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미생’ 9회 2014년 11월 15일 오후 8시 30분

다섯 줄 요약
복병이 나타났다. 영업 3팀에 합류한 박과장(김희원)으로 인해 영업3팀의 분위기는 일순간에 살얼음판이 된다. 특히 박과장은 고졸 검정고시 출신의 낙하산 장그래(임시완)에게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예스”를 외치며 견뎌내는 장그래에게 김대리는(김대명)는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고, 이에 장그래는 김대리에게 애써 숨겨왔던 자신의 ‘과거’를 모두 털어놓는다.

리뷰
이제 한숨 돌리겠거니 방심했을 때 기습적으로 날아와 ‘헤드락’을 꽂는 게 직장생활이다. 오상식(이성민) 과장, 김대리와의 끈끈한 유대감 속에서 무탈하게 직장생활을 이어나가던 장그래에게 복병을 너무나도 빠르게 그것도 강하게 날아왔다. 복병은 강한자에게는 간 쓸개를 빼줄 것처럼 굴다가도 약한 자에게는 악랄한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내는 박과장.

박과장에게 고졸 검정고시 출신의 낙하산 장그래는 너무나 쉽게 베어 물 수 있는 먹잇감이었다. 그는 장그래에게 ‘고졸’ ‘낙하산’ ‘얼굴 마담’이란 모욕적인 언사부터 굴욕적인 ‘구두 심부름’과 ‘어깨/발 마사지’, 유치한 ‘영어 테스트’까지, 직급을 이용해 장그래를 치졸하게 괴롭혔다.

상사의 비열한 공격 앞에서 직장의 하수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안영이(강소라)처럼 선배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허드렛일을 자청할 수도 있고, 장백기(강하늘)처럼 이직을 생각할 수도 있고, 한석율(변요한)처럼 한 번쯤 반항을 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그래의 방법은 사뭇 달랐다. 그는 “순류에 역류를 일으킬 때 즉각 반응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상대가 역류를 일으켰을 때 나의 순류를 유지하는 게 상대방의 처지에서 보면 역류가 된다”는 말로 상사의 괴롭힘을 묵묵히 받아낼 뿐이다.

물론 그것이 타인의 눈에는 무모해 보이거나,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한마디 불평 없는 장그래에게 어떻게든 사회에 적응하려고 발버둥치는 “출소한 장기수 같다”고 표현한 김대리의 한마디가 그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장그래에게 직장생활, 더 나아가 인생은 한 판의 바둑판과도 같다. 김대명을 집으로 초대한 장그래는 ‘바둑을 직장생활에 비유’하며 자신이 그토록 순종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프로 기사를 꿈꾸다가 실패한 과거를 털어놓는다.

비로소 장그래를 이해한 긴대리는 “당신 실패하지 않았다. 나도 지방대 나와서 힘들었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오니 인생은 문을 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린 어쩌면 성공과 실패가 아닌 다가오는 문을 여는 것이라고 생각됐다”며 장그래를 위로했다. 사람에게 치이고 사람 때문에 힘들어도 출구가 돼주는 것 역시 결국엔 사람임을 ‘미생’은 역설의 힘을 빌어 전한 셈이다. ‘미생’이 ‘직장인들의 탈무드’라는 이름까지 듣는 이유일 게다.

이날 본격적으로 등판한 김희원은 ‘미생’의 ‘신의 한 수’였다. 연민정 못지않은 암유발 캐릭터인 박과장을 시치미 뚝 떼고 열연한 김희원은 영화 ‘아저씨’, ‘우는 남자’ 등을 통해 입증한 ‘명품 악역’의 면모를 과시했다. 표정 하나로 극의 분위기를 압도할 땐 ‘미생’이 일순간 느와르처럼 보이는 마법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미생’에는 총 하나로 악역을 처치하는 원빈도, 장동건도 없다. 그리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미생’이 원하는 해결책도 분명 아닐 게다.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다’고 말하는 ‘미생’에서 박과장이 어떤 사건과 계기를 통해 변화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수다포인트
– 김대리에게 전해 듣는 성공과 실패의 진정한 의미. 직장인 탈무드.
– 장그래도 김대리도 트위터를 하시는 군요. 저와도 맞팔을…(굽신)
– 김희원의 비열함에 원빈이 생각났던 분, 손! ‘아저씨, 처치해 주세요!’

글. 정시우 siwoorain@tenaisa.co.kr
사진. ‘미생’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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