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장례식’ 주연을 맡은 강인.
‘고양이 장례식’ 주연을 맡은 강인.
‘고양이 장례식’ 주연을 맡은 강인.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이 영화 ‘고양이 장례식’을 통해 배우로 대중 앞에 선다. 굉장히 오랜만에 영화 출연이다. 물론 군대라는 공백기가 있기도 했지만, 영화 ‘순정만화’(2008) 이후 스크린 컴백이니 무려 7년 만이다. 그리고 많은 게 변했다. 이번엔 주연을 맡았고, 현장에서도 어느덧 후배를 이끌어야 하는 선배가 됐다.

무엇보다 영화 속 모습도 평소 강인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사뭇 다른 느낌이다. 슈퍼주니어 멤버로서 무대에 올라 보여줬던 활기차고 밝은 모습을 대신해 소심하고, 사랑 표현에 서툰 모습이다. 또 그가 연기한 동훈은 인디 뮤지션. 그렇다고 실력이 뛰어난, 잘 나가는 그런 뮤지션도 아니다. 인기 아이돌 멤버인 강인과 인디 뮤지션 동훈, 닮지 않은 듯 닮은 그 모습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강인, 그를 만나 음악, 사랑, 연기 그리고 슈퍼주니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첫 주연 영화인데 뒤늦은 개봉이다. 언론시사회 때 “슈퍼주니어 데뷔할 때 느낌”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강인의 기분을 대변하는 것 같더라. 개봉을 앞둔 소감이 남다르겠다.
강인 : 사실 영화배우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좋은 작품들이 많은데도 개봉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에 비해 우리 영화는 개봉을 빨리한 거다. 그리고 설렘보다 정말 한 장면 한 장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시사회라는 자리가 익숙하지 않은 자리고, 평가를 받는 자리인지 소개를 하는 자리인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의미를 다른 곳에 뒀다. 오랜만에 스태프 얼굴 보는 자리라고. 무대 인사할 때도 어느 관에 들어가니까 스태프들이 있더라. 거기서 영화를 봤어야 하는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과 봐야 슬픈 장면도 웃을 수 있을 텐데, 물론 그렇게 보면 안 되는데 그렇게 보고 싶은 거다. 그래서 아직 프로가 아닌가 보다. 하하.

Q. 군 제대 후에 연기로는 처음이기도 하다. 그런데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를 선택했다는 게 의외다.
강인 : 가수 후배들도 그렇고 연기하는 동생들 많다. 나는 기회가 된다면, 준비돼 있고 찾아준다면 ‘언제든지 하겠습니다’는 마인드다. 무조건 배우만 하겠다는 건 아니다. 이번 작품은 좋은 시나리오를 주셔서 좋은 분들과 작업할 수 있게 됐다. 제대 후에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좋은 기회가 됐다.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고. 소소하고, 내 이야기 같았다.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 같아서 좋았다.

Q. 영화 현장이 낯설기도 했겠다. 오랜만의 촬영 현장인 데다가 군 제대 후 첫 현장이기도 하니까. 남자라면 다 느낄 텐데, 제대 후 한동안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강인 : 맞다. 그걸 느낀 게 있다. 최근 이특 형이 제대했는데 시간이 멈춰있더라. 자기도 그걸 알고 있다. 하하. 나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이 내가 생각했던 공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크게 달라진 점은 ‘순정만화’ 할 때는 막내였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땐 ‘남자 주인공 준비할게요.’였는데 이번엔 ‘선배님 준비하시죠.’인 거다. 친해지고 나선 ‘내가 왜 네 선배야. 너 가수야’라고 웃기도 하고. 또 배우들 대기실이 따로 없었는데, 나중엔 한방에서 모든 스태프, 배우들이 같이 부둥켜 자고 있더라. 그리고 가장 어색한 건 연기할 때다. 처음 1주일이 가장 힘들었다. 첫 촬영 날 이른 아침에 모래내 쪽에서 촬영하는데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전혀 감을 못 잡겠더라.

Q. 군대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만 더 물으면, 군대를 통해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인가.
강인 : 전역하는 날 이야기했는데, 세상에는 뭐든지 이유가 있다. 그리고 당연한 게 없다. 군대에 있을 때 거울을 많이 봤다. 진짜 거울을 본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모르고 살았더라. 어떤 버릇이 있고, 어떤 습관이 있는지 몰랐던 것 같다. 또 군대에서 일기를 많이 썼다. 가장 많이 나온 말들이 가장 당연하고, 늘 나에게 있었던 것들이다. 가족, 친구, 멤버들, 무대, 팬들, 일 등이다. 그때 느꼈다. 이런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었구나, 감사했어야 했는데 당연하게 생각하고 버릇처럼 생각했구나, 다시 만나면 절대 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그걸 지키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자는 거다.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려면 뭘 해야 하지지,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하는 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2년 동안 진짜 대중의 소리를 들으면서 울기도 몇 번 울었다. 나를 대신해 동료, 후임, 선임들이 내 편들어줄 때면 괜히 전우애가 생기고. 다녀와서 이런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많이 배웠다.

