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사진=SBS ‘귓속말’ 방송화면 캡처
사진=SBS ‘귓속말’ 방송화면 캡처
‘귓속말’이 8회만에 시청률 16%를 돌파했다. 첫회부터 지금까지 월화극 시청률 1위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데는 시원한 전개만큼이나 시원한 대사들 또한 한몫했다는 평이다.

19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 8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1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7일 방송된 7회보다 1.1%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귓속말’은 드라마 ‘태왕사신기'(2007) ‘추적자'(2012) ‘황금의 제국'(2013) ‘펀치'(2014) 등 권력의 암투를 촌철살인 대사로 풍자 및 표현해 낸 박경수 작가의 2년 만의 복귀작이다. ‘사회를 가지고 노는’ 박경수 작가 특유의 필력은 ‘귓속말’에서도 건재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한국 사회 뿐만 아니라 탄핵 정국까지 이르게 된 현 시국까지 대사에 녹여내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귓속말’에서 박경수 작가의 어법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 바로 풍자, 은유, 반전이다.

1회부터 박 작가는 ‘악은 성실하다’라는 대사로 부패와 비리로 병든 현 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악은 성실하다’라는 대사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말했던 “불법은 성실하다”를 연상케 해 또다른 재미를 안겼다.

박경수 작가의 은유법이 돋보인 회는 2회였다. 박 작가는 다이아몬드와 핵의 특징으로 등장 인물들의 심리적 상황을 예리하게 은유했다. 2회에서 법률회사 태백의 꾀임에 넘어갈 것인지 고민하는 이동준(이상윤)에게 동준의 아버지 이호범(김창완)은 “다이아몬드는 2캐럿이 나오면 9할은 버린다더구나. 뭘 버려야 될지 뭘 남겨둬야 될 지는 네가 결정해라”라고 말하며 다이아몬드가 박힌 넥타이 핀을 꽂아준다.

이어 이동준은 자신과의 동침 동영상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신영주(이보영)에게 “핵은 보유했을 때 공포를 주지. 사용했을 때 서로가 공멸한다는 걸 잘 알텐데”라고 말한다. 백마디 말보다 한 마디 은유가 통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사의 활용법이었다.

반전의 어법은 박 작가가 가장 잘하는 것이자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7회에서 악의 덫에서 벗어난 이동준이 “전 정의가 없는 힘을 버리고 힘이 없는 정의를 선택하는 겁니다”라고 말하거나, 8회에서 궁지에 몰린 최수연(박세영)이 이동준과 신영주에게 “당신들이 원하는 건 진실. 내가 원하는 건 안전”이라고 말하는 장면들이 그 예다.

8회에서는 단순히 반전 어법을 대사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 반전된 상황에 다시 씀으로써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더했다. 8회 초반, 강정일 변호사를 위협에 빠뜨릴 수 있는 힘을 얻었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있는 신영주는 이동준에게 “살아온 날이 달라서 그런가. 이동준 씨는 최선을 준비하고 난 최악을 준비하네”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극 후반, 다시 신영주와 그의 아버지 신창호(강신일)가 불리해진 상황에서 당황하는 신영주에게 이동준은 “이게 최선입니다. 최악은 피해야죠”라고 말하며 그를 안심시키려 한다. 등장인물 개개인에게 최선과 최악이 뒤집힌 상황에서 이들이 내뱉는 대사는 빠르게 바뀌는 전개만큼이나 보는 이들에게 흥미를 더해줬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박경수 작가의 대사가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 측면에서도 발전한 양상을 띈다”며 “박 작가의 전작에서는 대사에 의미를 과잉 부여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귓속말’에서는 대사에 상당히 힘을 뺀 가운데, 결정적인 순간에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한 대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그런 점이 시청자들과 보다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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