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재규어중사
사건명 팽팽한 줄이 끊어지듯 용의자 재규어중사 사건일자 2015.09.11 첫인상 재규어중사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본명이나 나이 등 주요 인적사항이 포털사이트에 등재되지 않은 상태. 다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시간 거스르기”라는 글과 함께 재규어중사의 ‘0911’을 소개한 바 있다. 덕분에 방탄소년단 팬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이름일 터. ‘오빠’가 좋아하는 음악이라니,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 보자. 추천트랙 ‘팽팽한 줄이 끊어지듯’. 랩몬스터가 어떠한 이유로 “시간 거스르기”라는 글을 올렸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재규어중사의 음악에 대한 평가였다면, 적절한 멘트다. 재규어중사는 90년대 알엔비/발라드를 멋스럽게 구현해내는 아티스트. 복고적인 분위기가 충실히 살아있으면서도 미니멀한 편성으로 현대적인 느낌도 덧입혀졌다. 유려한 흐름에 몸을 맡기다보면 3분 30초에 달하는 런닝 타임이 금세 지나간다.
스위트피
사건명 하늘에 피는 꽃 용의자 스위트피(김민규) 사건일자 2015.09.11 첫인상 스위트피는 밴드 델리스파이스의 보컬리스트 김민규의 솔로 프로젝트를 가리키는 이름. 그는 지금까지 3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했으며 특히 지난 2004년에 발표된 정규 2집은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얻었다. 이번 앨범은 스위트피의 정규 2집 앨범을 LP로 제작한 것으로 전곡을 리마스터링해 수록했다. 추천트랙 ‘키스 키스(kiss kiss)’. 스위트피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순간, 말 그대로 무장 해제된다. 화려하진 않아도,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 여전히 따뜻하다. 제이팝의 감성이 주는 낯섦은 묘한 설렘으로 다가오고 소박한 기타와 피아노 연주는 익숙함을 안겨준다. 슬프지만 따뜻하고 그래서 아름답다. 앨범이 처음 발표된 지 무려 1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스위트피가 전하는 위로는 여전히 주효하다. 좋은 음악 앞에서는 시간의 흐름도 무색한 법이다. 출몰지역 오는 10월 3일 홍대 예스24 무브홀에서 LP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아이엠낫
사건명 후앰아이(Whoami) 용의자 아이엠낫(iamnot, 임헌일, 양시온, 김준호) 사건일자 2015.09.15 첫인상 메이트 임헌일, 월러스의 양시온, 스픽아웃의 김준호까지, 멤버 면면이 화려하다. 덕분에 아이엠낫은 결성 당시부터 ‘인디계의 어벤저스’라 불리며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번 ‘후앰아이’에는 앞서 발표한 세곡의 싱글 외에 두 곡의 신곡과 한 곡의 히든트랙이 수록돼 있다. 강렬한 록 사운드와 그 아래 깔린 블루지한 기조가 강한 수컷의 향기를 폭발시킨다. 추천트랙 ‘싸이코(PSYCHO)’. 제목부터 강하다. 동시에 묘하게 섹시하다. 강렬한 사운드는 때로는 거칠기도, 카오스적이기도 하지만 나름의 질서를 갖추고 있다. 블루지한 도입에 몸이 흐물흐물해질 찰나, 묵직한 일렉 기타와 에너지 넘치는 드럼비트가 귀를 강타한다. 브릿지에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흘러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살짝 꼬부라진 발음에도 아이엠낫만의 멋이 넘친다. 공연장의 후끈한 열기가 벌써부터 그려진다. 출몰지역 18일과 19일 양일간, 올림픽홀 뮤즈라이브에서 단독 공연을 개최한다.
나희경
사건명 플로잉(Flowing) 용의자 나희경 사건일자 2015.09.17 첫인상 나희경은 ‘보싸다방’이라는 뮤지션 네임을 쓰는 보사노바 가수다. 2010년 첫 앨범을 발매한 후 브라질로 떠나 보사노바 1세대 음악가인 호베르토 메네스칼와 같은 현지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음악을 익혔다. 편곡자 세자 마샤두, 브라질 음악계 거물 이반 린스 등이 참여해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추천트랙 ‘아카주(Acaso)’. ‘아카주’는 스페인어로 우연이라는 의미의 단어다. 나희경은 이 곡의 내용에 대해 “’평화로운 고독’ 속에 머물던 화자는 그 혹은 그녀를 만나 삶의 희망을 발견합니다. 노래는 이 만남이 우연의 장난인지 운명의 힘인지 묻고 있지만, 우리 중 누구도 알 수 없겠죠”라고 설명했다. 잔잔함과 격양을 오가는 나희경의 목소리는 무척 매혹적이고, 이반 린스의 목소리는 질감이 살아있어 말 그대로 귓가를 간질인다.
한희정
사건명 슬로우 댄스(Slow Dance) 용의자 한희정 사건일자 2015.09.17 첫인상 쉬어가는 앨범. 한희정은 이번 ‘슬로우 댄스’를 이와 같이 정의했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는 듣기 편한 앨범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아릿하다. ‘느림’을 주제로, 한희정은 망각의 느림, 관계의 느림 등을 노래한다. 그 안에는 처절함도 있고 애틋함도 있지만, 결국에는 따뜻함으로 귀결된다. 추천트랙 ‘순전한 사랑노래’. 아마 이번 앨범을 통틀어 가장 후크성이 있는 곡이지 않을까 싶다. 비트감도 제법 있다. ‘순전한 사랑 노래’라는 제목과 달리 곡의 가사는 “그건 사랑이 아니었어라”고 이야기하는데, 후렴구 앞뒤에 배치된 이야기 또한 재밌다. TV 속 왕의 모습, 거리에 행진하는 사람 등 한희정이 느끼는 위태로운 외부의 상황을 그려낸 것. 내용을 알고 듣는다면, 보사노바 리듬이 시크하고 심지어 풍자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출몰지역 오는 21일과 22일 EBS ‘스페이스 공감’ 녹화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