‘고양이 장례식’ 주연을 맡은 강인.
‘고양이 장례식’ 주연을 맡은 강인.
‘고양이 장례식’ 주연을 맡은 강인.

Q.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슈퍼주니어라는 아이돌 그룹 멤버다. 그런 멤버가 인디 영화에 나온다는 게 조금 의아하다. 그래서 작품 선택할 때 강인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강인 : 먼저 (회사에서) 시나리오를 주셨다. 쉴 때 말씀드렸던 게 내가 하지 않더라도 그냥 책 읽듯이 보게 달라고 했다. 그래서 읽었는데, 군대에서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읽은 책이 있다. 바로 ‘슬럼독 밀리어네어’다. 잠을 자야 하는데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잠이 안 올 정도였다. ‘고양이 장례식’도 그랬다. 그 다음 날 ‘너무 해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라고 회사에 얘기했고, 그래서 추진해 준 거다.

Q. 원작 웹툰은 원래 알고 있었나.
강인 :
사실 웹툰은 몰랐다. 시나리오 받고 나서 그 이후에 봤는데 홍 작가란 분이 궁금했다. 실제 이런 사랑을 한 게 아닐까 상상하기도 했다. 상상력으로 만들어내기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Q. 그럼 어떤 점이 그렇게 꽂혔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할 정도로.
강인 :
나 역시 연애도 이별도 해봤다. 그런데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게 어디 있느냐. 간직하고 싶은 이별도 없고. 다 아픈 이별이고, 떨쳐내고 싶은 거지. 헤어질 때 되면 별것도 아닌 것으로 싸우게 된다. 평소에는 예뻐 보이는 것도 싫어지고, 누구나 그렇지 않나. 그러면서 20대 남녀의 알콩달콩도 귀여웠고. 그래서 해보고 싶었다. 사실 그때는 여배우가 누가 되느냐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다른 작품 들어가면 중요할 것 같다. 연기 잘하는 사람하고 하고 싶다. 내 연기가 부족하니까.

Q. 그럼 호흡을 맞춘 박세영 씨가 마음에 안 들었다는 의미인가. 지금이라면 다른 여배우와 하고 싶다는 뜻처럼 들린다.
강인 :
하하. 이제야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생각했던 비주얼의 신재희와 세영은 약간 달랐다. 세영이한테도 이야기한 적 없는 말이다. 영화 속 신재희는 청순해 보이면서도 리더십 있고. 소주도 과감히 마시고, 말투도 툭툭 던지지 않나. 그런데 세영이 한다는 거다. 그리고 첫 미팅 때 만났는데 정말 예쁘고, 누가 봐도 착해 보이는 친구인데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팔색조였다. 매우 잘해서 오히려 나를 계속 끌어줬다.

Q. 영화를 보면서 두 사람의 호흡이 참 좋았다. 알콩달콩 사랑하는 모습이나 티격태격하는 모습 등이 잘 어울렸다.
강인 :
세영이 학교 후배다. 학교생활은 같이 한 적 없지만. 어쨌든 얼마나 어렵겠나. 또 내가 그렇게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이미지도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장난도 일부러 치고, 편해지려고 노력 많이 했다. 세영이는 처음에 내가 ‘미친 사람’인 줄 알았을 거다. 같이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연애 이야기도 하고, 영화 속 상황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이 영화와 연결되더라. 그 모습을 보시고 감독님이 ‘이런 부분에 있어 남자 여자가 다른 거야’라고 캐치하더라. 즉흥적으로 대본을 바꾸기도 하고, 나중에는 맡기는 부분도 있었다.

‘고양이 장례식’ 주연을 맡은 강인.
‘고양이 장례식’ 주연을 맡은 강인.
‘고양이 장례식’ 주연을 맡은 강인.

Q. 한편으론 영화 속 강인의 모습이 낯선 것도 있었다.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강인하면 활기찬 모습부터 떠오른다. 그런데 영화에선 그와 정반대이지 않나.
강인 :
음. 나랑 비슷하지 않나요. 내가 봤을 땐 너무 난데. 하하. 나를 아는 분들은 다 너라고 이야기한다. 이런저런 여러 모습이 있을 텐데 이성에 있어 너무 서툴다. 능수능란할 거라고 오해를 하는데 진짜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이성을 대하는 거다. 사랑에 너무 서툴고, 연애 경험도 많지 않다. 20대 때 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게 아쉽다. 다양한 연애 경험을 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Q. 강인은 사랑할 때 어떻기에 서툴다고 하는 건가.
강인 :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할 자신은 있다. 그런데 너무 어렵고 서툴다. 바라는 게 많아지는 것 같다. 사랑하면 욕심이 많아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부담될 때도 있다. 아직 사랑할 준비가 덜 됐나 보다.

