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싱글 ‘DOWN’으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는 평을 얻고 있는 가수 제시. / 사진=장한 작가
싱글 ‘DOWN’으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는 평을 얻고 있는 가수 제시. / 사진=장한 작가
가수 제시는 미디어에서 보이는 이미지보다 훨씬 더 단단한 사람이었다. ‘센 언니’라는 단순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진심과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동시에 배어 나왔다. 이러한 자신감은 18살에 데뷔한 이후 10년이 걸려 빛을 보기까지 그를 지탱해준 힘이기도 했다. 제시는 “돈을 벌지 않을 때든, 벌 때든 전 늘 똑같았다. 활발했고, 강하다고 생각했고, 스스로를 최고라고 여겼다”고 밝혔다. 제시의 당당함은 사람들에게 영감이 됐고, 팬들을 사로잡았다. 제시는 앞으로도 “항상 나답게 살고 싶다”며 자신의 느낌을 믿고 발전과 도전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10. 요즘 여러 축제 현장에서 많이 보여요. 바쁜 일상 속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지키는 편인가요?
제시: 저는 워커홀릭이에요. 일을 안 할 때도 찾아서 일을 하는 편이라 혼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휴식을 취하고, 균형을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운동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 같아요.

10. 이번 싱글 ‘Down’ 활동을 통해 보여준 탄탄한 몸매도 운동으로 가꾼 건가요?
제시: 7개월 동안 매일 운동했어요.(웃음) 다리 운동만 세 시간을 했죠. 원래 마른 체질이라 운동을 7년간 안 하다가 정식으로 시작했어요. 단, 먹고 싶은 음식은 다 먹었고, 요즘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운동하고 있어요. 근육이 잘 붙는 몸이라 부모님께 감사해요. 하하.

10. 싱글 ‘Unpretty Dreams’ 이후 ‘Down’으로 그레이와 두 번째로 곡을 작업하게 됐어요. ‘Down’의 작업 배경을 설명해준다면요?
제시: 작업은 지난해 11월쯤부터 시작됐어요. ‘Down’의 비트는 그레이 오빠도, 저도 원래 하지 않았던 스타일이라 끌렸어요. 그레이 오빠와는 친한 사이라 곡을 같이 만드는데, 제가 멜로디를 만든 후에는 얼른 내고 싶었어요. 그런데 비트를 들으면 들을수록 바닷가가 느껴져서 조금 더 날씨가 더워지면 내자고 일정을 미뤘죠.

10. 발매를 오래 기다렸는데 결과적으로 만족하나요?
제시: 4월까지 연기한 다음에도 3개월이 걸렸으니 진짜 많이 기다렸죠.(웃음) 다른 느낌의 노래에 도전했기 때문에 만족해요. 팬들도 좋아하고, 행사에 갔을 때는 관중들도 따라 불러줘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느껴요. 정말 고마워요.

10. 뮤직비디오 속 뜨거운 여름 휴양지 느낌도 곡과 잘 어울렸어요.
제시: ‘Down’은 신기하게도 새로운 시도들이 조화롭게 맞물린 곡이에요. 뮤직비디오도 원래는 미국 LA에서 찍으려고 했는데 막판에 발리로 촬영 장소가 바뀌었어요. 발리에 폐비행기들이 모인 장소가 있어서 더 어울렸던 것 같고, 뮤직비디오 감독님(August Frogs)도 색다른 도전을 했다고 했어요.

10. ‘Down’의 작사 크레딧에는 래퍼 더블케이도 이름을 올렸던데요.
제시: 저는 처음에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영어 가사를 붙여요. 그래서 그 가사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한데, 친한 더블케이 오빠한테 많이 물어봐요. 더블케이 오빠는 한국어, 영어 둘 다 할 수 있거든요. ‘Down’은 영어 가사가 너무 어렵게 나왔어요. 그래서 간단한 은유들로 바꿔서 사람들을 상상하게 만들어보자고 방향을 잡았어요. 사랑 노래처럼 쓰여졌지만 곡을 듣고 뮤직비디오를 보면 여러 갈래로 상상할 수 있도록요.

