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디(JD)라는 낯선 가수와 인터뷰를 앞두고, 먼저 포털사이트에서 그의 얼굴을 검색해봤다. 듬직한 체격에 수염 그리고 선글라스를 낀 그의 사진을 보니 강렬한 래퍼의 모습이 연상됐다. 이어 그의 노래를 찾아 듣고 나니 웬걸, 랩이 아닌 달달한 목소리가 귀를 적셨다. 부드럽게 올라가는 고음과 감미로운 미성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괜히 외모만 보고 그의 음악을 판단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올해 나이 29세를 맞은 1986년생 보컬리스트 제이디는 보컬그룹 엠투엠 객원보컬, 프리스타일 피처링, UV랜드 백업보컬 등 다양한 경력을 쌓은 가수. 지난 8월 발표한 ‘호텔로비’에서는 싱어송라이터의 모습까지 선보이며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를 펼쳐나가고 있다.

Q. 제이디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언제부터 가수로 활동했나?
제이디 : 제이디라는 이름으로 2008년도에 ‘바이러스’ 앨범을 처음 발표했다. 이후 코어콘텐츠미디어의 김광수 사장님과 친분이 있어서 SG워너비 콘서트 투어를 함께 다니게 됐다. 덕분에 일본 팬도 생길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게스트로 쌓은 인연이 닿아 엠투엠이란 그룹에 객원 멤버로 활동을 했고, 제이디라는 이름으로는 OST를 부르기도 했다.

Q. 솔로 앨범, SG워너비 콘서트 게스트, 엠투엠까지 여러 가수와 인연이 깊다. 엠투엠 해체 이후 또 어떤 인연을 만났나?
제이디 : 프리스타일과 뮤지 형을 만나게 됐다. 프리스타일은 2011년에 6집 ‘굿바이 마이 레이디’를 피처링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프리스타일 정규 7집 전곡을 피처링했다. 프리스타일 지방 행사, 라디오 등등 모든 스케줄을 같이 다녔다. 뮤지 형은 사석에서 소개를 받았는데 그때 ‘쿨하지 못해 미안해’ 발표 이후 ‘이태원 프리덤’ 나오기 직전이었다. 너무 좋아서 뮤지 형께 존경한다고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너무 재미있게 하고 계셔서 존경스러웠다. 그날 뮤지 형이 나에게 노래 한 번 해보라고 기회를 주셔서 그 자리에서 불렀는데 바로 다음 날 작업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UV랜드 백업 보컬을 하면서 콘서트도 하고, KBS2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에도 나가고, 우승도 했다.

Q.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가수가 되기로 생각한 건 언제부터였나?
제이디 : 어머니가 대구MBC 1기 합창단이어서 어릴 때부터 팝송을 많이 들려주셨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가요제부터 시작해 각종 가요제에서 계속 수상을 하면서 점점 가수의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 때 대구 동성로 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알앤비 소울 동영상 카페’, 즉 ‘알소동’이라는 유명한 커뮤니티가 있었는데 거기서 ‘라이브 창현’이라는 아이디로 아마추어 게시판에 주목받으면서 처음 캐스팅되기도 했다. 20세 때 서울로 올라와 1년 동안 고생하다가 드라마 SBS ‘연인’ OST에 내 본명인 이창현이라는 이름으로 첫 데뷔를 하게 된 것이다.

Q. 제이디라는 이름은 어떻게 고안하게 된 것인가?
제이디 : 예전 회사에서 매니저랑 고민을 했다. 수염도 잔디처럼 돋아나고, 새싹처럼 초심을 잃지 말라는 뜻으로 잔디라고 부르자. 그런데 잔디하면 웃기지 않을까 싶어서 약자로 제이디(JD)다. 하하.



Q. 신곡 ‘호텔로비’는 첫 자작곡이라고.
제이디 : 공익 근무 요원을 마치고 나서 7개월 동안 작업한 곡이다. 그전부터 집에서 많이 작업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회사가 많이 도움을 주고, 내 음악을 존중해줬다. 못났는데도 멋있게 꾸며주시고. 하하.

Q. 하고 싶은 음악이 뭔가?
제이디 : 원래는 알앤비를 추구했는데 요즘은 여러 가지 다하고 싶다. 알앤비, 뉴잭스윙, 지펑크, 힙합 등등.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데 그 음악은 소스에 무엇을 쓰냐에 따라 달라진다. 뮤지 형이랑 ‘호텔로비’를 편곡한 커즈디(CuzD) 형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

Q. 제이디 주변에는 특별한 인연이 많은 것 같다.
제이디 : 맞다. 참, MBC ‘무한도전’ 조정 특집 노래인 ‘체인지 더 게임’도 함께 불렀다. 프리스타일 덕분에 데프콘 형을 소개 받았다. 라디오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데프콘 형이 보고 작업하자고 하더라. 빈말인 줄 알았는데 몇 달 뒤에 연락 와서 “놀라지 마라”고 하시며 ‘무한도전’ 이야기를 꺼내시는 거다. 난 ‘무한도전’의 열렬한 팬이라 소리 지르면서 당장 하자면서 진짜 기뻐했다.

Q. ‘호텔로비’에도 유세윤이 피처링해 남다른 인연을 자랑하지 않았나.
제이디 : 정말 고맙다. 바쁜데도 불구하고 도와줬다. 이 노래는 처음부터 유세윤 형을 생각하고 쓴 것이다. 저 형들 야하고 재미있다. 하하. 형을 생각하면 어떤 곡이 떠올릴까 고민하다 어느 날 음악의 신이 오셔서 쓰게 됐다. 클린 버전이 아닌 오리지날 버전에서는 세윤 형이 직접 쓴 가사도 들을 수 있다.

