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이 유닛 그룹이나 솔로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다. 기존 그룹과 다른 색깔의 노래를 발표해도 열렬히 지지해줄 강한 팬덤이나 그것을 뛰어넘어 인정받을 수 있는 특출한 콘셉트 또는 음악성이다. 빅뱅, 인피니트, 오렌지캬라멜 등이 이 같은 공식을 성립시키며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데뷔 1년도 채 되지 않아 유닛 그룹을 결성한 그룹이 있다. 5인조 걸그룹 에이코어다. 에이코어는 민주와 케미로 구성된 에이코어블랙으로 지난 3일 신곡 ‘하우 위 두(How We Do)’를 발표했다. 어찌 보면 모험이다. 그러나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실력이 에이코어블랙에 대한 믿음을 갖게 했다. 힙합을 내세운 아이돌 그룹은 많지만, 래퍼 두 명으로 이뤄진 힙합 그룹은 없다는 차별화 포인트도 있다. 최근 Mnet ‘언프리티 랩스타’와 더불어 여성 래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에이코어블랙의 유닛 도전이 에이코어를 알릴 수 있을까. 이들의 실력에 기대를 건다.
Q. 유닛 출격이다. 무대를 앞둔 소감이 어떤가? 케미 : 말로만 유닛을 한다고 들었는데 진짜 할 줄은 몰랐다. 기회를 주신 것이니 정말 감사하고, 노래도 좋고 콘셉트도 좋아해서 즐겁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 : 기대 반, 설렘 반, 걱정 반. 이번 노래가 좋아하는 힙합에 제일 가까운 것이다. 무대에서 열변을 토하고 내려오지 않을까.
Q. 에이코어 ‘블랙’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 : 둘 다 랩을 하는 포지션을 맡고 있고, 블랙 뮤직을 좋아한다. 다섯 명의 노래보다 뭔가 더 힙합적인 색깔이 진하게 나올 것 같았다. 원래 이름이 ‘블랙코어’가 될 뻔했는데 신인인데 빠르게 유닛을 시작한 것이지 않나. 블락비 선배님들도 블락비에 바스타즈를 붙인 것처럼 팀명을 붙여서 팀 이름도 함께 알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Q. 민주의 말처럼 신인 걸그룹인데 유닛이 탄생됐다. 상당히 빠른 타이밍이다. 케미 : 대표님이 힙합을 좋아하신다. 멤버들 중에서는 우리 둘이 가장 그 색깔이 가깝다. 빨리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Q. 유닛 데뷔곡 ‘하우 위 두’를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 민주 : 타이틀곡 후보로 두 곡이 있었는데 다른 곡이 타이틀곡이 될 뻔했다. 그 곡은 정말 센 힙합이었다. 우리들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그걸 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들어도 ‘하우 위 두’가 귀에 쏙쏙 들어오고 친근했다. 대중은 귀에 쏙쏙 들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우 위 두’로 바꿨다. 케미 : 들으면서 점점 좋아졌다. 둘 다 래퍼라 노래 걱정을 많이 했다. 녹음할 때 애를 많이 먹었는데 약간 수정 작업을 거쳤다. 하하. 연습 열심히 했으니 라이브를 기대하달라.
Q. 퍼포먼스는 어떤가? 민주 : 마니아층이 좋아할 만한 안무가 들어간다. 퍼포먼스라기보다 무대에 소파가 준비돼있다. 소파를 이용하고 뭔가를 하지 않지만, 처음 시작하고 들어올 때 댄서들이 멋있게 춤을 춘다. 케미 : 뮤직비디오에서는 춤을 많이 췄는데 무대 올라가서는 제스처 위주로 라이브를 한다. 대중적인 춤이라는 건 ‘위아래’ 나 ‘뽀삐뽀비’ 같은 간단하고 따라할 수 있는 춤인데 안무 시안을 받고 깜짝 놀랐다. 어렵기도 하다. 민주 : 뮤직비디오 때문에 춤 연습을 엄청나게 했다. 무대 위에서는 제스처만 하지만, 퍼포먼스도 언젠가는 할 것 같다.
