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최영준 : 그 이야기가 회식 자리가 나왔어요. 형이 ‘영준아 나 춤추는 거 어때?’라고 물었는데 그때는 진심인지 모르고, 하고 싶으셨나보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진짜로 하게 될 줄 저도 몰랐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걱정이 됐어요. 혜성이 형은 같은 춤을 춰도 혜성이 형만이 표현하는 섬세한 느낌이 있어서 다른 코드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10. ‘로코드라마’를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요?
최영준 : 흑백 느낌처럼 이중적으로 들었어요. 노래 느낌은 어둡고 분위기가 있는데 가사는 달달해요. 안무도 그런 식으로 풀어보려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10. 손을 이용해 꽃을 표현한 안무가 인상 깊었어요.
최영준 : ‘로코드라마’ 안무 자체가 혜성이 형의 장점을 살린 안무에요. 형이 댄스 능력이 엄청나게 탁월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장점을 더욱 부각시켰어요. 혜성이 형은 긴 다리가 있고, 손이 정말 예뻐요. 손을 부각시키면서 발라드 느낌의 차분한 느낌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꽃이라는 가사가 있었고, ‘마법사’라는 가사도 있어서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하다보니까 딱 맞아 떨어졌어요.
10. 신혜성은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정말 열심히 준비한 모습이었어요.
최영준 : 처음에는 제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과 걱정을 많이 했어요. 조금씩 혜성이 형에게 맞는 안무를 수정하다보니 들어맞았어요. 혜성이 형도 연습을 많이 하고 집중을 많이 했어요. 정말 잘하고 싶어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아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10. ‘로코드라마’는 신화 ‘올라잇’ 의자춤, 전진 ‘와우와우와우’ 포인트 댄스 등 신화 연결고리가 담긴 춤도 있었는데요. 그 연결고리는 어떻게 생각하게 된 건가요?
최영준 : 신화라는 팀이 멤버들도 각자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잖아요. 요즘 아이돌도 그런 팀이 있지만, 신화는 유닛보다 솔로가 계속 나와요. 다른 아이돌과는 다른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싶었어요. 신화 춤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싶었어요. 12집 수록곡 ‘올라잇’ 의자 안무를 팬들이 엄청 좋아해주셨어요. ‘올라잇’ 부분 중에서 혜성이 형 파트에 독무가 있는데 그걸 특히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로코드라마’ 하면서 ‘올라잇’ 신혜성 형의 파트에 연결이 돼 속편을 만들고 싶었어요. 영화의 속편이 개봉하듯이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죠. 그러다 마침 진이 형도 손가락 안무가 포인트인데 혜성 형도 손가락이 포인트가 됐어요. 상징적인 뭔가를 넣고 싶었죠. 앞으로 멤버들 각자의 손가락 포인트를 만들어 볼까 생각도 했어요. 팬 입장에서 그 퍼포먼스를 보면 의미를 많이 느낄 것 같았어요. 10. 신화와는 어떻게 인연이 됐나요.
최영준 : ‘디스 러브’ 때부터 민우 형이 저를 좀 예뻐해 주신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안무가 민우 형에게 좋게 다가간 것 같아요. 그때 이후로 민우 형이 ‘댄싱9’을 했을 때 같이 했는데 ‘댄싱9′ 일을 하면서 최선을 다했어요. 형이 감사하게도 저에게 솔로 앨범 ‘택시’를 맡겨주셨고, 그때 이후로 조금씩 신뢰가 생긴 것 같아요.
10. 신화와의 작업이라니, 신기했을 것 같아요.
최영준 : 어렸을 때 저도 신화 춤을 췄던 한 명의 팬이에요. 신화를 동경했어요. 저는 항상 이민우 아니면 전진 담당이었죠. (웃음) 그런 분들에게 제가 안무를 알려드리게 되니까 식은땀이 장난 아니었어요. 처음엔 그냥 너무 신기했어요. 지금도 사실 신기해요. 익숙해졌지만, 한 번씩 ‘내가 신화 안무를 만들다니 너무 영광이다’ 문득 떠올라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그래서 더 우상이에요.
10. 신화가 처음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어땠어요?
최영준 : 믿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17년차 퍼포먼스 팀이면, 안 해본 게 없어요. 그 안에서 신선할 것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정말 힘들어요. 또 .민우 형과 진이 형은 춤에 관련된 자료를 평소에도 많이 볼 것인데 저는 그 이상의 자료를 봐야 하고 그래야 이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을 거니까 부담이 됐어요.
10. 신화를 맡고 나서 공부를 더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최영준 : 또 확실한 콘셉트가 있어야 하니까 연구를 많이 했어요. 냅다 춤만 추고 멋있고 화려한 것만 하는 것은 요즘 다른 사람들도 많이 하고 있고, 신화는 뭔가 다른 확실한 존재감을 낼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어요.
10. 신화의 퍼포먼스 중 무엇을 제일 좋아했나요.
최영준 : 지금도 ‘해결사’부터 다 기억해요. 너무 많이 따라했어요. 그중 ‘해결사’가 가장 좋아요. 그런 춤이 그때 거의 처음 나왔어요. 너무 신선했고, 하고 싶었죠. ‘T.O.P’도 정말 멋있었어요. 지금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느낌이에요. (웃음)
10. 신화와 끈끈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최영준 : 저를 믿어줄 때요. 어떤 무언가의 안무를 제작해서 영상으로 보내면 피드백을 주는데 좋다 안 좋다 그런 게 아니고, 이걸 이런 식으로 느낌을 바꿔보면 더 잘 어울리겠다든지 비판하지 않고 저를 존중해주세요. 거기에 살을 붙여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지게 이끌어줘요.
