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첫 정규 앨범 ‘Lucy In The Sky’를 발매한 제이문. / 사진제공=프리마뮤직
첫 정규 앨범 ‘Lucy In The Sky’를 발매한 제이문. / 사진제공=프리마뮤직
제이문은 기준에 자신을 옭아매지 않는다. 그의 음악에서 랩은 하나의 도구로서 기능할 뿐이다. 재즈 피아노를 전공한 그는 랩과 보컬, 피아노, 기타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의 앨범 단위 작품에서 장르를 뛰어넘은 상상력과 일관성이 더 돋보이는 이유다.

데뷔 후 약 6년 만에 처음으로 발매한 정규 앨범 ‘Lucy In The Sky’에도 예상을 뒤엎는 발상이 넘실댄다. 그 속에서 반짝이는 재치가 좋은 음악을 찾아 헤매는 방랑자들을 달빛처럼 조용하게 비춘다. 문지원 씨(제이문의 본명)는 그렇게 음악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4번 트랙 ‘김기리스킷’ 中)

10. 첫 트랙 ‘Lucyd Dream’을 기침 소리로 시작했는데.
제이문: 곡을 설계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현장감이 있는 요소를 넣어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 밴드 슈퍼올가니즘(Superorganism)처럼 얼음이 부딪치는 소리를 악기처럼 쓴다든가 하는 기법에 영감을 받았던 것 같다. ‘Lucyd Dream’을 만들 당시 정말 감기에 걸렸기도 했고.(웃음)

10. ‘Lucyd Dream’은 자각몽이라는 뜻을 가진 ‘Lucid Dream’과 동일하게 발음된다.
제이문: 순간순간의 감정들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정신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느꼈다. 마치 자각몽을 꾸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꿈을 꾸는 것처럼 현실을 살았으면, 혹은 현실을 꿈처럼 받아들이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Lucyd Dream’이라고 지었다.

10. 이번 앨범은 이야기와 메시지가 또렷한 것 같다.
제이문: 이야기의 흐름이 앨범을 만드는 기준이었다. 존경하는 아티스트인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 “힙합에서 모든 일이 진짜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동의한다. 소설을 쓰듯 문학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앞 트랙들에서 꿈처럼 살다가, 현실에 대항하기도 하다가 ‘잠수우우함’에서는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귿모닝’에서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쉴 수 있는 ‘불’ 같은 곡이 등장하는 흐름으로 트랙리스트가 완성됐다.

10. 두 번째 곡 ‘Lucy In The Sky’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트랙이었다.
제이문: 비틀즈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 영감을 받아 쓴 곡이다. 이 곡은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이 앞, 뒷부분을 나눠 작곡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Lucy In The Sky’도 이질적으로 구성했다. 단순한 베이스에 방방 뛰는 랩으로 시작하다가 보컬이 나오는 훅(Hook) 부분에서는 공간감을 벌려주면서 아름다운 느낌을 줬다.

10. 그렇게 구성한 이유는?
제이문: 창의성을 강조한 이 곡을 들으면서 사람들이 각자 가진 사고방식을 깼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들었다. 보다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촉진제가 됐으면 했다.

‘Lucy In The Sky’ 재킷 커버 이미지. / 사진제공=프리마뮤직
‘Lucy In The Sky’ 재킷 커버 이미지. / 사진제공=프리마뮤직
10. 첫 정규 앨범을 만들면서 어떤 걸 하고 싶었나?
제이문: ‘도시’‘나만의 작은 공간’‘밤’‘달빛’이라는 상징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달빛 중에서도 세상이 가장 어두울 때 은은하게 비춰줄 수 있는 달빛이다. 이 상징들은 내 삶에서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나는 실제로 밀도 높은 도시에 살고 있고 나만의 공간에 있을 때, 주로 밤에 달을 보면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10. 하고 싶었던 건 다 했나?
제이문: 하고 나니 일단은 후련한데 하고 싶은 것들이 또 생겼다. 힙합은 나와 오랫동안 함께 한 장르이지만 알앤비나 네오 소울, 재즈도 좋아하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를 더 접목해보고 싶다.

