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눈을 덮을 듯한 은빛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서 다정하게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종종 아재 매력을 뽐내거나 유쾌한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반전 매력에 반했다고 하니 “그런 좀 주변에 알려달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28년 차 배우. 하지만 아직도 새 영화를 선보일 땐 두근두근 떨린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땐 영화 속 캐릭터가 된 듯 몰입했다. 오는 11월 2일 개봉하는 영화 ‘침묵’에서 주인공 임태산 역을 맡은 최민식을 만났다.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의 이야기다. 최민식은 임태산 그 자체다. 모든 걸 잃을 위기의 순간을 맞으면서도 비즈니스적 사고가 돌아가는, 용의주도한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최민식은 착한 역인지 악역인지 확신할 수 없는 묘한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하며 명불허전의 연기를 보여준다. 극단적인 상황을 겪고 조금씩 변화하는 심리를 오롯이 눈빛으로 표현해내며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관객들이 열광하는 ‘눈빛’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최민식은 “내가 술을 많이 먹어서 게슴츠레한 건가”라며 웃었다.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갖고 연기해서 그런 걸까요. ‘악마를 보았다’의 장경철을 보면서 ‘어쩌다 그렇게 짐승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을까’라고 생각했죠. ‘특별시민’ 변종구를 보면서도 ‘애 쓴다, 애써’라고 했고요. 잘못된 사람들에 대한 합리화는 아니고요. 그들의 행위를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보게 돼요. 그런 마음들이 연기에도 묻어나는 것 아닐까요. 하하.”
최민식의 다채로운 눈빛 중에서도 약혼녀 역의 이하늬를 바라보는 멜로 눈빛이 특히나 반갑다. 최근 ‘명량’ ‘대호’ ‘특별시민’ 등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던 그다. 최민식은 “하늬 씨를 만나기 전엔 걱정이 앞섰는데…”라고 했지만 그 새 푹 빠진 모양이다.
“걱정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함께 연기를 하며 굉장히 놀랐죠. 요트 위에서 진행된 촬영에서 제가 ‘많이 부담스럽지?’라는 애드리브를 던졌는데, 그걸 완벽하게 받아냈어요. 임태산을 배려하면서도 그의 배려를 바라는 심리를 잘 표현했죠. 연기하는 동안 마음이 짠할 정도로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제가 하늬 씨의 운전기사 역할이라도…”
최민식은 이하늬 외에도 함께 연기한 후배들을 칭찬하는 데 열을 올렸다. “원래 이런 건 좀 낯간지러운데”라고 말을 흐리면서도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저는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모든 후배들과 호흡을 맞춥니다. 누구 하나 잘못하면 앙상블이 깨지고 신이 망가지죠. 하지만 아무도 열외 없이 완벽하게 연기해줬습니다. 아우들이 멋진 파도를 만들어줬고 전 그 위에 올라타면 됐죠. 제가 아우들의 덕을 많이 봤습니다.”
‘침묵’은 최민식과 정지우 감독이 1999년 ‘해피 엔드’ 이후 약 18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최민식은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긴 세월 동안 정 감독과 내가 계속 영화를 만들고 찍으며 살아오고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더라고요. 카메라 밖에서 분주한 현장을 바라보며 ‘아, 정말 감사한 순간이다’라고 느꼈죠.”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이 1700만 관객을 돌파해 현재 역대 국내 개봉작 중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최민식의 작품엔 항상 ‘1000만 영화’ ‘흥행 기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최민식은 “‘명량’ 땐 장군님 덕분에 호사를 누렸다. 흥행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소신을 지키려고 한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흥행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전 이기적으로 영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가변적인 관객들의 취향을 모두 맞출 수 없으니,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를 최선을 다해 표현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낍니다. 흥행을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미쳐야 합니다. 연기는 제가 미쳐서 하는 거예요.”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의 이야기다. 최민식은 임태산 그 자체다. 모든 걸 잃을 위기의 순간을 맞으면서도 비즈니스적 사고가 돌아가는, 용의주도한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최민식은 착한 역인지 악역인지 확신할 수 없는 묘한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하며 명불허전의 연기를 보여준다. 극단적인 상황을 겪고 조금씩 변화하는 심리를 오롯이 눈빛으로 표현해내며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관객들이 열광하는 ‘눈빛’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최민식은 “내가 술을 많이 먹어서 게슴츠레한 건가”라며 웃었다.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갖고 연기해서 그런 걸까요. ‘악마를 보았다’의 장경철을 보면서 ‘어쩌다 그렇게 짐승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을까’라고 생각했죠. ‘특별시민’ 변종구를 보면서도 ‘애 쓴다, 애써’라고 했고요. 잘못된 사람들에 대한 합리화는 아니고요. 그들의 행위를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보게 돼요. 그런 마음들이 연기에도 묻어나는 것 아닐까요. 하하.”
최민식의 다채로운 눈빛 중에서도 약혼녀 역의 이하늬를 바라보는 멜로 눈빛이 특히나 반갑다. 최근 ‘명량’ ‘대호’ ‘특별시민’ 등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던 그다. 최민식은 “하늬 씨를 만나기 전엔 걱정이 앞섰는데…”라고 했지만 그 새 푹 빠진 모양이다.
“걱정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함께 연기를 하며 굉장히 놀랐죠. 요트 위에서 진행된 촬영에서 제가 ‘많이 부담스럽지?’라는 애드리브를 던졌는데, 그걸 완벽하게 받아냈어요. 임태산을 배려하면서도 그의 배려를 바라는 심리를 잘 표현했죠. 연기하는 동안 마음이 짠할 정도로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제가 하늬 씨의 운전기사 역할이라도…”
“저는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모든 후배들과 호흡을 맞춥니다. 누구 하나 잘못하면 앙상블이 깨지고 신이 망가지죠. 하지만 아무도 열외 없이 완벽하게 연기해줬습니다. 아우들이 멋진 파도를 만들어줬고 전 그 위에 올라타면 됐죠. 제가 아우들의 덕을 많이 봤습니다.”
‘침묵’은 최민식과 정지우 감독이 1999년 ‘해피 엔드’ 이후 약 18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최민식은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긴 세월 동안 정 감독과 내가 계속 영화를 만들고 찍으며 살아오고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더라고요. 카메라 밖에서 분주한 현장을 바라보며 ‘아, 정말 감사한 순간이다’라고 느꼈죠.”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이 1700만 관객을 돌파해 현재 역대 국내 개봉작 중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최민식의 작품엔 항상 ‘1000만 영화’ ‘흥행 기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최민식은 “‘명량’ 땐 장군님 덕분에 호사를 누렸다. 흥행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소신을 지키려고 한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흥행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전 이기적으로 영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가변적인 관객들의 취향을 모두 맞출 수 없으니,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를 최선을 다해 표현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낍니다. 흥행을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미쳐야 합니다. 연기는 제가 미쳐서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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