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에 출연하는 배우 김찬호(왼쪽), 간미연 / 사진제공=알앤디웍스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에 출연하는 배우 김찬호(왼쪽), 간미연 / 사진제공=알앤디웍스
다른 이의 감정이나 의견을 이해하는 것을 두고 ‘공감’이라고 한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연출 오루피나)는 공감으로 시작해 공감으로 끝난다.

지난 14일 서울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막을 올린 ‘아이 러브 유’는 1996년 미국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미국에서는 ‘아이 러브 유, 유아 퍼펙트, 나우 체인지(I Love You, You’re Perfect, Now Chang)’라는 제목이었지만 2004년 한국으로 가져온 제작사 알앤디웍스는 간결하게 ‘아이 러브 유’만 살렸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총 2막 19장으로 구성됐다. 각기 다른 20여 개의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 형식이다. 줄거리는 없지만 주제는 있다. 10~15분 분량의 이야기들은 등장인물, 연령, 국적, 시대, 사건 등이 모두 다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으로 관통한다.

사랑을 첫 만남부터 연애, 결혼, 권태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가슴 떨리는 핑크빛이 아니라 결혼을 고민하는 상황, 결혼 후 육아에 지쳐 권태기를 맞은 부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매우 현실적이다. 어떤 나이대의 관객이라도 공감할 수 있다. 2011년 공연 이후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며 달라진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다. 유행어를 적절히 살리고, SNS로 대화하는 시대 현상을 녹여 한층 우리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오루피나 연출가는 “각색하면서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 원작은 메시지가 아니라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SNS에 글과 사진을 올리는 게 유행인 한국의 상황을 넣어서 더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공연 중에서도 관객들에게 가장 큰 공감을 이끌어내는 에피소드”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에 출연하는 배우 송용진(왼쪽), 이정화 / 사진제공=알앤디웍스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에 출연하는 배우 송용진(왼쪽), 이정화 / 사진제공=알앤디웍스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에 출연하는 간미연(가운데) / 사진제공=알앤디웍스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에 출연하는 간미연(가운데) / 사진제공=알앤디웍스
시대와 국적이 달라도 변함없는, 아이를 향한 부모의 마음과 황혼을 맞은 부부의 일상, 더 예뻐지고 싶은 여자의 욕망 등은 세대를 따지지 않고도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4명의 배우가 나와서 저마다 다른 15명을 연기한다. 각양각색의 인물을 넘나든다. 매력적인 20대 여성에서 고요한 아침을 맞이하는 백발 노인으로 변하는 식이다. 전혀 다른 짧은 이야기가 흘러가는 만큼 자칫 정신이 없을 수도 있지만, 척하면 척인 배우들의 호흡으로 산만함을 극복한다.

한참을 웃기며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지만 어떤 작품보다 낭만적인 기분을 느끼게 한다.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따뜻한 한 마디를 건넬 수 있는 여유가 피어난다. 무엇보다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보듬어준다. 다른 상황의 연속이지만 에필로그에 이르면 어쩐지 하나의 이야기로 뭉쳐지는 듯하다. 손발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배우들의 연기가 한몫한다. 유연한 움직임으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송용진, 김찬호를 비롯해 출중한 가창력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 이정화, 기대 이상의 연기와 풍부한 성량을 보여주는 그룹 베이비복스 출신 배우 간미연까지 극을 잘 빚어냈다.

마지막에는 사랑의 법칙에 대해 읊는다. 오루피나 연출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네 명의 배우들은 원작의 제목과 같은 넘버(뮤지컬 삽입곡) ‘I Love You, You’re Perfect, Now Chang’를 부르고, “상처받을 걸 알면서 또 다시 사랑을 하네. 서로 맞춰가고 노력하며 살거라”고 강렬한 한마디를 던진다.

“어쩜, 내 이야기” “어머, 네가 한 말”이라고 하면서 즐겁고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공연이다. 내년 3월 1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