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측은 17일 “‘어벤져스2’가 오는 4월 23일 국내 개봉한다”고 밝혔다. 예상한대로 미국보다 먼저 개봉한다는 기사가 쏟아졌고, 선 개봉을 이유로 들어 ‘한국 영화 산업의 급성장’과 마블이 한국을 ‘특별대우’ 한다고 진단하는 시선들이 등장했다.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개봉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국 영화 산업이 과거보다 성장한 것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수치가 증명한다) 마블의 한국 특별대우? 특별대우까지는 몰라도 한국을 영화 촬영지로 선택한 것이나, 과거 마블 영화들의 국내 흥행 성적을 볼 때 그들이 한국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닐 게다.
다만 문제는, 위의 사실들이 인과관계로 묶이는 순간 뭔가 오류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북미보다 먼저 개봉하는 것이 국내 영화 시장 위상의 증가를 의미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정말로 우리나라에서만 단독으로 처음 개봉해야 할 텐데, ‘어벤져스2’의 경우 애매하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어벤져스2’의 4월 개봉을 추진하고 있고, 우리 보다 앞서 개봉하는 나라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미국 IMDB에 공개된 ‘어벤져스2’의 나라별 개봉 일을 살펴보자. ‘어벤져스2’의 북미 개봉일은 5월 1일. 릴리즈를 확정한 63개 국가 중 47개 국가에서 5월 1일보다 앞서 ‘어벤져스2’를 출격시킨다. 가장 빠른 개봉일은 4월 22일이다. 핀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필리핀 등 7개국에 ‘어벤져스2’가 가장 먼저 날아들고, 우리나라는 홍콩, 뉴질랜드, 러시아 등과 함께 하루 늦게 관객들에게 선을 보인다.
한마디로 ‘어벤져스2’가 한국에서 선 개봉 하는 것은 전혀 이례적인 상황도 아닐뿐더러, 이것으로 한국 영화 시장의 급성장이나 마블의 특별대우를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사실 현재의 분위기로 보면 마블이 우리를 ‘특별대우’한다기보다, 우리가 마블을 ‘특별대우’ 하다고 보는 게 맞다. 한국 배우 수현이 출연하고, 한국에서 촬영된 이 영화에 쏟아지는 관심과 기대치와 열광은 뜨겁다 못해 데일 정도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언론이 있다.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좋으나, 그것이 논점이 흐린 방향으로 해석되는 것은 지양돼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텐아시아=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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