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장보리’ 속 오연서

MBC ‘왔다!장보리’의 히로인, 무려 6개월의 장정을 이끌어온 타이틀롤 배우 오연서가 종영을 앞둔 마음을 이야기했다.

오연서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상당히 인상깊게 남게 될 드라마 ‘왔다!장보리’에 대해 들려줬다. 오연서는 지금껏 그녀가 떨치지 못한 도도하고 새침한 이미지를 벗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다소간 막장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수혜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왔다!장보리’ 역시도 오연서라는 배우가 보여준 일종의 저력에 힘입어 어쩌면 빤한 권선징악 스토리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에 성공했는지도 모르겠다.

오연서는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큰 산을 넘었으나, 동시에 앞으로 더 큰 산을 남겨두고 있기도 하다. 지금 오연서가 하고 있는 생각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Q.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보리보리라는 애칭으로도 많이 불릴텐데 기분은?
오연서: 야외촬영할 때 구경하시는 분, 응원해주시는 분이 많다는 점에서 체감을 한다. 촬영하다 밥먹으러 가면 서비스도 많이 주시고(웃음). 촬영 스케줄 탓에 밖에 돌아다닐 시간은 없어서 주로 촬영하는 동안 많이 느끼게 된다. 시청률은 그저 수치일 뿐이라 와닿지 않는데 촬영장 주변 반응에서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한다. 또 특히 최근 명동 촬영에서 다들 무슨 드라마인지 알고 좋아해주셔서 더 실감하게 됐다.

Q. 드라마의 인기 요인을 뭐라고 생각하나.
오연서: 다음 편을 궁금해하시고 그래서 마약같은 드라마라고 하는 것 같다. 또 선악이 명확하게 구별이 되고 우울한 스토리와 멜로, 코믹스러운 부분이 적절히 섞여 있업 부담스럽지 않게 보실 수 있어 인기가 많은 것 같다.

Q.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오연서: 주위 친구들한테 카톡도 많이 오고, 지방에 계신 할머니는 나 때문에 완전히 슈퍼스타가 되셨다. 덕분에 할머니가 굉장히 뿌듯해하신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나이 많은 분들도 이제는 ‘오연서’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이 신기하다. 보리라고 불러주시는 분도 계시지만, 오연서라고 불러주시는 분들도 많은 것이 신기하고 좋다.

Q. 아역배우와의 호흡은 어떤가. 모성애 연기는 어려운 부분일 듯도 하다.
오연서: 사실 초반에 부담이 되기도 했고, 우울하기도 했다. 어떻게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자식을 낳아본 적도 키워본 적도 없지 않나. 스트레스도 됐다. 하지만 작가님이 글을 잘 써주시고, 비단이(김지영)가 워낙 연기를 잘 해서 저한테 많이 준다. 딸 같을 때도 있다. 그리고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연기하다보면 저절로 나온다. 특히 ‘나는 너 없이 못사는데, 너는 나 없이 살 수 있니’라는 대사를 할 때는 마음이 아팠다. 시간이 쌓이니 저절로 마음이 커졌다. 또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모성애가 있다고 하지 않나(웃음).

Q. 진짜 장보리라면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까. 악역을 연기하는 이유리(연민정 역)와의 호흡은 어떤가.
오연서: 언니가 연기를 너무 잘 하니까 연기하다가 화가 날 때도 많다. 그렇지만 보리는 남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터라, 협박을 하려다가도 주저한다. 진짜 나라면 아마도 싸우지 않았을까. 혹여나 보리를 보고 답답하고 바보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부모님을 망가뜨리겠다고 하는데 그 상황에서는 참을 수 있지도 않을까. 하지만 물론 난 그렇게 못살 것 같다(웃음).

Q. 막장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오연서: 우리 드라마 막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연성이 없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들이 터무니없지 않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일 뿐이다. 뉴스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는데 그것을 다만 축소시켜놓은 것일 뿐이다. 인생은 항상 단맛, 쓴맛, 짠맛 다 있는데 드라마다보니까 극적인 것인지 막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희 드라마가 좋은 것이 부모 자식간의 사랑이 잘 그려져 있는 것 같아 공감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논란이 있는 것은 극이 조금 센 편이라서 그런 것 같다.

Q. 그렇지만 전개가 자꾸만 늘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오연서: 오히려 난 우리 드라마 전개가 스피디하다고 느낀다. 찍었는데 못 보여드린 신도 많다. 스피디하게 나가려다보니 이런 저런 신이나 대사가 잘려나간 경우도 있다. 시청자들과 밀당은 하는 것 같은데, 그것이 곧 최고 시청률로 이어지는 것 같다.

