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한승원 : HJ컬쳐를 설립할 대부터 다른 회사와는 차별화가 필요했다. 해외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던 중 대부분 기업가 정신으로 배우를 양성하는 시스템도 갖고 있더라. 외부의 스타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트레이닝을 시킨 배우들을 쓰는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처럼 그 배우들이 어느 순간 전 세계의 유명한 인재들이 되는 거지. 우리나라에는 자체 트레이닝 시스템이 없는데, 일본의 다카라즈카도 자체 배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공연 예술은 배우가 핵심 요소이니까, 아직은 미미하겠지만 천천히 시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되지 않을까.
10. 시스템은 어떻게 진행되나.
한승원 : 6개월 단위로 초, 중, 고급 과정이 이어진다. 트레이닝을 받은 친구들은 우리 작품의 앙상블로 참여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8명이 수료했고, 1기의 전원이 활동하고 있다. 2기도 7명 정도 뽑았다. 하반기에는 국내 투어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0. 공연 제작과 액팅 스쿨은 또 다른데, 힘들지는 않나.
한승원 : 하면서 가장 큰 시행착오는 사업인 거다. 경영을 몰랐다는 것, 생각해본 적 없고 배워본 적도 없는 걸 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힘들다. 매니지먼트의 경영자로서도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점들이 나타나니까 힘든 점도 있다.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메뉴얼을 만들고 누가 와도 우리 회사만의 튼튼한 중심, 뿌리가 있다는 걸 알리는 것도 중요한 것 같고. 신경 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웃음)
10. 제작사 설립 전, 회사에 다니던 시절도 떠오르겠다. 사원으로서는 이해하지 못 했던 것이 이해될 테고.
한승원 : 교육도 종종 다니는데, 절박해서 인지 많이 배우고 와 닿는다. 예전 회사에서는 개인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표를 만들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감정적으로 접근하기 보다 명확한 무언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만드는 것만 알았지, 다른 몰랐다.(웃음)
10.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처음부터 기획, 제작이 목표였나.
한승원 : 현재의 연극영화과 학생들에게는 공연이 활성화됐겠지만, 내가 다닐 때만 해도 공연 문화도 없었고, 뮤지컬은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 기독교 신자라 학창시절에 성극을 많이 했는데,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거기서 흥미를 느끼고 진로를 선택했다. 배우보다는 계획을 세우고, 사회를 보는 게 더 좋았다. 가장 유사한 과를 선택하려고 보니 연극영화과였다.
10. 그렇다면, 입학한 뒤에는 당황했겠다.
한승원 : 당황했지.(웃음) 학교에서도 나를 특이하게 생각했다. 연기 아니면 연출, 나아가면 조명이든 음향이든 적성을 찾는데 나는 처음부터 기획이었고 계속하니까 의아하게 생각하더라. 그런데 그게 또 틈새시장이었다. 아무도 하지 않으니까 선배들이 나를 찾기 시작한 거다. 자연스럽게 기회가 많아졌다.
10. 배우기가 쉽지 않았던 만큼 갈증을 해소할 통로가 필요했겠다.
한승원 : 터닝 포인트는 기획자로서 많은 걸 배운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의 공채로 뽑혔을 때이다. 사실 쟁쟁한 경쟁자들과 맞붙어서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다. ‘어떤 기획자가 훌륭한 기획자라고 생각하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신문에서 본 구절을 떠올렸다. ‘표를 많이 파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가득 찬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이 좋고, 연극의 3요소 중 하나인 관객이 점을 찍는다고 생각한다. 표를 잘 판다는 건 모든 걸 충족시키는 말인 거지. 그래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전까지는 관심도 없던 면접관들이 나를 보더라.(웃음) 아마 좀 독특한 대답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일을 시작하게 됐고, 물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10. 많은 걸 배운 뒤에 독립을 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한승원 : 무식하면 용감하다고(웃음) 처음에는 이게 얼마나 무섭고 어려운 건지 몰랐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배운 것이 정말 큰 힘이 됐고, 그때의 경험은 엄청났다. 실전 경험은 쌓았고, 지인의 권유를 통해 대학원을 갔다. 그게 업무의 터닝포인트가 됐고, 문화콘텐츠에 대한 분야를 깊게 알게 됐다. 새로운 세상을 깨달은 거다.