10. ‘표적’ 안무도 정말 훌륭했죠. 어떻게 영감을 얻었나요?
최영준 : 영화 ‘기술자들’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기술자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가진 몇 명이 모여서 한 사건을 해결하잖아요. ‘표적’을 듣고 웅장하고 그런 느낌이 들어서 각자의 캐릭터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도입부 휘파람 소리가 나올 때 무림 고수들의 대나무 숲에서 싸우듯이 그림자 왔다 갔다 하면서 보였다 안보였다 연출하려고 했어요. 동완이 형의 첫 파트에서는 사실 형 캐릭터가 사이코패스였어요.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붙였죠. 민우 형은 고양이처럼 적진으로 침투하는 모습, 혜성이 형은 스나이퍼. 겨냥하고 그런 동작을 해요. 앤디 형은 포로였어요. 앤디 형이 갇힌 것을 민우 형이 구해내죠. 진이 형은 행동대장이에요. 강한 화력으로 공격하는 모습이죠. 에릭 형은 최종 보스죠. 이야기를 직접 할 순 없지만 이야기를 본 듯한 느낌을 만들고 싶었어요. 냅다 멋있고 화려한 춤이 아니라 보면서 같이 느낄 수 있게요. ‘영화보고 벌써 두 시간 지났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퍼포먼스도 그렇게 펼치고 싶었어요.
10. ‘표적’으로 신화 각각의 캐릭터를 부여했는데, 실제 신화 멤버 각각의 매력은 어떤가요?
최영준 : 동완이 형은 항상 밝아요. 짜증도 없고, 옆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처음에 신화 형들과 안 친할 때 항상 동완이 형이 먼저 말을 걸어줬어요. 항상 웃으면서 이야기해요. 물질적으로도 잘 챙겨줘요. (웃음)
혜성이 형은 완벽주의자. 완벽하지 않으면 노출하지 않으려 해요. 사실 처음 ‘표적’도 혜성이 형이 그렇게 잘할 줄 몰랐어요. 후렴구 안무가 어려운 편이라 메인보컬 혜성이 형이 잘 서포트할까 생각했는데 결국 제일 잘 소화했어요. 춤선이 정말 좋아요. 하지만 그런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안 보여주려 해요. 스스로 내공을 쌓는 분이에요.
앤디 형은 형들한테 애교가 많아요. 보면 항상 형들한테 매미처럼 달려 있어요. (웃음) 신화 안에서 진이 형이 분위기 메이커라고 하지만 앤디 형이 진짜 분위기 메이커가 아닐까 생각해요.
전진 형은 진짜 웃기죠. 그 외에는 다른 걸로 설명이 되지 않아요. 24시간이 예능이고, 5분 동안 안 웃으면 어색할 정도에요. 진지한 분위기에도 웃기고, 춤 욕심이 많아요.
에릭 형은 리더로서 포스가 있어요. 다른 형들은 안무 연습을 할 때 자주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데 에릭 형은 가만히 있어요. 끝날 때까지 있다가 정말 안 풀리는 것들, 해결이 안 되는 것을 와서 해결해버려요. 정리를 확실하게 해버리죠. 형들도 에릭 형이 그렇게 말하면 다 들어요.
민우 형은 ‘1+1’이 ‘2’가 아니고 ‘5’가 되는 사람이에요. 조금의 틀만 만들어 드려도 살을 붙여요. 정말 대단해요. 감각이 타고났어요. 저는 춤을 오래 연구하고 분석하고 그래왔는데도 불구하고, 민우 형과 이야기를 하면 항상 새로운 걸 느껴요. 천재적이죠. 저 같은 댄서들은 억울해요. (웃음) 제가 오히려 배울 때가 많아요.
10. 신화를 담당하고 난 전과 후의 최영준 안무가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최영준 : 안무를 풀이하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기존 다른 그룹을 했을 때는 그 친구들이 무조건 멋있어 보이게만 안무를 짰어요. 신화를 맡고 나서 각각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어요. 또 세븐틴과 업텐션 안무도 맡고 있는데 제가 신화를 했기 때문에 이들의 안무를 더 잘할 수 있었어요. 특히 세븐틴은 실력이 정말 좋아요. 안무를 만들 때 제한 없이 만들 수 있어요. 만든 안무를 세븐틴한테 입히면 자기만의 매력을 넣어요. 실력 구멍이 없어서 시원시원해요. 호시랑 같이 작업을 하죠.
10. 올해 ‘소년24’라는 프로젝트도 함께 해요. 퍼포먼스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요.
최영준 : 기존에는 방송 안무를 만드는데 그건 공연 안무예요. 방송 안무는 각도에 따라서 예쁘게 하는 게 중요하고, 공연은 시원하게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해요. 소년 24는 기존에 봤던 방송 안무에 대한 것들보다는 공연 위주의 안무를 많이 할 거예요. 동선이나 포지션이 그 공연에서 표현될 것 같아요. 무대 외에 다른 부분도 다 쓰고 싶어요.
