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수식어는 배우 김사랑에게 도도하고, 화려하고, 섹시한 이미지 그 외의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고정화된 이미지에 갇혀 김사랑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심지어 배우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JTBC ‘사랑하는 은동아’는 김사랑에게나 우리에게나 고마운 드라마다. 그녀에게는 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고, 우리에게는 김사랑이 외모만 아름다운 배우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해줬으니 말이다.Q. ‘사랑하는 은동아’가 끝났다. 종영소감을 말해 달라.
김사랑: ‘사랑하는 은동아’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렇게 좋아해주실 줄 몰랐다. 뜻밖의 사랑을 받은 것 같아 정말 좋다.
Q. 4년 만에 복귀작으로 ‘사랑하는 은동아’를 선택한 계기가 있나.
김사랑: 공백기를 일부러 가지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작품도 있고, 원했지만 내가 100% 열정을 쏟을 자신이 없었던 작품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지치기도 했고, 의욕이 안 나는 시기가 길어졌다. 배우를 안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던 중에 ‘사랑하는 은동아’를 받아보게 됐다. 주변 사람들이 제목이 너무 촌스럽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 제목이 정말 좋았다. 이렇게 큰 호응까지 받을 줄은 몰랐다.
Q. ‘사랑하는 은동아’가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사랑: 드라마를 처음 시작할 때 ‘순수한 사랑을 보고 싶어 하시는 분’이 좋아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수한 사랑을 하던 사람들도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흐르면 무뎌진다고 한다. 하지만 지은호(주진모)는 20년 동안 한 사람을 사랑하지않나. 솔직히 판타지다. 그런 ‘판타지’를 많이 좋아해주셨고, 특히 주부들이 좋아해주신 것 같다.
Q. 작품이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사랑하는 은동아’가 김사랑의 연기 열정을 북돋아 줬다고 생각하는가?
김사랑: 그렇다. ‘사랑하는 은동아’를 하면서 나 역시 굉장히 큰 힘을 얻었고, 바로 다음 작품을 하고 싶어졌다. 전에는 작품 하나가 끝나면 쉬고 싶은 생각이 먼저였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캐릭터가 사랑받는 경험을 하다보니 계속해서 작품을 하고 싶어지더라. 데뷔를 하고 이런 적은 처음이다.
Q. 눈물연기가 많았다. 감정소모가 굉장히 심하지 않았나?
김사랑: 나는 진짜로 슬퍼야 눈물 연기가 가능하다. 오히려 슬픈 생각을 하면 눈물 연기가 잘 안 된다. 그래서 항상 그 전날 감정 준비를 했다. 촬영장에서도 감정에 집중하고, 감정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다. 내가 이 상황에 왜 슬픈 것인지를 까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Q. 기억 조각을 조금씩 찾아가는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사랑: 지은호는 은동이를 향해 직진만 하는 캐릭터다. 열정적으로 은동이를 원하고, 그 감정만 유지하면 되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은동이는 기억을 부분적으로 찾으면서 현수(주진모)에 대한 마음을 떠올리는 캐릭터이지 않나. 내면의 무언가가 깨어나는 감정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기억이 돌아오는 시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감정선을 놓쳤다 싶으면 대본을 1회부터 다시 읽었다. 그러려면 대본을 몰입해서 읽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많아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Q. 주진모와의 연기호흡은 어땠나?
김사랑: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주진모와는 극중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정작 만나서 연기하는 분량은 적은 편이었다. 아들로 나온 라일이보다 적었을지 모른다. (웃음) 각각 8회까지 따로 감정을 쌓아오다가 은호와 은동이가 8회와 9회에서 1번씩 만났다. 그리고 은동이의 기억이 돌아왔다. 그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서로를 향한 감정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Q. 좋은 장면과 아쉬운 장면을 꼽는다면?
