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윌리엄스
제롬 윌리엄스
제롬 윌리엄스

최근 국내 뮤지션들 사이에서 ‘해외 진출’은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아이돌 그룹이 중심이 소위 ‘케이팝’ 군의 뮤지션들 사이의 전유물로 여겨진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이 록밴드를 비롯해 인디 신의 여러 뮤지션들에게로 확대된 지 오래다. 이러한 열망이 커지면서 ‘에이팜’ ‘뮤콘’과 같은 국제음악박람회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이를 통해 ‘글래스톤베리’ 등 세계 최대 페스티벌에 한국 팀들이 진출했고 적극적인 해외 투어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요 몇 년 간 해외 진출에 대한 열망이 있어왔지만 아이돌그룹을 제외하고 비즈니스 적으로 성과를 거둔 경우는 미국 워너뮤직그룹 산하에 있는 사이어 레코드와 계약을 맺은 노브레인과 최근 유럽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잠비나이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제롬 윌리엄스의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잠비나이의 유럽투어 소식을 통해서였다.

음악공연 전문 회사인 얼스 비트(Earth Beat)의 대표 제롬 윌리엄스는 잠비나이의 첫 해외 공연인 ‘월드 빌리지 페스티벌’에 다리를 놓은 것을 시작으로 올여름 14개국 26회의 유럽투어에 대한 에이전트를 맡았다. 잠비나이의 음악을 제대로 파악한 제롬 윌리엄스는 그에 맞는 페스티벌을 소개했고, 성공적인 투어를 가능하게 했다. 국악과 록을 환상적으로 조화시킨 잠비나의 음악은 그들을 사로잡았다. 지금은 해외 페스티벌 관계자들 사이에서 ‘넥스트 빅 씽(Next Big Thing)’으로 호평 받으며 내후년 공연 스케줄까지 의뢰가 오고 있는 상황이다. 제롬 윌리엄스는 잠비나이 외에 한국 팀인 ‘숨’과도 계약을 하면서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10월 2~4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에이팜’ 현장에서 제롬 윌리엄스를 만나 한국 뮤지션의 해외 진출에 대해 물었다.

Q. 한국 방문은 몇 번째인가?
제롬 윌리엄스: 이번이 여섯 번째 방문이다. 처음 온 것은 2009~2010년쯤이었던 것 같다. ‘울산 월드뮤직 페스티벌’에 섭외된 중국 밴드 항가이(Hanggai)를 데리고 함께 들어왔다

Q. 한국 방문 전에 한국음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제롬 윌리엄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월드뮤직 박람회 ‘워맥스(WOMAX)’를 통해 소개된 한국의 전통음악(국악)을 접한 적이 있다. 그 외에 한국의 대중음악은 잘 알지 못했다. 이후 여러 음악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의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됐다. 나 스스로가 아시아 음악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Q. 본인의 회사 얼스 비트(Earth Beat)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제롬 윌리엄스: 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두 명과 함께 2002년에 네덜란드에 설립했다. 처음에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서 공연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했다. 점점 회사가 커지고 인원이 충원되면서 연극 부서와 음악 부서가 생겨났고 2012년에 연극 부서는 분리됐다. 지금은 한 명의 파트너와 함께 공동으로 얼스 비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해외 뮤지션 8팀, 네덜란드와 벨기에 뮤지션 40여 팀과 계약을 했고 1년에 약 300개의 공연(페스티벌 포함)에 참여한다. 공연은 해외에서 180개, 국내(네덜란드, 벨기에)에서 120개 정도를 소화한다. 처음에는 지역 프로모터로 일을 시작했다가 항가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활동을 하게 됐다.

Q. 얼스 비트는 주로 아시아권 뮤지션들과 계약을 하고 있다. 하더라. 아시아 뮤지션들과 일을 하는 이유는?
제롬 윌리엄스: 처음에는 중국 전통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아시아권 뮤지션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됐다. 중국의 항가이와 함께 일을 하게 되면서 울산을 비롯해 전 세계 페스티벌과 함께 일을 하게 됐다. 유럽의 음악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내게는 더 이상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내게는 아시아권 음악들이 훨씬 유니크하고 재미있다. 물론 그것을 유럽 등 다른 나라에 소개하는데 까지는 대단한 열정이 필요하다. 다행히 내게는 그런 열정이 있다.(웃음)