10. 안무를 짤 때 어떻게 영감을 얻어 출발하나요?
최영준 : 예를 들어 지금 제가 혜성이 형 안무를 만들잖아요. 그럼 저는 혜성이 형인 것처럼 연기를 해요. 섬세하게 연기를 하기 위해서 혜성이 형의 관련 자료를 다 봐요. 이 사람의 특성과 장점 등 캐릭터를 파악해요. 그 다음에 안무를 만들어내면서 첫 번째 생각하는 것이 혜성이 형한테 ‘이런 안무가 어울리겠다’예요. 두 번째로 혜성이 형한테 맞춘 안무가 노래한테 잘 어울리느냐, 세 번째는 팬이나 대중이 봤을 때의 두 가지를 구분하죠. 팬들이 봤을 때는 혜성이 형이 섹시하거나 달콤한 것을 좋아하고, 대중은 신선한 것을 원해요. 그 두 개를 녹여내기가 정말 어려워요. 안무 하나 만들 때 한 2주는 자료만 보고 음악만 듣고 하는 것 같아요.
10. 안무를 짤 때 꼭 지키는 기준이 있다면요.
최영준 : 저는 항상 ‘기승전결’이 있어요. 끝나고 나서의 시원함, ‘아~’ 이렇게 할 수 있는 그런 안무가가 되고 싶어요. 어떤 노래를 만난다면, 뮤지컬 같은 안무를 해보고 싶어요. 심심하지 않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구성의 것들이요. 노래로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노래에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노래와 같이 호흡하는 안무를 만들고 싶어요. 10. 어떻게 안무가의 길을 가게 됐나요?
최영준 : 불과 8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저는 20대에는 밤마다 라이브 DJ를 많이 했어요. 전라도 광주 출신인데 그냥 지방에서 춤추던 학생이었어요. 쇼핑몰 작은 무대에서 춤추던 아이였어요. 지방에서 춤을 추는데 뭔가 배가 고팠어요. 그때 당시만 해도 유튜브나 이런 것들이 많지 않아서 직접 가서 춤을 배워야 했는데 갈증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 서울이었어요. 집에서 반대했지만, 얼마 안 되는 돈을 가지고 서울 고시원에 살면서 프로 안무팀을 다녔어요. 돈이 없어서 춤추면서 돈 버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스무 살이 되는 타이밍에 나이트 DJ라고 나이트에서 춤을 추는 직업을 하게 됐어요. 한 달에 겨우 75만원을 받았어요. 그때 저에겐 정말 큰돈이었어요. 20세에 시작해 29세 때까지 했어요. 낮에는 부지런히 방송활동을 하면서 밤에 라이브 DJ를 하고. 하지만 댄서 생활을 낮에만 하다 보니 늦은 타이밍에 안무가가 된 것 같아요. 사람들도 잘 모르고 인맥도 없고, 아무리 열심히 연습을 한들 잘한다는 것을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런 저를 민우 형이 봐주셨어요. 민우 형이 봐주고 그동안 연구를 해왔던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됐어요. 신화를 통해서, 신화 개개인 앨범을 통해서. 지금은 빡세지만, 배고파 봤기 때문에 잠을 못자도 괜찮아요.
10. 전보다 더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최영준 : 전보다는 확실히 행복해요. 3년 전만 해도 갖고 싶은 물건도 못 샀는데 지금은 갖고 싶은 것도 사고, 먹고 싶은 것도 먹어요. 약간 좀 떳떳하고 자신감은 생겼어요.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10. 가장 보람찰 때는 언제인가요?
최영준 : 모든 안무가가 그렇지만, 1위 할 때요. 댄서나 안무가 분들도 1위할 때 기분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요. 물론 사람들이 저를 보고 환호해주지는 않겠지만, 그 무대에 나의 서포트가 조금이라도 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해요. 연습생들 같은 경우는, 실력이 많이 늘은 것을 보면 내가 설명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며 보람차요. 연습생 애들이 데뷔하고 잘될 때 더 뿌듯하죠.
10. 무대 앞에 서서 나의 춤을 추고 싶은 욕구는 없나요?
최영준 : 어렸을 때는 그 욕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없어요. 혜성이 형 무대에서 내가 옆에서 이런 움직임으로 혜성이 형이 빛나면 그게 더 행복해요. 내가 빛나면 그게 더 쑥스러워요. 혜성이 형이 빛나게 하는 서포트 하는 것이 제 일이에요. 조연의 행복함이죠. 처음부터 가수는 생각도 안했어요. 춤이 정말 좋아요. 항상 TV를 봐도 가수가 아닌 댄서를 봤어요. 저 무대는 누가 만들었을까. 저 무대는 가수가 아니라 댄서가 만들고 트레이닝을 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 길은 안무가라고 생각했어요.
10. 신화 말고 좋아하는 팀이 있나요.
최영준 : 일단은 엑소요. 저는 엑소 카이, 샤이니 태민, 빅뱅 태양을 좋아해요. 그 세 친구는 춤의 기준으로 봤을 때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기준의 맥시멈이 올라간 상태인 것 같아요. 항상 눈여겨보고 있어요. SM 퍼포먼스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또 키오니 마드리드(Keone Madrid)라고 갓세븐 ‘니가 하면’과 B1A4를 담당한 외국 안무가, 또 토니 테스타의 안무를 좋아해요. 그 외에도 좋아하는 케이팝 안무가도 진짜 많아요. 해외 안무가는 화려한 스킬이 좋아도 결국 대중이 좋아하는 안무는 K-POP 안무가가 만들어요. 국내 안무가가 해외 안무가의 시안을 수정해서 대중이 좋아하는 매력을 뽑아내죠.