10.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시: 미국에서 사실 러브콜이 많이 와요.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미국에서 정식으로 데뷔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싸이 선배가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강남스타일’을 짓지 않았는데도 미국 전역에 알려진 것처럼요. 언젠간 저도 때가 오겠죠. 지금은 제가 한국에 살고 있으니까 한국에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요.(웃음)

10. 국내에서는 여성 래퍼로서, 가수로서 충분히 빛을 발하고 있으니까요.
제시: 지금처럼 제가 사랑받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어요. 데뷔를 2005년에 했거든요. 그동안 ‘나는 왜 안 되지’라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독립적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했어요. 제 성공이 누가 만들어준 것이 아닌 이유에요.

‘센 언니’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제시. / 사진=장한 작가
‘센 언니’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제시. / 사진=장한 작가
10. ‘센 언니’가 어려움을 대처했던 방법이 궁금해지네요.
제시: 힘든 시간을 겪지 않으면 누구든 성장할 수 없어요. ‘센 언니’라는 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저는 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나는 강해. 강하니까 이겨낼 수 있어’라고 생각했어요. 긍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면 다 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힘들 때가 있어요. 가족들도 보고 싶고, 관두고 싶은 순간도 찾아오더라고요. 그래도 열다섯 살 때 음악을 시작해서 그 모든 어려움을 겪고 여기까지 왔는데 제 자신과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10. 호현주(제시의 본명)라는 사람과 가수 제시는 많이 다른가요?
제시: 인간 호현주가 무너지면 무대 위의 제시에도 영향이 많이 가요. 그래서 항상 제 자신을 최고라고 생각해요.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면 무엇이든 더 많이 해낼 수 있거든요. 주변 사람들한테도 항상 ‘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면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고 말해줘요. 저를 보세요. 데뷔 후 지금까지 13년이 걸렸잖아요.(웃음) 사람마다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10.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와 같은 예능에서 보고 싶어하는 팬들도 있어요.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3은 어떤가요?
제시: 얼마 전에 오랜만에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감독님을 만나기는 했어요.(웃음) 하지만 이뤄야 할 제 꿈들이 있어서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지금은 음악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무대 위에 서는 것이 정말 좋거든요. 예능을 한창 나갈 때는 잠도 잘 못 자고 촬영할 때가 많아서 음악에 대한 제 시선이 흐트러져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좀 쉬면서 제 자신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그 이후에 낸 앨범이 EP ‘Un2verse’였어요.

10. 댓글이나 반응은 살펴보는 편인가요?
제시: 댓글은 요즘 안 봐요. 제 SNS만 주로 보는 편이에요. SNS에서 팬들이 보내주는 피드백 중 ‘한국에 와줘서 고맙다’란 말이 있었는데 감동 받았어요.

‘제비’를 “가족”이라고 부르며 각별한 팬 사랑을 보여준 제시. / 사진=장한 작가
‘제비’를 “가족”이라고 부르며 각별한 팬 사랑을 보여준 제시. / 사진=장한 작가
10. 여성 팬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시: 여성들이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어요. 한 번 밖에 안 사는데 멋있게 살아야죠. 당당해지지 않으면 자기만 힘들어질 뿐이에요. 그리고 자기만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벙어리처럼 있으면 아무도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요.

10. 제시의 팬클럽인 ‘제비’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제시: 제비들은 제 가족과 마찬가지에요. 그들이 없으면 지금의 저도 없어요. 이 자리를 빌어 제비들에게 사람으로서 절 좋아해 줘서 고맙다고 하고 싶어요. 제비들이 항상 자신있게, 그들답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 스스로가 그렇게 살고 있거든요. ‘나는 항상 나답게 살고 싶다’는 제 생각을 담아 ‘나답게’라고 문신을 새긴 이유이기도 해요. 앞으로도 제가 더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발전할게요.

10. 새 EP나 정규 앨범 발매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제시: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음악을 포함해서 하고 싶은 것들이 굉장히 많아요. 연기를 포함해서요. 음악도 음악 방송 무대 위에 섰을 때나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연기가 필요로 하거든요. 기회가 온다면 미국에서 연기의 꿈을 펼쳐보고 싶어요. ‘툼레이더’나 ‘어쌔신’ 같은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잘 되든, 안 되든 도전 자체가 의미있을 것 같아요.

10. 앞으로 또 어떤 음악을 기대해볼 수 있나요?
제시: 다음 신곡도 신선할 거에요. 음악을 오래 하다보니 겁이 없어졌어요.(웃음) 그래서 누가 뭐래도 전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 해 나갈 거예요.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