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좌), 나루
가장 신선한 신인 발굴의 장으로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의 ‘숨은 고수’가 꼽히던 시절이 있었다. 솔루션스의 나루도 ‘숨은 고수’에 지원한 적이 있다. 이종현 마스터플랜 대표는 ‘숨은 고수’ 지원자들을 가장 낮은 순위부터 살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말 새로운 음악을 하는 팀, 마니아들도 모르는 순수한 루키를 찾기 위해서였다. 나루는 ‘숨은 고수’에 뽑히지는 않았지만, 이종현 대표의 눈에 들었고, ‘모던 영재’라는 별칭과 함께 인디 신에 데뷔하게 된다. 그리고 나루와 박솔의 듀오 솔루션스는 2012년에 데뷔앨범 ‘솔루션스(Solutions)’를 발표하고 평단에서 그해 최고의 신인 중 한 팀으로 평가받았다. 신인답지 않은 깔끔하고 스타일리시한 사운드 메이킹에 해외 록 트렌드를 재현한 솔루션스는 평단 외에 여성 팬들에게도 어필하며 승승장구했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의 록 스타’라도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최근 발표한 정규 2집 ‘무브먼츠(MOVEMENTS)’를 통해서는 더욱 단단해진 음악으로 돌아왔다. 몸과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음악, 당신을 붕붕 떠오르게 하는 음악.Q. 2집이 나온 지 시간이 좀 흘렀다.
나루: 5월 중순에 나왔으니 몇 달 지났다. 요새 공연을 하면 처음 뵙는 관객 분들이 많다. 기존 팬들 얼굴은 거의 다 아는데, 새로운 팬들이 느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박솔: 자주 뵈는 팬들 얼굴은 기억한다. SNS를 통해 2집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Q. 2집 제목이 ‘무브먼츠’다.
나루: ‘계기’가 되는 시작점을 가리키는 것이다. 우리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거나 어떤 정서를 전달하는 것은 하나의 움직임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거기서 ‘무브먼츠’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무브먼츠’가 힘을 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사랑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솔: 1집에 비해서 더 과감한 시도들이 들어갔다. 평소 작업이나 무대 위에서 알게 모르게 생긴 습관, 정서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걸 깨고 한걸음 더 나아가자는 의미를 제목에 담았다. 팬들에게 우리 음악이 어떤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Q. 1집과 2집은 만드는 자세가 달랐을 것 같다. 1집이 가진 것들을 총망라했다면, 2집은 좀 계획적이었을 것 같은데.
나루: 1집은 우리 둘이 만난 후 편하게 만든 곡들 위주로 나왔다. 1집 활동을 하면서 우리의 색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2집은 그런 색들을 더욱 구체적으로 구현하려 한 앨범이다. 음악을 만들면서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박솔: 1집은 정말 약간 호기도 들어갔다. 정말 영감 위주로 간 앨범이다. 1집을 내고 공연을 계속하면서 솔루션스가 정말 어떤 팀인지 깨닫는 과정을 겪었다. 우리 둘은 팀을 하기 전에 솔로로 활동해왔는데, 2집을 만들 때에는 정말 한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새로 시작하는 기분도 들더라.
Q. 2집에서 솔루션스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곡을 꼽는다면?
나루: ‘마이 워(My War)’와 ‘무브먼츠(Movements)’ 두 곡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곡들은 한국에서는 우리만 할 수 있는 색깔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작업했다. ‘무브먼츠’는 단순한 신스 테마가 약간의 볼륨 차이를 가지고 노래 끝까지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마이 워’ 매우 록적인 질감이 강한 트랙이다. 우리 나름대로는 프로그레시브한 구성의 음악을 만들어보려 했다. 하고 싶은 것을 원 없이 한 곡이라 할 수 있다. 라이브할 때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곡이기도 하다.
Q. 솔루션스의 음악은 뭔가 달려가는 느낌이다. 역동적이다.
박솔: 맞다. 달리는 것, 춤추는 걸 수도 있고, 어떠한 움직임이든 우리가 주는 음악이 계기가 돼서 좋은 영향을 줬으면 한다.
나루: 사실 신나고 춤추기 좋은 음악은 많다. 우리는 리듬보다 정서를 더 중요시 여긴다. 우리만의 정서를 만들어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다.
Q. 그 정서는 뭔가?
박솔: 말로 표현하긴 어렵다. 긍정적인 움직임, 에너제틱한 무언가.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현실 이후를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 없는 긍정은 싫다.
Q. 같은 소속사의 데이브레이크의 역동성과는 조금 다르다. 솔루션스가 훨씬 젊은 감성이다.
박솔: 하하하 아무래도 프론트맨이 10살 정도 차이가 있다 보니…. 데이브레이크는 우리보다 원숙한 느낌이다.
나루: 음악색이 많이 다르다.
Q. 얼마 전 ‘사운드홀릭 페스티벌’에서 디제이 셋으로 공연하는 것을 봤다.
박솔: 그게 우리 첫 디제이 셋 공연이었다. 나름 준비를 많이 했는데, 정말 즐거웠다.