10. 안무가 외에 자신의 영역을 넓힐 계획이 있나요?
최영준 : 아직 안무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깊게 생각을 안했지만, 미래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게 공연 연출 쪽이긴 해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제대로 공부를 하고 싶어요.
10. 안무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최영준 : 한 장르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안무가로서의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집을 버리는 것이에요. 그게 잘 안돼요. 자기 생각을 버리고,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것. 생계가 힘들어 그만둔 사람이 많은데 많은 댄서 분들 중에 안무가로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긴 하죠. 그 안무가가 되려고 연구를 많이 했어요. 10. 춤의 매력이 뭔가요?
최영준 : 노래를 들을 때 가장 잘 들리는 것이 떠 있는 멜로디라인, 가사와 사람 목소리예요. 그런데 춤은 작은 박자와 비트를 표현하면서 그 세심한 부분을 들리게 만들어 줘요. 더 디테일하게 음악을 즐기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10. 댄서의 길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가게 만든 원동력은 뭔가요?
최영준 : ‘춤을 절대 포기 하지 않겠어!!’ 이런 것은 없었어요. 춤이 다른 것보다 잘했던 나만의 재주였어요. 이게 생계도 힘들고, 비전도 없으니까 그때 당시에 포기했던 적이 있었어요. 1년 정도였는데 포기했을 때 이걸 하면서 내가 행복했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포기하고 몇 달 사니까 깨달았어요. 그만뒀을 때는 저처럼 안 살아졌어요. 춤을 추니까 내가 되는 것이었어요.
10. 2016년 목표은 무엇인가요?
최영준 : ‘소년24’에 일단 올인할 거예요. 퍼포먼스 안에서는 정말 많이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에요. 다양한 안무가 분들과 공동 작업을 통해 해외에서도 볼 수 없는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 그 공연을 보고 가면 꼭 봐야 한다는 그런 공연을 만들고 있어요. 사실 아이돌 공연이라고 하면, 일반 대중은 가벼워 보이는 부분이 있어요. 뮤지컬 ‘캣츠’, ‘그리스’와 ‘소년24’를 봤을 때 ‘소년24’는 그들만의 세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도 있어요. 일단 한 번 접하면 그런 생각을 안 하게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춤으로써. 그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할 것이에요.
10. 최영준 안무가만이 지닌 무기는 무엇인가요?
최영준 : 제가 제 춤을 출 때는 멋있고 화려하고 잘하는 것을 하는데 가수들의 안무를 만들 때는 그 각자의 멤버가 되려고 노력을 해요. 그래서 조금은 세븐틴, 업텐션, 신화 안무를 조금 더 인정해주지 않았을까요…? (웃음) 만약에 혜성이 형 노래가 전진 형 것이었다면 다른 식으로 풀이가 됐겠죠. 저는 항상 노래에 잘 어울리는 것을 두 번째고, 그 가수에 잘 어울리는지를 생각해요.
10. 마지막으로 신화한테 한마디와 각오를 부탁해요.
최영준 : 어느 정도 미완성인 저를 알아봐주고, 조금이나마 완성에 가깝게 갈 수 있어서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걸로 인해서 다른 활동도 잘 되고. 사실 안무가로서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이런 이야기가 자존심 상할 수도 있어요. 라이브 DJ를 한 것도 지금의 제 자리에 있게 한 것에 많은 영향을 줬어요. 늦게 시작했지만, 가볍지 않은 안무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퍼포먼스 없는 아이돌 음악은 앙꼬 없는 찐빵 아닐까. 아이돌 음악은 노래, 비주얼 그리고 퍼포먼스가 3박자를 맞춰 펼치는 콘셉트 음악이다. 그중 퍼포먼스는 보는 음악의 정점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케이팝 한류 열풍의 핵심. 잘 만든 포인트 안무 하나가 노래의 인기를 견인하기도 한다. 아이돌이 컴백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쏟아지듯 만들어지는 해외팬들의 댄스 커버 영상도 퍼포먼스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에 퍼포먼스를 만드는 안무가의 역할도 함께 커졌다. 3분여의 무대를 위해서, 아이돌 그룹의 뒤에서, 땀을 흘리는 안무가들을 만난다. (편집자주)10. 현재 신혜성 ‘로코드라마’로 활동 중이에요. 솔로가수로는 발라드 가수 이미지를 지녔던 신혜성이 댄스에 도전해 놀랐어요. 어떻게 댄스곡을 하게 됐나요.
최영준 안무가의 존재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은 신화 ‘표적’ 때 부터다. 신화가 지난 2015년 발표한 정규 12집 타이틀곡 ‘표적’은 멤버별 맞춤 퍼포먼스에 여섯 멤버의 서로 다른 랩과 보컬 스타일이 어우러졌다. 휘파람 도입부부터 마지막 에릭의 랩까지, 기승전결이 확실한 짜임새 있는 퍼포먼스가 한 편의 짧은 영화를 보는 듯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멤버별 색깔과 노래의 매력까지 모두 살린 퍼포먼스였다. 그런 ‘표적’ 퍼포먼스를 만든 주인공은 바로 최영준 라이브웍스컴퍼니 퍼포먼스 디렉터였다.
