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마을1회
마을1회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1회 2015년 10월 7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캐나다에서 살던 한소윤(문근영)은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아치아라에서 온 의문의 편지를 발견한다. 그 편지에는 20년 전 교통사고 기사를 있었고, 그 기사는 소윤을 포함한 일가족이 전원 사망했다는 소식이 실려 있었다. 소윤은 아치아라의 해원중고교 영어교사로 부임하게 되고, 사생대회 날 야산에서 백골 시신을 발견한다. 마을 사람들은 소윤이 발견한 시체가 2년 전 홀연히 사라진 김혜진(장희진)이라고 추측한다. 혜진은 2년 전, 서창권(정성모)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진을 그의 부인 윤지숙(신은경)에게 직접 전해주고 큰 몸싸움을 벌였던 미술학원 교사였다.

리뷰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의 문이 열렸다. ‘마을’은 그동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신의 선물-14일’, ‘쓰리데이즈’ 등 장르물에서 강점을 보였던 SBS가 새롭게 선보이는 본격 미스터리 드라마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믿고 보는 문근영이 지난 5년 간 길렀던 머리를 싹둑 자르고, 처음으로 스릴러 작품에 도전하는 것이기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지난 7일 처음으로 시청자들에게 공개된 ‘마을’은 시청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등 스릴러 드라마로서의 역할은 다했으나 느린 이야기 전개가 2%의 아쉬움을 남겼다.

‘마을’은 시청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마을’은 시작하자마자 추락사고를 너무나도 리얼하게 그려 시청자들을 잔뜩 긴장하게 만들었다. 또한, 소윤이 호두를 손에 쥔 의문의 남성으로부터 빗속을 헤치고 도망가는 모습이나 동사무소에서 들리는 호두 부딪히는 소리, 야산에서 발견한 백골 시신이 소윤에게 손짓하는 CG 등을 통해 계속해서 시청자들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소윤이 자신이 발견한 시신이 자신보다 앞서 집에 살던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공포에 떨며 온 집안 물건을 치우던 마지막 장면은 가을밤 공기를 더욱 쌀쌀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가 더뎠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장르 드라마는 극 초반 ‘강력한 사건’을 통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박수하(이종석)와 장혜성(이보영)이 민준국(정웅인)과 어떻게 악연으로 엮였는지 15년 전 사건을 중심으로 그렸고, ‘신의 선물-14일’은 연쇄 살인범에게 김수현(이보영)의 딸 한샛별(김유빈)이 유괴되기까지를 몰입감 있게 보여줬다. 또한, ‘쓰리데이즈’에선 대통령 암살 사건이 전개됐다. 이처럼 장르 드라마의 1회는 힘있는 사건이 필요하다. ‘마을’ 역시 1회에서 평화로운 아치아라에 백골이 발견됐다는 사건을 보여줬지만 이것뿐이었다. 이 사건을 계속해서 끌고 나갈 인물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자극적인 사건이 등장한다한들 결국 그 사건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인물이다. 지금껏 SBS에서 선보였던 장르 드라마들은 1회부터 눈에 띄는 인물들을 보여주며 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다. 하지만 ‘마을’은 그렇지 못했다. 백골 시신이 마을에서 발견됐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마을에 발생했지만 이와 관련해 주요 인물들은 모두 따로 놀았다. 강력범죄 발생을 바라는 박우재(육성재), 2년 전 아치아라에서 사라진 의문의 여인 김혜진, 그런 그녀를 몹시 싫어했던 윤지숙, 아직 본격적으로 캐릭터가 드러나지 않은 서기현(온주완)까지 주요 인물은 모두 등장했으나 이들이 백골 시신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 어떤 힌트도 얻을 수 없었다. 심지어 백골을 발견한 소윤마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보다 주로 심약한 모습만을 보여줬다.

사라진 여자, 시체, 평화로운 줄 알았던 마을의 민낯 등 ‘마을’이 1회에서 보여준 ‘떡밥’들은 ‘마을’을 충분히 재미있는 미스테리 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1회에서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마지막 회의 소름 돋는 반전을 위한 복선을 깔아두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스피디한 전개 또한 스릴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직하게 복선들을 촘촘히 깔아두는 동안 시청자들이 떠날 수 있다. 부디 2회에서는 조금 더 속도감 있게 흥미진진한 사건과 의심스러운 캐릭터들을 보여주며 ‘마을’을 향한 시청자들의 호기심에 불씨를 붙일 수 있길 바란다.

수다 포인트
– 소윤의 근처를 떠돌던 ‘호두남’의 정체는 뭘까요?
– 앞집 아주머니는 소윤이 돌아올 때만 기다리고 있는 겁니까?
– 얘들아, ‘시체쌤’이라니 꼭 선생님이 죽은 것 같잖아. 그러지 말고 ‘시체를 발견한 선생님’을 줄여 보는 건… 안 되겠다, 그치?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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