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선율 하나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 또 그것을 해내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가슴 떨리는 일이다. 댄스, 록, 발라드, R&B, EDM, 힙합 등등 세상엔 정말 다양한 음악이 존재한다. 어떤 이는 발라드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어떤 이는 댄스를 들으며 흥을 돋우고, 어떤 이는 힙합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기도 한다. 작곡가가 없었다면 즐기지 못할 일들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곡가들의 세계는 어떨까. 음표를 그리며 감동을 전하는 작곡가들을 만난다. [편집자주]
심은지 작곡가
심은지 작곡가
심은지 작곡가. 올해 백아연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와 플라이투더스카이 ‘그렇게 됐어’를 차례대로 음원차트 1위에 올려놓은 떠오르는 작곡가다. 심은지는 2008년 JYP 퍼블리싱과 인연을 맺고, 2009년 입봉작을 발표한 뒤 현재까지 JYP퍼플리싱에 몸담으며 자신만의 음표를 그려오고 있다.

심은지 작곡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카라 정규 4집 앨범 선공개곡 ‘둘 중에 하나’였다. 이 곡은 어쿠스틱 반주 위에 카라의 음색이 잘 어우러져 카라의 또 다른 모습에 놀랐던 곡이었다. 무엇보다 ‘둘 중에 하나’라는 제목과 ‘어디야 언제와 오늘도 기다리는 건 나야’ 첫 구절 가사 등 쉽고 일상적인 말로 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 끌렸다.

그 이후 플라이투더스카이 ‘그렇게 됐어’에서 또 한 번 놀라게 됐다. 너무나도 흔히 쓰는 ‘그렇게 됐어’라는 말을 4분여의 음악 속에 풀어냈다. ‘뭐 때문에 헤어졌나는 친구들 말에 그냥 그렇게 됐어’, ‘술잔을 비워내며 뭐 그렇게 됐어’ 등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는 상황 설정과 플라이투더스카이의 특성까지 고려한 것도 돋보였다.

심은지 작곡가의 힘은 자신의 색깔을 잊지 않고 대중성과의 줄타기를 적절히 이뤄내는 것에 있었다. 신인 작곡가 시절 곡이 팔리지 않았던 초조함이 자신의 색에 대한 확신을 가져다줬고, JYP 소속 아티스트를 비롯해 카라, 아이유, 인피니트, f(x) 등 활발한 외부 협업도 병행하면서 자신의 색을 담은 디스코그래피를 착실히 쌓았다. 그 결과, 심은지 작곡가는 2015년 ‘이럴거면 그럴지 말지’와 ‘그렇게 됐어’로 본격적인 히트메이커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다. 심은지 작곡가는 대중음악작곡가로서 고민을 묻는 질문에 “좋아해야만 시작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인터뷰 내내 적극적인 모습으로 성실히 답변하던 그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일에 만족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아서 하는 일로 자신의 색을 찾아 결국 성공에 이른 자가 준 교훈이었다.

Q. 먼저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심은지 :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어요. 연세대학교 작곡과를 다녔던 사촌오빠의 집에 놀러 갔는데 그때 조성모 ‘투 헤븐’이 유행했을 때에요. 사촌오빠가 ‘투 헤븐’의 코드를 마음대로 바꿔서 피아노를 치더라고요.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 그걸 듣고 ‘이런 세상이 있구나’ 알게 됐어요. 그렇게 바꿔 치는 것을 그때는 정확한 용어를 몰랐는데 이론을 배우니 ‘리하모니제이션(Reharmonization)’이라고 해요. 그 이후로 오빠를 따라서 작곡가를 희망했고, 연세대학교 작곡과에 진학했어요. 또 김형석 작곡가님도 정말 좋아하는데 한양대 작곡과를 나오셨잖아요. 그분처럼 되고 싶었어요. 또 피아노를 좋아하는데 악보만 보고 그것만 치는 것을 평생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제 전공을 살리면서 같이 하는 것 중에 뭐가 있을까 생각하니 작곡이었어요.

Q. 작곡가로서 처음 발표한 곡이 f(x)의 ‘유 아 마이 데스티니(You Are My Destiny)’에요. JYP 소속 작곡가인데 SM 소속 가수의 곡을 데뷔하게 됐군요.
심은지 : 2008년에 JYP 들어와서 1년 가까이 시도를 했는데 잘 안됐어요. SM이 제가 JYP와 계약하기 전부터 제 곡을 좋아해 주셨어요. JYP에도 데모곡을 주면서 SM에도 같이 드렸는데 그걸 1년 정도 묵혀두고 있다가 f(x) 앨범에 결국 싣게 됐죠.