최영준 안무가는 2013년 신화와 ‘디스 러브(This Love)’ 활동을 통해 처음 만난 뒤 이민우 솔로 10주년 앨범, 전진 솔로 앨범 ‘리얼’, 또 신혜성 앨범까지 신화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그 사이 세븐틴, 업텐션 등 떠오르는 신인 그룹의 퍼포먼스를 담당하기도 했다. 두 그룹 모두 기승전결과 짜임새 있는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은 그룹. 최영준 안무가의 역량을 엿볼 수 있다.
최영준 안무가의 비결은 ‘스토리텔링’과 ‘가수 맞춤 퍼포먼스’에 있었다. 그는 노래를 춤으로서 이야기하려 노력했으며, 그보다 먼저 노래보다 가수와 더 어울리는 퍼포먼스를 찾으려 노력했다. 최영준 안무가만의 확실한 색깔이 신화와 만나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화 덕분에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친 최영준 안무가는 ‘소년24’ 프로젝트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소년24’ 프로젝트는 CJ E&M음악사업부문과 라이브웍스컴퍼니의 초대형 K-POP 프로젝트다. 선발된 남자 아이돌 24명이 상설 공연장에서 1년 365일 라이브로 공연을 진행하는 신개념 K-POP 공연 프로젝트로, 브로드웨이식 상설 K-POP공연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새로운 한류 문화를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화부터 ‘소년 24’까지 최영준 안무가는 신화 곁에서 새로운 신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최영준 : 그 이야기가 회식 자리가 나왔어요. 형이 ‘영준아 나 춤추는 거 어때?’라고 물었는데 그때는 진심인지 모르고, 하고 싶으셨나보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진짜로 하게 될 줄 저도 몰랐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걱정이 됐어요. 혜성이 형은 같은 춤을 춰도 혜성이 형만이 표현하는 섬세한 느낌이 있어서 다른 코드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10. ‘로코드라마’를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요?
최영준 : 흑백 느낌처럼 이중적으로 들었어요. 노래 느낌은 어둡고 분위기가 있는데 가사는 달달해요. 안무도 그런 식으로 풀어보려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10. 손을 이용해 꽃을 표현한 안무가 인상 깊었어요.
최영준 : ‘로코드라마’ 안무 자체가 혜성이 형의 장점을 살린 안무에요. 형이 댄스 능력이 엄청나게 탁월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장점을 더욱 부각시켰어요. 혜성이 형은 긴 다리가 있고, 손이 정말 예뻐요. 손을 부각시키면서 발라드 느낌의 차분한 느낌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꽃이라는 가사가 있었고, ‘마법사’라는 가사도 있어서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하다보니까 딱 맞아 떨어졌어요.
10. 신혜성은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정말 열심히 준비한 모습이었어요.
최영준 : 처음에는 제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과 걱정을 많이 했어요. 조금씩 혜성이 형에게 맞는 안무를 수정하다보니 들어맞았어요. 혜성이 형도 연습을 많이 하고 집중을 많이 했어요. 정말 잘하고 싶어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아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10. ‘로코드라마’는 신화 ‘올라잇’ 의자춤, 전진 ‘와우와우와우’ 포인트 댄스 등 신화 연결고리가 담긴 춤도 있었는데요. 그 연결고리는 어떻게 생각하게 된 건가요?
최영준 : 신화라는 팀이 멤버들도 각자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잖아요. 요즘 아이돌도 그런 팀이 있지만, 신화는 유닛보다 솔로가 계속 나와요. 다른 아이돌과는 다른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싶었어요. 신화 춤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싶었어요. 12집 수록곡 ‘올라잇’ 의자 안무를 팬들이 엄청 좋아해주셨어요. ‘올라잇’ 부분 중에서 혜성이 형 파트에 독무가 있는데 그걸 특히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로코드라마’ 하면서 ‘올라잇’ 신혜성 형의 파트에 연결이 돼 속편을 만들고 싶었어요. 영화의 속편이 개봉하듯이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죠. 그러다 마침 진이 형도 손가락 안무가 포인트인데 혜성 형도 손가락이 포인트가 됐어요. 상징적인 뭔가를 넣고 싶었죠. 앞으로 멤버들 각자의 손가락 포인트를 만들어 볼까 생각도 했어요. 팬 입장에서 그 퍼포먼스를 보면 의미를 많이 느낄 것 같았어요. 10. 신화와는 어떻게 인연이 됐나요.
최영준 : ‘디스 러브’ 때부터 민우 형이 저를 좀 예뻐해 주신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안무가 민우 형에게 좋게 다가간 것 같아요. 그때 이후로 민우 형이 ‘댄싱9’을 했을 때 같이 했는데 ‘댄싱9′ 일을 하면서 최선을 다했어요. 형이 감사하게도 저에게 솔로 앨범 ‘택시’를 맡겨주셨고, 그때 이후로 조금씩 신뢰가 생긴 것 같아요.
10. 신화와의 작업이라니, 신기했을 것 같아요.
