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왼쪽) 양성민 CJ E&M TAR/캐스팅팀
[텐아시아=정시우 기자]연예인 지망생 100만 명 시대다. 스타/배우를 향한 100만 개의 수많은 꿈들. 그 꿈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목적지에 도달한 축복받은 꿈도 있지만, 대부분은 좌절하거나 도태되거나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사그라진다. 잘못된 캐스팅 관행으로 상처받거나 방법을 몰라 주저하는 이들도 부지기수인데, 그런 지망생들을 위해 CJ E&M TAR/캐스팅팀 양성민 팀장과 김민수 과장이 책 ‘배우를 찾습니다’를 통해 의미 있는 첫 삽을 떴다. 인세 수익금 전액이 배우 지망생을 위해 쓰기는 이 책에는 캐스팅의 속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두 저자의 ‘현장음’이 담겨 있다. 가능성 있는 신인을 찾아내는 일에서부터 제작자-배우 사이를 조율하고, 배우의 숨은 끼를 발견하는 일까지 이들의 활약은 전방위다. 무엇보다 일정수수료를 받는 기존의 ‘캐스팅 디렉터’와는 또 다른 개념의 캐스팅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게다. ‘거대 기획사 소속이 아니더라도 캐스팅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계약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꿈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여기 있다.Q. 두 분, 이력이 흥미롭다.
김민수: 매니저 일을 오래 했다.(원빈 한채영 한가인 고수 등을 담당했다) 14년간 한 우물을 파다보니 나름 꿈과 포부가 컸다. ‘좋은 배우를 데리고 대표로도 한번 일 해 봐야지’했다. 그 와중에 양성민 팀장으로부터 ‘TAR/캐스팅팀’으로의 이직 제안을 받았다. 당시 몸담고 있었던 회사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제안을 받고 갈등을 좀 했다. 이직 결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분은 장인어른이다. 장인어른이 보다 안정적인 일을 하길 바라셨다. “그래, 든든한 사위가 돼 보자”는 생각으로 이직을 결정했다.
Q. 양성민 팀장의 경우, CJ E&M 영화홍보팀에 있었다.
양성민: 홍보 일을 하다가 옮겨왔다. 당시엔 지금의 팀이 캐스팅팀은 아니었다. 그땐 ‘TAR’이라고 해서 이벤트나 마마(MAMA) 같은 글로벌 행사 위주로 움직이는 팀이었다. 배우 네트워크가 있긴 했지만 가볍게 관리하는 정도였다. 일을 하면서 ‘이 네트워크면 충분히 좋은 콘텐츠로 연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안타깝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캐스팅팀으로 가자”는 이야기를 꺼냈고, 내부 설득과 대표님 허락 끝에 팀 이름을 지금의 ‘TAR/캐스팅팀’으로 바꾸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게 벌써 1년 반이 흘렀다.
Q. ‘TAR/캐스팅팀’에 대한 외부반응이 상당하더라. 1년 반 만에 빨리 자리 잡은 셈이다.
김민수: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정말 ‘죽자 살자’로 했다. 술 많이 마셔가며.(웃음) 우리는 사람이 재산이다. 배우든 매니저든 제작자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 노력했다.
양성민: 외부에는 우리가 굉장히 바쁜 사람들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바쁘게 살긴 했다.(웃음) 전화나 메신저는 이제 24시간 열려있다. 일 자체가 연락을 계속 할 수밖에 없고, 미팅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정말 숨 가쁘게 달려 온 것 같다. Q. 사람을 좋아해야 가능한 일 같다.
김민수: 우리 팀은 정말 그렇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받아보긴 했었는데…
양성민: 힘들어 하더라.(웃음)
김민수: 문서 정리를 못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사람이 우리 팀에서는 능력을 더 인정받는다.