Q. 그럼 JYP와는 어떤 인연으로 함께 하게 됐나요?
심은지 : 박진영 오빠도 연세대학교를 나왔어요. 제가 학교를 졸업했던 상태였는데 아카라카 축제에 메인 가수로 박진영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마침 데모 CD를 준비하고 있었죠. 인맥을 활용해서 저를 박진영 대기실에 넣어달라고 했어요. 무작정 데모 CD를 갖고 가서 몸 풀고 있는 박진영 오빠에게 CD를 드렸더니 황당해 하셨어요. 하하. 그러고 나서 2주 있다가 아침 그것도 7시에 진영 오빠에게 전화가 왔어요. CD를 직접 들었는데 너무 좋다고 JYP 퍼블리싱에 넘긴다고요. 그렇게 시작됐죠.

Q. 혹시 데모CD에 담았던 곡 중에 발표된 곡이 무엇인가요?
심은지 : CD에 다섯 곡이 있었는데 그중 두 개가 발표됐어요. 모두 f(x)네요. ‘유 아 마이 데스티니’랑 ‘서프라이즈 파티(Suprise Party)’에요.

Q. 작곡가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을 알린 것은 언제였나요?
심은지 : 조권 ‘고백하던 날’이 처음으로 차트 1위를 하긴 했어요. 그것보다는 원더걸스 ‘걸스 걸스(Girls Girls)’란 노래가 있어요. 제가 처음으로 단독으로 작사, 작곡, 편곡했던 노래예요. 많은 분들이 그 노래의 크레딧을 보고 저를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걸스 걸스’가 후속곡으로 활동하면서 더 알려졌죠.
심은지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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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학교 선배로서가 아니라 JYP 박진영의 매력은 뭔가요?
심은지 : 저는 친구들이 젝스키스, H.O.T 좋아했을 때 박진영 콘서트를 다녔어요. 그냥 박진영의 음악들이 좋았어요. ‘그녀는 예뻤다’, ‘난 여자가 있는데’, ‘허니’ 이런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 뒤에도 나오는 음악마다 R&B 성향들이 깔렸었죠. 제가 JYP 색깔과 맞겠다 싶어서 찾아간 것도 있어요.

Q. 심은지 작곡가의 초기 노래들을 보면 어쿠스틱 성향이 강하더라고요. 작곡가 초기 시절에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심은지 : 피아노로 악기를 시작했으니까 피아노가 메인이 되면 아무래도 깔리는 것들이 어쿠스틱했어요. 비트를 찍는데 힙합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어려웠죠. 그런데 대학교 때 소나기 라는 밴드를 했는데 그때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그때 스네어, 킥 이런 것들에 대해 다 배웠죠. 밴드 하면서 배운 게 초반 음악에 영향을 줬어요.

Q. 작곡가면 보컬 디렉팅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어떤 스타일인가요?
심은지 : 친절한 스타일이에요. 하하. 한 번도 화를 내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그래서인지 초반에 후회가 남는 디렉팅이 많아서 그 음악은 안 듣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가수랑 조금 기싸움을 하더라도 받아내요. 그러니 결과물도 좋고, 자한테도 좋았죠.

Q. 최근 인터뷰에서 “얼마 전 한 뮤지션과 작업을 하면서 노래 한 곡이 나오는 모든 과정을 알게 되었고, ‘프로듀싱의 중요성’을 경험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중요성을 경험한 것인가요?
심은지 : 그동안은 이미 잡힌 콘셉트에 맞춰 곡을 쓴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앨범 작업을 할 때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었죠. 그런데 얼마 전, 한 아티스트와 함께 앨범 콘셉트를 고민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전체 구성과 가수의 이미지를 잡는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작곡가의 느낌보다는 프로듀서에 가까운 경험을 했어요. 그게 정말 재밌고 작곡가로 참여할 때보다 훨씬 큰 책임감을 갖고 작업에 임하게 되더라고요. 작곡가로서 한 곡 써서 넘기는 것과는 다른 영역의 일이었어요. 프로듀싱에 대한 흥미를 느꼈습니다.

