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
숙희
누구나 인생에 있어서 한 번쯤은 이별을 겪는다. 그럴 땐 세상 모든 슬픈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고, 세상이 다 끝난 듯한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마다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노래방에서 이별 노래를 부르며 눈물 흘려본 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가수 숙희는 그 이별을 노래하는 여자다. 지난 2009년 첫 번째 싱글 ‘미싱유(Missing You)’로 데뷔한 숙희는 특유의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항상 한이 서린 이별 노래를 발표해왔다. 소속사를 옮긴 후 지난 14일 처음으로 발표한 새 미니앨범 ‘이별병’에도 마찬가지다. 타이틀곡 ‘어제까지’를 포함해 4곡의 수록곡이 모두 이별에 관련된 노래다. 4번 트랙 ‘얼굴보고 얘기하자’는 최근 이별을 겪은 숙희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첫 자작곡이기도 하다. 구구절절 공감되는 가사에 잠시 옛 생각이 나게 만든다.

인간 숙희는 반전이다. 슬픈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이기에 아련한 이미지를 상상했건만, 인간 숙희는 끊임없는 솔직한 수다쟁이다. “물놀이에서 만났던 연인들이 헤어질 때가 됐다”며 아주 솔직담백하게 자신의 이별 노래를 홍보한다. 조심스런 질문에도 척척 답을 내놓는다. 매력적이다.

Q. 본명이 진정연이에요. 예쁜 이름인데 왜 숙희에요?
숙희 : 목소리가 한이 많게 들린다고 하더라고요. 약간 동양적인 느낌이 들었나 봐요. 또 일본어로 ‘수키’가 일본어로 ‘좋은’ 이란 뜻이어서 숙희로 하게 됐어요. 사실 조금 올드한 느낌이 드는데 본명이 발음하기 어렵다고 하셨어요. 하하.

Q. 적지 않은 나이에 솔로 여가수로서 활동 중이에요. 어느덧 데뷔 5년차인데 활동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숙희 : 대학교 때부터 코러스 활동을 했는데 이적, 김동률, 박정현 등 쟁쟁한 선배님들 뒤에서 노래를 불렀어요. 코러스 활동 자체가 정말 재미있어서 가수에 대한 꿈을 접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조영수 작곡가님을 만나 데뷔하게 됐어요. 노래하는 사람이라면 무대 중간에 서는 게 꿈이니까 데뷔하면 마냥 좋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는 정말 소심하고 여려서 깡이 부족한데 혼자 책임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요즘도 방송하면 떨려요. 하하.

Q. 1년 만에 컴백이에요. 어때요?
숙희 : 정말 기쁘기도 한데 부담스러워요. 많이 잊지 않으셨을까… 기다려주는 고마운 팬들이 있고, 항상 언제 나오는지 물어봐주는 팬들이 있어서 기뻐요. 많은 분들이 기대해주시고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이제 발라드의 계절이니까요. 여름에 물놀이로 만난 연인들이 헤어질 때가 됐어요. 울 때가 됐죠. 하하.

Q. 이별을 노래하는 여자답네요. 하하. 타이틀곡 ‘어제까지’를 자평하면 어떤가요?
숙희 : 수많은 노래를 받고 불렀지만, ‘와 좋다’고만 생각했지 ‘와 너무 가슴에 와 닿는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가사가 너무 공감되는 거예요. 멜로디도 좋았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그 남자랑 통화했는데 하루 사이에 먼 사이가 된 거라는 그 말 자체가 정말 제 이야기같았어요.

Q. 길구봉구가 타이틀곡을 피처링했는데 어떤 인연인가요?
숙희 : 길구봉구랑 개인적으로 친해요. 이 친구들 톤이 너무 좋아서 같이 잘되자고 했어요. 제2의 ‘그 남자 그 여자’나 제2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꿈꾸고 있습니다. 하하. 숙희와 길구봉구라는 이름도 너무 잘 어울리지 않아요? 고속도로 테이프에 있을 것 같은 이름이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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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로 이별을 노래하는데 녹음하다 울었던 적은 없어요?
숙희 : 녹음하다 목 매인 적은 있어요. 꼭 헤어지면 좋았던 기억들만 생각나잖아요. 울컥하는 경우도 있죠.

Q. 최근 실제로 이별을 겪었다고 들었어요. 30대의 이별인데 20대의 이별과는 조금 달랐을 것 같아요.
숙희 : 가수를 그만두고 가정을 꾸리는 게 맞을까 고민도 했었죠. 그런데 저는 노래와 일이 좋았어요. 많이 힘들었어요.

