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故 조민기
故 조민기
사회 전반에 ‘미투 운동’이 확산되며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조민기가 9일 사망했다.

조민기는 이날 오후 4시쯤 서울 광진구 구의3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옆 창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조민기의 아내가 처음 그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조민기는 구조대원들에 의해 건국대학교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조민기는 지난 2월 20일 익명의 게시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청주대 교수였던 배우가 몇 년 동안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교수직을 박탈당했다”고 폭로하면서 ‘미투’의 가해자로 떠올랐다. 청주대는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조민기는 명백한 루머라며 해명을 담은 입장문을 내놨다. 그러나 다음날 신인 배우 송하늘이 실명으로 조민기의 성추행을 또다시 폭로했고, 이후 피해 학생들과 목격자들이 미투에 잇달아 동참하며 조민기는 범죄자로 낙인 찍혔다.

조민기는 피해 여성과 SNS를 통해 음담패설 수준의 대화를 나눈 것까지 폭로되면서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소속사는 그와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결국 그는 2월 27일 “모든 것이 내 불찰이다. 자숙하며 살겠다”고 사과문을 내놨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조민기를 형사 입건하고 오는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었다. 조사를 앞둔 그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조민기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다.

조민기의 사망 소식에 누리꾼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책임감이 없다” “동정 여론이 생길까 걱정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강하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충격이다” “미투가 조민기를 사망으로 몰고 간 것은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다. 애써 용기를 냈던 피해자들이 또 다른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2차 피해가 우려된다.

많은 누리꾼들의 우려처럼 조민기의 사망이 미투 확산을 저지하는 계기로 작용하진 않을지 걱정된다. 미투 운동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계속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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