Q. 여러 가수를 상대하는데, 어떤 노래가 성공할지 눈에 보이시나요?
심은지 : 첫 소절 들으면 바로 와요. 노래 잘하는 친구들도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스타일 이 있으면 디렉팅이 힘들어요. 서로 맞춰가야 진짜 최고로 곡이 잘 나와요. 노래 못하는 친구들도 디렉팅을 잘 따라오는 친구들이 있으면 곡이 잘 나오죠.

Q. 그렇다면 가장 마음에 들게 잘 나온 노래는 무엇인가요?
심은지 : 15&(피프틴앤드)의 ‘슈가(Sugar)’라는 곡이에요. 진짜 많이 수정 녹음을 하기도 했고, 박지빈 백예린 모두 둘 다 노래를 잘해요. 시작할 때부터 이 곡은 한 음 한 음 마음에 들 때까지 뽑아내자고 이야기하고 시작했어요. 그래서 애착이 있어요. 아이들이 “언니, 이거 우리 끝까지 만들어보자”고 다짐하면서 욕심내서 만든 곡이라 결과랑 상관없이 퀄리티가 좋아요

Q. 그럼 지금도 쓰담쓰담하는 하게 되는 애착이 가는 노래는요?
심은지 : 아이유 ‘그애 참 싫다’라는 곡이요. 사연이 많아서 좋아하는 곡이고, 또 15&의 ‘아이 드림(I Dream)’은 제가 만든 첫 타이틀곡이기도 공들여 만든 곡이라 다 애착이 가요.
심은지 작곡가
심은지 작곡가
Q. 본인이 만든 곡이 1위를 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심은지 : 엄청 뿌듯해요. 1위인 것을 계속 확인해요. 그런데 마냥 좋지는 않아요. 작곡가 생활을 긴 시간 한 것은 아니지만, 업다운이 있잖아요. 1위가 계속 갈 것은 아니니까 제 감이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죠. 1위의 기쁨은 오래 가진 않았어요.

Q. 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있나요?
심은지 : 일단 제 음악이 트렌디한 색이 아니라 다행이에요. 대신 흐름을 읽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예전엔 가사가 비유나 어려운 가사를 사람들이 좋아했다면, 요즘은 돌직구나 직설적인 가사를 던져야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흐름 같은 것을 읽으려고 노력을 하지만, 음악에 있어서는 유행을 따르려고 한 적은 없어요.

Q. 유행을 따르려 하지 않았지만, 곡이 팔리지 않았던 시절에는 초조했을 것 같아요.
심은지 : 초조했죠. 정말 초조해서 유행을 따라가 봤는데 더 안 팔렸어요. 제 음악 색깔을 유지하면서 트렌디한 요소를 가미해야 해요. 백아연의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에서 가사 부분에서 트렌디함을 주면 제 색깔이니 좋아해 주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만약 제가 대세에 따른다고 되지도 않는 EDM이나 힙합을 쓴다면 그게 팔리거나 대중이 좋아하진 않을 것 같아요. 산이와 ‘러브식(Love Sick)’도 작업했지만, 그 곡의 경우는 힙합이지만 말랑하게 풀어냈어요. 제가 잘하는 것과 접목을 시키면 좋아하게 되는데 갑자기 제가 EDM에 뛰어들고 딱히 좋은 결과를 못 얻어요.

Q. 자신만의 색깔을 확인했군요.
심은지 : 안 팔리니까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비슷하게 써보고 했는데 정말 안 팔렸어요. 하하. 결과물도 진짜 마음에 안 들었어요. ‘유 아 마이 데스티니’가 처음으로 팔리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 곡이 초반에 작업한 거라 내 색깔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죠. 많은 힘을 얻었어요. 내 색깔대로 써도 좋아해주는 분이 있구나. 억지로 음악을 쓰려고 했던 것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어요.

