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8인조가 된 소녀시대는 어떻게 해야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걸그룹 소녀시대가 멤버 제시카의 탈퇴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퇴출이냐 탈퇴냐’를 두고 SM 측과 제시카와의 입장 차이가 발생한 가운데 팬덤 내에서도 분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소녀시대 8인을 지지하는 팬, 제시카를 옹호하는 팬, 9명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팬들로 나뉘어 갑론을박 중이다. 현재 소녀시대 8인을 지지하는 팬이 대부분이지만, 제시카의 탈퇴로 인한 타격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소녀시대는 제시카 탈퇴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써니는 MBC라디오 ‘써니의 FM데이트입니다’의 DJ를 수행 중이고, 수영은 MBC 수목극 ‘내생애 봄날’에 출연 중이다. 유닛그룹 소녀시대-태티서는 제시카 사태 직후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4일과 5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SM타운 콘서트 무대에도 올랐다. 올 12월에는 도쿄돔 입성까지 앞두고 있다.
올해 소녀시대는 잇따른 연애 발표에 이어 멤버의 탈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여러 차례 풍파를 겪었다. 장기간 No.1 걸그룹으로 군림했던 소녀시대지만, 앞으로 더 큰 활동이 남아있기에 소녀시대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할 지혜로운 행보가 필요하다. 소녀시대를 그 누구보다 아끼는 팬인 소원(소녀시대 팬클럽 이름)은 어떤 바람을 갖고 있을까?
대다수 팬들은 ‘대중 설득’을 1순위로 꼽았다. 5년째 팬 활동을 하고 있는 여학생 A양은 “ 건재함을 보여주는 게 최우선”이라며 “대중성 있는 콘셉트로 돌아와 무대 위에서의 표현으로 대신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007년부터 소녀시대를 좋아해왔던 여고생 B양은 “대중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잇따른 연애로 위기를 겪었지만, 멤버들은 예능, 드라마, 라디오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넓은 세대를 아우르는 호감을 살 수 있었다. 가수 활동에서도 소녀시대의 풍성한 보컬과 화려한 퍼포먼스에 기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처받은 팬들의 불안한 심리를 보듬어야 하는 것이 두 번째 과제다. 소녀시대는 올해만 해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신화처럼 오래 가는 그룹이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 6월 단독콘서트에서는 “우리 오래가자”라고 외치기도 했다. 제시카 사태는 눈물 바다였던 7주년 팬미팅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20대 중반의 여성팬 C양은 “걸그룹 중에선 소녀시대처럼 오래 가는 가수가 없다보니 그런 데에서 오는 자부심이 제일 컸다”며 “이제 그 자부심이 사라진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다른 20대 중반의 여성팬 D양은 “이제 소녀시대는 그들이 가장 내세우던 끈끈한 ‘가족’ 이라는 이미지는 표방할 수 없을 것이다”며 “8인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앨범을 들고 나오되, 우리는 하나라는 가식적인 이미지 메이킹을 자제하며 열심히 활동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살뜰히 챙기는 팬들과 노래가 좋아서 듣는 대중은 남을 테니까”라며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제시카로 인해 생긴 물리적인 공백도 메꿔야 한다. 제시카는 데뷔 초반 태연과 함께 메인보컬 양대 산맥으로 자리를 잡았던 멤버이고, 특유의 미성이 다른 멤버들과 차별화를 이뤘다. 또한 ‘지(Gee)’나 ‘더 보이즈(The Boys)’에서처럼 제시카가 도입부 내레이션으로 곡의 감미로움을 담당하는 부분도 있다. 고음을 비롯해 보컬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제시카기에 중국 팬미팅, 도쿄돔 공연 등 각종 공연에 서야 하는 소녀시대로서는 빈 자리가 뼈아프다. B양은 “서현은 태티서 활동을 통해 보컬적으로 두각을 보였지만, 일반 대중은 써니의 보컬 능력을 아직 많이 알지 못한다”며 “써니의 미성을 활용하면서 다른 멤버들 또한 제시카의 빈틈을 대중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오디오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전했다.
댄서를 거의 활용하지 않았던 소녀시대 특유의 퍼포먼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소녀시대는 9명이라는 숫자를 이용해 V자형, A자형, 역 V자형, 하트형, 다이아몬드형 등 다양한 포메이션으로 무대를 꾸몄다. 한 멤버라도 빠지면 공백이 쉽게 눈에 띄는 구조다.
소녀시대는 대한민국 걸그룹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룹이다. 2009년 ‘지(GEE)’로 신드롬적 인기를 끈 이후, 정상의 자리에서 단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다. 2013년 ‘지’ 뮤직비디오 1억뷰 달성, 아시아 가수로는 유일하게 YTMA(유투브뮤직어워드)의 올해의 뮤직비디오상 수상, 2014년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와 ’더 보이즈(The Boys)’ 뮤직비디오 1억뷰 달성 등을 비롯한 한국 가수로서 이례적인 기록을 쌓아 왔다. 소녀시대는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표현에 걸맞을 수 있도록 초심을 뛰어 넘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할 때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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