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쥬한봉지
혼성 트리오 밴드 만쥬한봉지는 선명한 음악적 색채와 대중 친화적인 사운드로 인디와 주류의 음악적 경계를 허물어줄 기대주다. 다양한 질감의 정서를 상큼하게 전달하는 리드보컬 만쥬의 음색은 독특하고 가창력도 탁월하다. 이들이 표방하는 음악은 국내 대중음악에서는 생소하게 느껴질 ‘어쿠스틱 뽕짝소울’이다. 스스로 명명한 독특한 장르만큼이나 이들의 음악은 유쾌, 발랄하고 웃음을 머금게 하는 해학적 요소가 강점이다.
강원도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의 피쳐사진은 10개월이라는 최장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2년 넘게 연재해온 골든인디컬렉션의 마지막 편에 소개되는 밴드이기에 강원도로 1박 2일 취재여행까지 다녀왔다. 한 여름 목동 CBS 옥상 하늘공원에서 시작된 피쳐사진 촬영은 벚꽃이 화사했던 여의도 윤중로, 온갖 봄꽃들이 만발했던 상암동 노을공원. 연두 빛으로 채색된 강원도 대관령 목장과 파도가 거셌던 강릉 경포대 해변과 홍대 앞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되었다.
상암동 노을공원에서
한동안 주류 대중가요계는 아이돌의 댄스와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대변될 정도로 장르의 편중이 극심했다. 그래서 비슷비슷한 음악에 식상함을 느낀 대중에게 밝고 신선한 혼성그룹의 음악은 하나의 대안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또한 편안한 어쿠스틱 사운드는 일렉트로닉,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어우러지기 쉬워 장르적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도 혼성 트리오 탄생에 일조한 요인일지도 모르겠다. 혼성 트리오의 역사를 살펴보겠다. 듀엣 전성시대였던 70-80년대에 혼성 트리오의 개체 수는 희귀했다. 최초로 결성된 혼성 트리오는 ‘어니언스’다. 남성듀엣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1972년 그룹 재편성 당시에는 혼성 트리오로 출발했다. 남성듀엣으로 체질 개선을 한 것은 활동 상 제약이 많았기 때문.
홍대 클럽 오뙤르에서 공연 중인 만쥬한봉지
70년대 중반 이후, 영화 ‘수상한 그녀’의 OST ‘나성에 가면’으로 회자되었던 세샘트리오와 라틴그룹 로만티카가 등장했다. 70년대 후반에는 ‘김트리오’와 ‘나미와 머슴아들’, ‘들고양이’ 등 여성보컬을 프런트로 내세운 혼성밴드들이 대세였다. 80년대에는 딱따구리 앙상블와 ‘칵테일 사랑’을 히트시킨 ‘마로니에’는 4인조 시절도 있었지만 시작은 혼성트리오였다. 혼성그룹의 절정은 90년대였다. 투투, 영턱스클럽, 샵, 자자, 롤러코스터, 쥴리엣 등 상당수의 혼성 3인조 그룹들이 전성기를 구가했다. 대표주자는 ‘해변의 여인’ 등 무수한 히트곡을 남긴 쿨(Cool)이다. 이들의 곡은 일반인들이 따라 부르기 쉬웠던 공통점이 있다. 특히 콧소리가 매력적이었던 쿨의 유리와 만쥬한봉지의 만쥬는 왠지 비슷한 느낌이다.
여의도 윤중로에서
비슷한 스타일로 김종민, 신지, 빽가로 이루어진 코요태도 있다. UP도 1996년 1집을 발표했을 때 강현, 김용일, 이해정으로 구성된 혼성 3인조였다. 90년대의 혼성 보컬그룹들은 케이팝(K-POP)의 새로운 획을 그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중의 관심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1년 파격적인 비주얼과 콘셉트로 관심을 이끈 혼성 트리오 힙합그룹 ‘거북이’ 이후 ‘어반자카파’를 필두로 레인그린, 홀로, 플라스틱, 치즈 트위터, 모이노이, 스타트 라인, 남녀공학, 퍼스트, 바닐라 맨 등 혼성 트리오의 개체 수가 풍성해 졌다. 현재 활동 중인 혼성 트리오 보컬그룹의 개체 수는 역대 최다 급이지만 9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하고 있다. 혼성트리오 만쥬한봉지의 음악과 활동에 관심과 기대를 두는 이유이다.
