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의 데뷔앨범 ‘2014 S/S’는 여러 가지로 예상을 빗나갔다. 먼저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한 위너 멤버들의 참여도, 그리고 힙합과의 거리감. YG가 선보인 지누션, 원타임, 빅뱅, 투애니원은 모두 힙합에 기반을 둔 음악들이었다. 이에 비해 위너의 음악은 보다 서정적이고, 감성을 자극했다. 이런 음악들은 신인 보이그룹으로서는 거의 최단기간 순위 프로그램 1위이라는 기록적인 인기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 보이그룹의 두 가지 트렌드라면 바로 힙합 리듬의 적용, 그리고 강렬한 퍼포먼스였다. 위너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비껴갔다. 허를 찌른 것이다. 더블 타이틀곡 ‘공허해’ ‘컬러링’는 퍼포먼스가 아닌 멜로디와 가사에 중점을 둔 곡들이다. 이러한 위너의 선택, 아니 YG의 선택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요 몇 년간, 특히 엑소 등장 이후 보이그룹 시장은 다분히 퍼포먼스 중심으로 흘렀다. 누가 더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느냐에 초점이 맞춰졌고, 그와 동시에 기억에 남는 멜로디는 점점 적어졌다.

하지만 위너는 다르다. ‘공허해’ ‘컬러링’을 포함해 앨범의 10곡 중 6곡이 발라드 내지, 느린 템포의 곡들이다. 눈이 아닌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위너가 이러한 음악으로 빠른 시간에 1위에 오른 것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인해 미리 인지도를 알린 영향도 있겠지만, 노래가 대중에게 어필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위너의 음악이 팬덤을 넘어서 일반 대중에게도 어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30대 여성 리스너는 “멜로디가 좋아서 계속 음악을 듣게 되는데 가사를 읽어보니 공감이 가더라. 다른 보이그룹 노래와는 달랐다”고 말했다.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앨범의 구성이다. 감성적인 트랙들 사이로 ‘걔 세’와 같은 힙합, 청량한 신스 사운드의 ‘척’ 브루노 마스를 연상케 하는 레게리듬의 ‘끼부리지마’ EDM 풍의 ‘스마일 어게인’이 밸런스를 잡아준다. 덕분에 싱글이 아닌 앨범으로 감상하기에 무리가 없다. 이처럼 감성적인 곡들이 앨범의 중심을 잡고, 군데군데 댄서블한 트랙이 들어가 있는 것은 god 이후 처음 만나는 보이그룹 앨범이다. 위너가 god와 다른 것은 바로 YG 특유의 색이 들어가 있다는 점.



사실 YG는 힙합의 색이 강했다. 이는 프로듀서 테디의 영향이 크다. 헌데 위너의 앨범 ‘2014 S/S’에 테디의 이름은 단 한 곡 ‘걔 세’에만 올라가 있다. 이 곡은 위너의 앨범에서 가장 힙합 성향이 강한 트랙으로 래퍼 송민호의 솔로 곡이기도 하다. 송민호는 빅뱅의 지드래곤처럼 래퍼 경력이 있는 멤버다. 이런 송민호의 재능을 부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YG는 그러지 않았고, 멤버들의 조화에 보다 중점을 뒀다.

최근 YG의 앨범에 감성이 짙어진 것은 태양의 솔로앨범 ‘라이즈(RISE)’부터였다. 빅뱅에서 가장 화려한 퍼포먼스를 하는 멤버가 태양이지만, YG는 퍼포먼스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이것이 대중에게 공감을 얻었고, 이러한 노선은 위너의 앨범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색이 나오는 것에는 YG의 수장인 양현석 대표의 고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양현석 대표가 곡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위너의 앨범에 최종 컨펌을 하는 그의 의견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보이그룹의 데뷔앨범이 퍼포먼스보다 노래에 중점을 둔 것은 사실 무리수에 가까운 결정일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위너의 성공은 양현석 대표의 ‘촉’이 통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텐아시아 포토DB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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