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렐라인:비밀의 문’ ‘파라노만’ 그리고 ‘박스트롤’까지. 이 세 작품의 공통점은 바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또 LAIKA(라이카) 스튜디오 작품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공통점은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PISAF)을 통해 국내 대중을 만났다. 특히 ‘박스트롤’은 올해 제16회 PISAF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이때마다 라이카 스튜디오의 마크 세피로 마케팅 디렉터는 한국을 찾았다. PISAF를 찾는 학생들을 만나 마스터클래스 등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들려줬다. 그리고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만의 매력과 장점도 전했다. 제16회 PISAF가 한창인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마크 세피로를 직접 만났다.

Q. 한국 방문이 몇 번째인가.
마크 세피로 : 첫 번째는 ‘코렐라인’을, 두 번째는 ‘파라노만’을 들고 PISAF를 찾았다. 그 이전에는 관광차 와 보기도 했다.

Q. PISAF와 남다른 인연이다. 올해 역시 라이카 스튜디오 작품인 ‘박스트롤’이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심사위원, 마스터클래스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마크 세피로 : 작품의 퀄리티가 원체 높다. 그게 자꾸 (PISAF에) 돌아오게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번에는 라이카 스튜디오 작품의 개봉 시기와도 맞물린다. (‘박스트롤’은 11월 6일 국내 개봉된다.)

Q. 올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마크 세피로만의 심사 기준을 말해 달라.
마크 세피로 : 기준이라고 하면, 스토리 라인이다. 그리고 또 하나가 왜 애니메이션을 선택했는지 영화를 통해 드러나야 한다. 내러티브는 어떤 매체를 통해서든 전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왜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는지, 그런 요소가 돋보여야 할 것 같다. 그 외에 사운드나 디자인도 심사 기준이다. 그런데 이런 요소는 스톱 모션, 3D, CG, 핸드드로잉, 실사 등 모든 영화에 적용되는 기준이 아닐까 싶다.

Q.만약 경쟁 작품 중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작품이 있다면,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건가. (웃음)
마크 세피로 :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건 맞다. 하지만 심사니까 좀 멀리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나 싶다.

Q.이제 라이카 스튜디오에 관해 얘기해 봐야 할 것 같다. 라이카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추구하는 스튜디오다.
마크 세피로 : 유일무이하다 할 수 있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만의 방식이 좋다. 다른 애니메이션 장르보다 특이한 요소가 있다. 퍼펫을 가지고 스토리를 만들었을 때 오는 특이점이 있지 않은가.

Q. 당신의 직책은 마케팅 디렉터다. 라이카 스튜디오에서 하는 일이 정확하게 무엇인가.
마크 세피로 : 브랜드의 느낌이나 브랜드의 모습 등을 통일성 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임무다. 스튜디오 이외에도 PR, 광고, 홍보 등 전반에 걸쳐 관리하고 있다. 또 마케팅을 했을 때 통일된 느낌을 주는 것도 일에 일부다.


Q.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공정 과정이 어렵다고 들었다. 하나하나 손으로 다 만들어야 하는 거니까.

마크 세피로 : 맞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모든 요소가 손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손을 서서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집단)로 여겨질 때도 있다. 그럴 때 수작업 자체에 감명받기도 한다. 또 이런 작업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창의성이 발휘되기도 한다.

Q. 손을 써서 만드는 작업인데,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동양인이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서양인보다 동양인이 젓가락질도 잘 하지 않나. (웃음)
마크 세피로 : 누가 원천적으로 잘한다기보다 모두 재밌으니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다만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창의적인 작업을 필요로 하는데, 이런 건 어린 시절부터 근원적인 창의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 같다. 서양인인지, 동양인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Q. 이 질문의 이유는 한국 기술진이 있는지 궁금해서다. 드림웍스, 블루스카이 등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의 소식은 종종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또는 라이카 스튜디오에서 한국인 활약 소식은 듣기 어려운 것 같다.
마크 세피로 : 라이카 스튜디오에 대한 관심은 한국사람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고,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는 것 같다. 라이카 스튜디오 역시 그런 사람에 관심을 둔다. 지금 현재 작업하시는 분들은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

Q. 올해 PISAF 개막작인 ‘박스트롤’이 11월 6일 국내 개봉되는데,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이 나오기까지 몇 년 정도 걸리나.
마크 세피로 : ‘박스트롤’의 경우 앨런 스노의 ‘Here Be Monsters’를 원작으로 했는데, 개발 및 제작까지 합치면 10년 걸렸다. 실제 제작기간은 2년 반 정도다. 40명의 애니메이터가 평균적으로 1주일에 영화 속 2초 분량의 작업을 한다. 1초에 24프레임인데, 여기에 더해 한 번 찍을 때마다 좌우 꼭 2번씩 찍어야 한다. 러닝타임이 100분. 그러면 약 30만 샷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의상, 머리카락, 팔, 뼈 등 각각 담당하는 부서들이 있는데 이 부서들이 만드는 과정이 다 같이 이뤄진다. 그래서 2년 반이란 작업과정이 걸린다.

Q. 그럼 라이카 스튜디오 유지는 어떻게 하나. 영화 흥행이 잘 안되면 타격이 크겠다.
마크 세피로 : 일단은 세 번째 영화밖에 안 된다. 예술적으로 창의성을 띌 뿐만 아니라 상업성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 그건 여느 스튜디오와 같은 고민이다. 가끔 예술가 중에서도 상업적으로 눈에 띄지 않거나, 최저 생존라인을 넘지 못하는 작품이 있다. 픽사, 디즈니 등의 지난 성공에서 배워 미래의 성공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Q. 아무래도 익숙한 건 3D 등의 애니메이션인데,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마크 세피로 : 현재 대학생 수준에서 창의적인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다. 또 라이카 스튜디오에서 앞으로 3편이 더 나온다. 그럼 지금까지 3편을 더해 총 6편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내놓게 된다. 그게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계의 근간이 될 거다. 즉, 창의적인 학생의 작품과 근간이 될 수 있는 스튜디오가 있다는 점에서 장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라이카 스튜디오가 전 세계적인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부흥에 일조하지 않을까 한다.

Q. 내 인생이 애니메이션을 꼽는다면.
마크 세피로 : ‘Closed Mondays’(클로즈드 먼데이즈)라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있다. 10년 전인가 15년 전인데, 내러티브가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스톱모션과 프레임별로 찍는 작업, 거기서 많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렘브란트나 보쉬, 피카소 등 유명 화가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 회화작품을 통해 효과적으로 스토리텔링 하는 예술가들의 영감도 많이 받았다. 시각효과가 서사와 버무려졌을 때 낼 수 있는 최대 효과를 즐긴다.

Q. 애니메이터나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마크 세피로 : 많은 학생이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면서 드로잉하는 걸 봤는데, 어떤 영감적인 부분에서는 충만한 것 같다. 여기에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랑과 열정, 스토리에 초점을 두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다음에 혼자서 다 하려는데, 그보다 다른 학생들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 연출이면 연출, 디자인이면 디자인 등 잘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같이 일하는 게 좋다. 안주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것, 학생 때야말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제공. PIS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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