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김과장’에서 열연한 배우 이준호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KBS2 ‘김과장’에서 열연한 배우 이준호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라는 수식어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연기돌’이 있을까. 지난 2008년 그룹 2PM으로 데뷔한 이준호의 얘기다. 그는 2PM 활동은 물론, 2013년 영화 ‘감시자들’에서 다람쥐 역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이후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KBS2 ‘김과장’은 이준호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이준호는 중앙지검 범죄 수사부 검사였다가 TQ그룹 박현도(박영규) 회장의 스카우트로 TQ그룹 재무이사에 발탁된 서율을 연기했다. 분명 ‘악역’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중들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전형적 악역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누구보다 사악했고 김성룡(남궁민)과는 다소 유치한 기싸움을 벌였다. 윤하경(남상미) 앞에서는 모성애를 자극했고 이후 박회장의 배신 앞에선 짠 내까지 유발했다. 매회 빠지지 않고 ‘먹방’을 찍는 모습은 사랑스러울 정도였다. 이준호는 그렇게 전례 없는 매력적인 악역을 완성시켰다.

팬심으로 이준호를 만났다. 그는 연기적인 얘기에 진중하게 생각한 뒤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밝혔고 2PM 멤버들 얘기에 재치 있는 농담을 하며 편안한 인터뷰를 이어갔다. 때문에 그의 입에서 ‘절망’ ‘상처’라는 단어가 나왔을 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주 차분하고 담담하게 털어놓는 이준호의 ‘진심’.

10. ‘매력적인 악역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이준호: 안 해봤던 역할에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로 충분히 행복했는데 사랑까지 받아서 더없이 기쁘다. 사실 감독님과 스태프들은 서율 캐릭터에 나를 상상한 적이 없다고 했다. 캐스팅 디렉터가 내 이름을 꺼내자 ‘아! 준호!’라고 좋아했다고 들었다.

10. 서율은 다채로운 인물이었다. 연기를 위해 참고한 작품이 있나?
이준호: 어떤 것을 참고하면 그 매력에 사로잡혀 이상의 것을 못 할 거라고 생각한다. 가수 생활을 할 때부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차라리 나만의 것을 만들자고 생각한다. 아직 연기 수업을 받은 적이 없는데, 그 이유 역시 내가 가진 것만으로 어떤 연기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한계를 경험한 이후엔 수업을 받으며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10. 다양한 모습으로 사랑을 받았다. 먼저 남궁민과의 브로맨스.
이준호: 남궁민 선배랑 뽀뽀를 5~6번 했다. 첫 뽀뽀 이후 우리의 브로맨스에 더 불이 붙은 것 같다. 남녀커플도 아니고 남남커플이었는데도 예뻐해줘서 감사했다. 남궁민 선배와는 실제로 11살 정도 나이 차이가 나는데, 선배가 워낙 동안이라 그렇게 생각을 못 했다. 연기를 할 때도 편하게 대해줬다.

10. 먹방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먹소(먹보 소시오패스)’라는 수식어도 생겼다.
이준호: 날 불러주는 수식어가 있다는 게 감사했다. 그 단어로 인해 캐릭터가 더욱 확고해졌으니까. 서율의 먹방은 야망과 탐욕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도 눈치 없이 막 먹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대범한 성격이라는 거다. 물론, 먹는 연기를 실제로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턱을 그렇게 움직이는지 몰랐다. 집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대사를 하는 연습은 했었지만 거울을 볼 새는 없었다. 극을 보면서 오히려 먹는 법을 바꾸게 됐다.

10. 그렇게 먹으면서 수트핏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겠는데?
이준호: 핏보단 얼굴. 얼굴이 많이 붓는 스타일이다. 드라마 처음 시작한 이후 1~2달은 운동도 하고 1일1식도 하고 이동 중에도 절대 자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야겠더라. 이후엔 점차 풀어진 경향이 있다. 막 먹으면서 촬영했다.

KBS2 ‘김과장’에서 열연한 배우 이준호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KBS2 ‘김과장’에서 열연한 배우 이준호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연기돌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가수로서, 배우로서 모범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준호: 가수와 연기 활동 모두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한없이 도전하고 싶다. 예능 말곤 열심히 할 수 있다.(웃음) 데뷔 초에 예능에서 편집을 많이 당해서 상처가 컸다. 무대 위에서 존재감도 없는데, 예능에서도 짤리니 비참했던 기억이 난다.

