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줄 요약
짝사랑하는 선배 혜주(조윤희)와 ‘연예가중계’에서 일하고 싶은 것이 승찬(김수현)의 꿈. 하지만 예능국은 낮은 시청률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준모(차태현)의 팀 ‘1박 2일’에 승찬을 배정한다. 실망할 겨를 없이 승찬은 배정된 지 5시간 만에 윤여정에 하차를 통보해야 하는 특별임무를 맡는다. 한편 신디(아이유)는 비 오는 날 자신에게 우산을 건네는 승찬에게 미묘한 표정을 보이고, 예진(공효진)과 준모가 한 집에서 살게 된 사연이 밝혀진다.
리뷰
방영 1회 만에 이토록 열심히 ‘까인’ 드라마라니.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의미일 텐데, 가깝게 현빈의 (컴백으로 역시 큰 기대를 모았던 SBS) ‘하이드 지킬, 나’가 1회의 부진을 털어내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지지부진했던 것을 되돌아보면 ‘프로듀사’에겐 확실한 위험 경보였다. 그래서 2회는 중요했다. 과거와 달리 케이블, 종편 등 채널 선택권이 다양해진 오늘날 시청자의 인내심은 그리 크지 않으니까.
다행히 1회 보다는 볼만하다는 의견이 많다. ‘볼만하다’와 ‘재미있다’는 엄연히 다르지만 그럼에도 한 숨 돌릴 여유는 조성된 분위기다. 그렇다면 ‘프로듀사’ 팀이 1회의 혹평을 보고 2회에 시청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걸까. 글쎄. 아무리 시청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드라마의 특징이라지만 그건 드라마 후반의 이야기이고, 1-2회의 경우 첫 회 방영 전에 완성해 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1회보다 2회가 보기 편했다면, 여기에는 시청자들이 ‘프로듀사’의 포맷을 (1회에서) 어느 정도 예습한 것도 있을 테고, 1회보다 드라마적으로 강화된 면이 있기 때문일 게다.
실제로 2회에서는 각각의 인물들이 입은 사연이 한층 풍부해졌다. 사실 1회에서 각 캐릭터들은 개성은 있었지만 전혀 입체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 사회 초년생으로서 겪는 백승찬의 고군분투가 있었고, 한 집에서 살게 된 준모와 예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고, 혼자서 포장마차에서 오뎅을 씹는 톱 가수의 애절함도 있었다. 무엇보다 윤여정. 프로그램 하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연예인의 운명을 ‘짠내나게’ 풀어내며 극을 풍부하게 했다.(윤여정이 얼마나 대단한 연기자인가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다큐멘터리 인터뷰 형식은 드라마의 흐름을 끊어놓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포맷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충분히 신선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연출이 못 살리고 있다고 보는 쪽이다. 그런 점에서 윤성호 감독의 하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낯선 것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은 윤성호 감독이 지닌 최고의 장점이다. 독특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데 윤성호 만한 이가 없다. 그가 지속적으로 메가폰을 잡았다면 지금의 이 포맷이 낯설다는 평가는 있었을지언정 ‘이도저도 아니다’라는 평가는 안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이유다. 어찌됐든 어떤 내부 사정으로 인해 그는 하차했고, 그 빈자리를 표민수 PD가 채웠다.
그렇다면 표민수 PD를 보자.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 등에서 확인했듯 인물들에게서 감성과 공감을 불어넣는데 있어 표민수 PD는 대가다. 그렇다면 윤성호-표민수 두 사람의 장점을 업고도 ‘프로듀사’ 1회에서 왜 표류했을까. 이전 윤성호 감독이 풀어놓은 포맷과, 오자마자 새로운 것에 적응해 가는 표민수 PD의 연출이 질서 없이 혼합 돼, 충돌을 일으킨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윤성호 감독이 있을 때 이 드라마에 기대했던 것은 두 개성파들, 그러니까 ‘개그콘서트’ 서수민의 개그감과 ‘은하해방전선’ 윤성호의 재기발랄함이 만나 어떤 신선함을 파생시킬까였다. 하지만 표민수 PD가 오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이젠, 서수민의 개성이 표민수의 드라마 안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뤄낼까에 관건이 됐다. 연출 교체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혼란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3회부터는 도망갈 구멍이 없다. 진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수다 포인트
-윤여정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여의도에서 우산으로 얼굴가리고 홀로 오뎅 먹고 있는 사람을 주시하세요. 톱스타일지도.
-이들 사랑의 짝대기는 어디로 가나요?
정시우 siwoorain@
사진. ‘프로듀사’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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