Q. 일주일에 보통 몇 건의 미팅을 하나.
양성민: 20건 정도? 매니저 미팅이 하루 4-5번 있는데, 특별한 일이 있어야 만나는 건 아니다. 만나면 소속배우에 대해 다방면으로 세세하게 물어본다. “그 배우는 요즘 뭐해?” “취미는 뭐고, 성향을 어떻게 돼?” 등등. 미팅이 끝나면 ‘미팅록’이라고 해서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파일로 정리해 둔다. 가십 같은 건 다 제외하고, 이 사람이 어떤 장르를 하고 싶어 하고 어떤 니즈가 있는 가를 적어둔다. 왜냐하면 배우의 취미까지도 우리는 프로그램으로 다 연결되니까. CJ E&M에는 영화와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 등 수많은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요리 잘 하는 배우’, ‘서핑에 관심 있는 배우’, ‘패션을 좋아하는 배우’ 등 각 셀러브리티의 특성을 이해해두면 프로그램에 추천할 때 큰 도움이 된다.
Q. 그렇게 바쁜 와중에 책까지 썼다. ‘배우를 찾습니다’에는 두 분의 글뿐 아니라, 감독 PD 배우 등 현직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생생한 조언이 있다. 책은 누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건가.
양성민: 내가 원래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다. 홍보팀에 있을 때도 영화보다는 사람을 알리는 것에 더 끌렸다. 사람과 관련된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에 ‘대한민국에서 유명해지기’라는 책 제목도 생각해 뒀었다.(웃음) 그런 와중에 민수로부터 매니저 입장에서 바라 본 배우들에 대해 듣게 됐다. 이야기를 나누며 받은 느낌을 정리해서 ‘신인배우 분들, 회사에 의존하지 마세요’라는 골자의 글을 내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배우 지망생들이 그 글을 공유하면서 갑자기 페이스북 팔로우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후 몇 번 더 글을 올리다가 민수에게 “우리 아예 책을 내보는 게 어때?”라고 제안을 했다. 그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다.
김민수: 연기 테크닉에 대한 책들은 많은데, 현장과 관련된 실질적인 이야기는 별로 없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처음에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들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참.(웃음) 좋은 사례도 많지만 좋지 않은 사례도 있지 않나. 그런 사례들을 책에 넣자니 배우 실명을 쓸 수는 없고… 이니셜이나 가명도 내가 어디에서 일했는지 프로필만 보면 다 나오니 쓸 수가 없더라. 사례를 적절하게 언급하면서 독자가 공감하게끔 하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Q. 배우 지망생 뿐 아니라 이미 스타가 된 배우들에게도 유용한 팁들이 많은 책이다.
양성민: 배우 지망생이 타깃이긴 하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했다. 가령 FA(Free Agent) 시장에 나온 스타들. 우린 많은 매니저들을 만나고 다니니까 해당 매니저의 성향/마인드/일하는 스타일 등이 자연스럽게 파악이 된다. 배우들이 우리에게 자주 상담을 요청해 오는 이유일 텐데, 그럴 부분에 있어 도움이 될 만한 것들도 책에 담았다.
김민수: 매니저들을 위한 책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힘들게 일하는 매니저들이 굉장히 많다. 그들이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썼다.
양성민 팀장
Q. 캐스팅과 관련한 많은 고정관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힘 있는 기획사가 스타파워로 캐스팅을 움직인다는 시선부터, 감독-PD-캐스팅 디렉터가 캐스팅 과정에서 권력을 휘두르지 않나 하는 시선까지.양성민: 나는 캐스팅이 ‘갑질’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진짜 괜찮은 배우들이 더 좋은 기회를 얻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끝까지 ‘을’을 지향할 거다. 민수와도 항상 이야기하는 게 “겸손하자!”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꼿꼿해지는 순간 외면 받으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김민수: “실력은 있는데 힘이 없어서 기회를 못 잡는 경우가 적어도 CJ 콘텐츠에서만큼은 없게 하자”가 우리가 매일 하는 얘기다. 우리는 수수료를 받는 사람들도 아니다.
양성민: 절대 돈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Q. 캐스팅에 있어 근 몇 년간 tvN의 약진이 빛났다. ‘응답’ 시리즈, ‘미생’ 등이 신인과 무명 배우들을 적극 기용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스타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양성민: 독립영화계에서 연기 잘 하는 배우로 통하던 변요한이 ‘미생’을 통해 더 큰 무대로 가는 기회를 얻기도 했고, 유연석-정우 등이 ‘응답’ 시리즈로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빽’이나 기획사를 떠나, 진짜 실력 있는 친구들을 발굴하려고 늘 눈과 귀를 열어두고 있다.
