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최보란 기자]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예능 장르 중 하나는 바로 ‘음악쇼’다. 올 상반기 TV 속 음악쇼는 단순히 음악의 감동을 전하는 형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도들을 선보였다. 미스터리 음악쇼를 표방하는 MBC ‘일밤’의 ‘복면가왕’를 비롯해 음치를 가려내는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이하 ‘너목보’), 100인과 스타의 노래 대결 JTBC ‘백인백곡-끝까지 간다'(이하 ‘끝까지 간다’) 등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출연진이 전문 가수로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다는 점이다. 음악쇼라면 마땅히 가수들이 중심이 돼야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다르다. ‘복면가왕’은 가수 뿐만 아니라 배우, 개그맨 등 다양한 출연자들이 등장한다. ‘너목보’는 일반인부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하며, 심지어 노래를 못 부르는 음치들이 출연한다. ‘끝까지 간다’도 가수 뿐 아니라 다양한 스타가 등장하며 일반인과 함께 노래한다.

올 상반기 음악 예능의 가장 큰 차별점은 승부에 초점을 맞추는 않는다는 점이다. ‘복면가왕’은 복면을 쓴 가수의 정체를 맞추는데, ‘너목보’는 얼굴만으로 그 사람이 음치인가 실력자인가를 판단하는 ‘추리’의 재미를 첨가했다. ‘끝까지 간다’도 가창력 보다는 노래 가사를 정확히 찾아불러야 하는 미션에 무게를 뒀다.

이처럼 단순히 가수들의 무대를 지켜보며 음악을 듣기만 하던 시청자들이 패널과 함께 추리하고 참여하게 만들었다. 시청자와 ‘밀당’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긴장감을 유발하기 위한 탈락과 보상의 장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승부를 가리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음악쇼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1. ‘복면가왕’, 얼굴을 가리자 진짜 목소리가 들리다
복면가왕
복면가왕
‘복면가왕’은 가수부터 배우까지 계급장을 뗀 8인의 스타가 특수 제작된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 오직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토너먼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참가자들이 무대에 올라 1대1 방식으로 대결을 벌이고 탈락자는 자신의 정체를 공개한다. 우승자는 다음 대결에 진출해 최종 1인이 탄생할 때까지 승부를 벌인다.
‘복면가왕’은 토너먼트 형식을 차용해 승부에서 오는 긴장감을 유비하면서도, 초점을 가면 속 정체에 둠으로써 대결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줄였다. 시청자들은 ‘누가 우승할까’라는 궁금증을 염두에 두면서도 매 무대에 오르는 복면가수의 정체를 맞히는데 더 큰 흥미를 느낀다. 예상치 못했던 스타들의 정체가 밝혀질 때마다 시청자들에게 반전과 희열을 선사하고 있다.

‘복면가왕’ 최고의 장점은 탈락해도 그것이 패배로 비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데뷔 17년차 가수 고유진도 탈락할 수 있고 음악을 좋아하는 개그맨 윤형빈도 즐겁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이 ‘복면가왕’의 무대다.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경합의 장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여느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과 차별화가 분명하다.
덕분에 연륜있는 가수들을 비롯해 아이돌 가수들과 배우, 개그맨 등 다양한 출연자들이 복면가수로서 무대에 올랐다. 이는 음악 예능의 한계를 부수고 있으며, 방송이 거듭될 수록 오히려 더 놀랍고 색다른 출연자들의 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 2. ‘너의 목소리가 보여’, 음치도 우승하는 음악 프로그램
너목보
너목보
MBC ‘나는 가수다’와 KBS2 ‘불후의 명곡’이 전설적인 가수들과 서바이벌 요소를 조화시켜 성공을 거둔 2.0세대 음악 예능이라면, ‘복면가왕’은 시청자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3.0세대 음악 예능이라고 볼 수 있다. 승부에 집착하던 오디션, 서바이벌에 지친 시청자들에게는 모처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의 등장이 반갑다.

‘너목보’ 또한 그런 3.0세대 음악 예능 중 하나다. ‘노래를 잘하는 얼굴은 따로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직업과 나이, 노래 실력을 숨긴 미스터리 싱어 그룹에서 얼굴만 보고 실력자인지 음치인지를 가리는 신개념 미스터리 음악 추리쇼다.
‘너목보’는 매회 초대 가수가 등장해 총 3라운드에 걸쳐 매 라운드별 노래를 제외한 힌트를 통해 1~2명씩 음치들을 탈락시키고 끝까지 살아남은 최후의 1인을 선택한다.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음치여도 최후의 1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그것이 프로그램의 장점이자 차별점이다.