Q. 얼스 비트가 계약을 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면?
제롬 윌리엄스: 한국의 잠비나이와 숨, 중국의 항가이, 롱센다오, 솔로몬제도의 나라시라토, 일본의 아사쿠사 진타, 스페인의 데페드로 등 여러 나라의 뮤지션들과 계약을 한 상태다. 기준은 당연히 좋은 음악이다. 하지만 음악만 좋은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 뮤지션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 매력을 가지고 관객을 설득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 본인들의 음악을 전달할 수 없다. 나라시라토의 경우 대나무로만 이루어진 악기를 연주하는데 그것이 독특하기도 하지만, 그 음악을 가지고 록, 댄스뮤직 등 다양한 장르를 표현한다. 잠비나이와 숨 역시 독특한 음악을 하지만 그것으로 음악이 가진 다양한 미학, 어법을 표현할 줄 안다. 그런 점이 매우 멋지고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2014100118124718278_99_20141002203019
2014100118124718278_99_20141002203019
Q. 한국 뮤지션인 잠비나이와 숨과 계약을 하게 된 이유는?
제롬 윌리엄스: 그들의 음악은 정말 독특하다. 먼저 잠비나이를 말하자면,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함께 하는 이들의 악기와 구성은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이들이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특유의 분위기(vibe)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잠비나이를 보면서 이들의 음악은 분명히 누군가가 듣고 싶어 할 것이고, 관심을 가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숨은 잠비나이와 달리 완전히 한국의 전통악기로만 구성된 팀인데 음악은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들은 단지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을 믹스하는 크로스오버를 넘어서서 전혀 새로운 제3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숨을 처음 봤을 때가 떠오른다.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별 사이를 날아다니는 감흥을 받았다. 그것은 마법과 같았다. 이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줘야 한다는 확신이 섰다.

Q. 잠비나이와 숨의 음악은 서양인들에게 낯설지 않나?
제롬 윌리엄스: 분명히 이들의 음악은 서양의 팝, 록과는 다르다. 하지만 자신들이 느낀 감정을 관객에게 이해시킬 수 있다면 국적이나 언어는 아무 상관없다.

Q. 잠비나이가 지난 5~7월 유럽을 도는 투어를 진행했다. 여기에 대해 에이전시를 맡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투어는 어떻게 짰나?
제롬 윌리엄스: 잠비나이의 유럽투어는 작년 ‘에이팜’ 때부터 기획을 시작했다. 보통 매년 10월 ‘워맥스’에 가서 전 세계 페스티벌 관계자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며 공연 스케줄을 잡아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형 페스티벌의 날짜를 확보하는 것이다. 키(key) 페스티벌을 먼저 잡고 그 사이에 여러 작은 페스티벌 및 행사들을 집어넣는다. 잠비나이의 경우 첫 유럽투어 치고 긴 투어였다. 그 이유는 예상보다 잠비나이를 원하는 페스티벌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형 페스티벌 중간에 여러 작은 공연을 많이 잡는 이유 중 하나는 투어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해진 날짜 안에 많은 공연을 해야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전트의 역할은 정해진 기간에 뮤지션을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것인데, 그와 동시에 경비 절감을 위해 최대한 많은 공연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Q. 잠비나이 공연 반응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들었다. 제롬이 느끼기에는 어땠나?
제롬 윌리엄스: 정말 성공적이었고 관계자들에게 받은 피드백들도 무척 좋았다. 관객들 역시 잠비나이의 음악을 정말 좋아했다. 공연 전에 잠비나이의 공연 영상을 여러 사이트,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덴마크에서 열린 ‘로스킬데’에서는 잠비나이가 ‘소멸의 시간’ 인트로만 듣고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들은 분명히 잠비나이의 음악을 알고 있었다. 한 번은 60~70대의 노인들이 많이 온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는데 관객들이 공연을 보다가 도망가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제일 먼저 잠비나이의 음반을 사려고 줄을 서는 것을 봤다.