Q. 이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숙희 : 이별을 온전히 받아들였어요. 힘들면 힘 드는 대로 울고, 참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너무 괴로워서 곡을 썼어요. 세상 모든 가사가 내 노래 같더라고요. 하하. 완전히 이별에 빠져서 음악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을 했어요. 일기 형식으로 하고 싶은 말을 썼죠. 헤어지고 나서 몇 주 동안은 폐인이니까 쓸 정신은 없었는데 밥도 잘 못 먹고,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그래서 첫 자작곡 ‘얼굴보고 얘기하자’가 탄생됐는데 평소에 작곡을 했었어요?
숙희 : 실용음악과를 전공해서 예전부터 곡을 쓰긴 썼었어요. 항상 부족하다 생각이 들어서 감히 공개할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에는 미니앨범이니까 맨 끝 트랙이라도 괜찮으니 실어달라며 노래를 들려드렸어요. 그러더니 노래가 좋다고 수록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첫 공개 자작곡이라 설레고 좋아요.

Q. 그 이별을 겪고나서 이번 앨범을 녹음했을 텐데 감정이입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숙희 : 신또 작곡가가 보컬 디렉팅을 봐주는데 제가 너무 슬프게 불러서 멈추더라고요. 그러더니 “이별 말고 사별한 거 아니지?”라며 “누나 울어?”라고 묻기도 했어요. 하하. 저는 사랑을 하면 빠졌다가 헤어지면 세상이 끝난 것처럼 힘들어해요. 꼭 처음 겪는 이별처럼 말이에요. 아파하다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다시 정말 사랑하고, 한번 만나면 또 오래 만나고, 깊게 좋아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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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조심스런 질문이지만, 요즘은 정상급 아이돌이 제외하고는 가수로만으로는 생계유지가 힘들잖아요.
숙희 : 네.. 맞아요. 대학교에서 실용음악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노래 부르는 것보다 가르치는 것을 더 잘하는 것 같아요. 하하. 편하게 친근감 있게 가르치는 것 같아요.

Q. 선생님, 노래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숙희 : 타고나야 해요. 하하하. 사실 노래라는 게 열심히 하면 되는데 사람들이 쉽게 포기하더라고요. 악기는 전혀 할 줄 모르다가 배우면서 연주를 할 줄 알게 돼서 성장이 느껴지는데 노래는 평소 자기 방식으로 불러왔으니까 배우면서 느는 속도가 더뎌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타나지 않으니까 금방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또 감정이 중요해요. 학생들한테 이야기할 때도 “노래는 삘(Feel)이야”라고 하는데요. 감정을 전달해야죠.

Q. 숙희는 언제부터 노래 실력이 타고났다는 것을 알았나요?
숙희 : 어렸을 때부터 학교 장기자랑 같은 곳에서 항상 1등을 했었어요. 무대에서 사람들이 날 봐주고 호응해주는 게 정말 좋았어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행복해서 매일 노래했어요.

Q. 발라드라는 장르가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숙희 : 학교 다닐 때는 김현정 ‘멍’이나 백지영 ‘대쉬(Dash)’ 같이 춤추면서 노래하는 걸 불렀는데 어느 순간 힘이 들 때 위로를 해주는 잔잔한 음악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화려한 보컬리스트보다 싱어송라이터의 노래, 가사가 진정성 있게 전달되는 그런 노래들이 정말 좋았어요. 감수성이 풍부해졌다. 또 학교 다니면서 애들이 같은 노래도 내가 부르면 슬프다고 말했어요. 그 때부터 그게 내 장점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조영수 작곡가님이 장점이라고 이야기해주셔서 확실히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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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요?
숙희 : 소속사에서는 제가 여자들이 좋아하는 여자가수. 여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여자가수로 만들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평소에도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게 좋아요. 내 노래가 공감을 주고, 여자들이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50대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숙희 : 그때까지도 노래하고 싶어요. 노래하는 게 너무 좋고, 그때까지도 내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좋겠다. ‘대박이 날거야’는 아니지만, 꾸준히 하고 싶어요. 무대에 계속 서고 싶어요.

Q. 이번 앨범 활동의 목표가 있다면요?
숙희 :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소극장이라든지 관객들과 얼굴을 마주하면서라도 잔잔하게 저만의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오로지 내 노래를 듣고 싶어 모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Q. 그러고보니 미니앨범 타이틀인 ‘이별병’이라는 단어가 참 예뻐요.
숙희 : 그렇죠? 12월에 ‘이별병’이라는 제목의 신곡이 또 나올 예정이에요. 이번 앨범 제목을 트랙 순서대로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져요. 그 완결이 ‘이별병’이에요. 많이 들어주세요.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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