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20일 방영된 tvN ‘아는와이프’ 방송화면 캡처.
지난 20일 방영된 tvN ‘아는와이프’ 방송화면 캡처.
‘만약 그랬다면?’이라는 상상과 함께 출발했던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마지막 회까지 현실과 환상 사이를 배회하며 끝이 났다.

‘아는 해피엔딩’이라는 부제로 설명된 ‘아는 와이프’ 최종회는 모두가 상상할 수 있는 해피엔딩으로 모든 관계를 끝맺었다. 그 중 ‘도시 괴담’이라 여길 수 있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그려진 어떤 관계들은 역으로 우리가 ‘아는 해피엔딩’은 현실 저 너머에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20일 방영된 ‘아는 와이프’ 마지막 회에서 유일한 갈등의 실마리는 서우진(한지민)이 차주혁(지성)보다 먼저 승진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놀이공원에서 차주혁의 프러포즈를 승낙하고, 유치원 등교차에 아이를 태우는 일을 그와 함께 한 서우진은 회사에 지각도 같이 해 직원들로부터 ‘부부사기단’이라는 귀여운 질타를 받았다.

서우진은 이어 장만옥 팀장(김수진)이 ‘KCU은행’ 마포점 부지점장으로 발령이 나 자신이 팀장으로 승진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우진은 차주혁이 혹시 속상해할까봐 걱정했으나 차주혁은 “장하다 우리 와이프”라며 축하해줘 이내 극의 긴장감도 풀렸다.

장 팀장 송별회에서도 이상적인 화기애애함이 내내 감돌았다. 장 팀장의 상사가 장 팀장을 일찍 세상을 뜬 누이랑 닮아 각별하게 여겼다는 것이 알려지며 직위를 막론하고 송별회를 눈물의 파티로 만들었으다. 눈물을 보이면 10만원을 내야 한다는 약속에 다들 10만원을 꺼냈다. 변성우(박원상)는 단둘이 마주친 장만옥에게 “장만옥아, 저녁은 웬만해서도 나랑 먹자”고 말하기도 했다.

차주혁과 장모(이정은)와의 관계도 완벽에 가까웠다. 수도가 터져 차주혁을 부른 서우진의 어머니는 “딸보다 자네가 훨 나. 내가 우진이 없이는 살아도 자네 없이는 못 살 것 같아”라며 애정을 보였고, 차주혁은 “제 말이요. 우진이가 손이 은근히 많이 가요”라고 맞장구쳤다. 이어 “장모님이랑 저랑은 엄청 잘 맞는 것 같아요”라며 즐거워했다.

차주혁은 아내와 권태기가 온 것 같다며 힘들어하는 친구에게도 “이해해. 이 시기 잘 극복해야 한다”며 조언을 건넸다. 첫 회에서 같은 장소 속 같은 친구와 함께 있으며 아내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하던 그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첫 회에서 저녁에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했을 때 차주혁에게 생긴 우여곡절도 데칼코마니처럼 서우진에게 일어났다.

차주혁도 결국 대리에서 팀장으로 승진하게 됐다. 서우진은 차주혁의 친구들과 깜짝 축하 파티를 해주며 신형 게임기를 선물했다. 둘은 모처럼 데이트를 하며 둘만의 시간도 가졌다.

서우진은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차주혁에게 “내가 얼마나 무서웠길래 날 버렸던 거야? 내가 그렇게 끔찍한 와이프였어?”라고 물었다. 차주혁은 “그게 뭐가 중요해. 지금 우리 기억에 있는 역사가 중요하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어 앞으로 겪을 미래와 좌충우돌을 함께 그려봤다. 차주혁은 “이런 일 저런 일, 남들 다 겪는 일 겪으면서 미운정 고운정 쌓아가겠지”라고 상상했고, 서우진은 “우리만의 전우애도 싹트겠지. 오늘 달이 진짜 밝다”고 했다. 차주혁이 “진짜 좋은 밤이다”라고 거들며 둘만의 달 밝은 밤은 갚어갔다.

동화처럼 펼쳐진 16부작 ‘아는 와이프’가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 덕이었다. 한지민, 지성은 각자의 캐릭터는 물론이고 부부로서의 관계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욱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KCU 은행 직원들의 사무실 일상도 극을 보는 재미였다.

다만 마지막까지 섬세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감수성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차주혁이 아내와의 관계로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조언을 건네는 장면이 그 예다. 차주혁은 친구에게 “주부들은 ‘누구누구의 엄마’로 살아가기 때문에 예쁘게도 꾸미고, 일도 하지만 당연히 우울해질 수 밖에 없다”며 “하루에 한 번은 와이프를 칭찬해라. ‘와, 대학생 같은데?”이렇게 반찬까지 잘하면 어쩌자는 거야”사랑스러운 널 어쩌면 좋니'”라는 말을 ‘실전 꿀팁’으로 건넨다. 그러나 외모 위주의 칭찬에 그것도 ‘대학생 같다’는 묘사는 떨떠름하고 본질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마치 주부들의 진짜 마음을 헤아지리 못한 남성들이 만든 결혼 장려 영상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배우들의 명연기만큼은 아깝지 않았던 ‘아는 와이프’ 후속으로는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이 오는 10월 3일 오후 9시 30분부터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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