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최보란 기자]배우 오연서의 끊임없는 열정은 어디서 오는걸까. 근래 몇년간 TV를 켜면 오연서의 얼굴을 만나기가 어렵지가 않다. 2002년 걸그룹 Luv로 데뷔한 그녀는 2009년 영화 ‘여고괴담5’를 통해 연기자로서 인상을 각인시켰고, 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말숙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다.2014년 ‘왔다! 장보리’로 다시 ‘국민 드라마’ 출연 이력을 썼으며, 종영 후에는 바로 ‘빛나거나 미치거나’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소처럼’ 일하고 있는 여배우 가운데 하나.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열정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연기 생활이 쌓여갈수록 느끼는 변화는 무엇인지, 그리고 배우가 아닌 오연서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빛나거나 미치거나’ 마치고 어떻게 지냈나.
오연서 : 홍콩서 화보 찍고, 돌아와서 인터뷰도 하면서 보냈다. 5월2일에는 팬미팅이 있다. 막상 쉬니까 뭘 해야할 지 막막하더라. 1년 동안 쉬지 않고 일 해왔다. 일 할 때는 쉬고 싶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까 허전하더라. 그래서 회사에 얼른 일하자고 독촉하고 있다. 하하.
Q. 결말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는데, 개인적으로 만족하는지.
오연서 : 결말에서 신율(오연서)과 왕소(장혁)의 재회가 생시냐 꿈이냐 오해가 있더라. 저는 진짜라고 생각하고 촬영했다. 신율이 서역을 갔다 돌아오고 왕소도 업적을 쌓고, 그런 뒤 다시 만난 것으로 여겼다. 방송 보니까 뭔가 사후 세계처럼 보이기도 하더라. 그래서 애매모호하게 느끼신 듯 하다. 배우들도 현장에서는 해피엔딩으로 생각하고 촬영했다. 둘 다 행복해져서 만나는 결말이었던 것 같다. 결말이 따뜻해서 좋았던 것 같다. 먼길을 돌아서 왔구나 싶었다.
Q. 장르는 달랐지만, 장보리와 신율이 닮아 보이기도 했다.
오연서 : 굳이 다르게 보이려 하지 않았다. 흘러가는 대로 놔두고 싶었다. 신율이 초반에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있었다면, 마지막에는 여성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 그런 변화가 보리와는 또 달랐던 것 같다. 시청자 반응도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신율을 연기하면서 행복했다. 끝까지 아름답고 따뜻해서 좋았다.
Q. 왕소와 왕욱, 실제 이상형은 어떤 타입?
오연서 : 왕소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소. 기본적으로 재미있고, 유쾌하고, 즐겁고 그런 면이 좋다. 왕욱은 너무 느끼하다. (극중에서 왕욱의 순애보가 안타까웠다는 기자의 말에)사실 왕욱 오빠는 백묘 언니에게 주려고… 아예 여지를 주지 않았다. 하하.
Q. 케미가 좋은 여배우 같다. 장혁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오연서 : 신율과 왕소 사이에는 애절한 상황이 많아서인지 나중에는 장혁 오빠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더라. 예전에 개봉이와 소소의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이 있었기에 상황이 대비돼서 더 슬프게 느껴졌던 것 같다. 연기할 때 오빠가 많이 배려하고 얘기도 해 주시고, 정말 자상하셨다. 매너도 좋으시고. 끝날 때까지 저한테 말을 놓지 않으시더라. 덕분에 케미가 잘 나온 것 같다. 여배우라면 꼭 한번 호흡을 맞춰보셔야 한다.
오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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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율이 남장을 한 개봉이가 사랑스러웠다. 남장에 껌뻑 속기엔 너무 예쁘지 않았나.
오연서 : 남장여자가 사극 단골 소재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여느 사극에서는 주인공이 대의를 위해 남장을 하는데 신율은 왕소만 속이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극 속 남장 캐릭터에 비해 여성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남성적인 면이 강조되지 않아 오히려 연기하기 편했다. 감독님도 남장이 더 예쁘다고 하시더라. 후반에는 개봉이가 안 나와서 제가 더 아쉬웠던 것 같다.
Q. 오연서가 촬영장 분위기를 휘어잡았다는 후문이다.
오연서 : 하하하. 저희 현장이 여배우가 둘 다 털털했다. 이하늬 언니도 성격이 밝고 유쾌하시다. 오히려 남자인 장혁 오빠랑 임주환 오빠가 조용한 타입이셨다. 그래서 제가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렇게 느끼셨나보다.
Q. 촬영 현장 분위기가 좋았겠다.
오연서 : 청해상단은 그냥 다 가족 같았다. 다들 촬영하면서 ‘이 장면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 서로 얘기하고 맞춰보고 그랬다. 백묘 언니(김선영)과 정말 친해졌다. 언니 인터뷰 기사를 보고 안부 전화를 했는데 ‘다들 네 얘기만 물어 보더라. 네 칭찬 많이했으니 입금해라’ 하시더라.(웃음) 선영 언니한테 딸이 있는데 신율이를 참 좋아한다더라. 공주라서 그런가 보다. 근데 신율옷을 안 입으면 몰라본다. 그래서 신율옷을 입고 만난 적이 있는데, 마침 파란색 옷이라서 엘사처럼 ‘렛잇고’ 노래 불러주면서 놀았다.
Q. 신율은 가상의 인물이었다.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 갔나.
오연서 : 가상의 인물이라 오히려 캐릭터를 만들기가 쉬웠던 것 같다. 신율이 곧 저니까. 실존 인물들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연기가 앞에 있어서 부담이 있다. 또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역사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하지만 신율은 열어 놓고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제가 하고 싶은 것도 시도해 보고, 자유로워서 재미있었다.