남궁연과 만쥬한봉지 CBS 라디오방송 기념촬영
솔직히 만쥬한봉지가 지향하는 ‘뽕필’ 보다는 R&B와 팝 적인 요소가 강력하기에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에 부합하는 완전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음악을 대하는 열정과 진지한 태도는 발전가능성이 충분하다. 2014년 8월, 함께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던 재즈 드러머 남궁연의 추천으로 이들을 알게 되었다. 2013년 3월 발표한 첫 싱글 ‘밤 고양이’를 처음 접했을 때 젊은 세대의 일상을 담은 편안한 가사에다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범상치 않은 리듬감이 마음에 들었다. 어쿠스틱 사운드를 지향한다지만 찰진 그루브와 소울풀한 만쥬의 보컬의 화학작용으로 빚어내는 경쾌하고 해학적인 음악은 기분전환이 되었다.
상암동 노을공원에서
만쥬한봉지는 기타, 카혼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리더 최용수, 쉐이크, 탬버린, 카주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리드보컬 만쥬, 건반과 멜로디언, 코러스를 맡고 있는 한준희로 구성된 3인조 라인업이다. 웃음소리가 매력만점인 보컬 만쥬는 ‘미친 웃음소리, 굴마담’, 리더 최용수는 ‘얼짱 거지, 평균연령 높이기’, 조용하면서도 소년 같은 이미지인 건반 한준희는 ‘목소리만 김동률, 정상인’이라 자신들을 소개한다. 맡은 역할과 책임이 선명한 트리오 라인업의 특성상 멤버 모두의 음악적 내공은 수준급이지만 공연 때는 베이스 오대호, 박찬민 그리고 드럼 이운주가 가세해 한층 탄탄한 밴드 합을 이끌어내고 있다. 착하고 성실한 멤버들의 성품은 음악에 대한 호감도를 극대화 시켜준다.
강원도 경포해변에서
2012년 결성 이래 무려 8장의 싱글을 발표한 이들은 금년 2월 말에 정규 1집 ‘밤마실’을 발표했다. 정규앨범에는 없는 데뷔 곡 ‘밤 고양이’는 돌보아주는 이가 없이 살아가는 고양이 한 마리와 한 인간의 주기적인 만남을 그린 어둠 속에서도 특유의 밝음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밴드 이름은 2012년 인디페스티벌 무대에 초대 받아 만쥬의 예명을 이용해 급하게 결정했다고 한다. “이름을 정하고 나니 많은 분들이 쉽게 외워주셔서 그냥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만쥬처럼 속이 꽉 차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친숙한 밴드’ 등 저희의 바람과 여러 가지 의미를 함께 가지게 되었습니다.”(최용수)
여의도 윤중로에서
혼성트리오 쿨의 유리와 혼성 듀엣 자두를 연상시키는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만쥬의 음색은 귀에 착착 감겨온다. 실제로 외모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만쥬한봉지로 인해 요즘 활동하는 혼성 그룹과 혼성 트리오 그룹에 대해 알아보려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혼성그룹 트렌드가 대세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개체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기 때문. 대중적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혼성트리오의 선두주자는 ‘어반자카파’로 보이는데 개체 수만으로는 90년대 이후 다시금 제2의 혼성 트리오 그룹 전성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3인조 편성이 음악작업하기에 가장 효율적이더군요. 각자 맡은 역할이 분명해 음악적으로도 선명한 색채를 내기에 가장 좋은 라인업이라 생각했습니다.”(최용수) (파트2로 이어짐)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최진실 기자 tru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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