10. 제작자로서 처음 올린 ‘빈센트 반 고흐’는 잊을 수 없겠다.
한승원 : 간혹 비결이 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하기 때문에 열심히 뛰어야 한다. 잘하는 게 별로 엇어서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웃음) 한 학기 동안 힘들게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그때 사고가 완전히 바뀌었고, 그때 얻은 사고로 ‘빈센트 반 고흐’가 생겨난 거다.
10. 이후로는 HJ컬쳐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작품을 이어왔다.
한승원 : 우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출발이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사업도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보편적인 감성이다. 문화적 차이가 있더라도 감성을 울리는 걸 담아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라이브에 최적화 된 공연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이번에 올린 ‘라흐마니노프’도 그렇게 탄생했다. 피아노 연주자를 무대에 올리고 현악 4중주의 합주를 넣은 건, 듣는 것에서 보는 즐거움까지 높이기 위함이다.
10. 고흐부터 살리에르, 파리넬리 그리고 이번 라흐마니노프까지, 예술가 시리즈로 굳어진 것 같은데.
한승원 : 사실 ‘라흐마니노프’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뭔가 우리만의 색깔이라고 하니까, 그것도 나쁜 것 같지는 않다. 회사 설립 5년 만에 색깔이 생긴 거니까. 우리의 색깔이 됐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거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10. 5년을 쉼 없이 달려온 것 같다. 올 하반기는 지금까지의 작품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들었다.
한승원 : 지방 투어를 하반기에 많이 올린다. 5주년을 맞았는데, 지금까지 회사의 경영자로서 실수도 많았다. 사실 생각지도 않은 난관에 봉착해 지치기도 했다. 작품을 위해서 신선한 소재를 찾아나서는 작업도 필요할 것 같고, 전체적인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처음 시작할 때 10년을 바라봤다. 이제 5년이 지났는데, 감사하게도 잘 온 것 같다. 지금을 터닝 포인트로 두고, 앞으로의 5년을 또 준비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지금까지의 작품 중 하나를 다듬어서 한 번 올리고 싶은 계획도 있다. 직원들에게도 소재를 발굴하게 하고, 공모전 등 창작을 위한 시스템도 구축할 생각이다. 회사가 자생적인 힘을 갖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싶다.
10. HJ컬쳐의 특징 중 하나인 관객을 위한 이벤트도 구상하고 있겠다.
한승원 : 5주년을 맞은 만큼 관객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찾고 있다. 베스트 넘버를 모아서 음반을 낸다든지, 무대 의상을 모은 ‘의상집’도 생각 중이다. 다른 이들이 보면 ‘겨우 5년인데?’라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값지고 소중하다. 작품을 올릴 때 창작자들의 고생이 가장 크다. 5주년 때는 대본집이나 작곡가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 게 좋을 것 같다.
10. 스스로도 조금 여유를 갖고, 쉬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한승원 : 유일하게 쉬는 것이 사우나이다.(웃음) 반신욕을 하면서 생각을 많이 정리하고, 돌이켜보기도 하는데 특히 공연의 고비를 넘기고 나서 가면, 장시간 하게 된다. 돌아보면 엄청 높은 산맥에 가는 줄 하나를 밟고 서 있는 것 같다. 돌아갈 수도 없고, 목표점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한편으론 ‘여기까지 왔단 말이야?’ 싶어 감사하다. 기적 같은 일이다. ‘라흐마니노프’를 올릴 때는 숨도 못 쉴 정도로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만큼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도 정비할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라흐마니노프’로 점을 찍어줘서 1회전을 화기애애하게 마친 것 같다.
10. ‘라흐마니노프’ 이야기를 좀 해보자.