Q. 영화 속 동훈도 사랑에 서툴다. 동훈과 재희가 헤어지는 것도 동훈의 그런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동훈과 비슷하다면 그럴 수 있겠다.
강인 :
그게 맞다. 20대 중후반 남자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 같다. 자신감도 없고, 미래는 불투명하고. 자연스레 사랑에도 자신이 없어지는 거다. 어떤 면에서 동훈이 재희를 보내줬다고도 생각한다.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동훈이 불쌍하다. 하하.

Q. 또 동훈은 뮤지션이다. 약간 농담이 섞여 있지만, 동훈은 음악을 첫사랑이라고 하는데 그럼 강인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
강인 :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가수가 안 됐더라도 음악은 계속 내 주변에 있었을 것 같다. 음악이 주는 에너지가 너무 크다.

Q. 사실 강인은 슈퍼주니어라는 인기 아이돌이다. 극 중 동훈처럼 무명의 고민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강인 : 고민한다. 아이돌 10년 차니까 어떻게 해야 멋있는 선배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멤버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경쟁심만 아니라 동료애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요즘 그런 모습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무한도전-토토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10년, 20년 지난 뒤에 그 시대를 회상하면서 ‘잘 지냈어’란 말로 서로를 안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이 꼭 봐야 한다고.

‘고양이 장례식’ 주연을 맡은 강인.
‘고양이 장례식’ 주연을 맡은 강인.
‘고양이 장례식’ 주연을 맡은 강인.

Q. 솔로 계획이 전혀 없다는 건 왜 인가.
강인 :
무대에 혼자 설 능력이 안 된다. 능력이 됐다면 슈퍼주니어가 아니라 혼자 데뷔했을 거다. (웃음) 가수 활동은 슈퍼주니어로만 하고 싶다.

Q. 이번에 OST도 직접 참여하지 않았나.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것도 잘 어울리던데.
강인 :
영화 흥행도 되고, 반응이 괜찮으면 음악프로그램에 라이브 연습해서 나갈 의향은 충분히 있다. OST 녹음할 때 앨범 녹음할 때보다 더 심혈을 쏟았다. 하하.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건 너무 어려웠다. 가사도 틀리고. 또 영화 하면서 우쿨렐레도 배웠다. 그렇게 매력적인 악기인지 몰랐다. 우쿨렐레 연습하는 데 세영이가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줬더니 세영이가 재밌다고 가져갔다. 나중에는 세영이가 더 잘 치고. 하하.

Q. 그럼 원래 기타를 다루지 못하는 거였나.
강인 : 원래 악기를 다루지 못한다. 섬세한 면이 부족하다. 예전에 피아노를 배우는데 어지럽더라. 음을 생각하게 되고, 거기에 집중하다 보니까 어지러운 거다. 이게 무슨 증후군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기타를 배워보니까 건반과 다르게 안정시켜주는 게 있었다. 꾸준히 배워볼까 생각하던 차에 영화 하면서 배우게 됐다. 끝나고서는 배우지 않았는데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영화 보니까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슈퍼주니어는 올해가 데뷔 10년째더라. 참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10년을 돌아본다면.
강인 :
진짜 많은 일이 있었다. 10년 동안 연예계를 말할 때 슈퍼주니어 이야기로 채워도 될 거다. 하하. 하지만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어떤 일이 있고, 무슨 일이 생겨날 때마다 더 단단해졌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멤버들이 없으면 불안하다. ‘고양이 장례식’ VIP 때 이특 형이 못 왔는데 ‘화이팅해야 하는데 못 가서 어떡하느냐’는 문자가 계속 오는 거다. 10년 동안 늘 그래 왔다. 몸집은 더 커지고, 나이는 들어가는 데 갈수록 더 어려지는 것 같다. 내가 외아들인데 어렸을 때 ‘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 소원을 들어준 것 같다.

Q. 그럼 슈퍼주니어 말고, 강인의 10년을 돌아본다면.
강인 :
4년 쉬었고요. 하하. 우스갯소리로 말씀드리긴 했지만, 그 4년이란 공백이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밟아봤고, 그러면서 깨달았다. 내가 서야 할 곳이 어딘지. 정답은 없는데, 스스로 느꼈던 것은 배추벌레는 배추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그럼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만들고 싶나.
강인 :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런 표현을 잘하는 연예인이 아니었는데 10년 동안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슈퍼주니어도, 강인도. 앞으로의 10년은 많이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많이 드리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내가 가는 곳이나 나를 보는 사람들이 전부 웃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 나 때문에 다 웃었으면 좋겠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SNS DRAMA][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