‘너목보’ 또한 출연자가 가수 못잖은 가창력을 지닌 실력자인지,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를 숨기는 음치를 맞히면서 긴장감을 선사한다. 게스트가 실력자로 선정한 최후의 1인이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이 매 회 최고의 하이라이트. 숨어있던 뛰어난 실력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과 음치도 즐길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 3. ‘끝까지 간다’, ‘도천1000곡’은 잊어라!
끝까지 간다
끝까지 간다
‘끝까지 간다’는 추리를 키워드로 한 앞의 두 음악 예능과는 또 다르다. 스타 5인과 100인의 방청객이 함께 하는 노래 대결 프로그램이다. 100인의 방청객들이 각자의 사연이 담긴 애창곡 1곡을 선정, 각 라운드별로 스타가 1~100까지의 번호를 랜덤으로 선택해 해당 번호 신청인의 애창곡을 방청객과 듀엣으로 부르는 방식이다.
‘끝까지 간다’는 100인의 선곡단이 내놓은 애창곡을 스타가 틀린 부분 없이 무사히 불러내면 세계여행상품권이 주어지는 형식으로 진행 된다. 총 4라운드로 진행되며, 라운드를 무사히 끝내면 도전에 임한 스타와 선곡단 멤버에게 세계여행 상품권이 주어진다. 여행 상품권을 고르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스릴, 또 여행지 확정 뒤 터져나오는 환호 등도 ‘끝까지 간다’가 내놓은 재미요소 중 하나다.

게임의 큰 줄기는 스타가 음정·박자·가사를 틀리지 않고 무사히 선정곡을 불러내면 승리한다는 방식. 사실 여기까지는 기존의 음악대결 프로그램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는 여기에 장애요소를 둬 긴장감을 자아낸다. 조각조각 흩어져 떨어지는 가사를 조합해 정확히 불러내야만 미션을 무사히 수행할 수 있다. 노련한 가수들마저 처음 겪는 게임방식에 당황해 무대 위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가창력이 중시되지 않는다.

일반인 시청자들이 스타들과 한데 어우러진다는 것 또한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자신의 사연이 담긴 애창곡으로 스타의 마음을 사로잡아 한 편이 되어야만 도전이 성립된다는 게 ‘끝까지 간다’의 룰. 이 때문에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는 시청자 사연이 두루 모여 이목을 집중시킨다. 끼가 넘치는 일반인 시청자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큰 재미를 주기도 한다.
# 4. ‘히든싱어’, 모창 능력자와 원조 가수의 맞대결
'히든싱어3' 태연편
'히든싱어3' 태연편
JTBC ‘히든싱어’는 비록 올 상반기가 아닌 하반기 방송을 앞두고 있지만, 이들 프로그램과 맥락을 같이 하는 음악 예능이다. 앞서 시즌1~3까지 마치며 매 시즌 큰 반향을 일으켜 온 ‘히든싱어’는 하반기 시즌4로 돌아온다.

‘히든싱어’는 국보급 가수가 자신의 팬과 나란히 경연에 나선다는 시도로 지난 2012년 12월 21일 박정현 편으로 시작됐다. 지난 시즌 1, 2, 3에서는 명곡을 재발견하며 스타와 팬이 함께 만드는 무대를 통해 프로그램의 재미와 감동 선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히든싱어’에 출연한 ‘가짜 이문세’ 안웅기, ‘사랑해 휘성’ 김진호, ‘나이트클럽 환희’ 박민규, ‘더 히든’으로 뭉친 임성현, 장진호, 전철민, 김성욱 등 모창 능력자도 눈길을 끌었다.

올해 하반기 방송 예정인 ‘히든싱어4’는 세 분야에서 모창 능력자를 모집한다. 백지영, 박정현, 성시경, 이문세, 임창정, 장윤정, 휘성 등 ‘히든싱어’ 전 시즌에 출연했던 가수들의 모창 능력자들을 모집하고 김현식, 신해철, 유재하, 마이클 잭슨 등 고인이 된 전설적인 가수의 모창자도 찾는다. 또한 발라드, 락, 댄스, 랩, 트로트 등 장르를 불문하고 인기 가수들의 모창 능력자들을 대대적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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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란 기자 ran@
사진. MBC, Mnet,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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