한승원 : 작가와 작곡가가 찾아와서 제안한 첫 작품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기도 하고.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또 치유도 사람에게 받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이야기이다. 라흐마니노프의 일생을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지점이 많더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 시대의 미덕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상처 입고 말로 위로받는, 말의 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관객들이 위로를 받는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10. 쉬어간다고는 하지만, 계획 중인 작품들이 꽤 많을 것 같다.(웃음)
한승원 : 맞다.(웃음) 머릿속으로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진시황, 루이 등 역사적으로 평가된 부분 외에 이면을 다뤄보고 싶다. 그들의 예술성이 바로 그것인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재미있을 것 같고.
10. 이러다가 하반기에 한 작품을 더 올리는 건 아닌지.
한승원 : 당초 라인업은 ‘만추’였다. 이번 시즌이 아니라 좀 더 탄탄하게 만든 다음 올리기로 결정했고, ‘빈센트 반 고흐’ ‘파리넬리’ 등의 지방 공연에 힘쓸 예정이다.
10. 앞으로 한승원 대표의 목표, 방향은 어떨까.
한승원 : 모든 걸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사실 그전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자기방어 기지를 발휘해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는 거지. 그러면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조금 낫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달리했다. 시선을 위로 옮기니까, 근처로 가게 되더라. 생각의 차이로 많은 것이 바뀌는구나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때부터 긍정적으로, ‘문제없다’고 생각하며 달려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한걸음 떨어져서 객관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걸 몸소 느끼며 많은 걸 알았다. 나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HJ컬쳐, 우리 작품들 모두 기대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극의 3요소 중 가장 중요한 관객들을 위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나갈 거다. 소통하고, 실망하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다. 관객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수 있는 HJ컬쳐가 되겠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HJ컬쳐 한승원 대표는 예술가에게 매력을 느꼈다. 역사적으로 평가된 모습 외에 또 다른 이면에 집중했고, 그렇게 탄생된 것만 벌써 네 작품째다. ‘빈센트 반 고흐’를 내놓으며 세상에 나온 HJ컬쳐와 한승원 대표는 이후 ‘살리에르’ ‘파리넬리’ ‘라흐마니노프’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렸다.10. 뮤지컬 제작사에 액팅스쿨도 겸하고 있다. 시작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마치 노린 듯한 ‘예술가 시리즈’가 완성됐지만, 의도한 건 아니다. 대중들이 많이 알 법한 인물,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감성, 그리고 라이브로 빛을 볼 수 있는 음악을 찾다 보니 예술가의 삶이 시리즈처럼 이어졌다. 창립 5년 만에 회사의 색깔을 드러냈다는 건 분명 눈에 띄는 행보다. 한승원 대표는 앞으로도 세 가지, 또 ‘관객’에 집중해서 작품을 올릴 생각이다.
한승원 : HJ컬쳐를 설립할 대부터 다른 회사와는 차별화가 필요했다. 해외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던 중 대부분 기업가 정신으로 배우를 양성하는 시스템도 갖고 있더라. 외부의 스타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트레이닝을 시킨 배우들을 쓰는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처럼 그 배우들이 어느 순간 전 세계의 유명한 인재들이 되는 거지. 우리나라에는 자체 트레이닝 시스템이 없는데, 일본의 다카라즈카도 자체 배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공연 예술은 배우가 핵심 요소이니까, 아직은 미미하겠지만 천천히 시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되지 않을까.
10. 시스템은 어떻게 진행되나.
한승원 : 6개월 단위로 초, 중, 고급 과정이 이어진다. 트레이닝을 받은 친구들은 우리 작품의 앙상블로 참여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8명이 수료했고, 1기의 전원이 활동하고 있다. 2기도 7명 정도 뽑았다. 하반기에는 국내 투어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0. 공연 제작과 액팅 스쿨은 또 다른데, 힘들지는 않나.
한승원 : 하면서 가장 큰 시행착오는 사업인 거다. 경영을 몰랐다는 것, 생각해본 적 없고 배워본 적도 없는 걸 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힘들다. 매니지먼트의 경영자로서도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점들이 나타나니까 힘든 점도 있다.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메뉴얼을 만들고 누가 와도 우리 회사만의 튼튼한 중심, 뿌리가 있다는 걸 알리는 것도 중요한 것 같고. 신경 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웃음)
10. 제작사 설립 전, 회사에 다니던 시절도 떠오르겠다. 사원으로서는 이해하지 못 했던 것이 이해될 테고.