Q. 두 사람이 에이코어를 알려야겠다는 사명도 생기겠다. 민주 : 이번 앨범의 목표가 에이코어 알리기다. 에이코어가 잘돼야 우리도 잘되는 거다. 우리 둘이 나온다 해서 에이코어가 아닌 거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다음 나올 때도 ‘얘네 걔네잖아’라는 말을 듣고 싶다.
에이코어블랙 케미
에이코어블랙 케미
Q. 앨범엔 케미의 솔로곡 ‘날 것’도 있다. 케미 : 작년에 디지털 싱글로 발표했던 노래다. 많은 사람이 조금 더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같이 포함했다. 그냥 굉장히 일반적인 힙합 계통의 노래다. ‘내가 최고야’, ‘최강이다’, ‘난 멋있어’ 등 스웩의 제일 기본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굉장히 비트도 빠르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다. ‘하우 위 두’랑 많이 비교가 된다.
Q. 원래 그런 힙합 스타일을 좋아했나? 케미 : 가장 기초가 되는 ‘내가 최고야’라는 가사를 많이 쓴다. 그게 쉬운 거고 제일 기본이라 생각했다.
Q. 민주는 솔로곡을 하고 싶지 않나? 민주 : 기회가 된다면 좋지만, 저는 솔직히 꿈을 반 정도 이뤘다. 예전부터 케미랑 둘이서 해보고 싶었다. 또 다른 유닛으로 준비를 하라고 하면, 멤버 다야 언니. 다야 언니 음색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 톡 튀는 음색인데 같이 하면 사람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을 거 같다. 다른 언니도 잘하는데 많은 사람이 다야 언니 목소리에 빠져서 집중할 수 있을 거 같다.
Q.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두 사람의 실력으로 서로 칭찬해보자. 민주 : 같은 멤버여서가 아니라 케미만큼 랩 잘하는 사람을 솔직히 못 봤다. 케미를 처음 볼 때가 고1때 봤다. 랩하는 거 보고 놀랐다. 소름이 끼쳤다.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에너지로 할 수 있을까. 진짜 멋있다. 주변에 우리 팀을 자랑하고 다녔다. 우리 중 제일 빛날 수 있고, 제일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케미라고 생각을 했다. 춤도 잘추고, 랩도 잘하고. 이 아이는 천재다. 습득력도 빠르다. 케미 : 민주 언니는 저랑 색깔이 반대다. 볼거리가 많다. 듣기도 좋다. 뮤직비디오 감독님도 “너는 세고 민주는 요염하고 섹시하게 제스처를 보여서 색깔이 나눠져서 좋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합이 좋다. 또 민주 언니가 몸매가 워낙 좋다. 허리가 날씬해서 부럽다.
Q. 둘의 색깔이 다르면 무대를 보는 재미가 있겠다. 민주: 1절 벌스가 모두 케미고, 2절 벌스가 모두 내 파트다. 1절은 파워풀함이 느껴지는데 내 파트에서는 요염한 느낌이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케미는 보이시한 느낌이라면, 나는 섹시함을 보이려고 했다.
Q. 다른 멤버들이 이번 유닛을 활동을 두고 어떤 응원을 해줬나? 민주 : 에이코어 다섯 명 중에 막내 둘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응원을 많이 해주고, 격려를 해준다.