최영준 : 어렸을 때 저도 신화 춤을 췄던 한 명의 팬이에요. 신화를 동경했어요. 저는 항상 이민우 아니면 전진 담당이었죠. (웃음) 그런 분들에게 제가 안무를 알려드리게 되니까 식은땀이 장난 아니었어요. 처음엔 그냥 너무 신기했어요. 지금도 사실 신기해요. 익숙해졌지만, 한 번씩 ‘내가 신화 안무를 만들다니 너무 영광이다’ 문득 떠올라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그래서 더 우상이에요.
10. 신화가 처음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어땠어요?
최영준 : 믿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17년차 퍼포먼스 팀이면, 안 해본 게 없어요. 그 안에서 신선할 것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정말 힘들어요. 또 .민우 형과 진이 형은 춤에 관련된 자료를 평소에도 많이 볼 것인데 저는 그 이상의 자료를 봐야 하고 그래야 이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을 거니까 부담이 됐어요.
10. 신화를 맡고 나서 공부를 더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최영준 : 또 확실한 콘셉트가 있어야 하니까 연구를 많이 했어요. 냅다 춤만 추고 멋있고 화려한 것만 하는 것은 요즘 다른 사람들도 많이 하고 있고, 신화는 뭔가 다른 확실한 존재감을 낼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어요.
10. 신화의 퍼포먼스 중 무엇을 제일 좋아했나요.
최영준 : 지금도 ‘해결사’부터 다 기억해요. 너무 많이 따라했어요. 그중 ‘해결사’가 가장 좋아요. 그런 춤이 그때 거의 처음 나왔어요. 너무 신선했고, 하고 싶었죠. ‘T.O.P’도 정말 멋있었어요. 지금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느낌이에요. (웃음)
10. 신화와 끈끈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최영준 : 저를 믿어줄 때요. 어떤 무언가의 안무를 제작해서 영상으로 보내면 피드백을 주는데 좋다 안 좋다 그런 게 아니고, 이걸 이런 식으로 느낌을 바꿔보면 더 잘 어울리겠다든지 비판하지 않고 저를 존중해주세요. 거기에 살을 붙여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지게 이끌어줘요.
10. ‘표적’ 안무도 정말 훌륭했죠. 어떻게 영감을 얻었나요?
최영준 : 영화 ‘기술자들’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기술자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가진 몇 명이 모여서 한 사건을 해결하잖아요. ‘표적’을 듣고 웅장하고 그런 느낌이 들어서 각자의 캐릭터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도입부 휘파람 소리가 나올 때 무림 고수들의 대나무 숲에서 싸우듯이 그림자 왔다 갔다 하면서 보였다 안보였다 연출하려고 했어요. 동완이 형의 첫 파트에서는 사실 형 캐릭터가 사이코패스였어요.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붙였죠. 민우 형은 고양이처럼 적진으로 침투하는 모습, 혜성이 형은 스나이퍼. 겨냥하고 그런 동작을 해요. 앤디 형은 포로였어요. 앤디 형이 갇힌 것을 민우 형이 구해내죠. 진이 형은 행동대장이에요. 강한 화력으로 공격하는 모습이죠. 에릭 형은 최종 보스죠. 이야기를 직접 할 순 없지만 이야기를 본 듯한 느낌을 만들고 싶었어요. 냅다 멋있고 화려한 춤이 아니라 보면서 같이 느낄 수 있게요. ‘영화보고 벌써 두 시간 지났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퍼포먼스도 그렇게 펼치고 싶었어요.
10. ‘표적’으로 신화 각각의 캐릭터를 부여했는데, 실제 신화 멤버 각각의 매력은 어떤가요?
최영준 : 동완이 형은 항상 밝아요. 짜증도 없고, 옆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처음에 신화 형들과 안 친할 때 항상 동완이 형이 먼저 말을 걸어줬어요. 항상 웃으면서 이야기해요. 물질적으로도 잘 챙겨줘요. (웃음)
혜성이 형은 완벽주의자. 완벽하지 않으면 노출하지 않으려 해요. 사실 처음 ‘표적’도 혜성이 형이 그렇게 잘할 줄 몰랐어요. 후렴구 안무가 어려운 편이라 메인보컬 혜성이 형이 잘 서포트할까 생각했는데 결국 제일 잘 소화했어요. 춤선이 정말 좋아요. 하지만 그런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안 보여주려 해요. 스스로 내공을 쌓는 분이에요.
앤디 형은 형들한테 애교가 많아요. 보면 항상 형들한테 매미처럼 달려 있어요. (웃음) 신화 안에서 진이 형이 분위기 메이커라고 하지만 앤디 형이 진짜 분위기 메이커가 아닐까 생각해요.
전진 형은 진짜 웃기죠. 그 외에는 다른 걸로 설명이 되지 않아요. 24시간이 예능이고, 5분 동안 안 웃으면 어색할 정도에요. 진지한 분위기에도 웃기고, 춤 욕심이 많아요.
에릭 형은 리더로서 포스가 있어요. 다른 형들은 안무 연습을 할 때 자주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데 에릭 형은 가만히 있어요. 끝날 때까지 있다가 정말 안 풀리는 것들, 해결이 안 되는 것을 와서 해결해버려요. 정리를 확실하게 해버리죠. 형들도 에릭 형이 그렇게 말하면 다 들어요.