Q. 잘려나간 장면 중에 가장 아쉬운 것은?
오연서: 비단이가 납치되기 전, 엄마와 앉아서 ‘엄마, 외국에도 달이 있고 구파발에도 달이 있고’ 하는 장면이 있었다. 비단 양의 불꽃열연이 있었는데 아쉽게 잘렸다.

오연서

Q. 가장 큰 수확은 이미지적 반전인데, 본인 스스로 생각하는 가장 큰 수확은?
오연서: 일단 이미지가 친근해지고, 착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기존에 있었던 깍쟁이 연기는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대본보다 연기를 못해서 속상했던 적도 많고 집에 울면서 들어갔던 적이 많다. 많이 배우고 성장 중이기에 조금 부족해도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굉장히 노력 중이니 좋은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Q. 데뷔 이후 업앤다운(Up & Dowm)이 있었다. 지금에 이르러 과거를 돌이켜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오연서: 사실 10년이라는 무명기간이 기사화도 많이 됐는데 데뷔를 일찍했다 뿐이지 평범한 학창시절을 잘 보냈다. 단역도 조연도 해보면서 현장은 이렇구나 감사하면서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20대 초반은 성장하는 과정이다. 어쨌든 늦게 잘 돼서 이십대를 무난하게 보낼 수 있기도 했다. 스스로는 업앤다운이라고 생각지 않았고, 또 어차피 인생은 업앤다운이기도 하다. 물론 힘들 때는 주변 사람들의 존재가 고맙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일의 소중함도 더 알게 됐다. 시청률과 상관없이 모든 작품을 하면서 성장해왔기도 하다. 흥행이야 오로지 하늘의 뜻 아닌가. 이십대 초반부터 쭉 연기를 해왔기에 업앤다운에 관해서는 크게 생각지 않았다. 지금도 크게 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Q. 그래도 지금이 인생의 전성기라고 생각하지 않나.
오연서: 앞으로 좋고 더 행복한 일이 많지 않을까(웃음). 인생의 전성기는 그 다음에…

Q. 본인의 사투리 연기에 어떤 점수를 주고 있나.
오연서: 전라도 분들이 아니면 자연스럽다고 하는데, 전라도 분들이 보면 형편없다는 것을 안다. 2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초반에는 말도 제대로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나마 자연스러워지긴 했는데, 지금 쓰는 사투리도 완전한 사투리는 아니고 서울말과 섞여 있기도 하다.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은 전국에 계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완전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기는 힘들다. 주인공이 한 시간 내내 네이티브 사투리를 쓰게 된다면 피로도를 호소하실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시행착오 끝에 하면서 조금씩 더 재미를 붙여가는 것 같다. 나 개인은 전라도 사투리라기보다 보리 사투리라고 부른다.

Q. 시청률이 높은 만큼,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 기대도 걸어볼 만 한데.
오연서: 상 주시면 감사하지만, 그것보다 그 자리에 초대해주셨으면 좋겠다. 작년에 집에서 TV로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는 초대받아 축제를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Q. 드라마 후반의 관전 포인트를 짚는다면.
오연서: 일단 굵직한 사건들이 남아있다. 연민정의 몰락, 보리가 침선당이 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 그리고 비단의 정체가 어떻게 밝혀지는지 등등의 사건이 핵심이다. 서로 각자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줄텐데 마지막으로 큰 경합이 있지 않을까 싶다. 또 모두가 원하는 권선징악적 결말로 가지 않을까. 보리의 결말? 결정적으로 모두를 용서하는 아이 아닐까. 마음이 약해질 것 같다. 잘 모르겠다. 작가님의 마음은(웃음).

Q. 연민정의 몰락을 마주하게 될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오연서: 한편으로 안쓰러워 할 것 같다. 그리고 보리가 바라는 것은 연민정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겠죠?(웃음).

Q. 현장에서 연기면에서 자극이 되는 부분은?
오연서: 라이벌인 민정 언니가 자극이 된다. 나머지 배우들은 아무래도 보리를 도와주는 협력자이다보니 그런 기분이 안드는데, 민정 언니를 보면 ‘대단하다’는 감탄을 하기도 하고 자극도 된다.

Q. 차기작에 대한 고민도 상당할 것 같다. 큰 것을 얻었으나, 또 이 작품은 막장이라는 논란 역시도 피할 수 없었으니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을 벌써 시작했을 듯 한데.
오연서: 이 작품하면서 많이 공허해졌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느끼다보니 마음이 공허해졌다. 그래서 작품을 끝내고 나면 쉬고 싶고, 다음 작품은 말랑말랑한 로코를 하고 싶다. 내 장점은 밝은 기운인데, 나를 통해 밝은 기운을 받으셨으면 한다. 따라서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은 것이 희망이다.

Q. 로코 상대역으로 희망하는 분은?
오연서: 이거 말해도 되나?(웃음). 서강준 씨, 으흐흐. 내가 되게 누나라서 창피하다.

Q. 서강준의 어떤 부분에 끌리는지.
오연서: 단막극을 보고 눈빛에 끌렸다.

Q. 김순옥 작가와 또 호흡하고 싶은 생각은 있나.
오연서 : 물론, 너무 좋다. 다음에는 악녀가 되고 싶다. 그런데 작가님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주시는 분이다(웃음). 못 했을 때는 성도 내시고, 잘 했을 때는 장문의 카톡으로 칭찬도 해주신다. 소통을 잘 하시는 분이다. 작가님들은 어렵다. 먼저 잘 연락을 못하겠는데, 김순옥 작가님은 워낙 연락을 잘 해주셔서 저도 모르게 편하게 연락하게 된다.

Q. 이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 얻게 된 새로운 것이 있다면.
오연서 : 일단 열심히 한 작품이라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열심히 했다. 성장은 제 스스로가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는 제 개인에게는 성장드라마다. 인간적으로도 배우로서도 성장을 많이 했다. 정말이지 치열하게 연기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아무래도 착한 역을 하다보니 눈빛이 처음보다 많이 착해진다고 한다. (Q. 점점 예뻐지는 비결은 무엇인가) 물론 여배우니까 좋은 것은 다 하려고 하는데, 자신의 아름다움이 뭔지 잘 알고 너무 욕심을 내지 않으면 되는 것 같다.

Q. 드라마 통해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바뀌었나?
오연서: 아직 엄마인 내 모습은 상상이 안된다. 결혼은 30대 초반에는 하고 싶다. MBC ‘일밤’의 ‘아빠!어디가?’의 민국이 팬인데, 민국이를 보면 빨리 결혼하고 싶기도 하다. 정말 출산장려 프로그램이다. (Q. 30대 초반이라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하하. 그렇다. 막연하게 생각만 하는 것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웰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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