Q. 걸그룹들이 많은데 에이코어 블랙만의 입덕포인트가 있다면? 케미 : 스웩! 민주 : 요즘 걸그룹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쏟아지는 걸그룹 중에서 여성 듀엣 힙합을 못 본 것 같다. 그것부터가 차별화다. 아무리 못해도 눈에 띄지는 않을까. 요즘 콘셉트들이 비슷하게 가고 있는데 우리가 여성 힙합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잘 맞는다. 처음 에이코어가 데뷔했을 때도 여성 힙합 걸그룹이라고 데뷔했다. 이번에 에이코어블랙으로 우리가 여성 힙합 걸그룹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다음에 다섯 명이 뭉쳐도 이런 콘셉트로 갈 거 같아서 좋은 기회를 만났다.
Q.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에도 관심이 많겠다. 케미 :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나가고 싶다. 열심히 하겠다. 나는 제시 선배님처럼 세진 못하겠지만, 여자 힙합에 획을 그을 수 있는 좋은 음악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다. 만약 내가 시즌1에 출연했으면 트랙을 많이 땄을 것 같다.
에이코어블랙 민주
에이코어블랙 민주
Q. 이제 데뷔 2년차 신인 걸그룹이다. 선배들의 무대 중에서 멋있다고 생각한 것이 있나? 민주 : 방탄소년단 선배님들! 진짜 에너지를 다 쏟으시더라. 아직 못 만난 선배님들도 많지만, 방탄소년단 선배님들의 무대를 직접 보면서 소름이 끼쳤다. 보는 사람이 에너지를 얻고 의욕이 생기는 그런 느낌이 받았다. 예전에 ‘벗 고(But Go)’ 활동했을 때 우리 바로 뒷 무대가 방탄소년단 선배님 무대였다. 무대에 앞서 인이어를 끼고 있으니 우리가 어떻게 노래하는지 다 들릴 텐데 내가 무대를 잘했는지 걱정하기도 했다. 걸그룹 중에는 여자친구가 좋다. 리허설인데도 군무가 정말 잘 맞았다. 그래 저게 군무지!! 케미: 나는 GD 선배님. 이버네에 ‘배배(BAE BAE)’도 그렇고, ‘2014 MAMA’에서 솔로로 연달아 세 곡을 했는데 온 사람들이 열광했다. 무대 위에 그 사람을 집중하고 따라가게 만들고 잘 쥐고 흔드는 것 같아서 멋있었다. 신(神)인 것 같다.
Q. 에이코어로서 꿈의 무대가 있다면? 케미 : ‘MAMA’든 어디든 큰 축제. 초청을 받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열심히 하면 그런 것도 따라오겠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 같다.
Q.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할 스스로에게 채찍질 메시지를 던지자. 민주 : 우리 아버지께서 항상 ‘늘 자만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살자. 한번쯤 뒤돌아봐도 괜찮다’고 말하신다. 에이코어가 언젠가는 잘될 것 같다. 잘됐을 때도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늘 한결같았으면 좋겠다.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그 위치에 가게 되면 변할 수밖에 없다. 그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예의는 늘 지켰으면 좋겠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끝까지 즐거웠으면 좋겠고, 어떤 일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 이겨냈으면 좋겠고. 제가 꾸고 있는 모든 꿈을 잘 이뤘으면 좋겠다. 파이팅. 케미 : 연습생 생활 하면서 지금까지 돌이켜보면 별로 그렇게 큰 힘든 일도 없었고, 꾸준히 성실히 해서 데뷔도 주변 친구보다 빨리 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많은 지망생이 있는데 그 사이에서 내가 방송에도 나오고 가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체가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나에게 당부할 점은 표정 관리를 조금 더 잘 해야겠다는 것이다. 평소에 되게 무뚝뚝하고 애교 없고, 목석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전혀 아닌데 오해를 산다. 언더에서 공연하는 래퍼가 아니라 예능이나 연기도 할 수 있는데 표정이 많이 달라져야 한다.
Q. 이번 활동 목표가 있다면. 에이코어블랙 : 순위권에 오르고 싶다. ‘페이 데이(Pay Day)’가 순위권 안에 들었다가 금방 사라졌다. 이번엔 좀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운동하면서 들어도 신나고, 거부감 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