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라디오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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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의 영리한 섭외가 탁재훈의 지상파 복귀를 도왔다.

20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약 3년 만에 지상파에 출연하는 탁재훈을 위한 자리였다. 과거 탁재훈의 유행어 ‘아~ 머리 아포~’를 부제로 사용한 것만 봐도 제작진이 이날 방송에서 누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맞추려고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라디오스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4~5명의 게스트를 꽤 그럴듯한 주제로 묶어 섭외하는 것이 특징인 프로그램이다. 세계적인 슈퍼스타 추신수가 출연한 이후 ‘라디오스타’는 단 한 번도 단독 게스트를 부르지 않았다. 오랜만에 지상파에 처음 얼굴을 비추는 탁재훈이지만 그를 추신수와 동급으로 놓을 순 없을 터. 서로에게 윈-윈이 되기 위해서 ‘라디오스타’는 탁재훈과 어울리는 출연진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이날 방송이 사과 방송으로 흘러가지 않아야 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라디오스타’가 고른 탁재훈의 복귀 파트너는 ‘예능 치트키’ 김흥국이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흥국의 토크를 MC들이 아닌 게스트 탁재훈이 받아 웃음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그의 예능감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제작진의 선택은 탁월한 ‘신의 한 수’였다.

탁재훈의 입담을 터지길 기대하면서 김흥국을 섭외한 ‘라디오스타’는 영리했고, 탁재훈의 예능감은 여전했다. 방송은 제작진이 생각했던 대로 흘러갔다. 처음에는 긴장한 것처럼 보이던 탁재훈은 서서히 분위기에 적응하더니 방송 중후반이 지나자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다.

약 3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탁재훈의 ‘악마의 재능’은 변함이 없었다. MC들의 짓궂은 농담을 다 받아줄 뿐만 아니라, 평범한 예능인은 쉽게 받을 수 없는 김흥국의 토크를 골로 연결시키는 콤비플레이까지 선보였다. ‘절대 음감’-‘무슨 음감?’-‘듣는 음감’-‘그냥 영감’으로 이어지는 김구라·김흥국·탁재훈의 ‘티키타카 토크’는 이날의 백미였다.

돌이켜보면 예능인 탁재훈이 가장 잘하는 것은 ‘토크’였다. 그의 ‘토크’에는 보통 예능인들에게는 없는 엉뚱함과 천재적인 순발력이 있었다.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탁재훈의 대표 예능 역시 ‘토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어쩌면 탁재훈은 Mnet ‘음악의 신2’가 아니라 ‘라디오스타’에서 복귀 신고를 하는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거짓과 현실 사이에서 능청스럽게 연기를 해야하는 페이크 다큐보다는 그가 가진 천부적인 재능을 아낌없이 터트릴 수 있는 토크쇼 ‘라디오스타’가 탁재훈의 공백을 꽤 많이 가려줬을 것이기 때문이다.

탁재훈이 “먼저 복귀한 ‘물의 멤버들’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방송에 복귀했다”는 말이 무색해지지 않게 앞으로 다양한 예능에서 그의 재능을 마음껏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즐거움을 책임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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