10. 2PM 멤버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없다고 느꼈다고?
이준호: 물론 지금도 어리지만, 당시엔 그룹 내에서 많이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잘 없더라. 연기도 못했고 예능도 못했다. 할 수 있는 건 아크로바틱 댄스뿐이었다. 그런데 2012년에 어깨 부상을 당한 거다. 정말 절망적이었다. 병원에 일주일을 누워있으면서 별 생각을 다 했던 것 같다.

10. 어떻게 이겨냈는지.
이준호: 병원에 누워있을 때 영화 ‘감시자들’ 오디션을 보겠냐는 제안이 왔다. 퇴원하고 이틀 만에 팔에 깁스를 차고 오디션장에 갔다. 몸도 퉁퉁 부어있었고 연기도 분명 못 했을 거다. 그런 날 믿고 캐스팅해줬다. ‘감시자들’은 내 인생의 ‘신의 한 수’가 됐다. 같은 해에 일본에서 솔로로 컴백했고 투어도 했다. 2012년은 내 터닝 포인트다. 원래부터 절실한 마음이었는데, 부상 이후 조금 독해진 면이 있다.

10. 쉽게 털어버릴 상처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이준호: 멤버들에게도 힘들다는 말을 못 하고 혼자 앓았다. 아픈 내 자신이 원망스럽고 화가 나더라.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 연기가 좋았다. 고등학교도 유명한 연극부가 있는 데로 지원했고 그러던 중에 오디션을 통해 JYP에 들어왔다. 연습생 시절엔 실력이 늘지 않아 잘릴 뻔한 적도 있다. 눈칫밥을 많이 먹었다. 연습을 하고 싶어도 연습실이 부족해 밥을 굶거나 빨리 먹어야 했다. 한번은 밥을 급하게 먹다가 혀를 심하게 씹었다. 피를 많이 흘려서 흰밥이 빨갛게 변할 정도였다. 그래도 참고 연습실에 올라갔다. 17살이었다. 그렇게 절실했던 마음 때문에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틴 것 같다.

10. 그렇게 지금의 위치에 오른 만큼 스스로 지키는 신념이 있을 것 같다.
이준호: 조금 오글거릴 수도 있다.(웃음)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는 말만 믿고 살았다. 내가 진심으로 노력하면 언젠가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남에 대한 의식도 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노력을 했는데도 날 싫어한다면 ‘언젠가 통할 거다’라고 믿고 내 일에 더 신경을 쓴다. 과거엔 그런 것 때문에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이젠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

10. 힘든 시기에 이준호 옆을 지켜준 건 역시 2PM 멤버들 아닐까.
이준호: 청춘을 내내 2PM으로 살고 있다.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거다. 너무 많은 우여곡절을 함께 겪었다. 이후에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혀 2PM의 이름이 사라지더라도 우리끼린 영원히 2PM으로 남자고 약속했다. 사람을 만나면 ‘안녕하세요, 2PM 준호입니다’라고 인사하는 게 입에 뱄다.

10.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면?
이준호: ‘이만하면 됐지’라고 생각하는 게 싫다. 사실 힘이 드니 합리화시키기도 하지만 자존심이 상하더라. 뭐든지 도전해서 끝까지 잘해내고 싶다. 100%? 그런 한계치를 두고 싶지도 않다. 무조건 더 잘하고 싶다. ‘김과장’을 하면서도 아쉬운 점이 참 많았다. 김민상 선배(이강식 역)에게 내 능력이 부족해 답답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선배가 이런 얘길 해줬다. 70으로 시작해 70으로 끝나는 배우와 30으로 시작해 90으로 끝나는 배우가 있다고. 드라마 현장에선 전자를 택하는 게 맞다고. 그 역시 맞는 말이다. 내 자신을 달래가며 연기했다.

10. 전력을 다해 달리는 느낌이다. 도대체 언제 쉬려고.
이준호: 쉬고 싶을 때가 있긴 한데 막상 일을 생각하면 너무 좋은 거다. 찬성이가 취미 좀 만들라고 하던데 난 취미가 일이다. 심심하면 곡을 만들고 작품을 보면서 연습을 한다. 그게 내 생활이 됐다. 아직은 쉴 때가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달리고 싶다. 내가 날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KBS2 ‘김과장’에서 열연한 배우 이준호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KBS2 ‘김과장’에서 열연한 배우 이준호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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