Q. 뮤직비디오에는 하석진도 출연한다!
제이디 : 뮤지 형은 오리지널 버전에 출연하고, 클린 버전의 뮤지 형 역할에 하석진 씨가 출연한다. 클린 버전에 출연하는 이유는… 깨끗한 버전이니까 하석진? 하하하. 하석진 씨와는 원래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어서 ‘호텔로비’ 진행하면서 알게 됐다.



Q. 제이디를 보고 의외라고 느낀 것은 외모는 정말 천생 래퍼인데 알고 보니 목소리가 정말 좋은 보컬리스트라는 점이다. 하하.
제이디 : 맞다. 하하.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래퍼인줄 안다. 내가 무대에 올라가는 이유도 노래하는 게 물론 좋지만,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느낌도 즐겁다. 올라갈 때 내가 처음에 “래퍼 같죠? 아닙니다”라고 노래를 시작하면 사람들이 모두 감탄한다.

Q. 자신감이 있다. 하하. 언제부터 자신이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깨달았나?
제이디 :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 조금 할 줄 안다고 느꼈을 때는 가요제 나가면서? 그리고 집 앞에 있는 오락실 노래방에 가는데 근처에 여자 고등하교가 있었다. 여학생들이 오락실 앞에 서서 내 노래를 듣고 ‘누구야’라며 궁금해 하는 것을 보고 조금 자부심을 느꼈다. 다들 얼굴을 보고 나면 뒤를 돌았지만. 하하.

Q. 하하. 지금 음악에 가장 영향 준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제이디 : 마이클잭슨이랑 태빈 캠벨 그리고 에릭 베넷. 정말 주구장창 들었다. 태빈 캠벨은 사람들 잘 모르는 가수인데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노래를 부르는 데 모티브가 됐다. 태빈 캠벨의 ‘캔 위 토크(Can We Talk?)’와 잭슨 파이브 ‘벤(Ben)’은 정말 최고다. ‘벤’은 어머니가 잘 때나 놀 때나 언제나 틀어줬던 노래다.

Q. 혹시 요즘 꽂힌 음악이 있나?
제이디 : 요즘은 뉴잭스윙이라는 장르에 꽂혀 있다. 뉴잭스윙은 올드스쿨 음악인데 바비 브라운이라는 가수가 시작한 장르다. 나는 춤을 못 추기 때문에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더 기분이 좋다. 내가 뮤지 형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뮤지 형은 뉴잭스윙의 오리지날을 너무 잘 안다. 기린이라는 언더 가수가 있는데 그 분도 뉴잭스윙 음악을 정말 잘한다. 작년에는 펑키가 유행했다면 뉴잭스윙 열풍이 불지 않을까. 그래서 앞으론 좀 더 딥하고 뉴잭스윙에 가까운 음악을 해보고 싶다.



Q. 20세에 상경해 10년 가까이 노래를 불렀지만, 아직 인지도는 아쉽다. 지금까지 발표한 자신의 노래 중에 다시 추천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제이디 : ‘바이러스’의 타이틀곡 ‘베이비’라는 음악이 정말 좋다. ‘베이비’는 인기도 나름 많았다. 배우 김희선 씨가 자신의 미니홈피 배경 음악으로 ‘베이비’를 해주셔서 정말 감동한 적도 있다. ‘베이비’는 방황하고 힘들 때 그 노래로 밝음을 찾았다. 또 ‘베이비’는 제이디로서 처음 내가 시작한 음악이고, ‘호텔로비’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처음 시작한 음악이라 의미가 깊다. 아, 또 ‘아프죠’라는 곡이 있다 그 곡은 생활고에 힘들어서 만든 노래다. 블락비 태일, 빅스 등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좋아한다고 말해줘서 고맙더라. 대학 입시생들이 그 곡을 많이 불렀다고 하더라.

Q.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이디 : 섹시함과 감미로움을 섞은 매력적인 보이스? 하하.

Q. 꿈은 무엇인가?
제이디 : 멋진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 음지에 있는 친구들을 양지로 이끌어서 발전시키고 싶다. 아이돌도 많고, 대중적인 음악도 좋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알려지지 않은 친구를 많이 모아서 크루 형식으로 만들고 싶다. 유명한 프로듀서가 되서 멋진 아티스트랑 작업도 하고 싶다.

Q. 오, 어떤 아티스트랑 콜라보를 하고 싶나?
제이디 : 아이유, 씨스타 소유, 에일리! 하하. 노래 잘하고 예쁜 동생들이 ‘제이디 오빠 노래 잘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싶다. 또 뉴잭스윙 음악을 잘하는 기린이라는 아티스트, 외국 아티스트 중에는 역시 에릭 베넷.

Q. 보컬트레이너로서도 활동하고 있지 않나. 아이유, 씨스타 소유, 에일리와 작업하고 싶은 이유를 보컬트레이너로서 말한다면.
제이디 : 에일리는 외국에 살아서 그런지 노래에 소울이 담겨 있다. 무슨 노래든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 아이유는 목소리가 참 예쁘다. 소유는 씨스타지 않나. 하하. 세 명 다 목소리가 매력 있고, 나이에 맞지 않은 감성도 있고, 표현력이 대단한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와 덧붙일 한 마디 부탁한다.
제이디 : 크게 안 바라고 그냥 제 목소리를 들었을 때 ‘제이디 노래다’고 알게 되는 것이 목표다. 술집이든 카페든 노래가 나오면 ‘앗 제이디다’고 알아채는 것 말이다. 그리고 제이디 잘 되라고 ‘좋아요’ 한 번만 눌러주길 바란다. 겉모습만 보고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모두 내 음악을 듣고 나면 태도가 달라진다. 음악을 한 번만 들어봐 달라.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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