Q. 매니지먼트가 없는 친구들은 어떻게 발굴하고 있나.
양성민: 소개를 많이 받는다. 배우가 추천해주기도 하고, 감독이 추천해주기도 한다. 내 페이스북으로 자기소개를 해오는 지망생들도 많다. 모두 만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괜찮은 친구 같으면 프로필을 한 번 보내달라고 한다.
김민수: 뭐든 해야 우리가 볼 수 있는데, 게으른 친구들은 답이 없다. 회사가 없더라도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기회라는 걸 얻을 수 있다.
Q. 나영석 PD는 책에서 성실하고 착한 사람을 캐스팅 1순위로 꼽았던데, 두 분은 배우의 어떤 부분에 집중하나.
김민수: 내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가능성’이다. 고백하자면 외모적인 면에서 내가 맞았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얼굴이어서 뽑은 친구가 잘 됐다면, 매니저를 계속 했겠지.(일동 폭소) 이미 큰 성공을 했을 테고.(웃음)
양성민: 나는 ‘뻔’한 캐스팅은 지양한다. 배우가 지닌 기존 이미지를 일부러 뒤집어서 보는 편이다. 그래야 여러 가능성이 발견된다고 믿으니까. 실제로 악역을 전문으로 하는 배우 중에도 알고 보면 정말 재미있는 분들이 많다. 그런 숨은 끼를 제대로 꺼내주면, 시청자는 또 신선하다고 느낀다. 시청자가 신선함을 느끼는 딱 그 지점, 그런 쪽에 집중하는 편이다.
Q. 기억에 남는 사례를 꼽자면.
양성민: 지금 방영중인 tvN ‘식샤를 합시다2’ 서현진 배우의 경우 앞선 출연작들로 인해 사극 이미지가 좀 강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단아함 외에도 가진 게 많은 친구였다. 그래서 ‘식샤를 합시다2’에 추천을 했고, 기대한 것 이상으로 러블리한 로코 이미지를 너무 잘 소화해 줘서 기분 좋다. 한그루 배우도 tvN 드라마에서 통통 튀는 이미지를 물 만난 고기처럼 소화해 줬다. 그 친구 자체가 워낙 잘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예상이 적중할 때면 뿌듯함을 느낀다.
김민수 과장
Q. 캐스팅 과정 속에는 감독-배우-제작자-매니저 등 여러 정치적 관계들이 어느 정도 개입을 할 게다. 서로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있을 텐데, 어떤 관계가 가장 힘든가.김민수: 제작자를 만날 때는 현실적인 캐스팅이 되게끔 유도하는 편이다. 제작자 입장에서 ‘자기 새끼’(시나리오)는 다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이 김수현이나 이민호를 캐스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모니터링을 했을 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랬을 때 그런 기대들을 이 분들이 내려놓게끔 하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드린다. 물론 우린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캐스팅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기대하는 것과 현실의 차이가 클 때, 그런 부분들을 조율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다.
양성민: 그건 배우도 마찬가지다. 대중이 생각하는 포지셔닝보다 자신을 한 단계 높게 보는 배우들이 많다. 몇 단계 위로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배우도 있다. 배우 스스로가 느끼는 것과,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 사이의 괴리를 중간에서 묶어주려고 신경 쓴다.
Q 매니저와 캐스팅 전문가 사이에는 배우라는 교집합이 있다. 하지만 접근방식이 다를 것 같은데, 과거와 비교해 어떤가.
김민수: 과거에 내가 인지도 없는 신인만 맡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완전히 뒤바뀐 게 맞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많이들 찾아주는 배우와도 일을 했다. 그럴 때는 아무래도 부탁을 받는 입장이 된다. 신인배우를 담당할 때는 또 부탁하는 입장이 되고. 그런 부분에서 보면 과거와 지금의 일이 많이 비슷한 것 같다.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매니저를 10년 넘게 하면서 친해진 사람보다 여기 1년 반 하면서 친해진 사람이 더 많다는 거다. 매니저로서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한계가 있다. 이해관계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타 회사 매니저를 만나 차를 한 잔 해도,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이 있다. “너 그 시나리오 받았어?” 은근슬쩍 물어보게 되고, ‘그럼 우리가 빨리 선점해야 하나?’ 괜히 눈치 보게 되고. 그러니까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거다. 타 소속사 배우를 만나는 것조차 주변 시선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Q 배우를 뺏어 오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을 테니.
