준 여성이기도 하다. 비전문 배우인 얄리트사 아파리시오는 원주민 언어를 배워가면서 연기를 했다고 하는데 연기의 기술을 뛰어넘는 특유의 표정과 정서가 화면 밖으로도 전해진다.
당시의 멕시코에서는 ‘성체축일 대학살’이라는 좌파와 우파의 충돌이 있었다. 무장 극우단체에 의해 좌파의 시위대가 전멸하다시피 한 사건이다. 어쩌면 이 사건은 당시의 멕시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문득 일어난 불행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서 이러한 갈등과 부조리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시기를 분열되는 가족, 혹은 더 단단히 결합하는 한 식구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영화에서 타인의 비극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각을 경험한다. 동시에, 비극의 한가운데로 초대된 듯한 경험도 한다. 감독의 세밀한 시청각의 디자인에 따라 우리는 시공간을 공유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어느새 감독의 유년을 공유하게 된다.
이 영화를 추천하며 한 신을 덧붙이고 싶다면 이 장면이다. 옥상에서 손빨래를 끝낸 클레오와 페페의 ‘시체놀이’ 장면이다. 만다라 그림처럼 반복되는 움직임으로 빨래하는 주변의 옥상에 선 여러 명의 클레오들과 하늘에 걸린 빨랫감을 둘러보는 장면을 꼭 되돌려 보기를 권한다.
정지혜(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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