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MBC ‘역도요정 김복주’ 스?컷 / 사진제공=초록뱀미디어
MBC ‘역도요정 김복주’ 스?컷 / 사진제공=초록뱀미디어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다. 서툴러서 더 아름다운, 반짝반짝 빛나는 시절이 있다. 가진 게 없어 두려울 필요 없고 뭐든 가질 수 있어 설레는 지금. 스물넷 청춘, 나는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이미 더없이 완벽하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역도요정 김복주’ 마지막 회의 마지막 내레이션이다. 청춘 드라마를 표방한 ‘역도요정 김복주’는 그 장르에 충실히, 16회 방영 내내 시청자들에 풋풋하고 빛나는 청춘을 선물했다. 시청률, 그 이상의 가치를 다했다.

‘역도요정 김복주’ 마지막 회 시청률은 5.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 마지막까지 동시간대 꼴찌를 면치 못했다. 그렇지만 의미는 있다. 첫 방송 시청률은 무려 3.3%이었다. 자체적으로는 2%P 가량 상승한 수치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시작부터 녹록치 않았기에, 이러한 변화가 더욱 의미 있다. 같은 날 지상파 3사 수목드라마가 동시 첫 방송한 가운데, SBS에 한류스타 전지현, 이민호, 스타작가 박지은이 힘을 합친 ‘푸른 바다의 전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 KBS2 역시 전 연령층에 사랑받을 수 있는 가족드라마 ‘오 마이 금비’를 내놓았다.

방영 전부터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역도요정 김복주’가 약세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더욱이 이성경(김복주 역)과 남주혁(정준형 역)은 지상파 주연으로는 첫 데뷔였다. ‘역도요정 김복주’는 기대받지 못한 작품이었다.

MBC ‘역도요정 김복주’ 스틸컷 /사진제공=초록뱀미디어
MBC ‘역도요정 김복주’ 스틸컷 /사진제공=초록뱀미디어
그러나 뚜껑을 연 ‘역도요정 김복주’는 생각보다 훨씬, 그 속이 알찼다. 바벨만 들던 스물한 살 역도 선수 김복주가 첫 사랑을 만나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그리는 동시에 트라우마를 지닌 정준형이 김복주를 만나 상처를 치유 받는 과정을 그렸다. 더불어 체육대학을 배경으로 각 분야에 예비 국가대표들의 노력과 일상을 현실감 있으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내 호평 받았다.

뿐만 아니라 악역 없는 착한 스토리로 ‘힐링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정준형의 전 여자친구였던 리듬체조 선수 송시호(경수진)는 김복주를 질투해 그를 위기에 몰아넣기도 했지만, 그 역시 가난한 가정형편 속에서 운동을 계속 해야 한다는 속사정으로 연민을 불러 일으켰다. 이 외 극 중 김복주와 정준형을 둘러싼 모든 인물들이 이들의 성장을 돕고 또 함께 성장했다. 학업 취업 등으로 고된 삶을 사는 20·30 시청층에게는 시청하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작품이었다.

‘역도요정 김복주’ 마지막 회에서는 딸 바보 김창걸(안길강)이 정준형에게 “복주 어디가 좋냐”고 묻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정준형은 “복주는 따뜻하다”고 답했다. “복주가 친구랑 있을 때도, 복주가 아버님과 같이 있을 때도 복주가 역도할 때도. 복주는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것.

‘역도요정 김복주’ 역시 그랬다. 로맨스도, 성장도, 이 모든 게 서툰 청춘들의 이야기도, ‘역도요정 김복주’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따뜻했고, ‘역도요정 김복주’ 마니아 층에 그대로 전달됐다. 꼴찌로 시작해 꼴찌로 끝났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 같이 따뜻한 드라마를 더 많은 대중과 공유하지 못했다는 것. ‘역도요정 김복주’는 언제 보아도 치유 받을 수 있는 청춘 드라마로 오래 자리매김할 것이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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