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정의 뭔걱정, 해외진출을 원하는 인디 뮤지션을 위한 몇 가지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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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음악페스티벌 ‘로스킬데’에서 공연한 잠비나이

모두가 알다시피 케이팝의 해외 진출은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국내 음반 시장의 몰락을 타개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등 대형기획사의 주도로 시작된 해외 진출의 노력은 이제 세계 여러 나라에 아이돌 댄스 그룹의 시장을 만드는 것으로 귀결됐다.

요 몇 년 사이에는 록, 월드뮤직, 인디 계열의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해외 진출이 큰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아이돌 그룹이 중심이 된 소위 ‘케이팝’ 군의 뮤지션들 사이의 전유물로 여겨진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이 다양한 층위의 뮤지션들에게로 확대된 것이다. 해외 진출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에이팜’ ‘서울국제뮤직페어(이하 뮤콘)’ ‘잔다리 페스타’ 등과 같은 국제음악박람회들이 생겨났고 이를 통해 해외 음악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덕분에 ‘글래스톤베리’ 등 세계 최대 페스티벌에 한국 팀들이 진출했고 적극적인 해외 투어들이 잇따랐다.

인디 뮤지션들의 해외 진출 목적도 결국은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수익 창출에 있다. 요 몇 년 간 해외 진출에 대한 열망이 있어왔지만 아이돌그룹을 제외하고 비즈니스 적으로 성과를 거둔 경우는 미국 워너뮤직그룹 산하에 있는 사이어 레코드와 계약을 맺은 노브레인과 최근 유럽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퓨전국악그룹 잠비나이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잠비나이가 거둔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올해 여름 세계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들인 ‘글래스톤베리’ ‘로스킬데’ ‘엑시트’ 등을 비롯해 14개국 26회의 유럽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밴드 잠비나이는 웬만한 아이돌그룹보다 해외 공연이 더 많다. 지난 9월과 10월 중국 상해 공연을 다녀왔고 12월에는 2주에 걸쳐 베네룩스, 프랑스를 돌며 10회 공연을 갖는다. 내년 3월에는 호주의 최대 음악페스티벌 ‘워매드(WOMAD)’ 출연이 확정됐으며 5월 말 러시아를 시작으로 8월까지 유럽을 돌 예정이다. 이외에 내후년 공연까지 의뢰가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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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나이 2014년 유럽투어 스케줄

그래서 잠비나이는 올여름 유럽 투어를 통해 돈을 많이 벌었을까? 잠비나이 측은 ‘똔똔’이라고 대답했다. 페스티벌 및 공연에서 출연료를 받지만, 투어의 비용으로 그만큼이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상당한 성과다. 밴드가 북미 또는 유럽 투어를 장기간에 걸쳐 도는 경우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적자가 기본이다. 록밴드 등의 뮤지션들에게 해외 투어는 활동의 폭을 넓히기 위한 ‘도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다.

잠비나이는 올해 투어를 통해 인지도를 높였기 때문에 내년 투어를 통해서는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 잠비나이가 이처럼 투어를 돌 수 있는 데에는 네덜란드의 전문 에이전시인 얼스 비트(Earth Beat)의 대표 제롬 윌리엄스의 도움이 컸다. 제롬 윌리엄스는 직접 잠비나이를 섭외해 투어 스케줄을 짰다. 주로 아시아 뮤지션들과 일해 온 제롬 윌리엄스는 한국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현재 잠비나이, 그리고 또 다른 퓨전국악 팀 ‘숨’과 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잠비나이, 숨이 지속적인 페스티벌 출연 및 투어를 통해 큰 수익을 낸다면 또 하나의 케이팝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셈이다. 국제적으로 인맥이 있는 에이전트를 통한 해외 페스티벌 시장 진출 모델 말이다. 제롬 윌리엄스는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잠비나이를 해외에 소개하는 단계지만 추후에는 현지 프로모터를 연결해서 단독공연을 여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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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윌리엄스

제롬 윌리엄스는 한국 뮤지션들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독특함(unique)을 꼽핬다. 그는 “음악만 좋은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 뮤지션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 매력을 가지고 관객을 설득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 음악을 전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잠비나이의 음악에 대해 제롬은 “이들의 악기와 구성은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이들이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특유의 분위기(vibe)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며 “잠비나이를 보면서 이들의 음악은 분명히 누군가가 듣고 싶어 할 것이고, 관심을 가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잠비나이와 달리 영미 권의 팝, 록을 지향하는 뮤지션들의 해외 진출에 대해 제롬 윌리엄스는 “당연히 어렵다. 왜냐면 그런 뮤지션은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잠비나이와 같이 국악과 현대음악을 적절히 섞은 팀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최근 등장하는 팀들은 과거처럼 국악과 가요의 크로스오버를 넘어서 현대적인 음악 어법을 가미해 제3의 음악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정원석 음악평론가는 “잠비나이, 숨, 타니모션, 고래야 등과 같은 팀들은 스타일은 다 다르지만 현대음악과 국악을 실험적으로 결합한 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을 NWOKFG (New wave of korean fusion gugak)이라 묶을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해외에서 주목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획사가 없는 밴드들도 미국 등 해외로 함께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자력으로 나갈 경우 비용 부담이 크다. 한 관계자는 “최근 인디 신에서 해외 진출 붐이 일면서 이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품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정말 철저히 준비를 하더라도 비즈니스 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한 것이 사실”이라고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일단은 실효성 있는 모델들이 나와야 한다. 제롬 윌리엄스는 해외 진출을 원하는 한국의 뮤지션에게 몇 가지 조언을 남겼다. ▲ 우선은 돋보여야 한다. 많은 팀들 속에서 튈 수 있는 독특함이 필요하다. ▲ 해외 진출을 생각한다면 영어는 필수다. ▲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홍보도 중요하다. 대신 영어로 해야 한다. 가끔 한국 뮤지션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는데 거의 한국어로 포스팅이 돼 있다. 영어로 글을 올린다면 나처럼 잠재적으로 팬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 해외 쇼케이스에 최대한 많이 참가하도록 하라. 그리고 해외 공연을 하게 되면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도록 하라. 가령 어떤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았다면, 공연만 하지 말고 프로모션 기회를 최대한 마련해라. 지역신문, 방송국에 직접 연락을 해서 인터뷰를 잡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 그러기 위해서 출발 전에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좋다. 사진도 중요하다. ‘숨’의 경우 사진을 정말 예쁘게 찍어서 그것을 페스티벌 홍보 포스터에 사용하기도 했다. ▲ 가능하다면 소개 영상을 만들고 바이오그래피를 영어로 멋지게 소개하라.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하라.

제롬 윌리엄스 “해외 무대에서 성공하는 뮤지션의 기준이 뭐냐고?” (인터뷰)

잠비나이, 유럽대륙에 별을 그렸다 (인터뷰)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