민우 형은 ‘1+1’이 ‘2’가 아니고 ‘5’가 되는 사람이에요. 조금의 틀만 만들어 드려도 살을 붙여요. 정말 대단해요. 감각이 타고났어요. 저는 춤을 오래 연구하고 분석하고 그래왔는데도 불구하고, 민우 형과 이야기를 하면 항상 새로운 걸 느껴요. 천재적이죠. 저 같은 댄서들은 억울해요. (웃음) 제가 오히려 배울 때가 많아요.
10. 신화를 담당하고 난 전과 후의 최영준 안무가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최영준 : 안무를 풀이하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기존 다른 그룹을 했을 때는 그 친구들이 무조건 멋있어 보이게만 안무를 짰어요. 신화를 맡고 나서 각각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어요. 또 세븐틴과 업텐션 안무도 맡고 있는데 제가 신화를 했기 때문에 이들의 안무를 더 잘할 수 있었어요. 특히 세븐틴은 실력이 정말 좋아요. 안무를 만들 때 제한 없이 만들 수 있어요. 만든 안무를 세븐틴한테 입히면 자기만의 매력을 넣어요. 실력 구멍이 없어서 시원시원해요. 호시랑 같이 작업을 하죠.
10. 올해 ‘소년24’라는 프로젝트도 함께 해요. 퍼포먼스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요.
최영준 : 기존에는 방송 안무를 만드는데 그건 공연 안무예요. 방송 안무는 각도에 따라서 예쁘게 하는 게 중요하고, 공연은 시원하게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해요. 소년 24는 기존에 봤던 방송 안무에 대한 것들보다는 공연 위주의 안무를 많이 할 거예요. 동선이나 포지션이 그 공연에서 표현될 것 같아요. 무대 외에 다른 부분도 다 쓰고 싶어요.
10. 안무를 짤 때 어떻게 영감을 얻어 출발하나요?
최영준 : 예를 들어 지금 제가 혜성이 형 안무를 만들잖아요. 그럼 저는 혜성이 형인 것처럼 연기를 해요. 섬세하게 연기를 하기 위해서 혜성이 형의 관련 자료를 다 봐요. 이 사람의 특성과 장점 등 캐릭터를 파악해요. 그 다음에 안무를 만들어내면서 첫 번째 생각하는 것이 혜성이 형한테 ‘이런 안무가 어울리겠다’예요. 두 번째로 혜성이 형한테 맞춘 안무가 노래한테 잘 어울리느냐, 세 번째는 팬이나 대중이 봤을 때의 두 가지를 구분하죠. 팬들이 봤을 때는 혜성이 형이 섹시하거나 달콤한 것을 좋아하고, 대중은 신선한 것을 원해요. 그 두 개를 녹여내기가 정말 어려워요. 안무 하나 만들 때 한 2주는 자료만 보고 음악만 듣고 하는 것 같아요.
10. 안무를 짤 때 꼭 지키는 기준이 있다면요.
최영준 : 저는 항상 ‘기승전결’이 있어요. 끝나고 나서의 시원함, ‘아~’ 이렇게 할 수 있는 그런 안무가가 되고 싶어요. 어떤 노래를 만난다면, 뮤지컬 같은 안무를 해보고 싶어요. 심심하지 않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구성의 것들이요. 노래로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노래에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노래와 같이 호흡하는 안무를 만들고 싶어요. 10. 어떻게 안무가의 길을 가게 됐나요?
최영준 : 불과 8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저는 20대에는 밤마다 라이브 DJ를 많이 했어요. 전라도 광주 출신인데 그냥 지방에서 춤추던 학생이었어요. 쇼핑몰 작은 무대에서 춤추던 아이였어요. 지방에서 춤을 추는데 뭔가 배가 고팠어요. 그때 당시만 해도 유튜브나 이런 것들이 많지 않아서 직접 가서 춤을 배워야 했는데 갈증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 서울이었어요. 집에서 반대했지만, 얼마 안 되는 돈을 가지고 서울 고시원에 살면서 프로 안무팀을 다녔어요. 돈이 없어서 춤추면서 돈 버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스무 살이 되는 타이밍에 나이트 DJ라고 나이트에서 춤을 추는 직업을 하게 됐어요. 한 달에 겨우 75만원을 받았어요. 그때 저에겐 정말 큰돈이었어요. 20세에 시작해 29세 때까지 했어요. 낮에는 부지런히 방송활동을 하면서 밤에 라이브 DJ를 하고. 하지만 댄서 생활을 낮에만 하다 보니 늦은 타이밍에 안무가가 된 것 같아요. 사람들도 잘 모르고 인맥도 없고, 아무리 열심히 연습을 한들 잘한다는 것을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런 저를 민우 형이 봐주셨어요. 민우 형이 봐주고 그동안 연구를 해왔던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됐어요. 신화를 통해서, 신화 개개인 앨범을 통해서. 지금은 빡세지만, 배고파 봤기 때문에 잠을 못자도 괜찮아요.
10. 전보다 더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최영준 : 전보다는 확실히 행복해요. 3년 전만 해도 갖고 싶은 물건도 못 샀는데 지금은 갖고 싶은 것도 사고, 먹고 싶은 것도 먹어요. 약간 좀 떳떳하고 자신감은 생겼어요.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10. 가장 보람찰 때는 언제인가요?