한승원 : 교육도 종종 다니는데, 절박해서 인지 많이 배우고 와 닿는다. 예전 회사에서는 개인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표를 만들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감정적으로 접근하기 보다 명확한 무언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만드는 것만 알았지, 다른 몰랐다.(웃음)
10.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처음부터 기획, 제작이 목표였나.
한승원 : 현재의 연극영화과 학생들에게는 공연이 활성화됐겠지만, 내가 다닐 때만 해도 공연 문화도 없었고, 뮤지컬은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 기독교 신자라 학창시절에 성극을 많이 했는데,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거기서 흥미를 느끼고 진로를 선택했다. 배우보다는 계획을 세우고, 사회를 보는 게 더 좋았다. 가장 유사한 과를 선택하려고 보니 연극영화과였다.
10. 그렇다면, 입학한 뒤에는 당황했겠다.
한승원 : 당황했지.(웃음) 학교에서도 나를 특이하게 생각했다. 연기 아니면 연출, 나아가면 조명이든 음향이든 적성을 찾는데 나는 처음부터 기획이었고 계속하니까 의아하게 생각하더라. 그런데 그게 또 틈새시장이었다. 아무도 하지 않으니까 선배들이 나를 찾기 시작한 거다. 자연스럽게 기회가 많아졌다.
10. 배우기가 쉽지 않았던 만큼 갈증을 해소할 통로가 필요했겠다.
한승원 : 터닝 포인트는 기획자로서 많은 걸 배운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의 공채로 뽑혔을 때이다. 사실 쟁쟁한 경쟁자들과 맞붙어서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다. ‘어떤 기획자가 훌륭한 기획자라고 생각하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신문에서 본 구절을 떠올렸다. ‘표를 많이 파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가득 찬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이 좋고, 연극의 3요소 중 하나인 관객이 점을 찍는다고 생각한다. 표를 잘 판다는 건 모든 걸 충족시키는 말인 거지. 그래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전까지는 관심도 없던 면접관들이 나를 보더라.(웃음) 아마 좀 독특한 대답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일을 시작하게 됐고, 물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10. 많은 걸 배운 뒤에 독립을 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한승원 : 무식하면 용감하다고(웃음) 처음에는 이게 얼마나 무섭고 어려운 건지 몰랐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배운 것이 정말 큰 힘이 됐고, 그때의 경험은 엄청났다. 실전 경험은 쌓았고, 지인의 권유를 통해 대학원을 갔다. 그게 업무의 터닝포인트가 됐고, 문화콘텐츠에 대한 분야를 깊게 알게 됐다. 새로운 세상을 깨달은 거다.
10. 제작자로서 처음 올린 ‘빈센트 반 고흐’는 잊을 수 없겠다.
한승원 : 간혹 비결이 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하기 때문에 열심히 뛰어야 한다. 잘하는 게 별로 엇어서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웃음) 한 학기 동안 힘들게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그때 사고가 완전히 바뀌었고, 그때 얻은 사고로 ‘빈센트 반 고흐’가 생겨난 거다.
10. 이후로는 HJ컬쳐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작품을 이어왔다.
한승원 : 우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출발이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사업도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보편적인 감성이다. 문화적 차이가 있더라도 감성을 울리는 걸 담아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라이브에 최적화 된 공연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이번에 올린 ‘라흐마니노프’도 그렇게 탄생했다. 피아노 연주자를 무대에 올리고 현악 4중주의 합주를 넣은 건, 듣는 것에서 보는 즐거움까지 높이기 위함이다.
10. 고흐부터 살리에르, 파리넬리 그리고 이번 라흐마니노프까지, 예술가 시리즈로 굳어진 것 같은데.
한승원 : 사실 ‘라흐마니노프’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뭔가 우리만의 색깔이라고 하니까, 그것도 나쁜 것 같지는 않다. 회사 설립 5년 만에 색깔이 생긴 거니까. 우리의 색깔이 됐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거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10. 5년을 쉼 없이 달려온 것 같다. 올 하반기는 지금까지의 작품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들었다.