Q. JYP도 많은 도움을 줬을 것 같아요.
심은지 : 네, 가장 많은 배움을 얻었죠.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작곡가가 3명만 있었어요. 항상 박진영 오빠와 같이 있었어요. 박진영 오빠 뒤에 앉아서 디렉팅을 보는 모습을 밤 10시, 새벽 2시가 되든 계속 그것만 보고 있었어요. 디테일한 편곡, 믹스 등등 다 가르쳐줬어요. 그때는 3명뿐이었고 우리가 신인 작곡가라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 불러서 하나하나 가르쳐 줬던 거예요. 디렉, 프로툴 하나하나 다 배웠어요. 1~2년 정도요. 밥도 삼시세끼 같이 먹고, 진영 오빠가 한국에 있을 때는 맨날 붙어 있었어요. JYP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Q. 박진영의 가르침 덕분에 음악적으로 변화한 것이 있나요?
심은지 : 물론 JYP에서는 원하는 스타일이 있으니 많이 맞춰가려고 했어요.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고, 외부 작업도 많이 병행해서 제 스타일도 유지했죠. 그리고 애초부터 사람들이 저보고 ‘너는 진영이과’라며 인정했어요. 하하. JYP와 저는 운명인가 봐요.

Q. 이번 원더걸스 정규 3집 ‘리부트(Reboot)’를 비롯해 원더걸스 멤버들과도 함께 작업했는데요. 어땠나요?
심은지 : 정규 3집에서 선미, 유빈이가 입봉이었어요. 아이들이 저를 많이 따라왔어요. 수월하게 했는데 둘이 또 나름 색깔이 있어서 그것을 유지하는 선에서 같이 했어요. 재미있었어요. 처음 작업을 하는 것이라 그런지 틀에 갇혀서 하지 않았어요. 오래 하면 정형화가 되는 게 있는데 아이들이 변주를 준다든지 유니크한 아이디어를 냈어요. 선미는 실제로 본인이 프로듀서를 꿈꾼다고 말하면서 시작했어요.

Q. 아이돌은 주어진 음악만 한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그런 편견은 없을 것 같아요.
심은지 : 요즘에는 아이돌이 직접 곡 쓰고, 가사 쓰면서 참여율이 높아진 편이에요. 예전에는 주는 것을 불렀다면 이제는 자기들의 소리를 많이 내요. 특히나 저희 회사는 거의 소속 가수의 80% 정도가 곡을 직접 쓰고 있어요.

Q. 대중음악 작곡가는 대중의 흐름과 자기만의 색깔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잖아요. 그 괴리감을 어떻게 극복하나요?
심은지 : 대중이 원하는 것도 생각해야 되고, 좋아하는 것도 넣어야 해요. 줄타기를 하면서 어느 정도를 절충해야 해요. 저는 제가 아예 하기도 싫은 음악을 대중이 원한다고 한 적은 없어요. 좋아해야만 시작할 수 있어요. 음악 자체가 너무 깊어지면 농도를 낮추는 정도에요. 좋지 않으면 시작을 안 하니까 그 괴리감은 생각보다 없어요. 간혹 타이틀곡 압박이 있긴 해요. 더 대중적이어야 한다고요. 그건 알아서 해야 해요. 괴로웠어요.

Q. 기사나 보도자료를 보면 앨범을 발표하기 전에 ‘대중성 있는 음악’이라고 홍보하잖아요. ‘대중성 있는 음악’은 무엇일까요?
심은지 : 멜로디가 딥하게 가면 안 되고, 쉬워야 해요. 꽂히는 멜로디여야 하죠.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가 쉽고, 가사와 멜로디가 꽂혀서 같이 가요. 트랙이 트렌디하게 가더라도 멜로디는 뽕으로 간다거나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넣어야죠.

Q. 그렇다면 완성도 있는 음악은 어떤 뜻인가요?
심은지 : 대중성이 있다고 해서 완성도가 없는 건 아니에요. 전문가들은 노래를 들으면 진짜 고심해서 쓴 트랙이고, 신경을 썼다는 것을 느껴요. 화성을 바꾸고 요리조리 꼰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런 디테일이 들려요. 진짜 공을 많이 들인 음악들이죠. 힘을 빼고 쉽게 쓴 음악이랑 진짜 고심해서 쓴 음악은 다르죠.
심은지 작곡가
심은지 작곡가
Q. 개인적으로 카라 ‘둘 중에 하나’, 플라이투더스카이 ‘그렇게 됐어’ 같은 가사를 좋아해요. 심은지 작곡가 곡들 중에는 정말 공감되는 가사가 많아요. 가사 영감을 어떻게 얻나요?
심은지 : 일상적인 대화에서 얻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대화할 때 집중해서 듣게 돼요. ‘그렇게 됐어’, ‘이럴 거면’ 이런 것도 어쨌든 간에 사람들이 진짜 하는 말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그렇게 됐어’도 툭툭 그냥 하는 말인데 어느 날 집중해서 듣다가 꽂혀서 ‘그렇게 됐어’라는 제목의 곡이 있나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Q. 이미 결혼하신 유부녀라고요. 사랑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가나요?
심은지 : 키워드가 나오면 상황을 그려서 주인공에 빙의가 돼요. ‘그렇게 됐어’는 체념한 남자가 하는 말이에요. 술자리에 있는 상황을 정하고 거기서부터 새로 그렸죠. 생각이 안 떠오르면 놓고 나갔다 오면 떠올라요. 억지로 하면 안 돼요. 진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리프레시를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작곡가들 만나서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기분전환이 돼요.