최영준 : 모든 안무가가 그렇지만, 1위 할 때요. 댄서나 안무가 분들도 1위할 때 기분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요. 물론 사람들이 저를 보고 환호해주지는 않겠지만, 그 무대에 나의 서포트가 조금이라도 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해요. 연습생들 같은 경우는, 실력이 많이 늘은 것을 보면 내가 설명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며 보람차요. 연습생 애들이 데뷔하고 잘될 때 더 뿌듯하죠.
10. 무대 앞에 서서 나의 춤을 추고 싶은 욕구는 없나요?
최영준 : 어렸을 때는 그 욕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없어요. 혜성이 형 무대에서 내가 옆에서 이런 움직임으로 혜성이 형이 빛나면 그게 더 행복해요. 내가 빛나면 그게 더 쑥스러워요. 혜성이 형이 빛나게 하는 서포트 하는 것이 제 일이에요. 조연의 행복함이죠. 처음부터 가수는 생각도 안했어요. 춤이 정말 좋아요. 항상 TV를 봐도 가수가 아닌 댄서를 봤어요. 저 무대는 누가 만들었을까. 저 무대는 가수가 아니라 댄서가 만들고 트레이닝을 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 길은 안무가라고 생각했어요.
10. 신화 말고 좋아하는 팀이 있나요.
최영준 : 일단은 엑소요. 저는 엑소 카이, 샤이니 태민, 빅뱅 태양을 좋아해요. 그 세 친구는 춤의 기준으로 봤을 때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기준의 맥시멈이 올라간 상태인 것 같아요. 항상 눈여겨보고 있어요. SM 퍼포먼스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또 키오니 마드리드(Keone Madrid)라고 갓세븐 ‘니가 하면’과 B1A4를 담당한 외국 안무가, 또 토니 테스타의 안무를 좋아해요. 그 외에도 좋아하는 케이팝 안무가도 진짜 많아요. 해외 안무가는 화려한 스킬이 좋아도 결국 대중이 좋아하는 안무는 K-POP 안무가가 만들어요. 국내 안무가가 해외 안무가의 시안을 수정해서 대중이 좋아하는 매력을 뽑아내죠.
10. 안무가 외에 자신의 영역을 넓힐 계획이 있나요?
최영준 : 아직 안무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깊게 생각을 안했지만, 미래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게 공연 연출 쪽이긴 해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제대로 공부를 하고 싶어요.
10. 안무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최영준 : 한 장르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안무가로서의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집을 버리는 것이에요. 그게 잘 안돼요. 자기 생각을 버리고,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것. 생계가 힘들어 그만둔 사람이 많은데 많은 댄서 분들 중에 안무가로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긴 하죠. 그 안무가가 되려고 연구를 많이 했어요. 10. 춤의 매력이 뭔가요?
최영준 : 노래를 들을 때 가장 잘 들리는 것이 떠 있는 멜로디라인, 가사와 사람 목소리예요. 그런데 춤은 작은 박자와 비트를 표현하면서 그 세심한 부분을 들리게 만들어 줘요. 더 디테일하게 음악을 즐기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10. 댄서의 길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가게 만든 원동력은 뭔가요?
최영준 : ‘춤을 절대 포기 하지 않겠어!!’ 이런 것은 없었어요. 춤이 다른 것보다 잘했던 나만의 재주였어요. 이게 생계도 힘들고, 비전도 없으니까 그때 당시에 포기했던 적이 있었어요. 1년 정도였는데 포기했을 때 이걸 하면서 내가 행복했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포기하고 몇 달 사니까 깨달았어요. 그만뒀을 때는 저처럼 안 살아졌어요. 춤을 추니까 내가 되는 것이었어요.
10. 2016년 목표은 무엇인가요?
최영준 : ‘소년24’에 일단 올인할 거예요. 퍼포먼스 안에서는 정말 많이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에요. 다양한 안무가 분들과 공동 작업을 통해 해외에서도 볼 수 없는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 그 공연을 보고 가면 꼭 봐야 한다는 그런 공연을 만들고 있어요. 사실 아이돌 공연이라고 하면, 일반 대중은 가벼워 보이는 부분이 있어요. 뮤지컬 ‘캣츠’, ‘그리스’와 ‘소년24’를 봤을 때 ‘소년24’는 그들만의 세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도 있어요. 일단 한 번 접하면 그런 생각을 안 하게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춤으로써. 그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할 것이에요.
10. 최영준 안무가만이 지닌 무기는 무엇인가요?
최영준 : 제가 제 춤을 출 때는 멋있고 화려하고 잘하는 것을 하는데 가수들의 안무를 만들 때는 그 각자의 멤버가 되려고 노력을 해요. 그래서 조금은 세븐틴, 업텐션, 신화 안무를 조금 더 인정해주지 않았을까요…? (웃음) 만약에 혜성이 형 노래가 전진 형 것이었다면 다른 식으로 풀이가 됐겠죠. 저는 항상 노래에 잘 어울리는 것을 두 번째고, 그 가수에 잘 어울리는지를 생각해요.
10. 마지막으로 신화한테 한마디와 각오를 부탁해요.
최영준 : 어느 정도 미완성인 저를 알아봐주고, 조금이나마 완성에 가깝게 갈 수 있어서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걸로 인해서 다른 활동도 잘 되고. 사실 안무가로서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이런 이야기가 자존심 상할 수도 있어요. 라이브 DJ를 한 것도 지금의 제 자리에 있게 한 것에 많은 영향을 줬어요. 늦게 시작했지만, 가볍지 않은 안무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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