Q. 신율과 개봉 중에 누가 더 끌리나.
오연서 : 개봉이 더 귀엽지 않나. 개봉이 이야기를 따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장혁 오빠도 율이 보다는 개봉이가 좋다고 하더라. 정이 많이 들었다고. 아무래도 개봉이랑 있을 때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Q. ‘넝쿨째 굴러온 당신’부터 ‘오자룡이 간다’, ‘왔다 장보리’, ‘빛나거나 미치거나’까지. 시청률이나 화제 면에서 출연작마다 좋은 성과를 거뒀다.
오연서 : 대본도 좋았고, 워낙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 것 같다. 솔직히 시청률은 하늘의 뜻 인 것 같다. 드라마가 재밌다고 꼭 1등 하는 것도 아니더라. 예전에 어떤 기자분이 제가 특이한 이름의 역할을 하면 잘 된다고 한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다. 장보리도 그렇고 말숙이(넝쿨당), 나공주(오자룡)도. 그러고보니 이번에 개봉이라는 이름도 독특했다.
오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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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음 작품도 드라마로 생각 중인가.
오연서 : 아직 살펴 보고 있다. 드라마를 계속 해와서 영화를 하고 싶기도 하고. 일단 쉬지는 않을 생각이다. 쉬고 있으면 좀이 쑤시는 타입이다. 기회가 영화에 있으면 영화를 하고, 드라마에 있으면 드라마를 하고,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얼른 작품으로 다시 인사 드리고 싶다.
Q. 쉼없이 연기를 해 왔는데 변신에 대한 고민이랄까, 전환점에 대한 욕구는 없는지.
오연서 : 주로 밝고, 건강하고, 진취적이고, 뭔가 해내려고 애쓰는 역할들을 연기 해 왔다. 일관된 캐릭터 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싫지는 않다. 그런 모습을 앞으로 더 보여드리고 싶다. 아직은 제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런 후에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다. 차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다.
Q. 전작들이 대체로 밝고 가족적인 작품이었다. 실제 좋아하는 장르인가.
오연서 : 사실 저는 추리물을 좋아한다. 스릴러, 화이트 칼라 범죄 같은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영화 ‘오션스’ 시리즈나 ‘도둑들’ 같은 작품도 좋아한다. 팀워크로 뭔가 이뤄내는 스토리가 끌린달까.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도 즐겨본다. 탐정물도 좋아해서 일본 드라마 ‘트릭’이나 ‘갈릴레오’ 시리즈도 챙겨봤다.
Q. 추리물 보면서 직접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겠다.
오연서 : 연기를 한다면 탐정보다는 조수를 할 것 같다. 위험에 빠지면 주인공이 구해주고.(웃음) 소설에서는 탐정이 대부분 남자고, 여자는 주로 피해자거나 범인으로 등장하더라. 전혀 범인 같이 않은 아름다운 미망인 같은 캐릭터 있잖나. 그런 반전있는 연기도 해보고 싶다.
Q. 추리물이라.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법일까.
오연서 : 그렇다. 스트레스를 그렇게 푼다. 책을 잃기 시작하면 덮을 때까지 손에서 못 놓는다. 잡념이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주 건강하다고 말하자)밝고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하니까 실제 성격도 따라가는 것 같다.
Q. 캐릭터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연기 후 잔상도 오래가겠다.
오연서 : 아무래도 캐릭터가 오래 남는다. 이번에 신율 하고나서 이상하게 눈물이 많아 졌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눈물이 많아진건지, 신율 때문인지 모르겠다. 요새는 다큐멘터리를 보다가도 운다.
Q. 이제 서른을 앞뒀다. 여배우로서 변화를 체감하나.
오연서 : 사실 서른 보다도, 스물 여섯에 슬럼프가 찾아 왔다. 그때 ‘넝쿨당’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싶다. 저를 바쁘게 만들어 준 작품이었고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 서른에 대한 부담은 없다. 더 여유로워질 것 같고, 변화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오히려 20대 시절이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같이 데뷔한 친구들 잘 되는 것 보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지금 어린 후배들도 분명 그런 것을 겪을 것 같다. 하지만 계속 가다보면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그런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저는 단역, 조연, 주연도 해봤다. 주말, 미니, 사극 나름 다 해 본 것 같다. 그래서 ‘오연서도 되는데 나도 된다’는 그런 꿈을 주고 싶다.
Q. 반대로 힘들고 흔들렸던 순간에 오연서의 본보기가 되 준 사람이 있나.
오연서 : 누구보다 힘이 된 것은 가족이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가족들 생각하면서 버텼다. 배우가 꿈이었고, 연기하면서 성취감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오는데는 가족이 제일 큰 힘이 된 것 같다.
Q. 가족애가 남다르다.
오연서 : 제가 일찍 데뷔해서 사회 생활을 일찍 시작한 것도 있고, 그로 인해 부모님이 희생을 많이 하셨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애틋함이 있다. 당시에는 서울에 홀로 올라와 생활하면서 부모님이 너무 그리웠다. 근데 이제는 독립하고 싶다. 하하.
Q. 배우가 아닌 오연서로서 올 해 계획한 목표는?
오연서 : 20대를 잘 마무리 하고 싶다. 못 배웠던 것도 배워볼까 생각 중이다. 이번에 말을 처음 타봤는데 승마를 배워보고 싶다. 일러스트를 좋아해서 본격적으로 공부 해보고 싶기도 하다. 나중에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지난해 운전면허 땄는데 올해는 차를 꼭 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