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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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아가 돌아왔다. 그녀로서는 꽤 큰 결심이었다. 누구도 은퇴한다고 말한 적 없으며, 누구도 그토록 오랜 시간 쉼표를 찍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으나, 송윤아가 배우라는 이름을 잠시 잊고 살았던 시간이 벌써 6년이 지나버렸다. 그 시간 동안 여러 작품들이 송윤아에게 손짓을 보냈으나 그녀는 그중 어떤 것도 냉큼 선택하지 못했다. 주저하다 흘러보낸 시간이 6년이 될 것을 그녀조차 알지 못했다. 그랬던 송윤아는 불현듯 MBC 주말드라마 ‘마마’를 선택했다. 그녀는 “왜 ‘마마’였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인연”을 택했다. 어떤 노림수나 계기보다는 운명처럼 다가왔고 자연스레 입게 된 한승희라는 옷은 그녀에게 인연 외에 설명할 길 없는 선택이 됐다.

‘마마’ 속 한승희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엄마다. 연인에게 버림받고 미혼모로 아등바등 살아 기어코 성공하고만 순간, 죽음이라는 배신이 머리를 내리쳤다. 그럼에도 남겨진 아들을 먼저 생각하는 한승희는 ‘엄마’라는 단어로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여자다. 곁을 떠나야만 하는 아들에게 울타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전(前) 연인의 가정을 찾아낸다. 그 안락한 공간 안에 아들을 남겨두면 그녀는 홀연히 떠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비밀을 감추고 접근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만난 전 연인의 아내, 지은(문정희)과 우정이라는 이름의 케미스트리를 만들고 마는 보통의 여자의 모습도 언뜻 보여준다. 죽음, 모성 그리고 우정. 드라마가 가장 사랑하는 그래서 빤해보이기도 하는 감정, 사랑 외에도 이만큼이나 많은 감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송윤아는 한승희라는 여자를 통해 증명했고 그래서 이 드라마는,한승희는, 송윤아는 더욱 특별하게 남게 됐다.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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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를 앞두고 송윤아는 잠시 걱정에도 잠겼다. 하지만 긴 공백이 무색하리만치 그녀는 여전한 연기력과 존재감을 보여줬다. 아니, 특유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에 더욱 깊어진 감성을 세공하는 것에 성공했다. 배우로서 잠시 쉼표를 찍었으나 그 긴 시간 인간 송윤아가 얼마나 다양하고도 깊은 감정을 배웠고 느끼며 살아갔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인간 송윤아에게 새겨진 깊은 굴곡은 더 풍요로운 배우의 얼굴을 만들어주었나보다.

송윤아는 1990년대 중반 데뷔했다. 당시 높은 아이큐와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수석입학이라는 타이틀로 설명된 송윤아는‘지적인 여배우’의 이미지로 순조롭게 스타 반열에 올랐다. 당시 대중매체를 통해 사랑받았던 탤런트나 가수들은 하나같이 풍요로운 시대를 반영하듯 통통튀었고, 그 사이 차분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송윤아는 오히려 더 눈에 띄는 존재가 됐다. 그렇게 독보적 존재감으로 청춘이 열광하는 워너비 스타가 된 송윤아는 특유의 지적인 이미지를 발랄하고 애교많은 캐릭터로 차츰차츰 확장시켜나갔다. ‘호텔리어’와 ‘광복절 특사’가 그 절정이었고, 드라마 ‘온에어’의 서영은 작가 역시 그 연장이었다.

그 가운데 송윤아만의 깊은 감성을 드러내는 작품도 있었다. “연기하는 캐릭터의 범위가 너무 제한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언론이 한때 재차 던진 질문에 그녀는 영화 ‘사랑을 놓치다’의 연수로 대답을 대신했다. 무표정 속에서도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감정연기로 배우 송윤아의 감성을 보여준 것이다.

시간이 더 흐른 지금 송윤아의 계절은 가을이다. 과거 트렌디한 드라마 혹은 20대의 풋사랑을 다룬 멜로극에서 보여준 푸릇한 젊음의 감성은 사라졌을지 모르나, 깊어져 더 아름답고 퐁부해진 가을이 그녀의 얼굴을 맴돌고 있다. 그리고 그 얼굴이 ‘마마’라는 드라마, 한승희라는 여자의 여러 혼재된 비극을 빤하지 않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얼굴로 만들고 말았다.

다시 한 번 송윤아가 반갑다. 송윤아는 ‘마마’로 알린 성공적 복귀 이후, 여러 영화 관계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제 그녀가 쉼 없이 더욱 세차게 달리게 되길 바란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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