Q. 작곡가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생곡이 있나요?
심은지 : 일본가수 미샤(MISIA)의 ‘에브리씽(Everything)’이라는 노래가 인생곡이에요. 그게 진짜 완성도 높은 음악이에요. 유튜브 동영상을 보니까 드럼도 실제로 받은 소스를 잘라서 다시 재배치한 노래에요. 편곡이나 화성 모두 말도 안 되는 코드들을 하나로 기가 막히게 이었어요. 기가 막히게 잘 쓴 노래에요.

Q. 함께 작업하고 싶은 드림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심은지 : 더티룹스(Dirty Loops)를 좋아하는데 그 분들은 이미 다 스스로 곡을 만드셔서.. 하하. 항상 디즈니에 곡을 팔고 싶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디즈니라는 회사가 가진 그런 색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그래도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으니까 오케스트레이션을 제대로 써보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한국 대중음악에 그런 편곡을 하는 것은 과한 것 같고, 조금씩 해보고 싶어요.

Q. 현재의 K-POP에 대한 아쉬운 점은 없으신가요? 신인 작곡가의 입봉이 어려운 것 같아요.
심은지 : 신인 작곡가들은 입봉 자체가 어려워요. 기존에 있는 사람들한테 다 몰리잖아요. 주변에 입봉 못하거나 이제 겨우 막 한두 곡을 파는 친구들 중에 잘하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그 사람들은 팔 루트가 없어서 곡을 팔기가 힘들어요. 잘되는 사람만 잘되고, 이름 있는 사람의 곡만 팔려요. 개인적으로 작곡가를 위해 곡을 올리는 웹사이트에서 오픈하고 서로 계속 연결될 수 있는 장만 있어도 작곡가들이 먹고 살기가 좋을 것 같아요.

Q. 작곡가 지망생에게 현실적인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심은지 : 경험을 진짜 많이 하라고 항상 말해요. 가사를 쓰는 데 있어서 경험만큼 좋은 게 없어요. 경험이 바탕이 됐을 때 진정성이 나와요. 작곡가들이 작사까지 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경험을 많이 해야 하죠. 물론 전제는 편곡, 미디는 다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고, 그 뒤로는 경험을 많이 해야죠. 경험에 자신의 상상을 보태요. 진짜로 연애 경험 많은 것에 못 당하더라고요. (웃음)

박진영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심은지 작곡가 이야기
박진영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심은지 작곡가 이야기
Q. 이 기회를 통해 박진영에게도 그동안 하고 싶었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심은지 : 하하. 불만도 있고, 고마움도 있어요. 먼저 불만은.. 타이틀곡을 작업할 때는 박진영 프로듀서의 최종 확인을 무조건 거쳐야 해요. 그런데 재녹음도 많이 하고 너무 완벽주의여서 힘들어요! 하하. 하지만 제가 JYP 덕분에 작가활동을 하고 있어요. 여자 작곡가가 별로 없는데 JYP 울타리 안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박진영 오빠가 신인 작곡가일 때부터 디테일을 잡아서 가르쳐주셨어요. 박진영 오빠가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1위했을 때 인스타그램에도 제 손편지랑 인생사를 올려주시기도 했어요. 저를 처음부터 회사에 데려와서 키워서 곡을 발표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빠로서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해요.

Q. 마지막으로, 심은지 작곡가의 꿈은 뭔가요?
심은지 : 저는 거창하게 회사 차리고 이럴 생각은 없어요. 작곡가는 수명이 짧은 직업이에요. 꾸준히 곡 의뢰를 받는 작곡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오랫동안 하는 작곡가가 별로 없어요. 수록곡, 타이틀곡 상관없이 감을 유지해서 오랫동안 노래를 계속 썼으면 좋겠어요.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박진영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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