김민수: 맞다. 100프로 오해받는다. 성민이가 부러웠던 게, 주변 친한 인맥들이 정말 다양하다는 점이었다. 배우-감독-제작사 대표와 형?동생하며 지내는 걸 보면서 처음 입사할 때 ‘과연 나도 저런 게 가능할까’ 했다. 지금도 매니저 출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차츰 그런 시선이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요즘 가장 행복한 부분이다.
양성민: 그 부분에서는 나도 편해진 면이 있다. 홍보팀에 있을 때는 뭐랄까…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배우와 친하게 지내는 걸 그렇게 좋게만 보지는 않는다. ‘쟤는 연예인이 좋아서 이 일을 하나’ 라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그래서 홍보팀은 뒤풀이에 가도 배우나 제작자와 멀찍이 떨어져 앉곤 한다. 그런데 나는 워낙 사람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그런 것들에 별 거리낌이 없었다. 심지어 홍보팀 시작하고 얼마 안됐을 때 원빈에게 쑥 들어가서 “원빈 형, 파이팅!” 농담 던지고 그랬다. 그러면 사람들이 빵 터지고. 한 쪽에선 “쟤는 뭐야?” 그러고.(일동 웃음)
김민수: 아, 원빈 배우가 우리보다 형이다.(일동 폭소)
양성민: 어쨌든 배우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것들이 이 팀에 오니까 확실히 편해졌다. 주위에서도 많이 그런다. “너에게 굉장히 잘 맞는 일을 찾았다”고.
김민수: 성민이가 친화력이 굉장히 좋아서, 어디서든 ‘둥글게 둥글게’다. 2-3명으로 시작한 술자리가 잠깐 정신 깨어보면 10명으로 늘어나 있고 그런다.
양성민: 상대가 나와 안 맞으면 내가 바꿔서 맞추자는 쪽이다. 약간 찰흙 같은 면이 있다. 상대에 맞는 모양으로 트랜스포맷 한 달까.(웃음)
김민수: 테트리스네, 테트리스!
양성민: 그렇네. 테트리스네.(웃음)
Q. 책에서 “캐스팅은 대개 ‘뽑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은 이런저런 이유로 누군가를 끊임없이 ‘빼는’ 작업에 가깝다”라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양성민: 추천은 많이들 한다. “누구 어때?” “쟤는 어때?” 그런데 논의 과정에서는 보통 긍정적인 의견보다 부정적인 의견이 먼저 수렴된다. 가령 캐스팅 테이블에 다섯 명이 앉아있다고 치자. 한 명이 “이 배우 어때?” 했는데 다른 한 명이 “그 배우는 이래서 안돼요”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 제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호불호에 대해서 전체가 수긍하는 쪽으로 가지, 절대 어떤 한 사람의 주장으로 캐스팅이 결정되진 않는다. 캐스팅 테이블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중 하나가 배우의 평판이다. “전에 이거 찍을 때 현장에서 그랬대요”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 “그럼 빼야죠” 한다. 이런 대화는 어떤 캐스팅 테이블을 가도 늘 있다. 배우들은 아마 모를 거다. 자기가 캐스팅 된 작품만 아니까. 그 수많은 캐스팅에서 자신이 왜 빠졌는가에 대해서 프레임을 바꿔 생각해 볼 필요가 분명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캐스팅은 빼는 과정이다. 항상 뺀다. 중요한 건, 매니저 때문에도 뺀다. 매니저를 보고 배우의 성향이 파악되기도 하니까. Q. 그래서 회사 선택이 중요하기도 할 테다. “A급 배우가 없더라도 중간 허리급 배우 몇이 포진해 있으면 그 회사는 어느 정도 운용이 가능한 상태다”라는 글은 소속사를 찾는 신인들에게 정말 중요한 팁인 것 같다.