나루: 재미삼아서 시도해 본 거다. 디제이 셋은 사전작업량이 많다. 우리 노래를 편곡을 해서 틀어야 하니까. 밴드 공연은 연주자 간에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있는데, 디제이 셋은 믹스 등의 사전작업이 매우 중요하더라.
Q. 솔루션스는 일반 밴드에 비해 전자음악적인 요소가 많지 않나. 그래서 디제이 셋으로 편곡하기도 용이할 것 같다. 앨범 보도자료에 보니 일렉트로닉에서 자주 쓰이는 기법(프리퀀시 필터링을 통한 빌드업)을 활용하여 댄서블한 터치를 더했다는 설명이 나오던데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나루: 디제이들이 많이 쓰는 이펙팅을 우리 밴드 연주에 사용했다는 말이다. 신디사이저에 놉(knob)이 참 많은데 이것을 조절하는데 따라서 정말 무한한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계속 공부 중이다.
Q. 솔루션스는 듀오이기 때문에 곡을 만드는 과정이 일반 풀 밴드 편성과는 다를 텐데.
박솔: 나루 형이 미디를 정말 잘 다룬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즉흥적으로 참 빨리 만든다.
나루: 편곡 마무리는 미디로 하고 실제 악기가 필요하면 합주를 하면서 만들어가는 식이다. 90% 정도는 머릿속에 그림이 얼추 그려진 상태에서 작업을 하는 편이다. 멜로디를 가장 우선시하는 편이다. 사운드적으로 듣는 재미도 중요하지만, 편곡 빼면 별로 남는 것이 없는 노래는 싫어한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멜로디다.
박솔: 편곡적인 것을 다 걷어내고, 그냥 기타 치면서 노래만 해도 듣기 좋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만의 원칙이다.
Q. 의외다. 곡에 장식적인 요소가 꽤 있는 편이라 편곡을 매우 중요시 할 줄 알았다.
나루: 멜로디가 좋아야 편곡도 편하게 이루어진다. 뼈대가 확실하면 편곡 때 이것저것 시도해도 산으로 가지 않는다.
Q. 솔루션스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한다고 하던데 이는 해외 진출이 목표라는 말인가?
나루: 해외 진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은 우리 음악이 남녀노소, 인종을 가리지 않고 누가 들어도 좋았으면 한다는 의미다. 단지 미국에서 통하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
박솔: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우리가 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내공이 쌓이고, 우리 음악이 완성된 형태가 돼도 될까 말까 한 문제가 아닌가.
Q. 옛날이야기를 해보자. 각자 음악은 어떻게 시작을 했나?
나루: 기타를 연주하면서 시작된 것 같다. 초등학교 때 패닉, 전람회 등을 듣고 좋아하다가 스매싱 펌킨스, 메탈리카 등의 록을 들었다. 보통의 음악 마니아들이 겪는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고등학교 때 처음 기타를 치고 대학에서 밴드 동아리를 했다. 군대에서 음악을 취미로 남길 것인지 직업으로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음악에 나를 던져보자고 결심을 했고, 제대 후에는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했다. 도서관에서 음악이론서도 찾아보고, 미디, 시퀀서 작업을 공부했다. 그러면서 솔로로 활동하다가 솔이를 만난 것이다.
박솔: 중3때 뮤지션 지망생이던 삼촌이 너바나의 ‘네버마인드(Nevermind)’ 라디오헤드의 ‘파블로 허니(Pablo Honey)’를 들어보라고 주셨다. 처음에는 어디 처박아놨다가 방학 때 너무 심심해서 들어봤는데 너무 좋았고, 그때부터 음악에 빠져들게 됐다. 그때부터 음악 듣는 것이 일과가 됐다. 이후 밴드부도 하다가 고3 때 수능시험을 두 달 앞두고 실용음악과를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실용음악과에 가는 게 쉬운 일이었겠는가? 하하. 제대 후에는 배우를 하면서 단편영화도 찍었다. 하지만 음악이 간절했다. 팔꿈치를 다쳐서 석 달 정도 누워있었는데, 그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 자리에서 처음 곡을 썼고 솔로로 활동을 시작했다. 원래는 밴드가 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멤버가 없었다. 그러다 나루 형을 만났고, 불타오르기 시작한 거다. 하하.
나루: 우리 둘의 공통점이라면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에 나온 록 마니아였다는 점이다. 당시 유행했던 얼터너티브 록의 감성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우리가 전자음악 계열은 아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일렉트로 얼터너티브 록’이라고 생각한다.
Q. 나루가 박솔의 솔로앨범을 프로듀싱하면서 둘이 만났다. 둘이 팀을 결성할 정도로 서로가 잘 맞던가?
박솔: 그랬다. 작업하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내 곡을 프로듀스하는 것을 넘어서 함께 팀으로 작업하고 싶었다. 이 사람과 같이 하면 재밌는 음악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음악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겠다고 여긴 것이다.
나루: 솔이의 보컬 색깔이나 멜로디에 대한 감각이 정말 좋았다. 특히 이 친구의 성격이 유해서 나랑 잘 맞았다.
