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영 박현빈
홍진영 박현빈
홍진영 박현빈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홍진영과 박현빈이 한층 젊어진 트로트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한 때 ‘성인가요’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로트가 이제는 케이팝의 한 갈래가 되었다. 장윤정부터 소유미까지, 음악방송에서 트로트 무대를 만나는 것도 이젠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에 힘입어 두 명의 차세대 트로트 주자 홍진영과 박현빈이 지난 9일 합동 콘서트를 개최했다. 고양 아람누리 극장에서 개최된 이날 콘서트에는 5~60대 장년층은 물론이고 10대와 20대 층의 젊은 관객들도 다수가 참석해 트로트를 즐겼다. 야광봉을 비롯해 플래카드와 떼창까지, 아이돌 부럽지 않은 환호 속에서 홍진영과 박현빈은 약 120분 간 흥겨운 트로트 한마당을 꾸몄다.

이날 공연의 포문을 연 것은 홍진영도, 박현빈도 아닌 객석의 함성이었다. ‘흥남매를 외치면 배터리가 채워진다’는 안내 문구에 따라 관객들은 ‘흥남매’를 연호했고 화면 속 배터리가 완충되자 홍진영과 박현빈이 등장해 듀엣곡 ‘당신이 좋아’로 무대를 꾸몄다. 이후 ‘흥 소녀’ 홍진영이 1부 무대를, ‘흥 오빠’ 박현빈이 2부 무대를 이어가며 공연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홍진영은 자신의 히트곡 ‘부기맨’ ‘사랑의 배터리’를 비롯해 유수의 트로트 명곡들을 부르며 무대를 가득 채웠다. 그는 ‘삼바의 여인’ ‘내 나이가 어때서’ ‘첫 차’ 등을 간드러지게 소화해내며 객석을 들썩이게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트로트는 본래 짙은 감성을 자랑하는 음악. 홍진영은 다년 간의 트로트 내공을 발휘하여 이선희의 ‘인연’ 지영선의 ‘가슴앓이’ 양희은의 ‘아침 이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재해석, 잔잔한 울림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홍진영은 각선미가 돋보이는 의상과 귀여운 애교로 남심을 녹였다. 앞좌석을 가득 메운 홍진영의 팬들은 노래 중간중간 우렁찬 응원 구호를 넣으며 흥을 돋웠다. 홍진영 역시 “멘트를 할 때에는 마음껏 사진을 찍으셔도 좋다”며 포즈를 취해주는 등 아낌없는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는 자신의 사인이 담긴 공연 포스터며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식품을 나누어주며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했다.

박현빈과 홍진영
박현빈과 홍진영
박현빈과 홍진영

이어진 2부에서는 박현빈이 붉은 의상을 입고 등장해 강렬한 무대를 선보였다. 그는 ‘샤방샤방’ ‘오빠만 믿어’ ‘빠라빠빠’ 등 자신의 히트곡을 열창하며 연신 땀을 쏟아냈다. 관객들 역시 뜨거운 떼창으로 화답했다. 본격적인 노래에 앞서 박현빈은 객석을 향해 ‘아주 그냥’ ‘오빠 한 번’ 등의 서두를 떼며 마이크를 넘겼고 관객들은 ‘죽여줘요’ ‘믿어봐’라고 입 모아 대답하며 단결력을 뽐냈다. 신나는 댄스와 화려한 조명도 볼거리를 더했다.

박현빈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시종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앞서 한 방송에서 “대한민국에 아줌마가 어디 있냐. 다 누나다”고 말했던 바 있던 박현빈은 이날 공연에서도 스스로를 오빠, 형이라고 지칭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그는 한 팬이 급하게 만든 플래카드를 무대 위로 가져오며 “제 팬분들이 이런 것도 준비해주셨다”고 너스레를 떤 뒤 “그런데 조금 저렴해 보인다. 심지어 이면지를 사용했다”고 폭로해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도 박현빈은 “이런 것을 처음 받아 본다. 벽에 걸어두어야겠다”고 말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앵콜 무대에서는 디제이 부스가 무대 위에 등장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홍진영과 박현빈은 함께 무대에 올라 서로의 히트곡을 메들리로 연달아 부르며 긴 여운을 남겼다. 특히 두 사람은 디제이와 호흡을 맞추며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를 가미, 흥겨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음껏 몸을 흔들며 마지막까지 공연을 즐겼고 박현빈과 홍진영 역시 서로의 노래에 춤을 추고 노래를 더하며 훈훈한 우정을 뽐냈다. 두 사람은 객석을 향해 연신 90도 인사를 하며 벅찬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후 한 10대 관객은 “아직도 신이 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20대 관객 또한 트로트를 흥얼거리며 공연장을 빠져 나갔다. 트로트의 주인 격이었던 중장년층 관객들도 흐뭇한 표정으로 높은 만족도를 표했다. 가족, 친구, 심지어는 팬클럽 회원들로 구성된 이날 공연의 관객들은 세대를 초월하고 장르를 넘어 ‘흥’으로 똘똘 뭉쳤다.

‘흥남매’ 홍진영과 박현빈의 공연은 오는 6월 울산에서도 펼쳐지며 이후 전국 10개 도시에서 이어진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팽현준 기자, SW.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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