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줄 요약
독을 마시고 쓰러진 이영(박보검)을 보살피러 홍라온(김유정)은 의녀로 위장해 정약용(안내상)을 따라 궁에 들어오고, 깨어난 영은 어머니의 죽음과 자신의 독살 방법이 같다고 여겨 물증을 찾기 위해 애쓴다. 라온은 영은 옹주(허정은)와 함께, 과거 이영의 어머니가 남긴 편지를 찾게 된다. 김윤성(진영)은 라온을 구하려다 죽음을 맞게 되고, 김헌(천호진) 일당의 죄가 밝혀지고, 중전(한수연)은 폐위된다. 라온은 모든 죄에서 사면되고, 1년 후 영은 백성들의 곁에서, 라온의 곁에서 빛나는 왕이 된다.
리뷰
모로 가도 해피엔딩이면 되는 것이었을까. 의녀로 위장해서 궁으로 들어온 라온은 언제 들켜도 이상하지 않게 허술했고, 윤성의 허망한 죽음은 어딘가 모르게 작위적이고 그 또한 허술해 보였다. 라온을 지키다 죽어버린 윤성과 세자빈 자리를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게 된 조하연(채수빈)의 결말은 다소 아쉬웠으나 ‘영과 라온의 사랑, 세도가들에 대한 처벌, 그리고 성군으로 자리한 이영’이라는 가장 이상적인 해피엔딩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
초반 짜임새 있는 구성과 각색,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연출에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가히 폭발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시선을 강하게 끌었던 드라마는 마지막 회에 와서는 급하게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렇게 ‘이런 저런 일’들이 급하게 마무리되고, ‘꽃처럼 곱디고운 세자가 있었는데, 비록 세상 물정을 몰라 다소 성정이 괴팍하였으나,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세상에 다시없을 성군으로 거듭난다’는 라온이 쓴 ‘구르미 그린 달빛’의 내용처럼 그렇게 맺음하고 있었다. 어딘가 허전하고도 아쉬운 해피엔딩이었지만 이마저도 모두 덮어버린 것은 박보검의 연기, 끝까지 극 전체를 끌고 가는 박보검의 힘이었다고 해도 모자라지 않다.
뒤로 갈수록 존재감을 잃어간 라온은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랬기에 구름 속에서 빛나는 달, 백성과 함께인 왕 이영의 모습을 충분히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 역사와 또 원작 소설과 다르게 그려낸 드라마의 결말은, 실제로는 뜻을 펴지 못하고 단명한 효명세자를 그 누구보다도 단단한 왕으로 만들어냈다. 어쩌면 홍경래(정해균)와 영이 만들고 싶은 세상, 영이 되고자 했던 왕의 모습을 이루어냄으로써 아직 가지지 못한 세상에 대한 희망을, 바람을 잠시나마 갖게도 한다.
그래서 라온과 영의 관계가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저 코스모스가 흐드러진 들판을 배경 삼아 온전히 남자와 여자로 사랑하는 예쁜 둘의 모습으로 마무리 되었으니, 그걸로 된 게 아닐까 싶다. 어딘가 허전한 해피엔딩 후에 이 드라마 자체였다고 할 수 있을 아름다운 배우 박보검이 남았다.
수다포인트
-하지만 마지막 회보다 그 뒤에 이어진 별전에 더 힘이 실린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네요.
-김슬기 배우는 미래에서 온 고삼이 인가요?
-붉은 곤룡포 역시 잘 어울리십니다, 전하.
김지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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