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원티드’ 포스터 / 사진=SBS 제공
‘원티드’ 포스터 / 사진=SBS 제공
죄를 저지른 이는 끝까지 뻔뻔했다. 그럼에도 진실은 알렸다. 이제 대중들이 움직일 차례였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현실의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문제작으로 불린 SBS ‘원티드’(극본 한지완, 연출 박용순)가 18일 막을 내렸다. 여배우 아들 납치극으로 시작한 ‘원티드’는 아동학대, 불법 임상 실험, 모방 범죄 등 사회적 문제들과 함께 후반부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정면으로 다루며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억울하고 절실했던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눈물을 떨군 정혜인(김아중)의 모습은 이웃의 고통에 무관심과 이기심으로 일관했던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정혜인의 아들 송현우(박민수)가 납치됐다. 톱스타였던 정혜인이 은퇴 선언을 한 날 아이가 유괴됐고, 유괴범은 정혜인에게 생방송 리얼리티 쇼 ‘원티드’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재기가 필요한 방송국 PD 신동욱(엄태웅)은 방송국 국장 최준구(이문식), 방송작가 연우신(박효주), 조연출 박보연(전효성) 등을 모아 팀을 꾸렸다. 이와 동시에 현우를 찾기 위한 강력수사팀 차승인(지현우)과 이영관(신재하) 역시 고군분투했다. 수많은 인물들이 현우를 찾기 위해 뭉쳤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등장인물들이 차례로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며 시청자들의 추리본능을 자극했다. 정혜인의 쇼윈도 남편인 송정호(박해준)부터 자극적인 것을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신동욱 심지어 정혜인이 믿고 따르던 차승인 등 모든 등장인물을 의심하게 만드는 사연과 당위성이 부여됐다. 여기에 가정폭력 및 학대, 불법 임상실험 등 사회적 화두는 물론 자극을 쫓는 대중을 만족시키려 더욱 자극적인 찾아 헤매는 미디어의 어두운 면까지, ‘원티드’는 매회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단순히 범인 찾기가 아니라 그 이면을 파낼수록 더 큰 실제가 드러나는 탄탄한 구조를 선보였다.

‘원티드’ 스틸컷 / 사진=SBS 제공
‘원티드’ 스틸컷 / 사진=SBS 제공
방송 4회를 남겨두고 밝혀진 범인은 다름 아닌 생방송 ‘원티드’ 책임 프로듀서이자 정혜인과 오랜 시간 알아온 최준구였다. 그가 이 같은 일을 저지른 배후에는 정혜인의 전 남편 함태영의 집안인 SG그룹이 있었다. 최준구의 아내는 SG케미칼 가습기살균제의 피해자로 임신 중 사망했고, SG케미칼은 피해를 덮기 위해 수많은 비리를 저질렀다. 아내의 죽음 앞에서도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었던 최준구는 비슷한 아픔을 겪은 나수현(이재균)·이지은(심은우)과 함께 이 잔혹한 쇼를 시작해 SG그룹의 비리를 만천하에 알리려고 했다. ‘원티드’의 목적이 단순 범인 찾기가 아니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정혜인의 죄 역시 드러났다. 바로 무관심과 이기심이었다. 과거 정혜인은 함태영이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파헤치려는 것을 막았다. “나와 아이야,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이야?”라고 남의 아픔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마지막 방송에서 정혜인은 SG그룹의 잘못을 만천하에 알렸고, 사장 함태섭(박호산)은 경찰에 잡혔다. 그러나 통쾌한 결말은 아니었다. 함태섭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끝까지 뻔뻔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현재진행형인 ‘실제’ 사건인 만큼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차수인은 “이제라도 달라질까요?”라고 묻는 가습기 살균 피해자에게 “함태섭은 법망을 빠져나가고 SG는 인정하지 않을 거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야한다”고 했다. 신동욱은 방송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끝까지 파헤칠 것을 예고했다. 정혜인 역시 생방송을 통해 가습기 살균 피해가 의심되면 연락을 하라는 메시지로 드라마는 끝을 맺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원티드’는 변화를 예고하며 여운을 남겼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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