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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지도부가 멍청하면 국민이 고생한다는 교훈 ? 관람지수 7
1993년 스크린에 당도한 공룡들을 만났을 때의 그 황홀한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3D 선구자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를 봤을 때의 기분이라고 하면 이해할까. 당시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법이 발휘된 ‘쥬라기 공원’은 디지털 특수효과의 시대를 열어젖히는 일종의 도화선이었고, 충격이었고, 경이로움이었다. 1997년과 2001년에 속편들이 출격했지만 1편의 포만감을 재현하기엔 여러모로 힘이 부쳤다. 1편의 영광에 무임승차한 속편들의 최후는 ‘혹평’이었다.
그래서일 게다. ‘쥬라기 공원4’가 아닌, ‘쥬라기 월드’로 개명 아닌 개명을 하고 다시 나온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을 맡은 ‘쥬라기 월드’는 속편들의 실패를 포맷하고, 1편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2년 만에 개장한 ‘쥬라기 월드’는 원작과 속편 사이 그 어디쯤에 놓여있다. 실망스럽진 않다. 다만 경이롭지 않을 뿐이다. 영화는 단점과 장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장점이라면 역시 눈을 휘둥그레지게 하는 볼거리다. 6500만년 전 멸종한 공룡들이 발전한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보다 정교해지고 보다 사실감 있게 스크린에 호출됐다. 시리즈 속편의 법칙인, ‘더 크게, 더 세게, 더 많이’에 충실한 영화의 무기는 DNA 변형을 통해 탄생한 신종 하이브리드 공룡 인도미누스렉스. 인간과 공룡의 싸움도 흥미롭지만, 인도미누스렉스와 진짜 공룡들의 육중한 싸움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의 집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가장 재미있다’는 말이 괜한 게 아니다.
아쉬운 쪽이라면 개성 따윈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이야기, 특히 감정이입해서 응원하기엔 지나치게 헐렁한 캐릭터들이다. 구태의연한 상황 설정을 원작의 영광을 기억하는 관객들의 수준을 너무 낮게 잡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스스로가 그러한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인데, 영화는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희화화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이를테면 절체절명의 순간 등장하는 남녀의 뜬금없는 키스가 오글거리는 한숨을 안기지만, 그러한 클리셰를 뒷부분에서 비틀어 냄으로써 의외의 시너지를 일으킨다. 미워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영화의 진짜 흥미로운 부분이 캐릭터에서 나온다는 점도 특기하다. 지도부의 무능이 어떤 참사를 낳는지,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에 빗대어 보면 이보다 리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에 대한 탐욕이 빚어내는 비극은 전작부터 일관 돼 온 주제이지만, 당대의 현실과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공포감을 조성한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일종의 풍자극으로 보일 정도다.
무엇보다 ‘쥬라기 월드’에는 추억이 방울방울 달려있다. 곳곳에 심어놓은 원작에 대한 오마주는 어릴 적 ‘쥬라기 공원’을 보며 경이감을 느꼈던 지금의 30-40대를 향수를 젖게 하기에 충분하다. 마치 잃어버린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듯, 잠시 그 때 그 시절을 복기하지 않을까 싶다.
정시우 siwoorain@
사진.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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