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7080′ 기자간담회

[텐아시아=박수정 기자]매주 토요일 밤 12시가 되면 우리집 TV 리모콘은 어머니 차지였다. 평소 밤 늦게 TV를 보면 안된다고 혼을 내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토요일 밤에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집 안에는 TV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가득했다. KBS1 ‘콘서트 7080’이 들려주는 음악이었다. 소파에 기대 TV를 보는 어머니의 모습은 주말 낮시간에 음악방송을 보는 내 모습 같았다. 그렇게 KBS1 ‘콘서트 7080’은 500회 동안 부모님 세대에 감동과 공감을 선사해 왔다. 그 바탕에는 음악이 있었다.
KBS1 ‘콘서트 7080’은 17일 오후 KBS2 별관 로비에서 500회를 맞이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콘서트 7080′ MC 배철수를 비롯해 500회 특집에 출연하는 가수 구창모, 김수철, 김완선, 효린, 장기하가 자리를 빛냈다.

지난 2004년 11월 6일 첫 방송부터 10년이 넘는 지금까지 ‘콘서트 7080’의 MC로 활약한 배철수는 500회 원동력을 음악에서 찾았다. 배철수는 “70~80년대 나왔던 음악들이 좋다. 그 음악들이 좋지 않았다면 TV에서 1시간 동안 연주할 것이 없고, 들을 사람도 없다”며 “우리 세대의 음악이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구린 음악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부모님들에게 당당해지라고 요구했다. 배철수는 “지금 시대 못지 않게 우리 시대에도 정말 좋은 가수들이 많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장르가 다양했다”며 “록밴드보다 블루스까지 모든 장르의 음악이 사랑받는 시대였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세대에게 문화적으로 풍요롭게 자랐다는 것을 자랑해도 된다고 이야기한다”며 “자식들에게 떳떳하게 이야기하라. 엄마 아빠가 젊었을 때 즐겼던 음악을 이야기해보라. 좋은 음악이 10년 이상을 이끈 동력이다”고 전했다.

장기하도 “가장 이해를 못하는 말이 ‘그 시대 음악치고는 세련됐네’라는 말이다. 음악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부분은 발전하지만, 어떤 부분은 퇴보한다고 생각한다”며 “예전 음악 중에는 요즘 음악보다 훨씬 세련된 음악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방송이 요즘 음악만 찾다 보니까 예전 음악을 들을 기회가 없는데 예전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드릴 수 있다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다. 10~20년 더 장수할 수 있다면 더욱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500회를 맞이한 ‘콘서트 7080’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배철수는 “10년 전에 ‘콘서트 7080’이 시작될 때에는 ‘7080’이라는 단어가 그 시대 문화를 가리키는 아이콘이 됐다. 요즘은 90년대 음악도 각광받고 있다”며 “추억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세대가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 젊은 친구들의 음악 중에도 우리가 소비할 수 있는 음악도 소개하고 싶다. 음악의 저변을 넓혀 가야 한다”고 밝혔다.
“저변을 넓혀 가야 한다”는 배철수의 말처럼, 500회 특집은 ‘콘서트 7080’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방송이 된다. 구창모, 김수철 등 7080세대의 스타를 비롯해 장기하와 얼굴들, 성시경, 씨스타 효린 등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는 가수들도 함께 출연했다. 김수철 밴드와 크라잉넛의 콜라보레이션, 신석철, 신대철, 장호정이 결성한 송골매 트리뷰트 밴드 등 다양한 무대가 펼쳐진다. 7080세대 뿐만 아니라 7080세대의 자녀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들이다.

배철수는 “오늘이 ‘콘서트 7080’이 앞으로 나가아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다. 오늘 우리 세대의 음악을 젊은 친구들과 콜라보하는 무대들이 있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 ‘콘서트 7080’이 지향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토요일 밤 12시, 이제 어머니 옆에 앉아서 함께 즐기는 것은 어떨까.

텐아시아=박수정 soverus@
사진. 팽현준 pang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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