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MBC ‘역도요정 김복주’ 이성경 스틸컷 / 사진제공=초록뱀미디어
MBC ‘역도요정 김복주’ 이성경 스틸컷 / 사진제공=초록뱀미디어
“‘역도요정 김복주’, 하기를 참 잘했다.”

‘모델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이제는 떼도 좋다. 모두가 안 된다 했던 일을 가능하게 만든, 배우 이성경의 이야기다.

이성경이 주인공 김복주 역을 맡아 열연한 MBC 수목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가 지난 11일 종영했다. 마지막까지 김복주는 씩씩했고 유쾌했고, 사랑스러웠다.

‘역도요정 김복주’는 바벨만 들던 스물한 살 역도선수 김복주가 첫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로맨스와 성장기를 그린 청춘 드라마다. 단연 김복주가 극을 이끄는 타이틀 롤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시작도 전에 의심의 벽에 부딪혔다. 역도선수 역에 캐스팅된 것이 다름 아닌 이성경이었기 때문. 이성경은 슈퍼모델 출신으로, 지난 2014년 SBS ‘괜찮아 사랑이야’를 하기 전까지 6년여 간을 모델로 살았다. 그는 언제나 마른 몸을 유지해야 했고 세련된 이미지를 고수해야 했다. 무거운 바벨을 번쩍 번쩍 들고 초등학교 동창생에게 ‘뚱’이라는 별명으로 불려야 하는 김복주는 이성경에게 맞지 않은 옷처럼 보였다.

우려는 방송 1회 만에 불식됐다. 이성경은 김복주를 소화하기 위해 체중 관리에 힘썼다. 첫 방송 당시 바벨을 들어 올리느라 힘이 들어간 이성경의 팔과 허벅지에 자리잡힌 탄탄한 근육에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MBC ‘역도요정 김복주’ 이성경 스틸컷 / 사진제공=초록뱀미디어
MBC ‘역도요정 김복주’ 이성경 스틸컷 / 사진제공=초록뱀미디어
씩씩한 체대 소녀로서의 연기도 완벽히 해냈다. 그간 SBS ‘괜찮아 사랑이야’, ‘닥터스’, tvN ‘치즈인더트랩’ 등에서 선보인 까칠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완벽히 벗었다. ‘역도요정 김복주’ 속 이성경은 친구들과 “스웨그(Swag)”를 외치고, 후배들에게 고기 먹는 순서를 열변하는 김복주, 그 자체였다. 볼이 터지도록 음식을 집어넣고 매일 야구 점퍼에 트레이닝 복을 입는 소탈한 매력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극의 중심이 되는 인물로서 감정 연기도 나무랄 데 없었다. 극 중 김복주가 비만 클리닉 의사인 정재이(이재윤)를 짝사랑하며 느낀 희노애락, 초등학교 동창이자 앙숙인 정준형(남주혁)에게 서서히 이끌리는 모습, 또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연애의 서툰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역도요정 김복주’ 방송 후에는 김복주의 감정과 행동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온라인에 줄을 이었다.

마지막 회까지 이성경은 김복주다웠다. 이날 김복주는 세계선수권대회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국가대표가 됐다. 탄탄대로 끝에 대학 졸업까지 하게 된 그는, 졸업 연례 행사인 ‘역도부 런웨이’에 참가했다. 이성경은 모델 경력을 살린 파워풀한 워킹에 김복주의 귀엽고 유쾌한 매력을 더한 포즈로 웃음을 자아냈다.

김복주가 사랑과 우정을 통해 성숙하고 마침내 태릉선수촌 입성에 성공한 것과 같이, 배우 이성경도 ‘역도요정 김복주’의 김복주를 통해 성숙하고 마침내 차기작이 기대되는 배우로 꼽히는 것에 성공했다. 이제 김복주를 벗은 이성경이, 또 어떤 새로운 캐릭터를 제 옷처럼 소화해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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