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영화 ‘사라진 밤’에서 형사 우중식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상경/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사라진 밤’에서 형사 우중식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상경/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가 참 잘 나왔어요. 시나리오부터 완성도가 높았는데 오랜만에 관객들이 스릴러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가 탄생한 것 같습니다. 최근 스릴러 장르 영화가 많이 나오지 않았는데 ‘사라진 밤’을 통해 장르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배우 김상경은 인터뷰 내내 자신이 출연한 영화 ‘사라진 밤'(감독 이창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라진 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사체보관실에서 사라진 사체를 두고 벌이는 단 하룻밤의 강렬한 추적 스릴러다. 지난 7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김상중은 극 중 베테랑 형사 우중식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중식 캐릭터의 느낌이 좋았어요. 중식을 통해 이야기를 따라가게 됐죠. 그리고 영화가 국과수에서 하룻동안 벌어지는 일을 다뤘는데 배우로서 흥미가 생겼어요. 시나리오를 많이 읽다 보면 20페이지 정도 봤을 때 뒷부분이 쉽게 예상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시나리오 중간 중간 속임수가 될 만한 장치들도 잘 설정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라진 밤’은 이창희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 감독은 신인 감독답지 않게 기발한 각본과 과감한 연출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상경은 지금까지 여러 신인 감독들과 작업해왔지만 이 감독은 조금 특별했다고 한다.

“이창희 감독은 자기 생각이 아주 명확해요. 내가 연차가 높고 나이가 많은 선배인데도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죠. 또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아서 자기 생각을 바꾸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그런 부분을 보고 ‘이 영화를 잘 찍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오랜만에 괜찮은 신인 감독이 나온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기대돼요.”

김상경은 이 감독 뿐 아니라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 김희애에 대해서도 극찬했다. 극 중 사체보관실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아내 윤설희 역을 맡은 김희애는 출연 분량은 적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한다. 스릴러 장르 영화에서 긴장감을 자아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사실 영화에서 김희애 선배와 만나는 장면이 없어요. 그런데 처음 김희애 선배에게 제안이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작사 쪽에 ‘김희애 선배가 안 하면 나도 안한다’고 얘기했죠. 그만큼 김희애 선배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윤설희 캐릭터를 김희애 선배가 연기함으로서 무게감이 더해졌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의문을 가지게 하죠. 저는 김희애 선배 덕분에 영화의 색깔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영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김상경/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대로 된 영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김상경/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김상경은 1998년 데뷔 이후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사극, 스릴러, 코미디 할 것 없이 다채로운 장르를 소화해온 그에게 “앞으로 또 어떤 장르와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나?”라고 묻자 주저 없이 “멜로”라고 답했다.

“제가 ‘살인의 추억’을 찍을 때만 해도 나이에 4라는 숫자가 들어가면 주인공을 못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40~50대 배우들이 주로 주연을 맡고 있죠. 그런 면에서 40대의 멜로는 한번 해보고 싶어요. 미남 계열 스타로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 주변에 있을 거 같은 소시민의 멜로가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 많은 사람들이 악역을 한 번 해보는 건 어떠냐는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밑도 끝도 없는 악역은 진짜 힘들 것 같아요. 역할을 맡으면 확 몰입하는 스타일이라 몇 달 동안 그 인물로 산다면 피폐해지고 엄청 힘들 것 같습니다.”

김상경은 연기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능력을 선보였다. 2014년에는 시사 프로그램 KBS2 ‘공소시효’의 진행을 맡았고 최근에는 SBS 파워FM ‘씨네타운’ 스페셜 DJ로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단순히 프로그램 출연에 그치지 않고 제작 욕심까지 드러냈다.

“라디오 PD들이 저를 너무 좋아해요. 하하. 제가 봐도 진짜 잘 떠드는 거 같아요. 예전에 이현우 씨 대신 2주 간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공부가 많이 됐죠. 라디오는 라이브의 맛이 좋아요. 그리고 제대로 된 영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단순하게 영화를 소개하는 것만이 아니라 영화계의 현실이라든가, 진짜 영화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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