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남과 북이 갈라진 지 벌써 60년이 넘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세대는 바뀌는데 분단의 아픔은 점차 희미해져가는 것이 현실이다. 김기덕 감독은 분단 66년을 맞이하게 된 지금도 이데올로기의 잘못된 대립으로 인한 개인의 아픔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영화 ‘그물’을 통해 지적하려고 한다. 전작보다는 한결 부드럽고 유쾌해진 방식이라 더욱 반갑다.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는 영화 ‘그물'(감독 김기덕)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김기덕 감독과 배우 최귀화·김영민·이원근이 참석했다. ‘그물’은 배가 그물에 걸려 어쩔 수 없이 홀로 남북의 경계선을 넘게 된 북한 어부(류승범)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견뎌야만 했던 치열한 일주일을 그린 작품이다.
김 감독은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분단의 역사가 66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위기 상황은 극단적인 사태까지 치달을 때도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남북관계가 좋게 해결될 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런 시점에서 이 영화를 통해 남북이 서로에게 얼마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보여주면서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아시다시피 강대국들 사이에서 한반도가 많은 문제를 안고있지 않나. 이런 상황 속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애정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제목을 ‘그물’이라 이름지은 이유도 밝혔다. 그는 “‘그물’은 국가고 물고기는 개인 또는 국민이라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그물에 걸린 물고기는 비늘이 벗겨지고, 아가미가 찢어지고, 눈에 피멍이 든 다음에는 서서히 퍼득거리며 죽어간다. 평범한 고기잡이 어부 남철우로 등장한 배우 류승범은 바로 이 덫에 걸린 물고기로 치환된다. 같은 ‘동무’에게 고문당하고, 남한으로 들어서자마자 가족을 위해 눈을 질끈 감고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모습, 하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 고문을 연이어 겪으며 반짝임을 잃어가는 모습은 ‘남조선 동무’인 우리가 어쩌면 꽤 오랜 시간 잊고 살아왔던 것들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물’은 그간 김 감독이 보여줬던 특유의 잔인함은 덜어내고 유쾌함을 더해 더욱 신선한 작품이기도 하다. 스토리 전개도 직선적으로 따라가기 수월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이 시나리오를 쓰며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독창적인 이미지를 넣으려고 했다. 그 예가 철우를 명동에 풀어준 신이다. 욕심을 많이 낸 장면이기도 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면서도 가장 가슴아픈 장면인 것 같다”고 전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입을 모아 소문은 들었지만 김 감독의 촬영 진행이 빨라 놀랐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 이유는 그가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확고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는 현장에서도 별도의 디렉션 없이 배우들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촬영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감독과 배우들의 신뢰만큼, 배우들은 호연으로 답했다. 류승범은 백지에 그려낸 원색처럼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고, 그와 합을 맞춘 김영민(한국정보국 조사관), 최귀화(한국정보국 이실장), 이원근(오실장) 또한 매끄러운 호흡으로 긴장감을 부여했다.
김 감독은 영화는 슬프고 암울한 결론을 제시하지만 현실은 이 반대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혹자는 다소 이상주의적 희망 사항이라고 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물’이라는 훌륭한 메타포와 그 특유의 풍부한 영화적 상상력이 빚어낸 몇 가지 장면들을 본 후 현실 세계로 돌아왔을 때는 가슴 속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남았다는 느낌을 얻어갈 작품이다. 오는 10월 6일 개봉.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는 영화 ‘그물'(감독 김기덕)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김기덕 감독과 배우 최귀화·김영민·이원근이 참석했다. ‘그물’은 배가 그물에 걸려 어쩔 수 없이 홀로 남북의 경계선을 넘게 된 북한 어부(류승범)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견뎌야만 했던 치열한 일주일을 그린 작품이다.
김 감독은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분단의 역사가 66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위기 상황은 극단적인 사태까지 치달을 때도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남북관계가 좋게 해결될 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런 시점에서 이 영화를 통해 남북이 서로에게 얼마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보여주면서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아시다시피 강대국들 사이에서 한반도가 많은 문제를 안고있지 않나. 이런 상황 속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애정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제목을 ‘그물’이라 이름지은 이유도 밝혔다. 그는 “‘그물’은 국가고 물고기는 개인 또는 국민이라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그물에 걸린 물고기는 비늘이 벗겨지고, 아가미가 찢어지고, 눈에 피멍이 든 다음에는 서서히 퍼득거리며 죽어간다. 평범한 고기잡이 어부 남철우로 등장한 배우 류승범은 바로 이 덫에 걸린 물고기로 치환된다. 같은 ‘동무’에게 고문당하고, 남한으로 들어서자마자 가족을 위해 눈을 질끈 감고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모습, 하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 고문을 연이어 겪으며 반짝임을 잃어가는 모습은 ‘남조선 동무’인 우리가 어쩌면 꽤 오랜 시간 잊고 살아왔던 것들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물’은 그간 김 감독이 보여줬던 특유의 잔인함은 덜어내고 유쾌함을 더해 더욱 신선한 작품이기도 하다. 스토리 전개도 직선적으로 따라가기 수월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이 시나리오를 쓰며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독창적인 이미지를 넣으려고 했다. 그 예가 철우를 명동에 풀어준 신이다. 욕심을 많이 낸 장면이기도 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면서도 가장 가슴아픈 장면인 것 같다”고 전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입을 모아 소문은 들었지만 김 감독의 촬영 진행이 빨라 놀랐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 이유는 그가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확고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는 현장에서도 별도의 디렉션 없이 배우들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촬영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감독과 배우들의 신뢰만큼, 배우들은 호연으로 답했다. 류승범은 백지에 그려낸 원색처럼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고, 그와 합을 맞춘 김영민(한국정보국 조사관), 최귀화(한국정보국 이실장), 이원근(오실장) 또한 매끄러운 호흡으로 긴장감을 부여했다.
김 감독은 영화는 슬프고 암울한 결론을 제시하지만 현실은 이 반대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혹자는 다소 이상주의적 희망 사항이라고 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물’이라는 훌륭한 메타포와 그 특유의 풍부한 영화적 상상력이 빚어낸 몇 가지 장면들을 본 후 현실 세계로 돌아왔을 때는 가슴 속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남았다는 느낌을 얻어갈 작품이다. 오는 10월 6일 개봉.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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