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셰프
별에서 온 셰프
[텐아시아=최보란 기자]‘쿡방'(Cook과 방송의 합성어) 열풍을 타고 스타덤에 오른 셰프들, 그들은 무슨 이유로 방송에 출연하게 됐으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오는 15일 오후 11시15분 방송된 MBC ‘다큐스페셜’에서는 ‘별에서 온 셰프’라는 제목으로 요리 방송뿐만 아니라 요리와 전혀 연관이 없는 프로그램까지 섭렵한 스타 셰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작진은 ‘대중들은 왜 셰프들에게 열광하는 것인가’에서 출발,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셰프의 실제 모습과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셰프의 자질 논란까지 셰프들의 솔직한 생각을 방송을 통해 전했다.

예능에서 웃음을 선사했던 셰프들의 일상을 들여다 봤다. 예능 속에서 재치넘치는 입담과 의외의 예능감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셰프들은 실제 생활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투병 중이던 한 팬이 방송을 본 뒤 희망을 얻고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말에 방송활동에 뛰어들었다는 최현석 셰프. 그는 ‘허셰프’라는 별명과는 달리 실제 주방에서 방송과는 180도 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후배 이진우 셰프는 “최현석 셰프님은 직원들 앞에서 절대 웃지 않는다. 요리할 때는 절대 그런 이미지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요리를 해도 실수하면 다시 바로 한다”고 전했다.

최현석 셰프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요리 전문 학교를 찾아 강의를 했다. 그는 “4~5년 전 쯤에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많이 받았다. 그때가 제가 요리한 지 14~15년 정도 됐을 때다. 이제는 내가 책임을 져야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제가 재산이 많아서 기부할 것도 아니고, 요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세계적인 요리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드라마 ‘파스타’ 속 이선균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샘 킴의 이야기도 전파를 탔다. 그는 실제 해당 드라마 제작을 도우며 처음 TV와 인연을 맺었다. 샘킴은 실제로 ‘파스타’에 손님으로 카메오 출연하기도 했다.

그런 샘킴이 지금은 예능에서 허당으로 사랑받고 있다. 샘킴은 “내가 카리스마 없으면 안되는 성향의 셰프였다면 싫었을거다. 그게 아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 음식이 오히려 더 친근하고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장단점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방송을 통해 이들은 유명세를 얻었고 이는 이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방문객수와 비례했다. 샘 킴은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150% 이상 올랐다. 다른 레스토랑은 불경기라 힘들다. 놀라운 수치다”며 “6개월 만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방송 출연을 기점으로 해 그때부터 막 솟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황이 조금 다른 경우도 있다. 이연복 셰프는 한 달 이상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찾아오는 손님은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식당이 붐비면서 코스 요리 위주로 주문하던 손님이 줄고, 소문을 듣고 찾아와 단품 위주로 식사하는 손님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연복 셰프는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 더 많은 분들에게 대접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으로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에 따른 고충도 있었다. 이연복 셰프는 아내 이은실 씨와 함께 유기견을 돌보는 센터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이은실 씨는 “얼마 전 10년 동안 같이 지냈던 반려견이 죽었다. 그때 남편이 방송 활동으로 바쁜 시기였다. 남편이 곁에 없어서 섭섭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이연복은 결국 눈물을 쏟으며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후 이연복은 “이제 (방송 출연을) 자제하고 있다. 태풍이 지나갔다고 봐도 된다. 처음에는 방송을 너무 몰랐다”면서 “하는 얘기 또 하게 되니 나도 질려 죽겠는데 듣는 사람들은 얼마나 짜증이 나겠냐. 그래서 ‘이건 아닌데’ 느껴서 이제 토크쇼 방송을 죽어도 안 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최현석 셰프 또한 방송 축소를 계획을 털어놨다. 그는 “다음 달부터 스케줄을 많이 줄일 예정이다.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체력 보충을 위해 운동도 많이 하고, 메뉴를 들여다볼 시간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 셰프들이 각광받는 가운데 그만큼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전문가들이 최근 불거진 맹기용 셰프의 자질 논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황교익 칼럼니스트는 “4년 차의 요리사를 두고 대한한 실력이 있는 요리사로 살짝 모양이 만들어지면서 거기에서 오는 실망감이 시청자들한테 큰 것이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박준우 기자는 “수많은 요리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TV에 나오는 셰프들은 한정돼있다”라며 “이 셰프의 장점을 극대화했을 경우 방송적인 재미가 더해진다는 판단때문에 그 사람이 카메라 앞에 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 사람이 자신의 입장에서 직접 음식을 할 때와 카메라 앞에서 시청자를 위해 요리할 때의 모습을 혼동하면서 ‘저 요리를 어떻게 방송에서 하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방송이기 때문에 저런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경수 셰프는 “1년 된 사람들도 셰프는 될 수 있다. 카페에서 샌드위치 만드는 사람도 셰프다”라며 “모든 셰프가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출발점이 잘못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진짜 셰프’에 대해 최현석 셰프는 “요리사는 음식 만드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이다. 그걸 잊지 말아야한다. 요리사들이 요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랑해주고 좋아해주는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셰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도,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도 결국 요리임을 새삼

최보란 기자 ran@
사진. MBC 다큐스페셜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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