한승원 : 지방 투어를 하반기에 많이 올린다. 5주년을 맞았는데, 지금까지 회사의 경영자로서 실수도 많았다. 사실 생각지도 않은 난관에 봉착해 지치기도 했다. 작품을 위해서 신선한 소재를 찾아나서는 작업도 필요할 것 같고, 전체적인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처음 시작할 때 10년을 바라봤다. 이제 5년이 지났는데, 감사하게도 잘 온 것 같다. 지금을 터닝 포인트로 두고, 앞으로의 5년을 또 준비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지금까지의 작품 중 하나를 다듬어서 한 번 올리고 싶은 계획도 있다. 직원들에게도 소재를 발굴하게 하고, 공모전 등 창작을 위한 시스템도 구축할 생각이다. 회사가 자생적인 힘을 갖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싶다.
10. HJ컬쳐의 특징 중 하나인 관객을 위한 이벤트도 구상하고 있겠다.
한승원 : 5주년을 맞은 만큼 관객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찾고 있다. 베스트 넘버를 모아서 음반을 낸다든지, 무대 의상을 모은 ‘의상집’도 생각 중이다. 다른 이들이 보면 ‘겨우 5년인데?’라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값지고 소중하다. 작품을 올릴 때 창작자들의 고생이 가장 크다. 5주년 때는 대본집이나 작곡가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 게 좋을 것 같다.
10. 스스로도 조금 여유를 갖고, 쉬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한승원 : 유일하게 쉬는 것이 사우나이다.(웃음) 반신욕을 하면서 생각을 많이 정리하고, 돌이켜보기도 하는데 특히 공연의 고비를 넘기고 나서 가면, 장시간 하게 된다. 돌아보면 엄청 높은 산맥에 가는 줄 하나를 밟고 서 있는 것 같다. 돌아갈 수도 없고, 목표점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한편으론 ‘여기까지 왔단 말이야?’ 싶어 감사하다. 기적 같은 일이다. ‘라흐마니노프’를 올릴 때는 숨도 못 쉴 정도로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만큼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도 정비할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라흐마니노프’로 점을 찍어줘서 1회전을 화기애애하게 마친 것 같다.
10. ‘라흐마니노프’ 이야기를 좀 해보자.
한승원 : 작가와 작곡가가 찾아와서 제안한 첫 작품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기도 하고.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또 치유도 사람에게 받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이야기이다. 라흐마니노프의 일생을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지점이 많더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 시대의 미덕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상처 입고 말로 위로받는, 말의 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관객들이 위로를 받는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10. 쉬어간다고는 하지만, 계획 중인 작품들이 꽤 많을 것 같다.(웃음)
한승원 : 맞다.(웃음) 머릿속으로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진시황, 루이 등 역사적으로 평가된 부분 외에 이면을 다뤄보고 싶다. 그들의 예술성이 바로 그것인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재미있을 것 같고.
10. 이러다가 하반기에 한 작품을 더 올리는 건 아닌지.
한승원 : 당초 라인업은 ‘만추’였다. 이번 시즌이 아니라 좀 더 탄탄하게 만든 다음 올리기로 결정했고, ‘빈센트 반 고흐’ ‘파리넬리’ 등의 지방 공연에 힘쓸 예정이다.
10. 앞으로 한승원 대표의 목표, 방향은 어떨까.
한승원 : 모든 걸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사실 그전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자기방어 기지를 발휘해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는 거지. 그러면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조금 낫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달리했다. 시선을 위로 옮기니까, 근처로 가게 되더라. 생각의 차이로 많은 것이 바뀌는구나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때부터 긍정적으로, ‘문제없다’고 생각하며 달려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한걸음 떨어져서 객관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걸 몸소 느끼며 많은 걸 알았다. 나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HJ컬쳐, 우리 작품들 모두 기대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극의 3요소 중 가장 중요한 관객들을 위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나갈 거다. 소통하고, 실망하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다. 관객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수 있는 HJ컬쳐가 되겠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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