김민수: 많은 배우지망생과 신인들은 몇 번 좌절을 하면, 러브콜을 보내는 회사가 좋은 곳이든 나쁜 곳이든 일단 들어가 보고 본다. 그게 가장 바보 같은 짓이다. 신인과 소속사 간 계약 기간은 평균 5년이다. 자기 인생이 5년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어떻게든 풀어주겠지’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덥석 계약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자신이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를 냉정하게 생각해보지 않고 회사를 택하는 것도 위험하다. 가령 송강호/최민식의 길로 가고 싶은 배우와 장동건/김수현의 길로 가고 싶은 배우는 출발 지점이 분명 다르다. 옛날에는 전문 매니지먼트가 몇 군데 없었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크게 상관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각 회사마다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색이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다. 더 깊게 들어가면 관리를 잘 하는 회사, 개발을 잘 하는 회사 등으로 나뉜다.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면 회사 성향 체크를 해 보는 게 필요하다는 거다. 그건 어디 수소문할 필요도 없다.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되는 거니까. 이런 비유는 좀 그렇지만, 집값을 얼마로 책정할지 파악 안 하고 무턱대고 그냥 내 놓으면 비싸게 팔 수 있는 것도 헐값에 날리게 될 수 있다. 가끔 보면 너무 괜찮은 배우인데 회사가 말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양성민: 괜찮은 회사에서는 또 “좋은 신인 없냐”고 물어본다.
김민수: 많이들 마음이 급하다. 매니저들에게도 고충은 있다. 가령 소속배우로부터 “작품을 왜 안 주냐(못 잡아 오냐)”고 압박을 받을 때가 있다. 압박이 심할 경우, 정말 말도 안 되는 작품에 자기 배우를 넣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놓고 결과가 안 좋으면 그 욕은 또 매니저가 다 먹고. 그래서 내가 매니저일 때는 배우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좋은 작품이 나타날 때까지 시키지 않는 쪽을 택했었다. 사실 둘 다 욕을 먹어 봤는데, 작품 실패해서 욕먹는 게 더 비참하더라.(웃음) 배우도 똑같다. 급하니까 뭐든 해야 한다는 생각에 노출도 불사한다. 노출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벗더라도 좋은 작품에서 벗어야지, 일단 영화 출연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선택하는 건 위험하다. 그런 생각으로는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
양성민: 조급증이 참 문제다. 신인에게만 조급증이 발견되는 건 아니다. 무명이 길었던 배우들도 빠지기 쉬운데, ‘기회가 왔을 때, 다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나쁜 결과를 불러오는 모습을 적지 않게 봤다.
김민수: 결국 스스로가 자신을 아껴야 한다. 그 누구보다.
Q. 그나저나, 두 분은 어떻게 만난 건가. 굉장한 콤비로 유명하던데, 회사에서 부르는 명칭이 있을 것 같다.
김민수: 부부?(일동 웃음)
양성민: 회사에 혼자 있으면 사람들이 꼭 묻는다. “민수는 어디 가고 혼자?”(웃음)
김민수: 얼마 전에 성민이가 일주일 정도 휴가를 갔다. 그때 보는 사람들마다 내가 너무 외로워 보인다고 하더라.(웃음) 우리가 만난 건, 내가 한가인 씨 매니저로, 이 친구가 영화 홍보팀에 있을 때였다. 베트남 출장을 함께 갈 일이 있었는데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밤 호텔방에서 둘이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해가 뜰 때까지 쉬지 않고 얘기했다. 그러고 나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또 5시간 동안 맥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아까 말했듯이 매니저를 하면서 속마음을 툭 꺼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없었다. 그럴 때 이 친구를 만났는데, 인터뷰라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이지 신세계를 본 기분이었다.
Q. 사회에 나와서 소울메이트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행운이다
양성민: 공감한다. 정말이지 최고의 콤비가 되고 싶다.(웃음) 마음 맞는 파트너와 함께 아티스트의 성장을 지원하면서, 제작진의 캐스팅을 극대화시키는 일을 즐겁게 해 나가고 싶다.
정시우 siwoorain@
사진. 구혜정 photo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