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우사남’의 주역 김영광과 수애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KBS2 ‘우사남’의 주역 김영광과 수애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수애와 김영광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은 ‘우사남’이 남긴 선물이다. 수애는 허당기 다분한 인물로 매력을 발산했고 김영광은 아버지와 연하남을 오가는 극과 극의 연기로 여심을 자극했다.

지난 13일 KBS2 ‘우리집에 사는 남자(이하 우사남)’(극본 김은정, 연출 김정민)가 종영했다. 지난달 24일 첫 방송에서 9.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던 극은 이후 동시간대 방송에 밀려 3%대 시청률을 전전하며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극의 하락세와 달리 수애와 김영광은 매회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극중 홍나리(수애)는 죽은 엄마와 혼인신고를 한 탓이 자신의 연하 아빠가 된 고난길(김영광)을 맞았다. 초반 두 사람은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어딘지 허술한 모습으로 코믹한 부녀 케미를 뽐냈다. 특히 수애는 넘어지고 소리치고 분노하고 술주정 등을 하는 모습으로 허당기 다분한 홍나리를 완성했다.

수애는 앞서 SBS ‘야왕’·‘가면’ 등 다소 어둡고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왔을 뿐 아니라 드레스와 잘 어울리는 단아하고 조신한 이미지 덕분에 ‘드레스애’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던 바. 그런 그가 기존 이미지를 벗고 마음껏 망가지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마냥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수애는 극중 고난길을 사랑하게 됐지만 그를 위해 부녀관계를 무를 수 없는 현실에 속앓이를 하는가 하면 몰랐던 가족의 비밀들이 드러나며 혼란에 빠진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지상파 첫 주연에 나선 김영광 역시 고난길과 혼연일체 된 연기를 선보였다. 고난길은 연하의 아버지로 등장했다가 점차 남자가 되는 인물. 그만큼 아버지·연하남·남자로서의 간극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김영광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고난길에 녹아들었다. 홍나리에게 접근하는 권덕봉(이수혁)에게 낮은 목소리로 “자네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시나?”라고 묻고, 어설프게 뒷짐을 지는 모습으로 폭소를 자아내는 한편, 홍나리와 연애를 시작한 뒤에는 연애 수칙을 가르치는 그 앞에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귀여운 매력을 발산했다. 필요한 순간엔 홍나리에게 먼저 다가가 키스했고, 위기의 상황에서는 위협적일 만큼 차가운 표정으로 카리스마를 뽐냈다.

‘모델 출신의 연기자’라는 타이틀에 가려져있던 김영광의 스펙트럼 넓은 연기력이 발산되는 순간이었다. 흥행에는 실패한 ‘우사남’이지만 그럼에도 수애와 김영광에게 주목해야 할 이유가 됐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