김사랑: 모든 신이 아쉬운 장면이긴 하다. 여자들이 거울보고 만족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웃음) 그 중에서 그래도 잘했다 싶었던, 몰입이 잘 된 장면은 편지 읽고 기억이 돌아오고 쓰러지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찍을 때는 확 몰입이 되면서 손이 떨리더라. 신기한 순간이었다.
Q. 은동이가 처했던 상황이 실제로 본인에게 닥친 상황이었다면?
김사랑: 10살 아들도 있고, 거짓결혼, 10년 동안 기억을 잃고, 톱스타가 내가 첫사랑이라 그러고. 이중 한 가지만 있었으면 화르르 타올랐을 텐데, 은동이의 심한 인생역경이 닥친다면 더 침착하고 냉정하게, 담담하게 받아내면서 반응했을 것 같다. Q. 10살 아들을 둔 엄마 연기는 어떻게 했는지?
김사랑: 모성애 표현하는 것에 있어 걱정을 많이 했다. 극중 라일이를 연기한 민수 어머니한테 대본을 들고 찾아가 이럴 때 감정은 어떤지 자주 물어봤다. 그리고 동생도 애가 있어서 동생에게도 물어보고, 엄마에게도 물어봤다. 주변에 물어보면서 ‘모성애’에 대해 내린 결론은 ‘내가 아이 대신에 죽을 수 있다면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대신 아플 수 있다면 1초도 고민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처럼 진짜 엄마의 사랑이 대단한데, 모성애 연기를 그냥 해서는 안 되겠다 생각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Q. ‘사랑하는 은동아’의 후반부가 좀 무거웠다는 평도 있다.
김사랑: 처음에 감독님, 작가님이랑 얘기할 때는 결말이 완전 비극이었다. 실제 대본 처음 나온 것도 모두 다 파멸로 가는 완전 비극적인 무거운 내용이었다. 후반부에 무거운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운동화 100켤레’처럼 조연 분들이 중간 중간 코믹 연기로 유쾌한 분위기도 잘 살려주셔서 보기에 편한 부분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Q.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김사랑: 아직도 어머니는 헤어 나오지 못하고 계신다. 시청자 분들도 아직 빠져나오고 싶어 하지 않으시더라.
Q. 본인의 연기가 외모 때문에 손해 본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김사랑: 미스코리아로 데뷔해서인지 화려한 캐릭터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번 작품하면서 내 얼굴을 볼 때마다 은동이 같다고 생각했다. 내 얼굴이 동그란 편이고, 동양적인 면이 있다. (웃음)
Q. 본인도 본인이 예쁘다고 생각하시는지.(웃음)
김사랑: 은동이는 예뻤던 것 같다. (웃음) Q.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다. 여배우로서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는지 궁금하다.
김사랑: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 안 해도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고, 고민해서 바뀌지 않은 것이라면 고민 안 한다. 나한테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고민한다고 나이가 거꾸로 가는 것도 아니고. (웃음) 우울한 생각을 많이 안하려고 노력한다. 10년 전에 우울증으로 심하게 고생한 적이 있었다. 벽에서 무언가 튀어나와 죽으라고 하는 환각을 볼 정도였다. 그러다 그때 동생의 권유로 교회를 다니면서 우울증을 극복했다. 우울하게 살아도 똑같고 긍정적으로 살아도 똑같다면,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좋다고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Q. 결혼 생각은 없나?
김사랑: 결혼은 주변에서 말린다. 식구들도 그다지 재촉하지 않고 또, 내가 재촉한다고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함께 드라마에 출연했던 미순언니(김미진)는 차라리 수단에 가서 자원봉사를 하라고 말한다. 그럼 칭찬이라도 듣는다고 말이다. (웃음)
Q. 휴가 계획은 없는가?
김사랑: 아직 스케줄이 좀 더 남아있다. 스케줄을 소화하고 여름이란 계절 좋아해서 조금 더 추워지면, 여름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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