10. ‘김기리스킷’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제이문: 원래 김기리 형이랑 친분이 있었고 앨범 기획 단계부터 ‘김기리스킷’이라는 트랙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디어를 주자 형이 대본도 더 짜임새있게 만들어줬다. 스킷(skit, 짧은 상황 연출)에 나오는 라디오 제목 ‘아름다운 사람’도 형의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틀만 잡힌 상태에서 애드리브로 연기해가면서 녹음했다. 방방 뛰는 느낌부터 차분한 분위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 이 앨범을 이 스킷이 잘 표현해주고 있다.

10. 스킷처럼 음악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고 실제로 생각하나?
제이문: 실제로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 스킷의 콘셉트가 웃길 뿐, 진실에 가까운 생각이다.(웃음)

10. 스킷에서는 ‘꼰대’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이유는?
제이문: 그저 즐겁고 자유롭게 살고 싶을 뿐인데 ‘이건 안돼’‘저건 안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이런 음악을 해야 해’라고 구분짓는 사람이나 대중의 시선도 존재한다. 열린 마음을 갖고 유연한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소소한 반항을 해 봤다.

제이문이 첫 정규 앨범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감성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 만족스럽다는 ‘Lucy In The Sky’의 이미지. / 사진제공=프리마뮤직
제이문이 첫 정규 앨범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감성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 만족스럽다는 ‘Lucy In The Sky’의 이미지. / 사진제공=프리마뮤직
10. 다른 아티스트들과도 음악 작업을 했나?
제이문: (양)홍원이나 자메즈 형, 기리보이 형과도 같이 하려고 했다. 그러나 후반부에 앨범 구성을 조금씩 고쳐나다가 보니 예정된 트랙들이 앨범과 맞지 않는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후 다음에 작업을 같이 하기로 했다.

10. 새롭게 만나보고 싶은 아티스트들은?
제이문: 작곡가, 프로듀서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다. 특히 유희열 선배를 감성 변태라 상당히 좋아한다.(웃음) 서사무엘도 굉장히 좋아하는 아티스트다.

10.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보니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도 빈번할 것 같다.
제이문: 가끔 건반으로 참여할 일이 있다. 자메즈 형, 더콰이엇 형과도 작업을 같이 한 적이 있고 최근에는 젝스키스의 정규 5집 ‘ANOTHER LIGHT’의 ‘다신’이라는 곡에 참여했다. ‘다신’은 소속사 프리마뮤직의 프라임보이가 쓴 곡이어서 도움 요청을 받았다.

10. 3번 트랙 ‘Rockstar FlyJay’에서 한요한, 비트메이커 수원시티보이(Suwoncityboy)와의 만남은 특히 더 좋았다.
제이문: 마치 우주로 인간을 보내버리는 듯, 조금은 괴짜 같은 느낌을 넣고 싶었다. 요한 형에게 기타로 레이저를 쏴달라고 부탁하니 원했던 느낌 그대로 덧입혀줬다.(웃음)

10. 이번 앨범을 만들 때 어려운 점은?
제이문: 기획·제작(A&R)을 직접 했고 정규 앨범이다 보니 어려운 점도 많았다. 하지만 스타일리스트들과 의상을 구하러 같이 돌아다니며 콘텐츠를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었다. 앞으로 앨범 제작에 더 참여하고 싶어 사진, 영상, 패션 등 다른 장르의 예술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10. 또 기획하고 있는 콘텐츠가 있는지?
제이문: 오는 23일 아시안 체어샷과 같은 밴드들과 함께 클럽에서 공연을 한다. 래퍼는 나밖에 없다. 앞으로도 이처럼 재즈클럽이나 제비다방과 같은 카페, 바와의 협업 공연을 많이 열어보고 싶다.

10.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제이문: EP도 발매 예정이고, 믹스테이프 작업은 꾸준히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싶다. ‘래퍼들은 랩만 하는 것이 좋다’라는 인식이 있으나 나는 조금 다르다. 내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 랩이라는 악기가 있고 피아노라는 무기가 있다. 나는 프로듀서이면서 믹스 엔지니어이고 래퍼다. 그래서 듣는 사람들도 ‘제이문에게 여러 역할이 있어서 이런 음악이 나왔구나’하고 편하게 내 음악을 즐겨줬으면 한다. 그 음악이 바로 내 정체성이니까.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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