Q. 세르비아 ‘엑시트 페스티벌’에서는 헤비메탈 밴드들과 같은 무대에 섰다고 들었다.
제롬 윌리엄스: 맞다. 잠비나이과 헤비메탈 뮤지션들과 함께 드레싱 룸을 썼다. 가죽잠바와 쇠사슬을 멘 덩치 큰 메탈 뮤지션들 사이에 동양의 한국 여성들이 국악기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메탈 뮤지션들은 황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잠비나이의 공연이 시작되고 강력한 음악이 나오자 관객들과 메탈 뮤지션들은 깜짝 놀란 것이다. 공연을 마치고 난 후에는 함께 사진도 찍고 친해졌다.
2014100118171896887-540x303_99_20141002203019
2014100118171896887-540x303_99_20141002203019
Q. 한구에서는 잠비나이의 음악을 퓨전국악, 또는 월드뮤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의가 맞을까?
제롬 윌리엄스: 잠비나이의 음악은 월드뮤직이 아니다. 한국음악이고, 현대음악이며, 충격적인 음악이지만, 월드뮤직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 단지 마케팅에 필요하다면 월드뮤직이란 단어를 써도 좋겠지만,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Q. 해외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 한국 뮤지션들이 가진 경쟁력은 어떤가?
제롬 윌리엄스: 어려운 질문이다. 특별히 한국음악을 예로 들기보다는 세계 여러 나라의 음악이 다 똑같은 고민을 갖고 있다. 이번 ‘에이팜’ 컨퍼런스에서도 그렇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나에게 “해외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 달라”고 질문을 한다. 거기에 답을 하자면, 결국 중요한 것은 음악인 자신이 자신의 음악을 통해 무엇을 느끼느냐가 중요하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본인이 어떤 음악을 표현하고 싶은지, 관객과 어떤 감정을 공유를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감정의 공유가 없으면 절대로 말이 통하지 않는 관객에게 다가갈 수 없다. 자심의 감정을 100% 표현하는 것, 다 드러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될까 말까다.

Q. 잠비나이는 내후년 투어까지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다.
제롬 윌리엄스: 그렇다. 내년에는 3월에 호주의 ‘워매드(WOMAD)’를 가고 5월 말 러시아를 시작으로 8월까지 유럽을 돌 예정이다. 10월에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권을 갈 예정이다. 12월에는 인도에도 가볼 생각이다.

Q. 서양인들이 잠비나이의 음악을 매력적이라고 여기는 이유는 뭘까?
제롬 윌리엄스: 좋은 음악이니까.

Q. 더 자세히 설명을 한다면?
제롬 윌리엄스: 새롭다. 신선하고 강력하다. 무엇보다도 페스티벌에 적합한 음악이다.

Q. 좋은 공연 에이전트란?
제롬 윌리엄스: 각각의 페스티벌 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신뢰는 좋은 아티스트를 많이 소개했을 때 비로소 형성된다. 내가 데려온 아티스트가 그들을 만족시키면 신뢰가 커지고, 그러면서 더 많은 아티스트를 소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나 같은 경우는 잠비나이와 같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라고 해도 페스티벌 관계자들에게 음악적으로 보증을 해줄 수 입장이다. 또 에이전트로서 중요한 것은 이 뮤지션이 어떤 페스티벌에 알맞은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에이전트가 아티스트를 제대로 파악을 하고, 어떤 무대에 잘 어울릴지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각각의 페스티벌마다 음악, 그리고 관객의 특성이 있다. 혹자는 좋은 에이전트의 조건이 돈을 많이 벌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우리 역할은 정말 적절한 관객을 만나게 해줌으로 인해서 그들 사이에서 시너지가 일어나게끔 하는 것이다. 페스티벌로 이름을 알린 후에는 현지의 로컬 프로모터들과 연결해서 앨범을 발표하며 이름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항가이의 경우 이제 단독공연을 열면 유료 티켓이 400~600장정도 팔리는 수준까지 됐다. 지금은 잠비나이를 해외에 소개하는 단계지만 추후에는 현지 프로모터를 연결해서 단독공연을 하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

Q. 최근 한국 뮤지션들이 해외 진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우왕좌왕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제롬 윌리엄스: 우선은 돋보여야 한다. 많은 팀들 속에서 튈 수 있는 독특함이 필요하다. 쇼케이스에 최대한 많이 참가하도록 하라.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홍보도 중요하다. 대신 영어로 해야 한다. 가끔 한국 뮤지션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는데 거의 한국어로 포스팅이 돼 있다. 영어로 글을 올린다면 나처럼 잠재적으로 팬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진출을 생각한다면 영어는 필수다. 그리고 해외 공연을 하게 되면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도록 하라. 가령 어떤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았다면, 공연만 하지 말고 프로모션 기회를 최대한 마련해라. 지역신문, 방송국에 직접 연락을 해서 인터뷰를 잡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 출발 전에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좋다. 사진도 중요하다. ‘숨’의 경우 사진을 정말 예쁘게 찍어서 그것을 페스티벌 홍보 포스터에 사용하기도 했다. 가능하다면 소개 영상을 만들고 바이오그래피를 영어로 멋지게 소개하라.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하라.

잠비나이, 유럽대륙에 별을 그렸다 (인터뷰)

권석정의 뭔걱정, 해외진출을 원하는 인디 뮤지션을 위한 몇 가지 조언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GMC레코드

[SNS DRAMA][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