Q. 둘이 잘 맞는 것 같다.
박솔: 둘이 작업할 때 한 번도 크게 다툰 적이 없다. 둘 다 합리적이다. 대화로 풀어낸다.
나루: 이견이 생기면 원인부터 찾으려 한다.
Q. 나루는 본인의 성격과 음악 스타일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음악은 역동적인데 본인은 차분해 보인다.
나루: 기본적으로 차분한 편인데 음악을 만들 때에는 곧바로 해나가는 편이다. 전에는 조용한 음악을 선호했는데 솔루션스를 하면서 몸이 많이 풀렸다. 점점 리듬감 있는 음악을 좋아하게 됐다. 이런 음악을 자연스럽게 만들려면 내 몸에 리듬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춤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Q. 밴드 이름은 왜 솔루션스라고 지었나?
나루: 1집 작업이 거의 반 이상 끝났을 때도 밴드 이름이 없었다. 녹음 들어갈 쯤에 그냥 떠오른 단어가 솔루션스다. 뭔가 단순하고, 아직 쓰지 않은 단어이면 좋겠다, 괜히 그럴 듯한 단어의 조합이 아닌 단어 하나로 확실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게 없을까 해서 떠오른 단어다.
Q. 단어들이 재밌다. 솔루션스라는 팀 이름도 그렇고 솔루션스를 소개하는 ‘퓨처 팝’이라는 단어도 재밌다.
나루: 퓨처 팝은 회사 대표님이 쓴 홍보문구다. 자칫하면 유치한 느낌을 줄 수 있는데, 미래지향적인 것을 좋아한다. 현재 만연해 있는 음악들, 이미 다른 분들이 잘하고 있는 음악보다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Q. 퓨처 팝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것이, 솔루션스는 음악이 가요 트렌드와는 전혀 별개다. 예전에 서태지, 신해철과 같은 선배들이 해외 트렌드를 일찍 흡수해서 가요 화했는데, 솔루션스는 해외 트렌드를 가요 화 시키지 않고 그냥 가져오는 느낌이다.
나루: 우리는 가요에 대한 감이 없다. 그런 정서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우리 노래 가사는 전부 영어로 돼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 곡은 한글로 표현되는 은유가 잘 안 어울리기 때문이다. 우리 가사 중에 약간 무거운 주제도 있는데, 그것을 한글로 표현하면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영어를 사용하면 캐주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가사 전달이 불편해도 곡을 살리기 위해 영어 가사를 쓴다.
Q. 나루는 ‘모던영재’라고 하던데?
나루: 그것도 회사 대표님이 붙여준 수식어다. 재밌는 수식어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신다. 내가 제대하고 독학으로 이런저런 음악을 만든 것을 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다. 나도 이제 30대인데, 영재라니….
Q. 해피로봇레코드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나루: 제대 후 만든 습작으로 만든 데모를 레이블로 보내볼까, 혼자 앨범을 내볼까 고민하다가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이 ‘숨은 고수’에 지원했다. 노래 두 곡을 올렸는데 그걸 이종현 대표님이 들으신 거다. ‘숨은 고수’에 올라온 노래들을 낮은 순위부터 들어보셨다고 하더라. 랭킹 뒷자리에 있는 팀은 정말 인지도가 없거나, 진짜 아무도 안 좋아할 음악을 하거나, 전혀 새로운 음악을 하는 팀일 테니 말이다. 관심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집에서 홈레코딩으로 음악을 만들던 시기에 그렇게 회사와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해피로봇레코드에 들어와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난 사실 해피로봇레코드가 어떤 곳인지도 몰랐다. 아, ‘숨은 고수’로는 뽑히질 못했다. 하하.
Q. 서로의 장점을 말한다면?
나루: 솔이는 순간순간의 느낌을 잘 캐치한다. 난 작업할 때 계산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면 놓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것을 솔이가 잘 잡아낸다. 솔이가 옆에서 한마디씩 해주는 것이 참 크다. 보컬로서 본인의 색이 확실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박솔: 나루 형은 정리를 참 잘한다. 작업을 할 때 하고 싶은 것을 펼쳐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정리를 잘 해야 한다. 형이 그걸 잘한다. 그리고 나루 형은 귀가 정말 좋다.
Q. 최근 인디 신에서 솔루션스는 글렌체크와 함께 새로운 트렌드로 꼽히기도 한다.
박솔: 우리가 특정 트렌드를 쫓진 않는다. 물론 요새 음악을 다양하게 열심히 듣고 분석하는 것을 재밌어 하긴 하지만 트렌드에 연연하진 않는다.
나루: 트렌디한 것,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미묘하게 시차가 있다. 그것을 우리가 예측할 수는 없다. 트렌드와 우리 음악이 맞아떨어지느냐의 여부보다는 우리 스스로 내부적으로 얻는 성취감이 중요하다.
Q. 솔루션스는 이름처럼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을까?
박솔: 우리는 이제 데뷔한지 갓 2년이 지난 신인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솔루션스의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우리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더 나아지려고 굉장히 애쓰고 있다. 그런 과정들을 리스너들과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 그게 서로에게 솔루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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